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잠금 장치

진화하는 잠금 장치

손에 쥐고 다니는 핸드폰만큼 소매점주들에게 필수인 소지품이 있다. 매일 가게를 오픈 · 클로징할 때 쓰는 ‘열쇠’다. 습관적으로 열쇠를 꽂다가도 한 번씩 고개를 드는 의문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돌리는 열쇠라니, 이게 과연 안전할까? 좀 더 편리하게 잠그는 법은 없나? 번거로운데 직원한테 열쇠를 맡겨도 될까?’ 누구나 한 번씩 열쇠를 잃어버려 낭패 본 경험들이 있지만 선뜻 바꿀 생각은 하지 못한다. ‘다른 가게도 다 이렇게 써. 미국은 아날로그야.’ 그러나 멈춰 있는 건 소매점일 뿐, 실제로 잠금 장치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가게 문, 이제는 제대로 잠그는 방법을 고민해볼 때다.

1.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소매점들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의 대형화 · 고급화 추세를 고려하면 가게 잠금 장치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는 예상이 이번 취재의 출발점이었다. CCTV나 출입구 안테나, 알람 시스템 등 날로 발전하는 보안 기술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룬 적이 있지만 보안의 가장 기본인 잠금 장치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선 현황 조사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뷰티서플라이에서 아직도 가게 문을 잠그고 여는 데 ‘열쇠’를 쓰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지문이나 카드키 등의 첨단 방식은 차치하고 전자식 번호키를 사용하는 곳도 많이 없었다. 쓴다고 해도 가게 외부 문보다는 실내 사무실의 출입 용도였다.

전통 방식의 열쇠와 실린더 ©Schlage


터치스크린 번호키가 달린 잠금 장치 ©Mr-Locks

물론 같은 열쇠 방식을 사용해도 차이점은 있었다. 대형 뷰티서플라이에서는 비용은 더 들지만 복제가 불가능한 특수 열쇠를 쓰기도 하고,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아예 문을 안에서 잠가놓고 손님을 일일이 확인한 후 열어주는 소매점도 있었다. 열쇠 관리는 보통 소매점주나 매니저가 담당했고, 오래된 직원이 아니고서는 직원한테 맡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몇 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 매니저를 믿지 못해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니며 오픈/클로징을 하는 소매점주도 있었다. 다른 리테일 스토어의 경우 열쇠 소지의 번거로움과 분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매장 외부에 전자식 키 박스나 키 캐비닛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뷰티서플라이의 경우는 파손 위험 때문에 대부분 비상용(소방서에서 관리)으로 설치하는 정도였다.

키 박스(Key-Box 9000 S series)

소매점과 열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 열쇠 방식을 흔히 쓰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 – 직원이 자주 바뀌는 뷰티서플라이 특성상 번호키나 지문 등록 같은 디지털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 – 다른 경보 시스템들이 잘 되어있어서 도어 잠금 장치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 – 마음먹고 부수면 끝인데, 잠금 장치에 큰 돈을 들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밖에 디지털 도어락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는 ‘해킹이 염려된다/ 열쇠가 없어 편리하지만 안전성은 떨어진다/ 화재 비상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미국식 도어 구조에는 설치가 어렵고 설치 비용도 비싸다/ 열쇠에 비해 사용법이 복잡하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게 문을 여닫기 위해 열쇠를 가지고 다녀야 할까? 21세기 첨단 시대에 기원전 4,000년부터 존재했다는-형태는 훨씬 발전했지만 기본 원리는 지금과 같다- 자물쇠 · 열쇠 방식을 고수하는 게 맞는 걸까?

아직은 대중화되지 않았다 해도 이미 잠금 장치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도어록으로의 전환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스마트한 기능의 도어락들을 만나본다.

중세 시대의 열쇠 ©Techholic

2. 디지털로 진화한 도어락들

디지털 도어락은 기존의 열쇠 대신 비밀번호나 반도체 칩, 스마트카드, 지문 등 디지털화한 정보를 열쇠로 활용하는 첨단 잠금 장치를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디지털 도어락 사용률이 아직 5% 미만인 데 비해 디지털 도어락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디지털 도어락이 빠르게 보급되어 사용률이 70%가 넘는다. 그런 만큼 기상천외한 도어락들이 계속해서 개발, 사용되고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서울역 앞의 한 편의점은 낮에는 일반매장으로, 새벽 1시~오전 7시까지는 무인 편의점으로 운영된다. 그 시간에 출입문은 잠겨 있다. 그럼 손님이 어떻게 들어올까? 스마트폰에 해당 편의점의 셀프 결제 앱을 설치하고 편의점 앞 출입단말기에 QR코드를 스캔하면 문이 열린다. 앱을 설치할 때 휴대폰 본인인증을 하기 때문에 이미 무인 편의점은 누가 안으로 들어왔는지 알고 있다. 상품을 골라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스캔하면 결제도 간편히 완료된다.

