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  “뷰티서플라이 미래에 관한 우리들의 수다”

 “뷰티서플라이 미래에 관한 우리들의 수다”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A사장: 안녕하세요, 잡화 업계에서 6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A사장입니다.

B과장: 동부 지역에 본사를 둔 헤어 업계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B과장입니다.

C매니저: 남부 지역 뷰티서플라이 스토어에서 매니저로 10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뷰티서플라이의 미래”를 주제로 취중진담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세 분 다 각자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오셨는데요. 요즘 도소매 할 것 없이 경기가 최악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어떠세요?

A사장: 저는 관련 업계에서 10년 정도 일하다가 독립해서6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팬데믹 때는 소위 ‘대박’을 쳐서 평생 이렇게만 벌게 되는 줄 알고 너무 좋았었는데요. 요즘 같은 시기가 계속되면 그동안 벌어 놓은 것도 다 까먹을까 걱정됩니다.

B과장: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 시대가 되면서 헤어 업계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매출이 떨어지니까 회사도 어려워지고, 그러다 보니 구조조정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매니저님은 어떠세요? 아무래도 소매점에서 일하시니까 직접 피부로 와 닿을 것 같은데요.

C 매니저: 맞아요. 홀세일에서 일하시는 분과 달리 저는 직접 현장에서 느끼니까 정말 다르죠. 저희 가게가 2곳이 있는데요. 요즘은 가게 하나를 팔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이고 사장님 눈치가 보여서 오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렇군요. 아까 B과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팬데믹 호황을 지나 엔데믹 시대로 돌입했는데요. 세 분이 예상하시는 뷰티서플라이 시장의 미래는 어떤지, 각자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A사장: 뷰티 업계는 한마디로 과당경쟁(過當競爭)이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거의 혼자 일하다 보니 여러 지역을 다니고 있는데요. 어떤 지역은 가게가 더 이상 생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가게들 사이에 또 다른 가게가 생기는 것을 자주 봅니다. 장사는 분명히 안되고 매출은 떨어지고 있는데도 가게가 계속 생기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죠. 반면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접는 분들도 최근에 많이 보입니다. 제게 가게를 팔아 달라 부탁하는 분도 계시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흑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뷰티 업계는 망하지는 않을 거라 봐요. 그럼에도 뷰티 업계가 점점 사양산업이 되는 것 같습니다.

B과장: 도매업계 즉 홀세일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뷰티 업계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어느 한 쪽이 망할 때까지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법 큰 헤어 회사에 다니고 있다 보니 직업 안정성 면에서는 괜찮은 편이에요. 하지만 주위에 작은 헤어 회사에 다니는 세일즈맨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소매점 장사가 안되니까 오더가 확 줄어서 작은 회사들은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서 자꾸 사람이 나가도 더 이상 충원하지 않고, 해당 지역에는 세일즈맨이 없다 보니 오더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요. 어느 업체는 영업사원이 15명 정도인데 한 달 매출이 100만 불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뷰티 업계는 결국 대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은 회사는 몇 년 버티다가 큰 회사에 인수합병 되거나 문 닫거나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소매점도 대형 스토어나 프랜차이즈 스토어들만 살아남을 것 같고요.

C매니저: 저도 두 분과 견해차가 크게 없지만, 소매점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과당경쟁이 된 데는 도매업체의 잘못도 일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처음에 물건이 나오면 정가로 팔다가, 그 물건이 잘 안 팔리면 엄청나게 싸게 파는 경우가 아주 흔해요. 신제품을 정가로 샀다가 몇 달 뒤에는 반 가격에 할인한다고 세일즈맨에게 연락받으면 솔직히 화도 나거든요. 세일 상품을 소개할 때도 ‘이번에 특별히 세일하니까 많이 구매하라’고 종용해서 하는 수 없이 대량 구매했다가 제품 유행이 지나버리면 그 많은 재고는 저희가 다 끌어안아야 해요. 그래서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시즌에는 창고에 재고가 워낙 많으니 이참에 이거나 팔고 버티자는 생각으로 오더를 안 하게 되죠. 정말 핫한 제품이 나와도 요즘에는 최소한의 물량만 오더하고 있어요. 소매점 오더량이 줄어드니까 당연히 홀세일러들도 힘들겠죠. 도매회사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녜요. 하지만 어떤 신제품이 인기가 많으면 그때는 물건이 없다고 백오더를 냈다가, 유행이 지나고 말도 없이 백오더를 보내는 세일즈맨들도 종종 있거든요. 그런 물건은 리턴도 안 해줘서, 가게를 관리하는 매니저로서 입장이 매우 곤란해져요. 그래서 이렇게 경기 어려울 때는 오더 자체를 안 하거나 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있죠. 모두 어려울 때니까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생각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뷰티 업계는 망하지는 않겠지만, 큰 가게 그리고 큰 회사 위주로 재편된다는 생각에는 저도 크게 동의하는 편입니다.

