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알아야 할 소매점 재고 관리 1부.

새해에는 알아야 할 소매점 재고 관리

1부. 묵은 재고 정리하기

‘재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팔기 위한’ 재고와 ‘팔다 남은’ 재고이다. 전자는 추후 판매를 위해 미리 확보해둔 상품이고, 후자는 팔리지 않아 가게 구석이나창고에 쌓아둔 것이다. 소매점주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이 바로 후자. 많이 파는 게 능사가 아니다. 많이 판 사람보다 재고 관리 잘하고 재고를 많이 안남긴 사람들이 성공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새해, (1) 묵은 재고를 떨고 (2)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2부로 나눠서 소개한다.

BY BNB MAGAZINE

“뷰티서플라이는 재고 관리를 할 수 없다”

“재고 파악할 시간이 어딨어요, 바빠 죽겠는데…”, “뷰티서플라이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못해도 수천 가지는 되는데 그걸 일일이 정기적으로 센다는 건 불가능하죠. 가뜩이나 요즘은 직원도 부족하거든요.” 재고 관리에 대한 질문에 소매점마다 난색을 표한다.

뷰티서플라이에서 다루는 아이템은 실로 광범위하다. 주가 되는 헤어, 케미컬만 아니라 코스메틱, 주얼리, 의류, 잡화까지, 이름처럼 ‘뷰티’ 관련은 모두 ‘서플라이’하고 있는 셈이니 상품을 목록화하는 것도 힘든데 소수 인력(혹은 단독)으로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는 매장에서 어느 제품이 얼마나 팔렸고, 남은 재고는 얼마나 있는지, 예비 수량을 얼마나 확보해야 하는지 주기적으로 파악하기란 로봇이 종일 돌아다니는 환경이 아니고서야 어려운 일이다.

뷰티서플라이의 디스플레이. 매장 크기와 분위기는 제각각이어도 어느 곳이나 제품으로 꽉꽉 찬 건 공통적이다.

물론 힘든 여건에서도 꾸준히 재고 조사를 하는 곳들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BNB에서 조사한 동부의 한 가게에서는 주 1회, 매장에 있는 ‘모든’ 종류의 헤어 제품의 개수를 세어서 장부에 기록한다고 한다. 정확한 재고를 파악해서 오더에 활용한다는 취지인데, 이날만큼은 전 직원들이 여기 매달리다 보니 물건 파는 것보다 제품 숫자 세는 것이 더 중요한 업무가 되어 버렸단다. 한 분야만 해도 이런 상황인데 모든 제품의 재고를 조사한다면 영업시간의 반은 물건을 세고 있어야 할 일. 그러니 “뷰티서플라이는 재고 관리를 할 수 없다”는 소매점 사장님들의 단언도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고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가게의 ‘숨은 도둑’ 찾기

5불짜리 제품을 100개를 주문해서 10불에 판다고 가정해 보자. 마진은 얼마일까? 답은 쉽게 나온다. 한 개를 팔면 5불이 남으니 판매가 대비 50% 이익이 남는다. 1개를 팔고 2배의 이익을 거두니 쏠쏠한 마진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한 점이 있다. 받은 제품은 1개가 아니라 100라는 사실이다. 즉 100개를 다 팔아서 0으로 만들어야 50% 즉 2배의 이익이 남는 것이다. 100개 중 75개를 팔고 25개가 남았다면 이익은 25%가 되고, 50개만 팔았다면 50개가 남으니까 본전, 100개 중 49개를 팔았다면 그때부터는 ‘손해’이다. 결국 0에 수렴해야 기대한 만큼의 이익이 온전히 남는데, 실제로 그렇게 완판 되는 물건은 거의 없다. 아무리 잘 팔리는 아이템이라도 그 안에서인기가 덜한 사이즈나 재질, 색상 등이 있기 때문에 10~30% 사이 재고는 남기 마련이다. 제품군 별로도 차이가 있다. 10가지 제품을 주문했을 때 50% 이상 판매할 수 있는 제품군이 몇 개나 될지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면 답이 나올 것이다.

한 가지 더 고려 해야 될 것은 가게 운영에 드는 경비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금액이 매출 총이익이라면 여기서 임대료, 인건비 등의 경비를 뺀 금액이 가게의 실수입이다. 결국 제품을 5불에 사서 10불에 판다 해도 경비와 남는 재고를 빼면 순수하게 손에 쥐는 이익은 많아야 15~25% 사이에 불과한 것이다.