점포 문 앞에 QR코드를 스캔하면 문이 열린다. ©etnews.com

정맥 인증, 홍채 인증,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증 단말기도 등장했다. 롯데카드의 ‘핸드 페이’는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암호화된 값으로 변환해 고객을 판별한다. 매장에 들어갈 때나 결제 시, 용무를 마친 후 나갈 때도 손바닥 정맥을 찍어야 문이 열리기 때문에 도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시간대의 CCTV를 돌려보면 금방 범인을 알 수 있다.

정맥 인증 출입 ©롯데카드

그러나 이런 생체 결제 방식이 대중화되기에는 높은 단말기 비용과 금융당국의 인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가가 낮아지고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캐쉬 고객이 많고 본인 정보 노출을 꺼려하는 분위기상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서 도입한다는 건 아주 먼 얘기일 것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출입과 결제를 하는 시스템 또한 뷰티서플라이에는 적용이 어렵다. 쇼핑을 하러 오는 고객들에게 문을 닫아걸고 일일이 인증을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디지털 도어락의 가장 큰 장점은 번거롭게 열쇠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고 좀도둑들이 만능 키로 접근해도 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소매점주가 가게의 오픈/클로징 시 편리하게 쓰는 용도의 도어락이다. 전자식 락부터 기술을 더한 첨단 스마트 락까지, 소매점주들이 현재의 열쇠 방식 대신 사용할만한 잠금 장치들을 온라인 시장에서 찾아보았다.

전자식 락(Electronic Locks)

열쇠 없이(보통 비상용으로 열쇠가 같이 제공된다) 4~6자리의 코드를 설정해서 누르고 출입하는 방식이다. 설치가 쉽고 사용이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계정 해킹의 염려가 없기 때문에 스마트 락보다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단점은 주기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누른 버튼이 마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키패드 형과 터치패드 형이 있다.

Kwikset 907 Powerbolt 2.0 Electronic Deadbolt

원터치 잠금 전동식으로 개인화된 코드를 사용하여 열쇠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표준 도어에 다 맞고 설치, 프로그래밍 및 사용이 간편하다. 4개의 AA 배터리로 작동하며 백업 키로 SmartKey Security를 제공한다. 키패드는 외부 설치용으로 방수 기능이 있다.

Schlage BE365 Keypad Deadbolt

프리미엄 금속 재질로 견고함을 자랑한다. 최대 19개의 코드를 설정할 수 있고, 누르면 어두운 곳에서 코드를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실리콘 코팅 숫자가 켜진다. 배터리 부족 표시로 잠금을 방지한다. Weather Proof 기능이 된다는 사용자들의 평이다.

Signstek Keyless Entry Door Lock

터치스크린 키 패드로 버튼이 닳는 문제를 방지한다. 파란색 백 라이트로 어두운 곳에서도 편리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고, 엿보기 방지 암호(Anti-peep Password; 암호 앞이나 뒤에 임의의 숫자를 넣는 방식) 설정으로 안전성을 강화했다. 키패드 아래 핸들을 당기면 비상용 열쇠 구멍이 숨겨져 있다.

스마트 락(Smart Locks)

기존의 전자식 락에 스마트 앱, 지문, 음성 인식 등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추가한 장치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장치를 사용하여 어디서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각자의 스마트 장치를 통해 개인에게 액세스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다. 스마트 락은 모든 종류의 암호화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다른 사람이 접근하기가 더 어렵다. 단 비용은 전자식에 비해 상당히 높다.

Q. 스마트 락은 해킹의 가능성이 있다?

다른 와이파이 연결 장치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락도 해킹될 수 있다. 그러나 검증된 제품은 통신이 철저히 암호화되어 있어 해킹이 상당히 어렵다. 스마트 락을 케어하는 ​​앱에 강력한 암호를 설정하고 이중 인증과 같은 보안 기능을 사용하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August Wi-Fi Smart Lock

모든 문에 설치가 용이하고, 내장 와이파이를 통해 Wi-Fi를 통해 Amazon Alexa, Google Assistant, Apple HomeKit, Samsung SmartThings 등 선호하는 음성 기기와 함께 작동시킬 수 있다. 추가 보안을 위한 얼굴 또는 지문 ID도 등록 가능하다.

Level Lock

가장 작은 스마트 락 중 하나로 휴대폰이나 음성, 또는 키를 이용해서 출입할 수 있다. 블루투스를 사용하여 휴대전화와 페어링하며 HomeKit를 통해 어디서나 제어할 수 있다. 혁신적이고 컴팩트한 무선 설계가 특징으로, 미국 표준 데드볼트 방식이므로 쉽게 설치할 수 있다.

SMONET Fingerprint Electronic Deadbolt Door Lock

문을 여는 데 APP, 키패드, 지문, IC Fob 및 기계식 키까지 다섯 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Smonet wifi 게이트웨이와 페어링하여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 도어록을 원격으로 제어, 실시간 액세스 로그를 확인할 수 있다. 보안상 이유로 비밀번호를 5번 이상 잘못 입력하면 문이 5분 동안 자동으로 잠긴다.

