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부나?

헤어 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부나?

 

각 업계에서 친환경 바람이 한창이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던 2010년대부터 각 분야 종사자들은 저들만의 방법으로 ‘지구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자율 주행 기술을 필두로 전기차 개발이 한창이고, 요식업 쪽에선 빨대 사용 금지 운동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공업과 제조업 등에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의 사용이 주목받고 있다.

빨대 사용 금지 캠패인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자율 주행차

이쯤 되면 우리 헤어 업계의 사정이 궁금해진다. 사실, 패션 및 섬유 산업은 석유 산업 다음으로 환경오염을 가장 많이 야기시키는 분야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신테틱 헤어는 화학 물질을 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플라스틱 재질로, 이러한 물질은 독성이 심하고 환경에 유해한 연기를 대량으로 방출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재로서는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대기 오염과 같은 독성 폐기물 없이 인조 모발을 제조할 방법이 없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규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점점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헤어 업계에도 규제의 칼날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전에 우리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얼마나 쓰고 버리고 재활용하고 있나?

19세기, 발명된 폴리염화비닐(PVC)의 발명과 중합을 통해 인류는 플라스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가볍고 생산 비용이 쌀뿐더러, 강도가 탄탄하기까지 한 플라스틱을 우리는 그동안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용해 왔고, 그 사용량은 점차 늘어 급기야 20세기 후반부터는 병폐가 시작됐다.

해양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해변

보통 플라스틱은 효용도가 높지만, 완전히 썩는데 1000년 이상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썩는 기간이 1000년이라는 말을 바꿔 말하면 그동안 인류가 생산해온 모든 플라스틱이 지구에 대부분 남아있다는 소리이다. 플라스틱 사용이 약 200년간 이어져 온 것을 감안하면 현재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제조되는 플라스틱 양은 연간 3억 8000만 톤이고, 그중 16%만이 재활용되며, 40%는 매립지, 25%는 소각, 19%는 그냥 버려진다. 버려지는 쓰레기 중 연간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에 버려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런 병폐가 적어도 수십 년간 지속돼 왔을 것이라 분석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업사이클링 열풍으로 새바람 맞다

사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자는 의견은 그간 지겹게 들어왔다. 미국은 덜하지만, 유럽과 한국, 일본에서는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여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따로 모아 재활용을 도모하는 운동이 당연하다시피 퍼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률이 그리 높지 않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애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질들을 사용한 플라스틱이 생산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음식물이나 기타 오염물질이 묻어 재활용 비용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은 Upgrade와 Recycling의 합성어로, 독일의 저널리스트 레이너 필츠(Reiner Pilz)가 처음 제안한 방법이다. 레이너는 본인의 사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사이클링의 기본 과정

재활용이 기존의 제품을 재활용 센터로 보내 깨끗이 세척한 뒤 기존 용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라면,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플라스틱 제품을 공장으로 입고해 해체, 분류한 뒤 제조에 필요한 소재별로 다시 한번 분류한다. 분류된 소재들은 제조하기 쉽게 다시 가공되어 최종적으로 새로운 제품의 원료가 된다. 버려진 폐현수막과 페트병 등을 공장으로 입고해 해체 분류한 뒤 가방이나 의자, 소파 같은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디자인과 효용성을 더하여 기존의 제품보다 더 나은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버려질 현재의 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생산될 미래의 플라스틱의 양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업사이클링을 활용해 만든 상자, 캐리어, 백팩, 가구 등의 다양한 제품들

@wadiz.com


@ecobirdy.com


@blog.naver.com/samsoniter

 

헤어 업계에도 솔솔 불어오는 업사이클링 바람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는 헤어 제품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할까?”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곳이 있다. 바로 원사 제조 업체인 ‘세림(Serim)’이다.
세림의 한현호 전무는 세림 측이 친환경 헤어 제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저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업사이클링이 가능해요. 저희가 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테레프랄레이트(PETE)인데, 둘 다 업사이클링에 매우 용이한 것들이에요. 저희 회사가 플라스틱 제품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지만, 저희도 사회에 불고 있는 환경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헤어 업계에서 친환경 쪽으로는 1호가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요.”

@me.go.kr 한국 환경부에서 제공한 플라스틱 성분과 위험도

한 전무가 말한 PETE와 PP는 주로 음식 용기나 음료병 등에 사용되는 재질로 위험도가 비교적 낮다고 알려져 있다. PETE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페트병의 재질로 투명하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어 물병이나 음료병으로 사용된다, PP는 질기고 고온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음식 용기나 헤어 제품으로써도 많이 활용된다.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헤어 제품보다는 재활용이나 업사이클을 통해 환경운동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자 는 거에요. 사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업사이클링 제조 업체에 직접 가져다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대신, 이런 활동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NGO 단체들과 협업을 도모하고 있어요. 그 단체들을 후원하고 그들을 통해 헤어 제품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싶어요.”

 

Business_Trend BY Ingyun Jeong
BNB 매거진 2021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