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가 잘나가요?”

“요즘 뭐가 잘나가요?”

 

2만 스퀘어 피트 사이즈의 두 매장이 있다. B매장은 팬데믹 특수에도 불구하고 매상의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S매장은 매상이 크게 올랐다. 무엇이 차이인가? B매장은 헤어, 가발, 헤어케어 등 정통뷰티만 고집한다. S매장은 옷, 가방, 속옷, 모자, 안경, 양말, 드레스 등 가게 내부를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의 백화점처럼 만들어 놓았다. 특별히 의류제품 진열이 두드러졌다.

팬데믹 이후 쇼핑 판도가 바뀌었다.

40년 이상 뷰티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사장님도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일반잡화 매출이 껑충 뛰어올랐다” 라고 한다.
30년 이상 매장을 운영해 온 매니저는 말한다. “요즘 일반잡화 매상이 대폭 올라갔다. 약 20% 이상 상승했다” 라고 한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제품, 가장 핫한 제품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현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매니저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딱 부러지게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어떤 특정 아이템을 딱히 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델타변이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것이 움츠러들어있고, 물건 공급도 원활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한 제품이 특출 나게 대박 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신 제품군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할 말이 있다.

얼마 전 40년 이상 뷰티업에 종사한 분을 만나서 차 한잔 하면서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해보았다. 그 업주는 매장에 매니저를 두고 비즈니스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카테고리 별로 매상 통계를 보면 팬데믹 전에는 휴먼헤어 제품이 많이 팔렸는데 요즈음에 일반 잡화 제품이 두드러지게 많이 팔린다고 이야기를 한다. 본인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통계는 비단 매장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매장 업주들이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헤어제품이 안 팔려서 잡화 제품이 잘 팔리는 것처럼 보이는 일시적인 착시 현상일까? 그렇지 않다. 일시적인 매출불균형 현상이라고 한다면 전체적인 매상의 증가 없이 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져야 하고 잡화만 팔린 것처럼 보여야 하나, 전체적인 매상이 오르면서 잡화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익한 긍정효과(beneficial positive effect)는 작은 매장보다는 대형매장에서 더욱 더 두드러지게 보여진다. 즉, 넓은 공간 활용이 더 유리한 덕분에 더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매장의 사이즈가 대형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대형매장에서는 공간이 충분하고 넓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제품들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한 곳에서 저렴하게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다면 가능한 한 한곳으로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잡화군에서 특별히 두드러지게 성과가 좋은 제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옷이나 의류 제품들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추어 일반 대형 뷰티 서플라이 매장에서는 정통 뷰티 분야가 아닌 패션 의류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의류유통 전문가를 뷰티 안에 하나의 파트를 새로 만들어서 “의류매니저”로 따로 고용하는 등의 조짐이 보인다. 이렇게 시장분석이 빠르고 트렌드 파악에 민감한 업주들이나 매니저들은 이렇게 의류전문 매니저를 고용해서 남들보다 먼저 움직인다.  의류파트 매상이 좋은 대형뷰티매장에서는 의류 매니저의 줏가가 다른 파트 매니저보다 더 가치를 인정받고 대접받는 시기가 오고 있는 셈이다.

요즘 백화점 내에 옷가게에서도 의류전문 매니저를 구하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데 이제는 뷰티 서플라이에서도 의류 매니저를 모시려고 하니 그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면 된다. 대형매장에서 스토어 매니저, 헤어매니저, 가발매니저, 코스메틱 매니저, 쥬얼리 매니저에 이어 “의류매니저” 라는 전문 파트가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어쩌면 정통뷰티업계의 본질이 변해가는 시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

얼마 전 2만 스퀘어 피트 매장에 비공식 취재차 방문해 보았다. 매장에 진열된 물건 중 반 이상이 각종 의류 제품이었다. Macy’s 백화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매장을 시작할 때 의류제품을 조금 진열해 놓고 팔았더니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옷가게를 10년 이상 운영했던 “특별한 경력”이 있는 가발 매니저를 고용해서 정식으로 의류제품을 늘리고 넓혀서 취급해 보았다고 한다. 옷가게를 운영했던 사람이니 유통구조를 다 알고 있고 구매경로까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한다. 특히 그 매니저는 미국 주류 백화점 내에 의류신상품 디스플레이 매니저 일을 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전신 마네킹을 구매하고 설치부터 의류 디스플레이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직원이었다. 특별히 흑인 손님들의 취향을 다 알고 좋은 제품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았더니 스타일과 디자인 별로 조금씩만 진열해 놔도 금방 다 팔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Hoodie Top and Bottom 2pc를 어스트 컬러(assorted color)로 진열해서 $19.99 에 팔았더니 금새 다 팔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류의 종류와 공간을 점점 넓혀갔더니 매출로 연결되어서 매상이 부쩍 올랐다는 것이다.

정통뷰티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은 다른 뷰티 서플라이 스토어에 가봐도 똑같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뷰티서플라이 업계에 “과밀 및 포화” 라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다. 즉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이고 매출증대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옷 종류는 유통구조가 다르고 구매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에 제품의 다양성과 희소성을 주무기로 해서 경쟁력이 있고 매장만의 특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이런 정황들을 봤을 때 “그렇구나 옷이나 의류 같은 잡화제품이 잘 나가는 구나” 라고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다. 상황을 분석했으면 그  트렌드를 따라서 적절하게 움직여주는 유연한 비즈니스 운영방식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이제는 정통뷰티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원스톱 쇼핑센터(one stop shopping center)로서의 역할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통뷰티로서의 자존심과 본질은 지켜나가되 손님들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서 ‘변질’이 아닌 ‘변화’로서 새로운 뷰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Industry News BY Jaylord Ryu
BNB 매거진 2021년 9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