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30년 내공: 뉴지구 상사 조재수 이사

세일즈 30년 내공: 뉴지구 상사 조재수 이사

헤어 시장이 호황기였던 90년대에 그는 세일즈맨이었고, 지난달 다르고 이번 달 다르다는 변화무쌍한 지금 이 시기에도 여전히 세일즈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과거에는 앞만 보고 뛰어들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중한 가족들이 있고 함께하고 싶은 회사가 있기에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조재수 이사. 몸에 밴 자연스러운 친절함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 정확한 요점 제시는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그가 쌓아 온 세일즈맨의 내공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일즈맨으로서 조재수 이사의 긴 여정을 들어보았다.

 

 

뉴지구 상사와의 인연

먼 친척의 초청으로 군대 전역 후 22살에 미국으로 온 조 이사는 초청해준 친척 분이 운영하는 가발 회사에서 15년간을 일했다. “지금 생각하면 감사해요. 그분들 덕분에 신분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 배운 일로 지금도 하고 있고요.” 그 회사는 사정상 문을 닫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먹고 살아야 되니까 급하게 쥬얼리 회사를 들어갔어요. 똑같은 세일즈라고 생각해서 쉽게 접근했는데, 쥬얼리와는 잘 맞지 않더군요. 2년 조금 넘게 근무하고 나와서 지금의 뉴지구를 비롯해 몇 군데 가발 회사에 이력서를 냈습니다.” 당시 마지막 면접관이 지금의 김현준 사장이다. 면접을 마친 후 김현준 사장이 들려준 비전이 마음에 와닿았고, 불러만 주면 진짜 열심히 그 비전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13년째 이어져 지금은 조지아, 앨라배마, 웨스트 플로리다를 담당하는 이사가 되었다.

 

 

세일즈맨으로서 존중 받는 회사

말이 나온 김에 회사 자랑을 부탁했다. “뉴지구는 우선 40년 전통이 있고, 사장님이 젊으셔서 마인드도 젊습니다. 헤어 업계 1세대를 존경하고 그분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세일즈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요즘 MZ세대가 저를 다르다고 느끼듯이 세대 간의 차이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김현준 사장님은 변화에 유연하고, 세일즈맨으로 오래 일하셨었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이해가 좋으십니다. 판단 착오가 있으면 바로 바꾸시고, 의견 수렴도 잘해주시는 편입니다.” 물론 직급별로 관리 체계가 있지만 개인적인 제재가 덜하고 믿고 맡기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그런 부분이 뉴지구와 잘 맞다고 했다.

 

 

2의 인생: 현재의 가치를 아는 삶

미국 오자마자 20대부터 시작한 세일즈맨의 길을 쉼 없이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리던 때가 있었는데,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미시간에서 시카고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달리고 있는 차의 엔진이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갓길에 차를 세웠는데, 손발이 떨려서 10분 정도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게 있었죠. 그런데 잠시 후 드는 생각이 ‘아직은 내가 여기서 할 일이 남아 있나 보다. 그나마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어서 다행이다’였습니다.”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와이프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술, 친구 좋아했던 20, 30대에는 결혼 못하고 그냥 혼자 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죠. 교사 자격증 가지고 미시시피에 유학 온 와이프를 지인 소개로 만났어요.” 37살에 와이프 만나 결혼한 일을 “제2의 인생 시작” 이라고 표현한다. “와이프한테 참 고마워요. 가끔 부당하다 생각되는 부분에 화가 날 때, 양보한다고 손해보는 게 아니라고 늘 곁에서 말해줘요.  생각하는 게 저보다 나은 것 같아요.”

건강 관리 비법을 묻는 말에 웃으며 꺼내 보여준 핸드폰 속 사진에는 웃는 입매가 꼭 닮은 예쁜 딸이 있었다. 결혼 후 얻은 딸은 그의 건강 비법이자 삶의 이유가 됐다. “웨이트, 달리기, 골프 등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였는데, 딸이 커가면서 시간적으로 서포트해 줄 일이 많아져 운동을 못하고 있어요. 건강을 위해서 다시 시작해야죠. 딸이 사춘기라 조금 툴툴거리긴 해도 저에게 활력을 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입니다.”

 

 

세일즈만 30년, 초창기 낭만 그리고 지금의 현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초창기 세일즈는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인간적인 유대감과 결속력이 단단했고, 좋은 관계 속에서 성사되는 일도 많았다. “멀리서 왔으니까 한번 줘보라고 하는 사장님도 계셨어요.”

