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KARA Hair의 공감 소통 달인, 김범원(Brian Kim) 차장 인터뷰

6년 차 베테랑 세일즈맨 KARA Hair의 김범원(50) 차장, 젠틀한 첫인상에다 태도와 말투도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 한눈에 ‘참 좋은 사람이구나’고 느껴진다. BNB와 인터뷰를 통해 세일즈 현장에서 그가 터득한 인간관계와 소통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1. 요새 현장에서 느끼는 뷰티업계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온라인으로 변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한정적인데 가게 숫자는 늘고 있습니다. 새롭게 뷰티업계에 진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기존 뷰티 서플라이 업체가 매장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업계 내 과당경쟁으로 여기저기서 점주분들이 다들 죽겠다고 하소연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세일즈를 시작했던 6년 전에도 불황이라고 똑같은 말을 듣고 다녔습니다. 사실 온라인으로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고, 오프라인의 경쟁도 치열하다지만, 흑인 인구도 또한 늘어나고 있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 위기는 바로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차별성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 자기만의 차별성을 가진 소매점이 돼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손님은 항상 something new, something special 한 것을 찾습니다. 손님의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몇몇 뷰티 서플라이 스토어에 방문할 때마다, 크게 변화된 건 없는데 매번 새로운 느낌을 받는 곳을 간혹 봅니다. 진열대 배치를 약간 바꾼다거나, 색상에 변화를 준 것뿐인데도 저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이라도 늘 새로워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가격경쟁으로 차별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적정마진을 취하면서 장사하려면 결국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어떻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손님에게 ‘미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야 합니다. 어떤 제품을 설명할 때 ‘before & after’의 모습을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그를 구입하려는 손님이 있다면, 이 제품을 착용하고 남자 친구를 만난다고 상상하게 만드는 겁니다. 메이크업, 액세서리, 옷까지 코디한 후 변화된 모습을 손님에게 스토리텔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주는 겁니다. 주말, 주중, 파티 등 상황에 맞춰서 미적인 환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더 금상첨화겠죠. 결국 아름다워지려 하는 것은 인간의, 특히 여성의 기본적 욕구입니다. 아름다워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고객의 마음을 더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실재 KARA의 제품을 가지고 고객이 왔다고 가정하고 스토리를 시뮬레이션해본다면?

우리 카라에 Remi Blue Yaki라는 제품이 있는데요. 퀄리티와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 KARA에서 약 2년 반 전에 출시된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입니다. 일례로, 위빙 헤어 제품을 구매할 의향을 가지고 30불을 손에 쥐고 온 손님이 왔다고 가정해 보시죠. 그럼 위빙 헤어 제품 2팩과 글루 등 부자재를 사야 머리를 제대로 꾸밀 수 있는데요. 대체로 위빙헤어 1팩에 15~20불 합니다. 그럼 예산을 초과하여 고품질의 레미 위빙 헤어는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고 실망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신테틱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고가 제품을 먼저 본 이상 저가의 질 낮은 제품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한 거죠. 그럴 때 가격과 퀄리티를 모두 잡은 저희 회사에서 나온 ‘Remi Blue Yaki’ 제품을 권해보십시오. 30불의 예산으로 충분히 헤어 2팩을 구입하고 나서도 오히려 돈이 남습니다. 그럼 나머지 돈으로 헤어 부자재까지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Remi Blue 제품과 부자재로 멋지게 꾸민 손님의 모습을 설명하시면 판매로 바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1. 그 밖에 다른 영업 노하우가 있나?

저는 많이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요새 힘들어하고 burn-out 된 업주들이 많으신데요. 힘들다고 많이들 하소연하십니다. 그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면 조금이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1. 많이 듣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하지 않나? 결국 물건을 넣는 게 최종 목표일 텐데…?

물론 결국 오더로 이어지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의 궁극의 목표죠. 하지만 저는 제품 판매는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잘 형성하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부담을 주지도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는 제가 만나는 분들에게 좋은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힘든 점에 공감하고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1.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렵습니다. 만나는 분 모두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가진 환경, 개성, 처지, 방식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함부로 조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사전에 준비를 해서 스토어 사장님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갔다 하더라도, 일부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섣부르게 일반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영업을 처음 시작한 애송이었을 때, 함부로 어드바이스 했다가, 오해를 부른 적이 있습니다. 30년을 뷰티업계에서 일하신 분인데 주제넘게 그 분께 조언을 하려고 했었지요. 물론 진심으로 그분을 위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분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 그래서 정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다시 한번 더 듣고 공감하려고 신경 씁니다. 더 나아가 그 스토어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부각해드리려 노력합니다. 그다음에 충분히 분위기가 무르익은 후에, ‘그런 장점이 많긴 하지만…이 부분만 약간 보완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저희 이 제품으로 살짝 보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라며 조심스럽게 제안을 합니다. 물론 이 단계까지 못 가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서로 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됐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럼 다음 기회라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1. 세일즈 생활 6년, 지치지는 않았나?

물론 한번 나가면 3주 연속 가족과 떨어져서 집 밖으로 떠돌아야 하므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해질 때도 있죠. 그래도 저는 술 담배를 끊어서 체력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업무상, 또 제가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다 보니 술을 꽤 마셨는데, 미국 올 때 다 끊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거의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또 집 정원을 가꾸는 것이 제 소중한 취미입니다. 정원을 가꾸고 그곳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깁니다. 마지막으로,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성취감을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작은 성취감이라도 느끼면 지치지 않거든요. 

 

  1. 미국에는 어떻게 왔고, 세일즈맨을 하게 된 계기는?

5년의 기러기 아빠 생활에 지쳐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10년 전 나이 40에 건너왔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뷰티 서플라이 가게에서 2년 일했고요. 그 경험을 발판삼아 헤어 세일즈에 세계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도 가족과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바삐 살다 보니 어느새 큰 아이가 이미 대학생이 돼서 독립해서 나갔고 작은 아이가 내년이면 대학을 가서 또 독립해서 떠납니다. 애들을 모두 떠날 시기가 다가오는데, 함께 있을 때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또 아내가 몸이 힘들 때도 곁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고요. 하지만 이 일을 통해 가정을 건사하고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1. 앞으로 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우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김범원은 참 괜찮은 사람이었어’라는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습니다. 또 세일즈 세계에서 소박하게나마 김범원이라는 이름 석 자는 남기고 싶습니다. 

 

  1.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무엇보다 더 건강하시고 어렵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럼 모두 잘 헤쳐나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롭게 도전하고 도약하는 2020년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he Story 세일즈맨의 비전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 1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