많은 소매점주들이 물건을 많이 팔 생각을 하지, 재고에 대한 문제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매출도 잘 나오고 나름 바쁘게 장사도 했는데, 계산상으로는 이익이 남지만 통장 잔고는 전혀 늘지 않았거나 마이너스인 경우가 생긴다. 그 숨은 도둑이 바로 재고이다. 재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비즈니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어떤 비즈니스든 숨은 재고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창고에 한 번 들어간 재고는 파악이 힘들다

 

재고 관리의 첫걸음, 묵은 재고 정리

어느 가게나 터줏대감(?)처럼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해온 재고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10년, 20년 넘은 악성 재고를 그대로 안고 있는 소매점들도 꽤 있다. 소매점주 입장에서 묵은 재고는 ‘계륵’이다. 정가로 팔면 안 팔리고, 손해 보고 팔자니 아깝고, 사람을 써서 정리 · 손질 후 팔자니 인건비도 안 나온다. 보고 있자니 속이 터져서 언제 한 번 싹 정리해야지 하면서 어디 구석에 처박아 놓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예 잊힌 재고-이를 ‘죽은 재고(Dead Stock)’라고도 부른다-도 많다.

그런데 과연, 정가보다 낮게 파는 것이 손해 보는 일일까? 묵은 재고는 공간만 차지할 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물건값을 이미 지불한 경우, 해당 재고가지난하게 진열대에 머물러 있는 한 현금 흐름 또한 정체되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유지하는 데도 돈이 든다.

 


재고 유지 비용

이자 또는 기회비용: 재고에 투입된 자금은 대출로 조달했거나 다른 매력적인 제품 구매 기회 대신에 투입된 자금이다. 재고 유지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이다.

​√보관 관리 비용: 재고는 공간을 차지하고 대부분 창고에서 입출고가 일어나므로 보관 ·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창고를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 기회비용 또한 발생한다.

​√세금 · 보험료 · 훼손 비용: 재고가 많으면 세금과 보험료도 많아진다. 고객과 종업원의 절도가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차지하는 매장도 있다. 수요 감소로 제값을 못 받거나 제품의 상태가 변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5불에 사와서 10불에 팔다가 남은 재고를 5불 원가에, 혹은 그 아래로 팔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가 아닌 것이 이런 이유이다. 작은 틈이 둑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묵은 재고들은 나도 모르는 새 내 가게의 수익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회생의 가능성이 낮은 재고는 과감히 정리하는 좋다. 재고를 안고가는 것이 손실을 가져올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묵은 재고는 단순히 관리만 해서는 팔리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이 있어야한다.

묵은 재고를 정리하는 효과적인 판매 전략

눈에 띄는 곳에 배치

안 팔리는 제품이라고 가게 구석에 뽀얗게 먼지를 쓴 채 두어서는 백날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목을 끄는 곳 특히 인기 상품이 80% 정도 진열된 곳의 나머지 20% 자리에 비인기 상품을 진열하면 판매촉진 효과를 볼 수 있다. 할인가나 1+1로 제공하는 경우, 할인율을 강조해서 표시해 놓는다.

번들 판매 전략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다른 인기 제품과 번들로 묶어서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수요가 많은 제품에 편승함으로써 큰 ​​재정적 타격을 입지 않고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제품의 관련성, 즉 번들로 묶은 제품 간에 관련이 있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는것이다.

▶ 제한적 할인 전략

안 팔리는 제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되 물량 또는 시간이나 대상을 한정하여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도 시도해 볼 만하다. 특정 제품군을 제한된 기간 동안만 할인한다거나 현재 혹은 어느 때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일정 제품의 할인 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이다. 할인에도 손님과 ‘밀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은품으로 제공

아무리 재고라도 무료로 제품을 나눠준다면 손해일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이익이 존재한다. 몇 개 혹은 얼마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사은품(구매 단계별도 다른 제품을 지급해도 좋다)을 제공한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에 맞춰 구매량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 고객 리스트에 ‘친구’를 추천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도 고객을 늘리는 방법이 된다.

