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슈퍼 써니뷰티 홍종원 대표 인터뷰

조지아 슈퍼 써니뷰티 홍종원 대표 인터뷰

“단 한 번도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고1 때 미국에 이민 온 후 그 다음 해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소매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해 현재는 9개의 매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슈퍼 써니뷰티 홍종원 대표는 인터뷰 내내 힘주어 얘기했다. 이 일이 그저 재밌었고, 앞으로도 재밌을 것 같다는 그는그 흥미로운 일을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물려주려 준비하고 있다. 이민 1세대인 홍 대표의 아버지, 홍재호 회장이 일궈놓은 터전은 그렇게 대를 잇고 또 이어 가족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떤 매력이 20년간 홍종원 대표를 사로잡았을까. 그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홍종원 대표

Q. 뷰티업계에 입문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일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A.아버지가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는 97년, 제가 고등학생 때였어요. 고1 때 미국에 왔고, 그 다음해에 아버지가 처음 창업을 하셨죠. 그때는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학교가 끝나면 곧장 소매점으로 향했어요. 그렇게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죠.많은 일들을 했어요, 재고 관리도 하고 손님들에게 제품 소개도 했죠. 생소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당시 저희 가게 규모가1200 스퀘어피트 정도였는데 그 작은 가게를 누비며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Q. 아버님은 경영자로서/아버지로서 어떤 분이셨습니까?

A.항상 존경하는 분이에요. 비즈니스 롤모델이죠. 항상 반듯하시고 늘 열정적이세요. 적당히가 없죠. 오픈하고 5년 가까이 1년365일을 하루도 안 쉬고 소매점 문을 열어 두셨었어요. 지금도 저희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하루 빼고 다 열어요. 그래서 저도 “장사꾼의 가게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물론 직원들은 좀 싫겠지만 그게 가게 철학이에요. 아버지는 늘 성실하신 분이셨죠. 아이디어도 많으시고 일을 시작하시면 일단 몰두하셨어요. 어려운 일도 답이 나올 때까지 붙잡고 계셨어요.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에요. 저희 가게 아홉 곳은 모두 애틀랜타를 기점으로 보면 좀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요. 애틀랜타에서 들어오는 첫번째 관문에, 공항 끝에 그렇게 동서쪽 끝에 있죠.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요. 그런 지리적 이점이 있기도하지만, 전략적이었다기 보다는 아버지가 다른 소매점들에 피해를 주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 좀 더 외곽 지역으로 뻗어나간 경향이 있죠. 아버지는 “혼자만 잘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 분이세요.

아버지로서의 홍재호 회장은 어떤 사람인지는 묻지 않아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막 시작했을 무렵, 그 자리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였다. 얼마 전 첫돌을 지난 외손녀를 위해 직접 쓴 시를 보여주며 “지금은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마음을 쓸 수있지만, 아들 아이들 클 때는 한참 힘들고 먹고살기 바빠 많이 챙기지 못했어요. 미안한 마음이 늘 앞서서 지금이라도 잘 챙기는할아버지가 되려고 쉬는 날 만나서 같이 쇼핑도 하고 그래요”라며 아들의 얼굴을 살피는 홍 회장의 모습에서 힘든 시기 잘 챙기지 못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엿보였다. 그 말들에 연신 고개를 젓는 아들의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

홍종원 대표(왼쪽)의 가족 사진

Q. 뷰티업계에서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거나 반대로 회의감이 들었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A.암 환자 여자분이 가게를 찾은 적이 있었어요. 눈썹도, 머리도 다 빠져 생기가 없던 그분이 가게에서 어울리는 가발과 눈썹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얼마전 마더스 데이에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나누어주는이벤트를 했어요. 작은 선물인데 정말 기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그런 이벤트를 준비해요. 도매상들과 아이디어를 논의하기도 하고요. 저희 가게를 찾는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Q. 뷰티업계에 종사하는 차세대로서, 아버지 세대에서 본받아야 할 점과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A.1세대 분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일하셨어요. 그 당시에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죠. 치열하게, 성실하게 그렇게뷰티 업계를 일궈 한인들의 민족 비즈니스로 성장시키셨어요. 그분들이 이뤄놓으신 것들에 대해 늘 감사해요. 1세대 분들이비즈니스 터전을 잘 가꾸어 놓으셨기 때문에 2세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운영을 해나갈 수 있죠. 다른 점이 있다면 1세대보다영어 소통이 조금 더 원활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트렌드를 잘 쫓아 간다는 것이겠죠. SNS 같은 온라인 활용도도 더 높고요. 아무래도 뷰티 업계가 트렌드 비즈니스다 보니 2세들이 조금은 더 빠르게 이를 캐치하고 매장 운영에 적용할 수 있는 것같아요.

