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미국 경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미국 경제

제롬 파월, “우한 코로나는 미국 경제에 분명히 영향이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2월 10일 개최된 하원 재무위원회에서 개최한 ‘통화정책 및 경제 상태 점검 회의’에 참석하여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는 미국 경제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지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증언하였다. 덧붙여서 제롬 파월 의장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분야는 여행 관련 업종이 될 것이며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였다.
그의 증언 내용과 관련하여 의문이 생기는 사항은 그렇다면 이번 집단 질병 감염 사태가 어느 정도 미국과 국제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여러 경제 연구소와 경제 전문 언론 기관의 분석 등을 종합하여 어느 수준으로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보겠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미중 무역협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과거의 SARS 사태와의 차이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질병 감염 사태는 이번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2003년 SARS 바이러스가 창궐하였던 사례가 있다.  그 당시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현재의 17%보다 훨씬 낮은 4% 수준이었고 또 중국 경제가 한창 고도성장을 하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한 분기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수준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쉽게 경제 위기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일단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의 수준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단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 이어지고 있던 세계 석유가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세계 에너지 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월 15일 발간된 보고서를 통하여 10년 만에 처음으로 2020년 1분기에는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면서 석유 가격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상승세가 낮아지거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런 석유 소비량 감소는 대부분 중국의 석유 수입 감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사례는 한국의 현대 자동차가 중국에서 수입되던 부품 수급 곤란을 이유로 일부 모델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을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만큼 중국은 이제 전 세계 제조업 생산품의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의 중국 경제 의존도는 얼마일까?
다음 그래프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들이 얼마나 중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이다.

위의 그래프는 각 국가의 GVA(Gross Value Added)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난 것이다. GVA는 국가의 경제 산출 총량을 나타내는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뺀 것으로 기업 경제의 산출 총량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보면 베트남은 중국에서 매우 많은 제조업 산출품을 수입하고 있어서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은 기업 경제에서 중국 의존도가 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대중국 수출이 수입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나 전체 기업 경제에서 중국은 1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이외의 국가 중에서는 칠레가 전체 기업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10% 수준의 GVA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칠레가 동, 펄프, 질산칼륨 등 많은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 감소 전망은?
미국의 경제 전문지 불룸버그(Bloomberg)는 이번 집단 발병이 없었을 경우 6.5% 수준으로 예상되던 2020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이번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2 – 2.5%가 낮아져 4 – 4.5% 수준으로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세계은행(World Bank)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5 – 2%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경제 성장률이 2% 정도 낮아진 것은 중국 경제가 매우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는 의미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 감소 수준은?
그러면 이제 미국 경제가 이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발병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지 살펴보자. 앞에서 언급한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로 인하여 미국 경제가 받을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집단 발병으로 미국의 2020년 1/4분기 GDP 성장률 감소분은 0.2%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은행 등 여러 경제 기관이 2020년 1/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1.5 – 1.8%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중국에서의 대규모 집단 감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1.5% 수준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중 무역 협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러 중국 전문가들은 2019년 12월 협상이 타결되고 지난 1월 15일 정식으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1단계 미중 무역 협정 합의안에 서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안에 서명한 직후 2020년 2분기에 2단계 협정에 착수할 것을 언명하였다. 그런데, 현재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저지를 위하여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무역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단계 협상은 우한 바이러스 집단 발병 사태 진전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1단계 무역 협정조차 2020년 말 즘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중국의 내부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서 중국이 무역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집단 발병으로 인하여 이런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대량의 통화공급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경제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다. 이런 통화 팽창은 중국의 화폐인 위안화의 화폐가치 하락을 가져오기 쉬운데 중국은 대량의 달러화 보유를 통하여 화폐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대량의 달러화 공급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미수출이 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기존 입장을 대폭 양보를 하면서 미중 무역 협정을 합의한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발병으로 인하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 달러화 공급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중국의 정치 지형이 변화할 경우 중국이 일방적으로 미중 무역 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이 이번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발병으로 인하여 매우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경영 BY James Om
BNB 매거진 2020년 3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