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실리보다는 ‘의리’로 합니다” It’s a Wig(Nutique) 한진영 이사

“세일즈, 실리보다는 ‘의리’로 합니다”

It’s a Wig(Nutique) 한진영 이사

 

 

헤어 업계 세일즈 17년 차, 소매점 사장님들에게 ‘별이 아빠’란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It’s a Wig 한진영 이사. 늘 사람 좋은 웃음과 달리 몸에 밴 절도있는 동작과 매너, 회사에 대한 남다른 애사심과 자부심 속에는 해병대 출신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력과 여러 번 바닥 쳤던 사업 실패, 만만치 않은 세일즈내공들이 녹아 있다. 햇살 가득한 날 BNB 사무실을 찾아온 그에게서 돌고 돌아 세일즈 한 길을 걷기까지, 칠전팔기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닫는 회사의 ‘라스트 세일즈맨’

It’s a wig에서 10년 간 자리를 지켜왔지만, 한진영 이사의 세일즈 시작은 It’s a wig가 아니었다. 처음은 Pia D&D였고, 두 번째가 BBNY Euro.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그가 입사한 지 몇 년 안 돼 문을 닫았다. 특히 BBNY에서 그는 故 김현 사장이 간암 판정을 받고 회사를 정리할 때 마지막까지 일한 직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제가 신혼이라 소나타를 샀는데, 2년 동안 거의 25만 마일을 다니며 수금을 해왔어요. 사장님만 아니라 사모님, 자녀들까지 다 아니까 아무 조건 없이 그냥… 그렇게 회사를 정리하고 김현 사장님이 손지용 회장님과 박철균 사장님을 다 아시니까 It’s a wig에 소개해 주신 거죠.“

좌초한 배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건, 그간 자신을 이끌어준 사장님에 대한 고마움과 신의 때문이었다.

“헤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거든요. BBNY에 있었던 3년 반 동안 김현 사장님 덕분에 가발을 배우고 그분이랑 같이 중국 공장도 가보고… 그분도 저를 인정해 준 거죠. 거기에 힘이 나서 더 일했어요. 돈을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실리주의자는 아니에요. 사람 산다는 그렇게 팍팍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지 않아요.

 

살기 위해 뛰어든 헤어 세일즈

그러나 헤어 업계에 입문하기 전 그의 삶은 ‘팍팍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업 실패로 인해서였다.

“원래는 뉴욕에서 델리 가게를 했었어요. 한 6년간. 장사도 잘 됐는데, 사람에 혹해서 사인 한 번 잘못했다가… 하루아침에 날아가더라고요. 그때 델리 가게 뒤에 뷰티서플라이가 있었거든요. 막막할 때 그게 딱 보여서 사이트 찾아보니까 헤어 영업직원을 구한다고 뜨는 거예요. 전혀 모르는 분야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처음부터 잘 배우자 해서 작은 데서부터 시작했어요.”

 

번의 도전

그렇게 두 회사를 거쳐오며 ‘잘 배워서’ 헤어 세일즈의 기본기를 익히고 탄탄한 회사에서 새 출발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도 꾸렸고,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이때 또다시 비즈니스의 유혹이 뻗쳐왔다.

“It’s a wig에서 1년 정도 일했는데, 너무 좋은 기회가 온 거예요. 앨라배마 현대중공업의 청소 하청업체와 밴딩 머신 비즈니스였어요. 대기업 협력체로 일한다는 게 소위 줄을 타야 되는 거잖아요. 그쪽으로 아버지 인맥도 있고, 또 제가 한국에서 공장을 했던 경험이나 델리 가게 노하우도 있어서 자신 있게 베팅을 한 거죠.”

회사 사장님에게도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고 신나게 자랑하며 사표를 내고 앨라배마로 내려갔다. 결과는 어땠을까.

“박살 났죠. 인맥으로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더라고요. 그쪽 일도 제가 잘 몰랐고, 대기업 관련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한두 푼 갖고 해서 될 게 아니었어요. 1년 만에 빚만 왕창 지고 나왔죠.”

 

돌고 돌아서 결국 세일즈

아내와 임시 숙소에서 한 달을 지내는 동안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 투자금은 빚으로 쌓여 갔다. 염치 불고하고 그만둔 회사에 연락을 했는데, 거기서 선뜻 구명줄을 던져 주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박철균 사장님께 전화하니까 바로 와라, 그래서 바로 갔죠. 일도 바로 시작했고요. 그때가 2014년이니 딱 10년 됐네요.”

강산이 바뀌는 시간 동안, 사업 실패로 빚을 꼬박꼬박 갚으며 팔지 않고 길을 오롯이 달렸다. 세일즈 하면서 뜻하지 않게 받게 되는 스카웃 제의에도 흔들린 적이 없다.

