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과 저는 모두 흑인을 아름답게 만드는…

“여러분과 저는 모두 흑인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흑인에게 한복을 입힌 그래피티로 유명해진 심찬양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을 그린 그래피티로 동서양 문화를 잇는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인 힙합 미술 아티스트가 있다. 우리처럼 흑인 뷰티로 먹고사는(?) 그래피티 작가 심찬양(31)이 그다. 홀연 단신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와서 그린 그의 흑인 모델 그래피티 작품에 극찬이 이어지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가 갑자기 그에게 쏟아졌다. 생계유지도 힘들었던 그가 지금은 밀려드는 작품의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BNB에서 어렵게 바쁜 그를 섭외해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BNB)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그래피티를 시작했나?

(심찬양) 고3 때부터 그래피티를 시작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흑인의 힙합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피티는 힙합 음악, 비보이, 디제잉과 함께 힙합 문화의 4대 요소 중 하나거든요. 흑인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제가 자랄 때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목사님이셨는데 아프리카 선교에 항상 관심을 가지셨어요. 집 거실에 빵 모양 저금통이 있었는데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한 성금을 기부하기 위한 거였어요.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아프리카 사람들이 남 같지 않고 형제 같은 느낌이 든 것 같습니다. 처음 그래피티를 시작했던 그땐, 벽에 그래피티를 낙서처럼 남기고 도망치면서 그렸죠. 치기 어린 마음으로 경찰서 벽에 그리다가 경찰에 잡혀서 혼난 적도 있어요(웃음).

미술 전공으로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는 만화전공으로 입학했어요. 군 제대 후에는 진로를 바꿔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신학 공부를 하기로 하고 필리핀으로 갔습니다. 필리핀에서 2년을 보낸 후,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호주로 건너가서 본격적으로 전업 그래피티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호주에서 경제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그래피티를 하는 친구들과 교류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갔기 때문에 2년 후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 1년 뒤, 그래피티와 힙합 문화의 본고장 미국으로 무작정 건너갔습니다. 무비자 3개월 체류 신분이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밖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이지만 그때 너무나 운이 좋게도 갑자기 유명해졌어요. 

(BNB) 첫 미국방문 무비자 체류 3달 안에 어떻게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나?

(심찬양) 그 3달 동안 뉴욕, LA,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며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호주에서 2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미국에서 그래피티를 하는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어요. 호주 퍼스에서의 고생이 헛되지 않고 미국 활동을 하는데 단단한 디딤돌이 된 거죠. 뉴욕 브롱크스에서 그래피티 크루에 들어가 처음으로 돈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2달을 뉴욕에서의 시간을 빼곡히 보내고, LA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추천으로 LA의 ‘스트리트 아트 갤러리’ 건물 안 벽을 제공받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이 바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작품입니다. 그 작품이 호평을 받았고 그 후 곧바로 건물 외벽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이 잘 알려진 검은색 한복을 입은 흑인 소녀를 그린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품이죠. 그리고 귀국 직전 마지막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장 외벽에 그림을 남겼습니다. 흑인 소녀에게 색동 한복을 곱게 입히고 “너는 복이 될지라.”라는 문구를 새겼습니다. 이 그림이 칙칙한 공장 지대 분위기를 밝게 바꾸었다며 미국언론의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전후로 한국과 미국의 여러 언론에 갑자기 보도가 많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생각지도 못하게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BNB) 미국 흑인들도 정말 좋아한다던데…

(심찬양) 한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한류에 관심이 많은 흑인 커뮤니티의 관심도 많이 받게 되었어요. 원래 한류 문화에 열광하는 흑인 마니아다 보니까 흑인에게 한복을 입혀서 그림으로 그린 것을 보고 감격하고 열광을 하더라고요. 제 그림이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그려졌는데, 그 그림을 보고, 제 SNS에 감격해서 울었다는 흑인 친구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어요. 왜 이 그림을 보고 눈물까지 보이지 하며 의아해했어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도 많고 한국 사람들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았고 한인 업소 등에서 일하며 받은 설움이 많은 흑인들이었는데, 그림을 보면 화해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보고 감격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BNB) 처음부터 특별한 작품 의도를 가지고 흑인에게 한복을 입혀 그림을 그렸나?

(심찬양) 개인적으로 힙합 문화를 좋아하고 그래피티도 힙합 일부분이다 보니까, 그 주류인 흑인 문화를 동경하고 흑인 흉내를 내보고 싶었어요. 

사실 힙합 문화가 흑인에게서 시작된 거니까 그 흑인 주류에게 인정받고 싶은 거는 당연한 거죠.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흑인을 그려야 정답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흑인을 그리게 되었고, 내가 사랑하는 흑인 ‘친구’들에게, 우리의 한복을 입혀서 그리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 첫 의도로 그린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좋은 메시지로 해석해주니까, 아 그럼 내가 보다 큰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그 주제로 그림을 계속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장 외벽, ‘너는 복이 될지라’라는 문구와 색동 한복을 곱게입은 흑인소녀 

 

3월호에 계속…

The Story 그래피티 화가 심찬양 인터뷰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 1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