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뷰티션이 예상하는 2021년 헤어 트렌드

15년 차 뷰티션이 예상하는 2021년 헤어 트렌드

흑인 텍스처 헤어스타일리스트,  Honey Andrade

팬데믹으로 인해 몇 달간 미용실 문을 닫아야 했던 뷰티션은 현재 어떻게 대응하면서 이겨내고 있을까? 2019년 12월호에서 뷰티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경력 15년 차의 뷰티션 허니 안드레드(Honey Andrade)를 다시 만났다. 누구보다 고객의 변화와 뷰티 트렌드를 빠르게 접하는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코로나가 헤어 인더스트리의 트렌드를 바꿀 거라고 말한다. 그녀와 함께 작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뷰티트렌드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요즘 헤어 트렌드는 어떤가요?

팬데믹 이후는 내추럴 헤어가 대세입니다. 집에서 오래 관리를 못 해서 완전히 엉망으로 오시는 손님이 많습니다. 브레이딩을 한 상태에서 길게 늘어뜨려 오시는 분도 있고요. (웃음)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손상 모를 복구하고 건강하게 기르는 쪽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헤어 익스텐션을 하려고 하지 않죠. 2019년에도 내추럴 헤어가 대세가 될 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조금 더 빨라졌습니다.

요새 손님들은 상한 부분을 다듬기만 하고 수분 트리트먼트, 실크 프레스 등의 시술을 선호합니다. 재밌는 부분은 업무상 화상채팅을 할 때 “괜찮아 보이는 정도”를 선호하죠. 요즘 헤어 액세서리류가 잘 팔리는 이유는 화려하지 않은 머리를  심심해보이지 않게 연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요새 바지도 잘 안 산다네요. (웃음)

내추럴 헤어를 건강하게 기르려는 손님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최근에 깨달은 것은 자연 모를 기르다가 포기하고 릴랙서를 사용하고자 하는 손님도 꽤 보인다는 겁니다. 릴랙서를 사용하고 짧은 헤어 스타일을 해서 관리하게 쉽게 만드는 거죠.

@hairbyhoney.a  실크 프레스 시술 전.후 이미지

 

백신이 나오면 예전처럼 헤어 익스텐션의 수요도 늘어날까요?
지금보다는 많아지겠지만, 팬데믹 기간에 내추럴 헤어를 관리하는 법을 배운 손님이 늘어난 이유로 예전과 같지는 않을 거라 예상합니다. 물론 특별한 날에는 헤어 익스텐션을 원하는 손님이 있어요.

최근 트렌드 정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인스타그램은 아시다시피 최신 트렌드의 전부를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플루언서는 래퍼 Saweetie예요. 제 나이 또래인데 예전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그런 트렌드를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90년대에 유행했던 그런 스타일들이요. 나비 헤어핀, 헤어밴드, 헤어 버블 등은 다시 유행할 거로 생각해요.

@redbull.com  90년대 룩을 재현한 래퍼 Saweetie

 

최근에 관심이 가는 뷰티 제품이 있다면?
요즘엔 Dr, Bronner’s 비누 제품이 눈길이 갑니다. 최근부터 손님들에게도 사용하는데 피부와 헤어, 바디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특히 브레이딩을 한 뒤 모발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집에서도 샤워할 때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티트리, 라벤더 등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제품이라서 더 좋고요. 제가 제품을 만들다 보니 요새는 뷰타서플라이에 가도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죠. 유해한 성분이 있는 제품은 피하게 됩니다. 물론 스프레이같이 특정 스타일링에 꼭 필요한 제품은 제외하고요.

Dr. Bronner’s – Pure-Castile Liquid Soap

뷰티 인더스트리의 2021년 전망은 어떨까요?

 

DIY(Do it Yourself) 와 뷰티 온라인 튜토리얼
팬데믹부터 Zoom 화상채팅으로 고객 컨설팅을 하기 시작했어요. 혼자서 머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죠. 얼마 전에는 신부의 헤어와 스타일을 화상채팅으로 계획하고 결혼식 당일에만 출장을 가서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특히 DIY열풍이 있는 것은 뷰티서플라이에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죠.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에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손님들에게 집에서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객에 헤어스타일에 따라 추천해야 할 제품도 달라져야 하겠고요.

