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실에서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L’Oréal)을 상대로 화학적 스트레이트너, 즉 헤어 릴렉서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릴렉서를 둘러싼 주요 법적 분쟁은, 제품을 사용한 뒤 암이나 각종 질환을 앓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개별 소비자들이 제기한 연방 다구역 집단소송(MDL 3060)이었다. 그러나 이번 애리조나 주정부 소송은 기존 소송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수년이 걸리는 개별 소비자의 암 발병 입증 절차 대신, 주(State) 사법 당국이 ‘소비자 사기 방지법(Arizona Consumer Fraud Act)’ 위반으로 기업을 직격한 미국 내 첫 주정부 제소 사례이기 때문이다.
—2026년 11월
지루한 의학 공방 우회하고, ‘소비자 사기’를 꺼냈다.
현재 진행 중인 연방 다구역 소송(MDL)은 기본적으로 인신상해(Personal Injury)와 제조물 책임을 다루는 소송이다. 핵심 질문은 “릴렉서의 사용이 실제 원고의 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는가” 이다. 그러나 이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개인이 릴렉서 속 화학물질(프탈레이트, 내분비계 교란 물질 등)로 인해 자궁암이나 난소암 등에 걸렸다는 사실을 의학적·생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환자의 유전적 내력, 식습관, 가족력 등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타 요인을 배제하는 역학 조사도 마쳐야 치료비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애리조나 주정부가 이번 소송을 통해 제기한 질문은 다르다. “기업이 제품의 잠재적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한 채, 흑인 여성과 청소년 등 주 타깃 소비자를 상대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집행했는가” 하는 행위의 위법성에 집중한다.
이러한 ‘소비자 사기’ 법리는 환자 개인의 유전적 요인, 식습관, 가족력 등 복잡한 의학적 변수를 검증하는 긴 공방을 우회하고, 제품 라벨링의 결함, 내부 연구 문건, 마케팅 문구의 기만성 등 시장 교란 행위 자체만을 겨냥한다. 주정부의 목표 역시 개인 손해배상이 아닌, 민사 벌금 징수, 기만적 마케팅 영구 금지, 그리고 주 내 유통 제품에 대한 강제적 경고문 부착 명령에 맞춰져 있다.
로레알은 어떤 논리로 맞서나: 연방 규제 준수와 고지 의무 부인
소송의 성격이 ‘신체 피해’가 아닌 ‘소비자 기만행위’로 규정된 만큼, 피고인 로레알 측의 법적 대응 전략 역시 규제법과 헌법적 권리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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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연방법 우선적용(Federal Preemption) 원칙이다. 화장품 라벨링과 전성분 표기는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 및 2022년 제정된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을 통해 연방식품의약국(FDA)이 관리한다. 로레알은 “연방 규제 당국인 FDA가 의무화하지 않은 임의의 발암 경고문을 주정부가 소비자 사기법을 동원해 강제하는 것은 연방 정부에 대한 권한을 넘어선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확정적 과학 부재에 따른 ‘고지 의무(Duty to Disclose)’ 부인이다. 법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업이 확정된 중요 사실(Material Fact)을 고의로 은폐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202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발표한 자매 연구(Sister Study)에서는 릴렉서의 사용과 암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된 것이지, 특정 화학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인과관계는 공인된 바 없다. 따라서 로레알 측은 당시 확보된 과학적 근거는 과학계와 FDA조차 규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위험이므로, 해당 내용을 라벨에 표시하지 않은 것은 ‘기만적 은폐’가 아니라는 논리다.
셋째, 상업적 과장 광고 및 표현의 자유 항변이다. 로레알은 주정부가 문제 삼은 모발의 부드러움과 관리 효과를 강조한 마케팅 표현은 업계 통상 용인되는 상업적 과장일 뿐, 절대적 무해성을 보증한 의료적 선언이 아니었음을 내세울 수 있다.
리테일 현장과 뷰티서플라이 공급망에 미칠 파장
현재 소송은 애리조나주가 제기한 혐의를 법원이 판단하는 단계로,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향후 다른 주정부의 조사나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화학 릴랙서의 성분과 안전성, 위험 고지 문제가 공식적인 규제 이슈로 부상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오랫동안 화학 릴랙서를 취급해 온 뷰티서플라이 업계로서는 재판 결과와 함께 소비자 인식과 제품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판매 중인 제품의 제조사 공지와 라벨 변경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제품 성분 안내 방식 점검, 제조사 경고 문구 확인, 진열 안전성 확보 등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주요 차이점 요약
| 구분 | 연방 다구역 소송 (MDL 3060) |
애리조나 주정부 소송 |
|---|---|---|
| 소송 주체 (원고) |
제품을 사용하고 질병을 얻은 개별 소비자들 | 애리조나주 |
| 적용 법률 | 제조물 책임법 (Product Liability), 과실, 인신상해 | 애리조나주 소비자 사기 방지법 (Consumer Fraud Act) |
| 핵심 쟁점 | “이 제품이 실제로 내 암(자궁암 등)을 유발했는가?” 의학적 인과관계 입증 필수 |
“위험성을 알고도 숨기고 안전하다고 소비자를 속였는가?” 기만행위 여부 |
| 원고의 목적 | 치료비, 통증에 대한 위자료 등 개인 손해배상 | 민사 벌금(Civil Penalties) 부과, 불공정 마케팅 금지 및 시정 명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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