“일하면서 모든 다 좋을 순 없겠지만 It’s a wig 에서는 연차가 갈수록 저 ‘한진영’이라는 사람을 알잖아요. 회사에서도 알고 사장님도 알고, 그러니까 여기가 제 홈타운이죠. 돈을 떠나서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게 제게도 좋고, 소매점 사장님들한테도 좋고요. 설령 제게 연봉을 2~3만 불 더 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절 모르잖아요. 제게 가장 중요한 건, 회사가 직장이기 전에 고향 같은 거예요.”

 

해병은 영원한 해병

 

 

가장 힘들 때 손 내밀어 준 것도 이유지만, 그의 회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앞서 BBNY에서 문 닫을 때까지 신의를 지킨 것도 세일즈 세계에서 흔하진않다. ‘실리보다는 의리’, 여기엔 유래가 있었다.

“군대를 특수한 곳으로 가셨다던데요?”라는 질문에 답은 재깍 돌아왔다. “해병대 보병 718기입니다. 19살 때 지원했으니, 제대한 지 28년 됐네요.”

‘귀신 잡는 해병대’라 불릴 정도로 힘든 부대를 어린 나이에 왜 지원했을까.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어차피 군대 갈 거 빨리 가자 싶었어요. 원래는 해군을 가려고 했는데 당시 해군이 36개월이고 해병대가 32개월이길래 별 생각 없이(!) 해병대에 지원한 거죠. 가서 엄청 고생했어요. 하하…”

그러나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내가 소속된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라든지 자긍심, 애사심 같은 가치를 군에서 배웠어요. 그래서 회사를, 물론 사장님보다 사랑할 수는 없지만 저는 직원으로서 사랑합니다.”

 

신제품이 계속 나오는 회사

자부심 가득한 한 이사에게 물었다. 세일즈맨으로서 자랑할 만한 It’s a wig 회사의 강점이 뭔지.

가장 장점이라면, 신제품이 계속 나온다는 거예요. 경기에 상관없이 매달 개씩 계속 나와요. 그러니까 손님들도 제품에 관해선 저희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죠. 세일즈맨 입장에서도 출장 나와서 늘 보여드릴 게 있고요. 저도 손님들한테 세일 제품은 세일대로 팔고, 마진 남길 건 남기시라고 해요.이게 큰 차이점이고 지금 저희 회사의 가장 큰 무기예요.”

 

여기서 잠깐! 한 이사가 추천하는 이달의 제품

 

Illuze Lace Boho Braid Romance 26”

인기있는 BOHO 스타일에 로맨스 컬이 섞인 가발. 100% 수제품으로 헤어밴드가 있어 바로 착용 가능하게 스타일링된 제품

Trendy Boho Style Wig with Romance Curl. 100% Professional Hand-Braided. Pre-Style and Ready to Wear, Glueless Install with Elastic Wig Band

 

 

 

 

Nutique Morissa

고품질 고열사 원사 가발로 글루 없이 착용하기 간편한 일상 가발

Daily wig with premium synthetic fiber, Easy Install Glueless Wig

 

 

 

 

 

Illuze Lave Boho Braid Water

핫하게 유행하고 있는 BOHO 스타일 가발. 전문가의 손으로 땋은 수제품으로 헤어밴드가 있어 바로 착용 가능

Hot & Trendy Boho Style Wig. 100% Professional Hand-Braided. Pre-Style and Ready to Wear, Glueless Install with Elastic Wig Band

 

 

 

 

Illuze Weaving Straight 8″

100% 인모 위빙 헤어. 베이직 칼라와 그레이 칼라 280, 34, 44 & 51 셀렉션

100% Human Hair. Comes in basic and grey colors 280, 34, 44 & 51

 

 

 

 

 

 

 

이사보다 ‘별이 아빠’

한진영 이사가 맡은 지역은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 미시시피 남부이다. 대부분의 소매점에서 그를 부르는 이름은 ‘별이 아빠’이다. 오랜 시간알아왔던 인연 때문이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는 Pia나 Euro 때부터 시작한 주예요. 세일즈 초보로 아무것도 몰라서 ‘사장님, 이게 뭐예요?’ 종일 묻던 때였죠. 총각 시절부터봐왔던 분들이니 많이들 이뻐해 주셨어요. 장가가서 애 낳았다니까 애 이름 묻고 그때부터 별이 아빠라고 부른 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분들이, 제가 사업 실패하고 세일즈로 복귀했을 때 문전박대 않고 잘 왔다고, 그래도 아는 사람이 들어와서 다행이다, 하며 진심으로 반겨 주셨어요. 그때 세일즈의 보람을제대로 느꼈죠.”

오랜 인연들 중에는 지금의 처가도 있다. 거래하던 소매점 사장님이, 그를 3년간 지켜보고 딸을 소개 해 주셨다고 한다.

“장인어른 입장에서는 행여나 잘 안 되면 서로 어색해질까 봐, ‘아는 사람 딸’이라며 만남을 주선해 주신 거예요. 5~6개월 만났는데 어느 식당 가서 마주치니까 아빠라고 소개하더라고요.”

