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 ‘가발의 도시’ 명성, 산둥에 넘겨줄까

‘가발의 도시’ 명성, 산둥에 넘겨줄까

허난(河南)성 쉬창(許昌) 지역은 중국 ‘가발의 도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안후이(安徽)성, 산둥(山東)성 등지에 수백 개의 가발 관련 업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명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레베카’ 덕분이었다. 중국 가발 제조 초창기 시절만 해도 기술력 부족으로 헤어피스 등을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데 그쳤으나 레베카가 고품질 가발을 생산해 유럽,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성공적인 선례를 만들어 쉬창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내 가발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가발 가공 작업을 하고 있는 숙련공들의 모습 ©인민망

그러나 산둥성의 최근 몇 년 동안의 발전은 쉬창의 오랜 명성을 위협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 지역의 가발 산업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일본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중국 내 어느 지역보다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알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수주한 가발을 OEM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성장했다.

특히 이들 지역 중 칭다오 자우저우(膠州)시 리거좡(李哥莊)현은 현재 2020년 기준 300여 개 가발 제조, 가공 업체가 모여 있는 곳으로 한 해 생산액이 28억 위안, 고용 인구는 1만 2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윈난(雲南 ), 구이저우(貴州), 스촨(四川) 등 산간 지역에서 염색이나 펌을 하지 않은 완전 자연 인모를 구해 가공하고 이를 프리미엄 가발로 만들어 해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 프리미엄 가발 시장의 40%를 리거좡 지역의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간 산둥성 빈저우(濱州)시 양신(陽信)현 양후(洋湖)향도 가발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주변 농촌 잉여 노동력을 대거 활용하면서 새로운 기지가 구성되고 있는 추세다. 산둥성 허쩌(菏澤)시 쥐안청(鄄城)현에도 220개의 가발 관련 업체가 설립돼 있으며 2017년 산둥성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연간 1500만 개 이상의 가발 제품이 생산됐다. 쥐안청 전체 산업에는 가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74.67%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산둥성에서 만들어진 가발들 ©sohu.com

칭다오 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리거좡이 위치한 산둥성 칭다오 자우저우는 가발협회가 있고 56개의 회원사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공동 투입하여 전자 상거래 사업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중 40%의 기업이 해외에서의 홍보력을 높여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노력이 알려지면서 2019년에는 ‘국가급 무역 시범기지’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 엄청난 발전 속에 눈여겨볼 만한 회사 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바다의 숲’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하이스린(海森林)이다. 순루정(孫魯正) 대표는 품질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숙련공들을 고용하고 머리카락을 심는 방향까지 꼼꼼히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설립 이후 이듬해 나이지리아 최대 상업도시 라고스에 회사를 설립해 한 달 만에 컨테이너 4개를 팔아 8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2004년 일본 진출 직후 13만 달러의 대형 주문을 받았다. 유럽, 미국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LA, 뉴욕 등지에서 Seaforest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발히 영업하여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2021년 11월 봉황망과의 인터뷰에서 순루정 대표는 “국내, 국외 시장을 모두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상하이, 항저우, 선전 등지에 영업점을 두고 베이징에 마케팅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이스린 가발 판매점 ©8158.com

칭다오 위에시우(越秀) 가발회사는 미국과 유럽 등 흑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두고 있다. 전자 상거래, 구글 플랫폼 광고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공격적인 영업으로 유명인 고객들을 얻었다.

2004년 이 회사의 대표 예밍징(葉明敬)은 미국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비욘세의 헤어 스타일리스트였다. 이에 발빠르게 반응해 비욘세를 위한 가발을 제작했지만 첫 제품은 실패로 돌아갔다. 오래 걸린 운송기간 동안 변형된 가발에 비욘세가 만족할 리 없었던 것이다. 탄력성을 높여 두 번째 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보냈고 비욘세에게 ok를 받을 수 있었다. 가발 선택에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비욘세의 마음을 얻은 이 회사는 빠르게 미국, 유럽 시장에서 유명세를 탈 수 있었고 맞춤 제작 문의가 이어졌다. 2012년 미셸 오바마가 가발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예밍징은 회사 영업사원을 통해 온라인으로 끈질기게 구애했다. 이내 가발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가발 두 개를 미국으로 보냈고 이후에는 구매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얻은 광고효과는 엄청났다.

산둥성 가발 업계는 “국내, 국제 쌍순환”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내 탈모 인구가 2억 명으로 비공식 집계되는 등 가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볼 수 있다. 가발 산업 육성을 위한 업체 공동의 노력, 브랜드들의 세계적인 유명세, 충분한 노동 인구… 산둥성 지역의 가발 산업 발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Business By Jeehye Ra
BNB 매거진 2022년 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