이색 이벤트 경품

매장 방문 고객이나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이색 이벤트(룰렛이나 다트 던지기, 경품 박스 등)를 실시해서 경품을 지급하는 아이디어도 실행해 볼 만하다. ‘죽은 재고’가 손님들에게는 뜻밖의 기분 좋은 선물로 되살아나는 셈. 쇼핑의 소소한 재미도 주고 득템(!)하는 기회도 되니 입소문이 나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 수 있다.

재고 방출 프로모션

필라델피아의 한 소매점에서는 비수기마다 야외 주차장 한 켠에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제품을 꺼내어 파격적인 할인가로 판매하는데, 재고 정리도 하고 고객도 불러 모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다고 한다. 묵은 재고 정리에는 이렇게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재고 관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내 가게의 ‘적정 재고’ 정하기

묵은 재고를 정리했다면 앞으로 재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 새로운 플랜을 세울 때다. 재고 관리의 핵심은 판매를 위한 적정량의 재고를 설정 · 유지하는 있다. 그런데 과연 ‘적정한 재고량’이란 얼마일까? 정답을 말한다면 ‘재고 제로(Zero)’ 즉, 애초에 재고가 없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실제로 재고가없는 비즈니스는 거의(100% 주문 제작 방식이 아니라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저마다 재고 관리에 있어 ‘기준이 되는 재고량’ 즉 현시점에서 허용되는최소의 재고량은 존재할 것이다.

재고가 너무 많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재고가 너무 적으면 고객에게 신뢰를 잃기 쉽다. 충분한 재고를 보유함으로써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지, 재고를 적절히 보유해서 현금 흐름의 정체를 피하고 팔다 남은 재고 보유의 위험을 줄일지, 사업 범위에 맞게 ‘경쟁 우위를 선점할 있는 적정 재고’보유를 목표로 삼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고 관리 시점 알기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재고는 그 자체가 곧 돈이다. 그런데 돈과 재고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재고는 라이프 사이클(수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돈은 가치가 쉽게 하락하지 않지만 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현격히 떨어진다. 영원히 인기 있는 제품은 없다. 아무리 잘나가는 제품이라도 언젠가는소비자에게 잊혀지며 쇠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다음 4단계의 주기를 거친다.

제품 수명 주기(PLC; Product Life Cycle)

– 도입기: 시장에 제품이 처음 소개되어 서서히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
– 성장기: 제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발생하는 시기
– 성숙기: 가장 높은 매출이 실현되는 시기. 그러나 경쟁 상품들이 진입하여 어느 시점부터 매출이 주춤해지며 경쟁력이 약한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된다.
– 쇠퇴기: 시장수요 포화, 고객 욕구 변화 등으로 제품이 시장성을 잃고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다. 제품 수를 줄이거나 철수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

각 주기의 길이는 제품의 종류와 유통(혹은 유행) 기간, 마케팅 전략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 업종에 비해 뷰티 업계의 제품 수명 주기는 더 짧은 편이다. 특히 계절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지난 제품은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단계별로 민감하게 추이를 살펴 가며 탄력적인 재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계절 상품의 재고 관리 전략
– 도입기 : 고객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한 매대 연출로 구입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적극 알리며 판매를 활성화시킨다.
– 성장기/성숙기 : 재고를 미리 충분히 확보해놓지 않으면 결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시즌 기간의 경쟁은 매우치열하기 때문에 고객은 찾는 상품이 없을 경우 주저 없이 다른 매장으로 옮겨간다.
– 쇠퇴기: 적절한 시기에 재고를 줄여야 재고 로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때 잘 팔린다고 재고량을 늘리거나 유지했다가는남은 재고를 내년 시즌까지 묵히거나 아예 상품 가치를 잃은 악성 재고로 남을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언제가 재고를 늘리고, 줄여야 할 시점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이를 가늠하고 예측하는 기준은 지난 데이터이다. 이전 시즌 동안 세일즈가 어떻게진행되었는지를 조사하고 현재 재고 및 예상되는 판매를 파악한 다음 ‘적정 재고’를 유지할 수 있는 플랜을 짜야 한다. 평소 재고 관리를 성실히 해오지 않았다면 미래 수요 예측은 불가능하다. 수요 예측이 불가능한 비즈니스는 ‘감’에 의존하는 무모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2월호에 이어지는 소매점 재고 관리 2에서는 효율적인 재고 관리 프로그램, 적정 재고를 위한 오더 방법 등 상세한 재고 관리 테크닉을 소개한다.

 

 

COVER STORY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2년 1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