Q. 직원/매장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A.9개 지점, 60명의 직원을 관리하다 보니 전화가 하루에 50-60통씩 걸려와요. 매장 매니저나 직원들이 연락하기도 하고 여러 거래처에서도 찾는 일이 많죠. 그래서 지점별로 단톡방을 운영하기도 하고 외국 직원들하고는 메시지로 자주 소통해요. 각가게 매니저들이 필요한 아이템이나 애로 사항 등을 얘기하면 가능한 효율적으로 해결해 주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트렌드에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요. 격일제로 매장을 방문해 현장에서도 많은 소통을 하는 편이에요. 9개 지점 말고 미용실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은 원장을 고용하고 부스 렌트를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요즘처럼 인력 구하기 어려운 때에 직원들에게 갑질? 절대 없어요. 가끔 어떤 직원이 “사장님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내주세요” 하면 가슴이 철렁해요(웃음). 외국 직원들한테도 “난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그래요. 막힌 부분을 뚫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저는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해요. 말 잘하고 활동적인 친구는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나서기어려워하는 친구들은 재고 정리가 맞는 거죠. 못하는 친구를 억지로 다그치고 가르치려 하지 않아요. 또 가게가 다 멀리 있다보니 출퇴근 차량 미니밴을 여러 대 운용하고 있어요. 다소 먼 출근길이 부담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들이죠.

 

Q. 도매상 세일즈맨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십니까?

A.쇼에 자주 나가서 신제품도 꼼꼼히 살피는 편이고 세일즈맨 분들과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그분들이 현장에서 발품을 팔며 얻은 정보들이 값지니까요. 갑을 관계?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어요. 둘다 갑갑이거나 을을이되겠죠. 그분들이 좋은 제품을 주지 않으면 우리도 물건 못 팔아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죠. 어떤소매점들은 중국 온라인 마켓 등에서 좀더 저렴하게 물건을 직접 주문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그분들의 선택이지만저는 도매상과 소매상 간에 좋은 물건을 서로 믿고 추천하고 구매하는 구조가 맞다고 생각해요.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겠어요. 그분들의 연구 비용, 제품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만들어 내는 비용 그런 것들을 생각해야죠.

 

Q. 뷰티서플라이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A.뷰티 산업은 무궁무진하니까 앞으로도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시장도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주 고객층인 흑인층의 영 제너레이션 티켓 프라이스가 예전에 10불이었다면 지금은 40-50불까지 상승했으니까요. 앞으로도 잘 될 거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한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비즈니스, 민족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잘만 하면, 열심히만 하면 얼마든지 앞으로더 비전이 있어요. 저는 부모님이 시작해서 함께 하게 됐지만 늘 부모님이 이 비즈니스를 선택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식당이나 그로서리에 비해서 제게 너무나 잘 맞아요. 소매점을 준비 없이 무작정 여는 것에는 반대예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실 뷰티서플라이와 리쿼스토어는 이득을 봤어요. 그래서 그것만 보고 뛰어드는 분들도 많았어요. 일단 열고보는 거죠. 그런데 바뀌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돼요. 저는 앞으로의 가게는 대형화만이살길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가게는 결국 쳐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20년후, 30년 후 인생 계획이 궁금합니다.

A.저는 아마 계속 이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평생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전국으로 가게를 늘려나가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우리 아이들도 이 비즈니스를 하면 좋겠어요. 우리 딸이 어느 날 꿈이 월마트 사장이라고 그래요. 없는 게 없는 그 곳이 멋져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빠 가게에도 없는 물건 없어”라고 했더니 웃더라고요. 자주 아이들을 가게에 데려와서 눈썹이나 매니큐어 같은 작은 물건들을 진열하는 일을 해보게 하고 그래요. 계속 비즈니스를 키워서 애들에게 물려주고 저 역시도나이 들어서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Q. 다른 2세 경영인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으십니까?

A.좀 더 같이 뭉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1.5세대, 2세대 등 차세대들이 모여서 정보공유도 많이 하고 친목도 다지고요. 어려운 일들을 함께 대응해 나가고 단합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한국 사람들은 책임감이 있고 꼼꼼해요.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려 협동한다면 1세대 분들이 그러셨듯 우리 뷰티 업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2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