A사장: 제가 한 마디 더 거들자면, 요즘 뷰티 업계를 보면 예전에 저희 이민 1세대들이 많이 했던 세탁소 생각이 납니다. 세탁소가 한창 잘될 때는 여기저기 진짜 많았거든요. 그러다가 경기가 점차 어려워지니까 자금력이 있는 큰 세탁소만 살아남게 되었는데요. 세탁소가 점차 줄어드니까 당연히 살아남은 큰 세탁소는 더 장사가 잘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걸 본 또 다른 사람들은 세탁소를 차리는 악수를 두게 되더라고요. 지금의 뷰티 업계가 그러한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팬데믹 시대의 특수한 상황을 빨리 잊어버리고, 내실을 갖추고 비상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매점뿐만 아니라 저희 같은 도매점도 정신 차려야죠.

 

 

각자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뷰티 업계 도매점과 소매점이 서로 상생할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세 분의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B과장: 질문에 답하기 전에 C매니저님이 방금 말씀하신 내용에 헤어 업계를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면서, 약간의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요. 저희 헤어 업체 같은 경우에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회사에서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출시 때는 공장에 많은 양을 오더할 수가 없어요. 그 제품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제품의 초기 반응이 좋으면 바로 공장에 오더 해도, 공장에서 만들고 배송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다 보니까, 한두 달 만에 와도 소매점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져서 컴플레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비행기로 운송하는 것도 쉽지 않고, 뷰티 업계에 젊은 고객들이 많다 보니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것도 힘든 점입니다.

정리하자면, 결국 도매점과 소매점은 이윤추구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만큼 서로서로 이해해주면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자면 제가 이전에 작은 헤어 업체에서 근무했을 때 일인데요, 당시 한 대형 뷰티서플라이에서 어떤 제품이 잘 나간다고 대량 오더를 했는데 한 달 후 쉬핑하려고 물어보니까 오더를 캔슬하겠다 하더라고요. 타 회사에서 더 좋은 가격으로 이미 받았고 유행도 끝나가는 것 같다고. 당시 회사에서 그 제품의 수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공장에 특별히 부탁해서 진행하는 등 힘들게 결제를 받았는데, 제 입장이 아주 곤란하게 된 거죠. 결국 수량을 반 정도로 해서 쉬핑했지만, 이러한 사례만 봐도 도/ 소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정한 파트너쉽이 아닐까요.

하나 더 말하자면, 어떤 가게 사장님은 본인이 직접 오더해 놓고 잘 안 팔린다고 3개월 뒤에 리턴하기도 해요. 당시에 제가 그 제품은 그렇게 잘 나가는 제품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제 의견은 안 들으시고 “내 가게는 내가 제일 잘 알아.” 하면서 오더를 제법 하셨거든요. 이럴 때 세일즈 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뷰티 업계에서 몇 년을 더 일하게 될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에는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세일즈맨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C매니저: B과장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서로 이해하도록 노력해 봐요(웃음). 저도 B과장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결국 고객과 접점에 있는 우리 소매점들이 장사가 잘되어야 도매상들도 장사가 잘되겠죠. 저희는 고객의 니즈를 더 정확히 아는 만큼 좀 깐깐하게 오더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홀세일러분들이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저 같은 경우에는 필요한 걸 오더하면서 가능하면 세일즈맨이 추천하는 제품 한두 개 정도는 꼭 같이 오더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나중에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제때 받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요. 그리고 일부 세일즈맨은 커미션 비중이 큰 제품 위주로 파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때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시면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두 분이 말씀하셨듯이 서로 파트너쉽을 가지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하는 것과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남편이 잘리지 않고 오래오래 다녔으면 하는 겁니다. (웃음)

A사장: 저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제 사업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죠. 팬데믹 호황이 다시 오진 않겠지만, 저는 변함없이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요. 뷰티 업계가 건강하게 잘 성장해서 꾸준하게 우상향하는 마켓이 되길 소망하는 바입니다.

 

 

기자: 다들 정말 허심탄회하게 뷰티 업계 전반과 미래에 대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같은 뷰티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서로의 입장을 좀더 이해해 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긴 시간 동안 취중진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TORY By JAMES CHUNG
BNB 매거진 2023년 10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