친환경 트렌드
올해 손님들은 Eco-friendly(친환경), Non-GMO, Vegan 등의 제품군에 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겁니다. 일반 제품과 100% 내추럴 제품 섹션을 구분하여 진열하면 판매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구독 경제
제 지인은 최근에 뷰티 정기 구독 박스(Beauty Subscription box) 사업을 시작했어요. 필요한 뷰티 제품을 담아서 매달 보내주는 서비스인데 한 달에 29불의 구독료를 내며 최신 제품의 샘플이 여러 개 담긴 박스를 집으로 매달 받아볼 수 있죠. 이번 달에는 헤어케어 제품, 메이크업, 헤어 액세서리가 들어 있는 박스를 받았어요. 굳이 쇼핑하러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사람들은 집에 있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을 가꾸는 방법을 찾을 거예요.

신부 헤어를 하고 있는 모습

 

작년 한 해는 어떻게 보냈나요?
모두가 그랬겠지만,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작년 2월 28일에 제가 운영하는 살롱은 문을 닫았고,  6월 말에  재 오픈 했을 때 집에서 혼자 머리를 하다가 망쳐서 방문한 손님이 많았어요. 가위로 삐뚤빼뚤 자른 손님부터 모발이 공처럼 뭉쳐서 온 손님, 혼자 염색을 하다가 얼룩이 져서 한 번으로 끝날 시술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비록 팬데믹 초기에는 머리를 망쳐온 손님이 많았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은 고객들이 어느 정도 혼자서 머리를 관리하는 것에 익숙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Before                                                                     After

@hairbyhoney.a 팬데믹으로 모발 관리를 못 한 고객의 시술 전.후 이미지

팬데믹 이후 헤어살롱의 수요가 줄었을 텐데, 어떻게  대응 했는지요?

지금은 예전처럼 살롱에서 머리만 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언택트 트렌드에 발맞추어 변하면서 수익 창출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첫째로, 제가 만든 헤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전부터 헤어 살롱을 운영하면서도 저만의 헤어 제품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제 아들에게도 맘 놓고 쓸 수 있는 천연 제품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죠. 2019년 인터뷰 당시 즈음부터 대략 계획은 하고 있었는데  팬데믹이 터져버렸죠. 살롱 일을 못 하게 되면서 시간이 남았고, 제품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빠르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가 제 등을 밀은 격이랄까요? (웃음) 헤어 영양 오일, 엣지 컨트롤, 바디 오일 등에 비타민 B와 Sativa를 첨가한 100% 비건 제품입니다. 약 18개월 정도 테스트를 한 뒤 살롱에 오시는 손님들과 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Vitamin Bee -100% Vegan 모발 영양 오일 /  Vitamin Bee- 엣지테이머, 브레이드 , 드레드 전용 젤

주문처  www.misshoneyandrade.com

 

두 번째로 저의 홈페이지의 VIP 구독을 한 고객을 위해 독점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저의 인스타그램으로 볼 수 없는 영상이나, 한정판 제품 이용, 팟캐스트 토론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1:1 온라인 헤어 튜토리얼을 예약할 수 있고, 그룹으로 헤어 관련 온라인 마스터 클래스도 들을 수 있습니다. 월 5.29불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재개장 업데이트

헤어 살롱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기존에는 손님과 손님의 방문 간격을 15분 정도 두는데 팬데믹 이후로는 1시간을 두고 받았어요. 특히 어떤 사람이 살롱에 방문하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했습니다. 나이가 많은 손님과 젊은 손님은 같은 날 예약을 피한다든지, 필수 직종에 근무하는 손님은 우선순위로 예약을 받았습니다. 모든 주의사항은 이메일과 개인 홈페이지에 공유해서 방문 전에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코로나에 불안감을 가지고 계시는 손님들과 어떻게 편하게 방문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고요.

항상 빨간 머리를 유지하고 계시는데 이유가 있나요?
저를 아는 모든 사람이 물어봐요. (웃음) 저는 이 머리를 10년째 하고 있어요. 컬러, 바버, 익스텐션, 브레이딩, 헤어케어를 모두 하고 있지만, 저의 전문분야는 헤어케어 스타일리스트예요. 10년 동안 염색하면 머리가 안 빠지는지 많이 물으시는데, 모발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만 안다면 10년 내내 염색을 해도 건강한 모발을 유지할 수 있어요. 어떤 손님들은 하루 만에 원하는 머리색에 도달하려고 무리한 방법으로 탈색이나 염색을 원하지만 절대 그러면 안 돼요. 밝은 머리색은 시간에 두고 천천히 만들어내야 하죠.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에 부합하면서도  스스로 쉽게 관리할 수 있는지 염두하고 스타일링 하는 것이 뷰티션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의 안전과 건강도 중요하지만 저 자신도 작년 초에 코로나가 의심될 정도로 열이 심해서 응급실에 실려 갔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건강의 중요함을 깨달은 지난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모든 분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뷰티션 인터뷰 BY Kyounghyun Han
BNB 매거진 2021년 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