피벗(Pivot), 리테일의 방향 전환

 
 
 
 

농구에서 ‘피벗(Pivot)’은 한 발을 축으로 고정한 채 방향을 바꾸는 동작을 말한다. 비즈니스에서도 이 단어는 동일한 의미로 쓰이며, 시장의 특성이 달라지고 고객의 소비 방식이 바뀌었을 때 기존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상품·타깃·운영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을 뜻한다. 미국 리테일 업계에는 이런 피벗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들이 있다.

—2026년 7월


 

블록버스터는 왜 사라졌고, 넷플릭스는 왜 살아남았을까

피벗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가 바로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다. 두 회사는 같은 시장에서 출발했지만 한 회사는 시대의 변화에 밀려 사라졌고 다른 회사는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다.

성공 공식에 갇힌 블록버스터

MelissaMN - stock.adobe.com

2000년대 초반 블록버스터는 미국 전역에 9,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던 업계 절대 강자였다. 당시 비디오를 빌린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블록버스터였을 정도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에 온라인 대여 시스템 구축까지 돕겠다는 조건으로 회사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블록버스터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연체료로 얻은 수익의 한계

블록버스터는 연체료는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비용이었고,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나 수익성이 좋은 구조였다. 반면 넷플릭스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연체료를 없앤 월정액 구독 모델을 도입하며 기존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틈새를 파고 들었다.


늦었는데, 끝까지 밀어 붙이지도 못했다

블록버스터도 위기를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연체료를 폐지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넷플릭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체료 수입이 사라지면서 단기 실적이 악화되자 내부 반발로 결국 CEO가 교체됐고, 새 경영진은 다시 오프라인 매장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했다.


스스로를 계속 바꾼 넷플릭스

 

©cnn.com

1차 피벗: DVD 대여에서 구독 모델로

넷플릭스는 DVD 대여 업체로 출발했지만, 얼마후 개별 대여 방식 대신 월정액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소비자는 연체료 걱정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넷플릭스는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2차 피벗: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2007년 당시 넷플릭스의 DVD 사업은 여전히 성장 중이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인터넷 환경의 발전을 예측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내부에서는 "우리 스스로 핵심 사업을 죽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미래 소비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판단했다.

3차 피벗: 유통 플랫폼에서 콘텐츠 기업으로

넷플릭스는 영화를 유통하는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 뛰어들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사가 되었다.

 

파이브 빌로우(Five Below),
동네 할인점에서 Z세대의 ‘놀이 공간’으로

파이브 빌로우가 한때 직면했던 문제는 사실 지금 많은 뷰티서플라이 매장들이 마주한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 심화되는 가격 경쟁,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취향 속에서 단순히 “무엇을 파느냐”보다 “왜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아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시작이었다.


예전 파이브 빌로우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 초반)

 
 
  • 학용품, 파티용품, 장난감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형적인 창고형 할인점

  • 소비자들에게는 ‘조금 더 깔끔한 달러스토어’ 정도의 이미지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찾는 실용적 쇼핑 공간


피벗

  • 매장 중앙에는 가장 인기 있는 신상품을 배치

  • 상품 구성을 빠르게 교체해서,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보물찾기’ 경험 제공

  • 넓은 통로와 밝은 분위기,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동선

  • 타깃 고객층도 부모 중심의 소비가 아닌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Z세대와 알파세대를 정조준하여, 스마트폰 액세서리, LED 조명, 블루투스 스피커, 룸데코 소품 등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아이템으로 확대

결과


지금의 파이브 빌로우는 미국 10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리테일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고 TikTok을 중심으로 ‘Five Below Haul’ 영상과 제품 리뷰가 확산되며, “적은 돈으로도 트렌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피벗을 고민해야 한다는 신호

모든 변화가 사업 모델 전체를 뒤집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신호가 반복된다면 현재의 운영 방식을 점검할 시점일 수 있다.

▶︎ 고객이 달라지고 있다

잘 팔리던 제품이 힘을 잃고, 주 고객층의 소비 패턴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면 시장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 비용은 오르는데 매출은 그대로다

임대료, 인건비, 전기료, 배송비는 계속 오르는데 매출은 정체되어 있다면 기존 방식만으로는 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한 달이면 빠지던 상품이 몇달씩 창고에 남아 있다면 수요와 상품 구성이 어긋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경쟁사가 기술로 앞서간다

AI 수요 예측, 스마트 POS, 자동 재고 관리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경쟁 매장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효율을 내고 있다면 그것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BUSINESS By HEEJIN SONG
BNB Magazine JULY 2026©bnbm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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