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원 따기가 별 따기”, 뷰티서플라이의 구인난

요즘 “직원 따기가 별 따기”, 뷰티서플라이의 구인난

50대 후반 한국인 A사장은 미국 동남부에서 중대형 뷰티서플라이를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에 평년 대비 20-30%가량 매출이 올랐다고 한다. 장사가 잘되니 절로 탄성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그의 목에선 ‘아이고~’란 고통스러운 신음이 절로 베어 나온다. 매대에서 빠르게 빠지는 물건들을 채워 넣기 위해 하루 종일 자신이 직접 박스를 뜯고, 물건을 나르고, 진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발바닥 통증까지 생겨 그를 괴롭힌다. 평상시에는 매장 운영을 매니저에게 맡기고 자신은 웬만해서는 가게에 나가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비단, 이 매장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요새 대부분의 뷰티서플라이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어졌다”고 한다.

 

구인난, 미국의 골치거리

구인난은 비단 우리 뷰티서플라이 업종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전체가 지금 역대 최악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채용 공고를 내고도 못 뽑은 인원이 321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기준, 미국 내 채용 공고를 통한 구인 건수가 약 929만 건으로 집계됐다. 전달의 812만 건 대비 117만 건이나 급증했다. 2000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 구인 건수다.

하지만 채용된 인력은 608만 명에 그쳤다. 기업들이 일할 사람 321만 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구인공고와 채용 인력 간의 격차는 2월 174만 명에서 두 달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미 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기업의 90%가 “인력 부족으로 기업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답했다.

 

25개 주 코로나 실업수당 지급 조기 중단, 대신 1회성 복지 보너스 지급 잇따라

최근의 구인난은 COVID-19 구조 법안에 따라 오늘 9월 6일까지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연방 정부의 주당 $300의 추가 실업 수당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진단이 많다. 일해서 버는 것보다 실업 수당으로 받는 금액이 더 큰 상황에서 누가 취업을 하려고 하겠냐는 이야기다. 특히 공화당 측의 입장이 그렇다.
때문에 공화당이 주지사인 주에서는 실업수당의 조기 중단 조치를 속속 취하고 있다.  50개 중 이미 25개 주에서 추가 실업 수당 지급을 조기 중단했거나 중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신 몇몇 주에서는 1회성 복직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애리조나는 2000달러, 몬태나와 오클라호마 1200달러, 뉴햄프셔는 1000달러, 노스캐롤라이나는 800~1500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민주당이 주지사인 코네티컷도 복직 보너스로 1000달러를 지급키로 했고, 콜로라도(1200~1600달러)와 뉴욕주(1200달러)에서도 지급안이 추진되고 있다.

 

팬데믹 추가 실업 수당 조기 종료한 주

 

미국 고용지표, ‘서서히’ 개선 중

이러한 추가 실업 수당에 대한 조기 종료 발표의 영향 때문인지, 미국에서 5월에 55만 9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 완만한 고용개선을 기록했다. 이는 4월의 고용증가 27만 8000개보다는 2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5.8%로, 4월 6.1%보다 개선되었다. 그러나 경제분석가들의 예상치에는 못 미치는 것이어서, 고용시장의 가파른 회복은 아니고 ‘완만한 개선’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소매 기업들 종업원 급여 인상 러시

소비 심리와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구인난에 시달리던 미국의 소매업종 기업들은 앞다투어 인력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래의 사례처럼 임금을 올리거나, 채용 인터뷰에 응하기만 하면 돈을 지불하는 식이다.

  • Costco: 최저 시급 $15→$16로 인상
  • Target: 최저 시급 $13→$15로 인상, $250~$1,500보너스 지급
  • Best Buy: 최저 시급 $15로 인상
  • 월마트: 직원 74만 명 삼성 갤럭시폰 무료 지급, 최저 시급 $15로 검토 중
  • Amazon: 최저시급 $15(2018년), 채용 지원자 전원 $1,000 지급(백신 접종자는 $100 추가지급)
  • 맥도널드: 평균 $15로 시급 인상(매장 평직원 $11~$15, 매니저급 $15 ~ $20), 일부 매장 인터뷰 시 $50 지급
  • Chipotle: 평균 시급 $15로 인상, 신규직원 소개비 $200 지급, 3.5년 근무 시 매니저 승진 연봉 $100,000
  • Marriot Vacations: 채용지원자 전원 $1,000 지급