그러나 지금은 반응 좋은 상품을 가져가는 도중에도 어느 지역은 벌써 안 나간다는 피드백이 올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재고 관리 리스크가 커져서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려워진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혼란스러워지고 서로 눈치 게임이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에서 세일즈맨과 리테일 오너의 관계는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갈 수밖에 없어졌다. “초창기에는 물건 하나 띄우는 데 1년 걸리고 한번 띄우면 5년 갔기 때문에, 회사에서 재고 리스크도 적었어요. 5년 동안 서부. 동부. 중부 남부에서 뜨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쉬웠죠. 지금이요?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1달 안 걸려 뜨고 6개월 안 돼서 죽어버려요. 재고가 너무 처지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까 시간이 갈수록 낭만으로는 어렵더라고요.”

 

 

세일즈맨의 철학

어려울 때일수록 가장 마음에 새기는 철칙은 “절대 함부로 약속하지 말자” 이다. 그 순간 물건을 팔기 위해 또는 매출 달성을 위해서 본사 컨펌 없이 제시하는 공수표를 조심하려고 한다.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살면서 많이 봐오고 그것이 결국 나에게 안 좋게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철칙에 있어서는 더 철저하다. “약속은 사람 관계 속 신용이기 때문에 한번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울 때에도 그렇게 배웠어요. 말은 많이 해도 약속은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최고급 품질 휴먼 헤어 중량 100g, 럭스 골드(LUX GOLD)

헤어업계가 과다경쟁, 동종업계 출혈 경쟁으로 과열 되다 보니 전체적인 헤어 상품들의 품질이 떨어졌다. “헤어 업계에서만 30년 가까이 있었는데 초창기 제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헤어를 오롯이 낮은 가격에만 집중해서 팔았죠.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시장을 너무 망가뜨려서, 지금 현시점에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준비한 신제품이 럭스 골드(LUX GOLD)입니다.”

3~5년 주기로 제품개발과 히트를 이어 온 뉴지구는 이번 럭스 골드(LUX GOLD)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시장 분위기에 맞춰 손님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가격과 잘 타협한 퀄리티의 제품은 뉴지구 뿐 아니라 다른 회사도 많다. 뉴지구에서는 모모 번들이 그 라인의 기본이라 할 수 있고 인기를 여전히 누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헤어 시장의 기준을 알고 그 품질을 기억하는 그는 판매를 하면서도 늘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 가격때문에 쉽게 다시 돌아가지 못했던 기존의 휴먼 헤어 최고급 품질 제품이 다시 우리의 옛날로 돌아가보자 라는 움직임과 시기적으로 잘 맞아서 출시되었고, 그 결과물을 보는 조재수 이사는 다른 신제품보다 애착이 가고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진짜 오리지널 업계의 가장 최고급 품질로 자신 있게 내놓은 제품이에요. 휴먼 헤어 번들 오리지널 정량인 중량 100그램으로 맞췄습니다. 이 정도 품질의 헤어는 지금 시장에는 없습니다. 자신 있게 판매 할 수 있습니다.

 

 

세일즈맨으로 은퇴하는 것이 최종 목표

최종 목표가 궁금했다. “세일즈를 오래 하다 보면 주위에서 “욕심내야지”, “가게를 차려봐”, “애도 커가는 데 사업해야 되지 않아?” 심지어 어떤 분은 “아직도 세일즈 하나?” 라고도 하십니다. 사람마다 그릇이 있다고 보는데 저 같은 경우는 보스 보다는 세일즈맨으로서 현장이 좋아요. 그리고 사업이나 장사할 때 시간과 에너지를 어느 정도로 쏟아야 하는지 알거든요. 가족과의 시간이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부분이 크죠. 애가 크면 자주 볼 일도 없어질 거잖아요. 늦게 결혼한 만큼 지금 아이가 곁에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친구들 자녀들은 벌써 군대도 가고 직장인도 있는데, 아직 딸이 어려서 일을 더 해야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덧붙인다.

“저희 뉴지구 부사장님이 뉴지구에서만 30년 근무중이신데, 아직도 현재 버지니아 메릴랜드 담당하시는 세일즈맨 현역이세요. 세일즈맨으로서 저의 롤모델입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뉴지구가 마지막 회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데, 뉴지구의 브랜드 할렘125 로고가 새겨진 회사 점퍼가 눈에 띄었다. 어쩐지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의 이미지와 잘 섞인다. 한 길만 걸어온 세일즈맨 조재수 이사의 앞으로의 여정에서는 어떤 내공이 더 쌓일지 기대해본다.

 

STORY By HEEJIN SONG
BNB 매거진 2024년 4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