젊은 날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든 헤어 세일즈가, 그에게는 귀한 인맥과 인생의 경험을 쌓게 하고 가정까지 선물해준 셈이다.

 

별이 아빠의 세일즈 철학

우선은, 소매점 사장님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많이 해요. 오더를 주시거나 설령 안 주셔도 그분들 덕분에 저도 살고 회사도 유지되는 거니까 항상 감사하죠. 번째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전화할 곳들이 있으면 그에 앞서 ‘여기는 지난달에 오더를 했으니까 지금은 안 주겠지’ 그런 계산을 하게되거든요. 저는 그냥 바로 전화해요. 안부 묻고 필요한 게 없는지, 설령 지난주에 오더 받은 곳이라도 전화해서 물건 잘 받으셨냐고 묻죠. 오더를 주는 건 그분들인데 제가 그분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어마운트 상관없이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손님들하고 마찰이 없어요. 끝으로, 오늘 하루만 산다! 영업사원이니까 내일 오더 없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않고 오늘 하루만 잘 살려고 해요. 이게 정신 건강에 좋더라고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야 내일이 오니까.”

 

 

세일즈맨의 ‘숙명’

아무리 노련한 세일즈맨이라도 세일즈의 특성상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 수가 없다. 이사 또한 어디를 가든, 심지어 가족 여행을 가도 아이패드를손에서 놓는 ‘직업병’있다고 한다.

“이건 저희 숙명이에요. 제가 주중에 휴가를 내고 디즈니에 있든, 손님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냐고요. 전화 오면 받아야죠. 실적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 없어요.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다른 거죠.”

그러나 실적보다 더한 난관은 ‘사람 관계’다. 한 이사 또한 비즈니스 관계를 떠나 의리로 도왔던 사장님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서는 돌아섰던 아픈 경험들이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주더라고요. 어려울 때는 다 같이 한 배를 탔다 하지만, 사정이 나아지면 그분들은 더 나은 거래처를 찾게 되는 거죠. 그때 회의감이 제일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좋게 생각을 해요. 그분도 그분 나름의 비즈니스 철학이 있을 테니까.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 때 웃으면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죠. 그게 솔직한 제 맘이에요.”

 

세일즈 내공, 자기 관리의 달인

이사의 평균 이동 거리는 4~5마일, 기본적으로는 한 20정도는 출장을 나간다. 어찌 보면 고달픈 세일즈 생활을 17년간 지속해온 덴 철저한자기 관리가 있었다.

스트레스 관리: “담아 놓지 않아요. 회사에서든 밖에서든 안 좋은 소리 들어도 커피 한 잔, 담배 한 대 피우고 그냥 끝내요. 그렇게 자꾸 단련을 합니다. 소위 말하는 짠밥이죠.”

이미지 관리: “출장 나오면 늘 옷을 깔끔하게 입고 웬만하면 손님들과 술자리를 갖지 않아요. 한두 잔 마시고 숙소 가서 푹 잔다? 다음 날 얼굴 붓고 말할때 피곤해서 절대 지양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 “웃으시겠지만 차로 다니니까 가방 안에 욕조 씻는 솔까지 다 있어요. 숙소 가서 오더 정리하는 동안 물 받고 욕조를 닦아요. 가볍게 산책하고 와서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찬물로 샤워하면 하루가 정리되죠. 그리고 출장 나가면 1시간 더 빨리 일어나요. 그만큼 제가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식단 관리: “저는 빵을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 아침은 한식파라 출장 갈 때 아내가 다양하게 국을 준비해요. 통에 따로 무국, 미역국, 김치찌개 넣고 햇반과 김 챙기고, 과일과 흑마늘도 챙기고. 그래서 도시락이 한 짐이에요. 아내한테 늘 고맙죠.”

 

 

세일즈 인생요? 이제 겨우 왔습니다

헤어 세일즈 17년, 사원 한진영씨가 한진영 이사가 된 시간.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금 회사에서 정년 퇴임까지 일하는 최종 목표예요. 요즘은 은퇴 연령이 67세라 하더라고요. 제가 올해 오십이니까 아직 한참 남았죠. 한 가지 더욕심 내자면, 지금 같이 일하는 직원들 싹 다 건강하게 끝까지 함께 가는 게 제 버킷리스트입니다.”

 

끝으로 짓궂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 다시, 황금 같은 비즈니스 기회가 온다면?

“어휴… 만약에 사업하라고 어디서 돈이 뚝 떨어지면요. 저희 집 마당에다 삽으로 파서 그냥 돈 묻어두고 말아요. 회사 다니며 따박따박 급여 받아서 그때그때 인생 계획 세우고 애 잘 키우는 것, 그게 제 바람이에요.”

그의 인생 플랜에 따르면 은퇴까지는 지금까지의 17년 세일즈 인생에 더하여 앞으로 또 한 번, 17년 세일즈 인생이 남았다. 별이 아빠의 브라보, 세일즈 라이프! 제2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STORY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4년 3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