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업계의 큰 별이 졌다 썬태양 박재오 회장 별세

헤어 업계의 큰 별이 졌다

썬태양 박재오 회장 별세

故 박재오 회장

BY JUYOUNG SUNG

2022년이 저물어가던 때 뜻하지 않은 부고가 전해졌다. Sun Group의 박재오 회장이 크리스마스 이브,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겨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다. 향년 91세. 박 회장의 유족으로는 아내 박학이 여사와 다섯 자녀, 열한 명의 손주가 있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는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 아프리카, 동아시아 및 유럽을 포함한 4개 대륙에 걸쳐 있으며 오늘날에도 계속 번창하고 있는 Sun Group의 회장이자 창립자였다.

한인 가발 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워낸 선구자

1931년 2월 19일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故 박재오 회장은 물자가 부족하고 배를 곯았던 시절, 일찍부터 장사에 뛰어들었다. 경산의 사과를 서울 남대문 시장에 가져다 팔고 그 돈으로 성냥을 사서 대구 시장에 팔며 장사를 익혔고, 경산에서 대구와 영천, 경주, 포항까지 자전거를 타고 누비며 돈모(돼지털) 정모 사업과 고철 장사를 하여 사업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발을 들여놓은 게 인모 사업이었다. 1965년 박 회장은 당시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 품목이었던 가발을 제조하기로 결심하고 대구에 공장을 차렸다. 가발업 한 길의 시작이었다.

청년 시절의 박재오 회장

인조모가 개발되어 인모 가발 사업이 위축되자 박 회장은 경기도 수원에 태양물산을 설립하고 인조모 제품 수출에 주력했다. 그러나 미국 내 가발 사업이 포화상태가 되고 과당 경쟁으로 국내에서 오더 받기가 어렵게 되자 큰 결심을 한다. 미국 현지의 유통시장에 직접 진출하자는 것. 이렇게 해서 1976년, 우여곡절 끝에 뉴욕의 중심부 맨하튼 미드타운에 썬태양이 세워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박 회장의 신념과 추진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썬태양을 필두로 Hair Zone등 미국에 5개 회사를 세운 후 그의 타깃은 아프리카를 향했다. 세네갈의 Senecor 등 아프리카 대륙에 9 개의 제조회사를 세운 후에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 런던에 FEME사를 설립했다. 2018년 건강상의 문제로 은퇴할 때까지 40여년 간, 박재오 회장은 부단한 행보로 10개국에 썬태양 그룹 생산공장의 기틀을 닦아 놓았다.

아프리카 공장, 브레이드 생산 현장


노동절 행사


LINDA NIGERIA 공장 내부 전경

 

근면과 끈기, 실천력의 경영철학

한 그룹의 대표이면서도 박재오 회장은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삶을 살았다. 10년도 더 된 전화번호 책을 사용하고 노트를 잘라서 뒷면을 쓸 정도로 본인을 위해서는 동전 한 푼조차 아끼는 반면, 직원과 회사를 위해서는 통 크게 투자하는 오너였다. 별다른 친화력은 없었지만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직원에게도 겸손하게 감사할 줄 아는 오너의 모습은 썬태양의 기업 정신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원활한 소통을 중시하고 각자 맡은 바를 최대한 존중해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곧 썬태양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고 박재오 회장이 10년 넘게 사용한 전화번호 책

또 하나 박재오 회장이 늘 강조한 말은 “포기하지 말고 기회를 찾으라”는 것. 한 번 시작한 것이 있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고 자신 또한 평생 지키고자 했다. 그의 생애 전반에 오롯이 녹아있는 근면과 끈기, 실천력은 故 박재오 회장이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오늘날 Sun Group의 모든 구성원에게 물려준 귀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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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뉴저지 Promise Church에서 열린 故 박재오 회장의 천국환송예배와 이튿날 Blackley Funeral Home에서 진행된 발인 예배에는 유족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고 각지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헤어 산업의 한 시대를 개척하고 이끌어온 큰 별이 졌다. 별은 졌지만, 별빛은 길게 이어지고 있다.

 

 

COVER STORY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3년 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