이러한 대기업들의 구인 경쟁 격화는 결국 뷰티서플라이와 같은 소규모 사업체의 구인난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BNB 뷰티서플라이 구인난 조사

조사 업소 대다수, 현재 최악의 구인난에 시달려

BNB는 지난 5월 전국의 40개 뷰티서플라이 업소를 대상으로 구인난의 정도를 전화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에 관계없이 대다수 중대형 업소에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40개 업소 중 32개 업소에서 “현재 최악의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전역의 구인난 현상이 뷰티서플라이 업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응한 대다수 소형 가게들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서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이 총출동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임시방편으로 하루하루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기고 있는 실정을 전했다.
또 가게 문을 저녁 7시면 닫는 등 단축 영업을 하는 곳도 많았다. 단축 영업을 하는 업소들은 공식적으로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 때문에 임시로 단축 영업을 한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핑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구인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빨리 가게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뷰티서플라이의 인력난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헤어 회사 세일즈맨에 의하면 “미국 남부 한 대형 뷰티서플라이에 물건을 주문받아 납품한 후 몇 주 지나 다시 방문했는데, 배달된 박스를 창고에 쌓아 놓고 뜯지도 못하고 있더라”며 일손 부족의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다.

아래 <표1>에서는 이번 조사에서 최저 시급을 밝힌 업소들의 구인난 정도를 정리했다.

 

구인난을 피해가고 있는 업소들의 특징

이런 심각한 구인난에도 불구하고 구인난을 피해가고 있는 업소는 있다. 이번에 조사 대상 업체 40개 중에서 현재 구인난을 전혀 겪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업소 6개가 있었다. 그곳은 어떤 근로환경을 가지고 있기에 최악의 구인난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일까? 추가 인터뷰를 통해 그 업소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근로 및 복지 환경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뽑아 보았다.

  • 주5일 근무제
    8개 업소 모두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제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쉬는 것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즉 ‘워라밸’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 요소로 여겨지는 듯하다.
  • 직원 인종 구성의 다양화
    근무하는 직원이 한국인과 흑인 위주에서 벗어나 필리핀, 베트남, 네팔, 히스패닉 등 인종 구성이 다양한 특징을 보였다. 한인 업주들은 동남아나 히스패닉 직원들이 한국인과 비슷한 문화적 정서를 가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 Money Talks
    근무시간은 짧아 적어진 급여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시급으로 보충해주고 있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파트타임 기준으로 최저 시급을 평균적으로 $12 이상 보장해주고 있었다.
  • 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직장문화
    점심을 제공하고 개인사를 챙기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의 직장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 휴식 시간 보장
    점심시간과 업무 중 휴식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업소는 “점심시간 30분, 업무 중간중간 10분 휴식 등 하루 총 1시간의 휴식 시간을 주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다.

현재 뷰티서플라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취업하고 싶고, 취업 후 만족감과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인력관리의 어떤 점이 개선되길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 답변을 간추려보았다.

  • 명확한 급여 인상 로드맵
    직원이 다른 업소로 이직을 고민하거나 시급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 전까지는 시급을 올려주지 않는 사장님들이 많은데요. 채용할 때 근무 연차별 시급 인상에 대한 내용을 미리 제시해 주면 좋겠어요.”
  • 승진 등에 대한 비전 제시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제쯤 승진 또는 매니저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 인력관리 체계화에 대한 공론화 작업
    “한 업소에서만 급여나 보너스를 올려 주기에는 부담스러울 테니까, 협회나 사장님들 모임에서 인력관리 체계화에 대해 공론화하고 공동으로 좋은 방안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 휴가 규정 명확하게
    “유급 휴가가 아예 없는 곳이 많은데요. 근속 기간에 따라 점차적으로 유급휴가 날짜를 늘려나가는 규정을 마련하면 오래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휴식 시간 보장
    “점심시간 휴식과 중간중간 브레이크 타임을 허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인간적인 대우
    “사장님이 가끔 건네주시는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커피 한잔, 간식 같을 것을 챙겨 주시는 것들이 사소해 보이지만 큰 힘이 됩니다.”

 

 

특집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1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