ULTRALOQ U-Bolt Pro

360° 지문 ID, 키패드, 스마트폰, 오토 언락, 기계식 키 등 6가지 방식으로 출입을 가능케 해주는 스마트 락이다. 외출 시 자동으로 잠기고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문에 도착하면 잠금 해제된다. 360° 라이브 지문 ID는 터치 한 번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고 최대 100개의 지문을 저장할 수 있다.

Yale Assure Lock SL Key Free Touchscreen Deadbolt

작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열쇠 구멍이 없는 대신 깔끔한 디자인의 터치스크린 키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Apple Watch의 Yale Access 앱을 사용한 잠금 해제도 가능하다. 자동 잠금 및 도어센스를 사용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보호 모드에 들어간다.

3. 당장은 바꾸기 어렵다면? 가게 문 관리 Tip

과거 경보 장치나 고가의 잠금 장치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사치’라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보안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 물론 익숙했던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가게 문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을까?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을 많이 담당해왔다는 20년 경력의 열쇠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보았다.

1) 복제 불가한 특수 열쇠를 사용하라.

왼쪽 두 개는 흔한 일반 열쇠, 오른쪽 두 개는 복제가 불가능한 특수 열쇠

일반 열쇠는 Home Depot나 Lowe’s 같은 하드웨어 스토어에만 가도 누구나 쉽게 카피할 수 있다. 열쇠 복사기를 거치면 불과 몇 초 만에 똑같은 열쇠가 뚝딱 만들어진다. 그러나 특수 열쇠는 각각의 고유번호가 발급되기 때문에 락스미스라 해도 카피를 할 수 없다. 피킹(열쇠가 아닌 피크 등의 도구를 사용해서 도어락을 여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론 비용면에서는 열쇠 가격(일반 열쇠 $3, 특수 열쇠 $25~)도, 실린더 설치 · 교체 비용(일반 열쇠 $80~$150, 특수 열쇠 $300 이상)도 몇 배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누구나- 그만두고 나간 직원까지도- 복제 가능한 열쇠를 쓰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그만한 투자는 해야 되지 않겠는가.

 주의 ▶ 열쇠를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지 말 것

사진만 있어도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십 미터 밖에서 찍은 열쇠 사진도 3D프린터로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2) 문 틈새를 막아주는 Latch Protector

래치 프로텍터(또는 래치 가드)는 문의 가장 약한 부분 즉 프레임과 문 사이의 공간을 보호하는 금속판으로, 침입자의 강제 진입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도둑이나 강도는 흔히 문 사이에 쇠막대를 집어 넣어 틈을 벌린 후 여는데, 래치 가드를 설치하면 문 사이의 빈틈이 보이지 않아 침입이 어렵다.

3) 위험한 지역이면 마그네틱 도어락

견고한 마그네틱 장치로 전원을 조정하여 원격(리모컨)으로 작동한다. 평상시 문을 잠가놓고 손님을 확인한 후 열어주는 방식으로 흔히 귀금속 가게 등에서 사용한다. 뷰티서플라이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다소 위험한 지역일 경우에는 설치하는 곳들이 있다.

*반대로 설치해서 도둑이 들어왔을 때 안에서 문을 잠그는 기능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에 따라  서는 ‘감금’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로 간주되는 곳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캘리포니아는 ‘가게 주인의 특권(Shopkeeper’s Privilege)’ 원칙에 따라 허용됨)

4) 보안과 안전을 지키는 도어 클로저

도어 클로저는 문의 개폐를 부드럽고 안전하게 하는 장치로 열린 문이 자동적으로 천천히 닫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 부상을 방지할 뿐 아니라 건물의 화재 경보 시스템과도 연결되어 화재 발생 시 공간을 차단함으로써 불이 크게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5) 겨울철 열쇠/자물쇠 관리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이면 자물쇠도 얼 수가 있다. 힘을 주고 강제로 돌리려다 열쇠가 부러지는 사태까지 생긴다. 이럴 때는 다용도 윤활제를 자물쇠 구멍 안쪽으로 뿌려주고 열쇠를 넣은 상태에서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어주면 쉽게 해결된다.

WD-40 다용도 윤활제

6) 주기적으로 열쇠를 바꿀 것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서 열쇠를 교체하는 경우는 도둑이 들었을 때나 열쇠를 관리하던 직원이 바뀌었을 때이다. 이 밖에도 통상 2~3년에 한 번씩은 열쇠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문은 시간이 지나고 많이 여닫을수록 조금씩 휘고, 열쇠나 실린더도 닳거나 뻑뻑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게 문을 여닫을 때마다 열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한참을 잡고 있다면 침입자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과감하게 바꾸도록 하자.

*도움말: 창고 열쇠(조지아/ 404-667-2313)

 

 

COVER STORY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2년 1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