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뷰티 시장 글로벌 공급망 붕괴

악화일로, 뷰티 시장 글로벌 공급망 붕괴

업계 전문가, “공급 파동과 가격 상승, 올해 내내 지속될 것”

지금 뷰티서플라이에서는 장사는 잘되는데 물건을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글로벌 뷰티 시장의 공급망이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거의 붕괴 직전이기 때문이다. 무너진 공급망에다가 달러 가치 하락까지 겹치며 수입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이 상황은 비단 헤어 제품군에 머무르지 않고 거의 모든 뷰티 제품군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붕괴된 공급망이 언제쯤 다시 회복될지도 요원하기만 하다. 뷰티 업계 전문가는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제품 공급 부족 파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사라는 것이 항상 그렇지만, 공급 파동을 겪고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가게의 충분한 인벤토리 관리가 더더욱 중요해졌다.

 

물류대란 악화일로! 4배까지 오른 선적 컨테이너 비용

공급망 붕괴는 작년 중반 미국에서 코로나 봉쇄 조치가 해제된 시점에 나타난 글로벌 물류 대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뷰티 제품의 주 공급처인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물건을 선적할 컨테이너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선적 스케줄도 줄줄이 지연되는 사태가 터진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상황은 계속적으로 ‘악화일로’다. 지난 2월 BNB 취재에 의하면, 코로나 전 대비 해상 운송 비용이 2배가 상승했다고 도매상 사장님들이 볼멘소리를 했었다. 그런데 그 2배 오른 가격에서 또 2배가 올라 지금은 컨테이너 운송 가격이 4배 가량 뛰었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5,000 하던 40피트 컨테이너당 운송 가격이, 현재 최대 $20,000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항구에 도착한 컨테이너의 하역 작업도 1-2주씩 지체되고 있다. 또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육상 배송도 큰 차질을 빗고 있다. 트럭 기사들이 집을 떠나 장거리를 운전하는 것을 피하고, UPS, FedEx, Amazon 등 거주지 근처 단거리 배송 기사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악재들이 중첩된 국내외 물류 대란이 언제쯤 정상화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류대란뿐만 아니라 최근 달러 가치 하락도 수입 물가 상승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1년간 달러-위안화 환율이 10%가량 하락했다. 2021년 6월 7일 현재, 1달러 당 위안화 환율은 6.4위안으로 작년 동기 7.1위안 대비, 약 0.7 위안 내렸다. 저평가된 달러 가치는 점차적으로 제품 수입단가의 상승분에 반영되고 있다.

달러-위안화 환율 추이, 06/20 ~ 06/21; source: tradingview.com

 

인모 원자재 부족 사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월 24일 자 보도에서, 중국 헤어 공장에서 휴먼 헤어 제품 원재료인 머리카락을 인도와 미얀마로부터 거의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와 미얀마는 전 세계 인모 원재료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공급처다. 인도에서는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고,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로 인해 정정 불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모 원재료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국 공장에서 작년 1kg당 220위안(약 $37) 정도였던 인모 원재료 가격이 최근 4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차익을 노린 인모 밀수단이 활개를 치고 있을 정도로 인모 가격이 그야말로 금값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코로나 발발 이후, 북한의 가발 위탁 생산 전면 중단—가격은 뛰고 품질은 떨어져

가발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다. 가발은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에 따른 수출 금지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근로자는 손기술이 뛰어난 데다 인건비는 중국의 절반 정도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련도 높고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북한의 수제 가발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다. 때문에 코로나 이전까지 중국 대부분의 가발 업체들은 대부분 북한에 위탁 생산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방역 시스템이 낙후된 북한은 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완전 봉쇄하면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북한산 가발 수출이 전면 중단되었다. 작년 2월 이후 가발 관련 북.중 교역이 이뤄졌다는 공식 기록은 나타나지 않는다. SCMP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된 가발 재료는 약 1,400만 위안(약 $220만) 규모였는데, 2월에는 약 45만 위안(약 $7만)으로 뚝 떨어지더니, 그 이후 현재까지 가발 교역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 후 중국 헤어 공장에서는 북한 대신 자국 노동자를 고용해 가발 생산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썩 신통치 못하다고 한다. 중국 수제 가발 제조 인력의 인건비는 비싸지만 숙련도는 떨어진 탓에, 가격은 올라가고 품질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숙련된 수제 가발 제조 기술자를 육성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제품 카테고리별 업계 반응

헤어
수제 레이스 가발 제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한 소규모 헤어 업체 대표는 “최근 공급량이 1/10로 줄었다”고 말하며, “물건만 있으면 잘 팔리는데 물건 구하기가 힘들다”면서, “최소 올해 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물류비용 증가는 인모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브레이드 등 신테틱 제품의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면서, “최근 소비자의 브레이드 선호 추세에 따라 소매점에서는 공간이 허락되는 데로 브레이드 제품을 미리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케미컬
케미컬 헤어 케어 제품을 생산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사장은 “물류대란 등으로 그동안 케미컬 제품 가격이 10~15% 올랐는데, 9월쯤이면 추가로 10% 넘게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하며, “소매점에서는 물건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면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충분한 인벤토리를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잡화
잡화 회사 관계자도 “물건 공급이 잘 안 되어 난리 났다”고 전하며, “신상품 개발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고, 잡화 중 가장 기본적인 비드 제품, 특히 투명한 클리어 비드 제품 같은 것까지도 확보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엣지젤, 아이래쉬, 네일 제품 등을 포함해 잡화 전체적으로 5~10% 가격이 상승했다”고도 덧붙였다.

화장품
화장품 회사의 한 임원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의 공장에서 코로나로 인해 제품 생산량이 현격하게 줄었고, 운송 지체되고 비용도 급상승하고 있다”고 전하며, “화장품의 새로운 트렌드 시도는 현재로서는 언감생심”이라며, “8월 이후에나 신제품 출시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류
한 의류 제품 납품 업체 임원은 “운송된 물건이 항구에서 내리지 못하고 바다에 떠 있는 상태인데, 거래하는 공장과 관계 유지를 위해 품질 관리는커녕 울며 겨자 먹기로 또다시 추가 주문을 넣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뷰티 업계 전체적으로 물건이 운송과정에서 적체되고 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자본력이 충분치 못한 회사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최근 흑인 손님들은 “상하의 깔맞춤된 한 벌 옷을 선호하는 트렌드”라면서, “의류를 취급하는 뷰티서플라이에서는 그런 제품을 확보하면 매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Business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1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