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매출’ 말고 ‘매장’을 보는 시간 꼭 챙겨야 할 유지 보수 체크리스트

7월은 뷰티서플라이 매장에 손님 발길이 다소 뜸해지는 시기다. 여름 방학, 휴가철, 폭염까지 겹치면서 매장은 자연스럽게 한 템포 쉬어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반짝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수요 변화가 예전만큼 크지 않으니, 몸으로 치면 만성 피로라고 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매출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매장을 차분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점에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결국 더 멀리 가는 힘이 된다.

1 비수기와 위기는 다르다

‘비수기(非需期)’란 “경제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많지 아니한 시기”로 정의한다(네이버 국어사전). 비수기는 계절의 흐름이나 시장의 사이클 속에서 거의 모든 업종이 겪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예를 들어, 결혼식이 줄어드는 한여름 한겨울철은 웨딩 업계의 전형적인 비수기다. 이 시기에 웨딩업체들은 내부 인테리어를 손보거나 새로운 패키지를 기획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여름 장사에 의존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계절에 따라 숙박율이 크게 달라지는 리조트 업계도 모두 마찬가지다. 비수기는 공백이 아니라 다음 성장을 위한 ‘정비의 시간’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도 있다. 진열대가 흐트러져 있거나, 간판 조명이 꺼져 있고, 카드 단말기가 느리게 반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수기 탓이 아니다. 매장이 외면 받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 관리되지 않은 작은 문제들이 쌓이면 결국 그것은 ‘위기’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외부적 요소 해소된 이후, 즉 비수기가 끝난 시점에 그 결과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비수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것, 그것이 곧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다.

1. 매일 보는 매장을 다른 눈으로 보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늘 보는 매장을 낯선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작고 사소한 것들이 ‘이 가게 좋다, 깔끔하다’라는 인상을 만드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조명부터 점검해보자.

부작용 중 하나인 황변 현상이 나타난 한 소매점 사진 (출처 AVL Led)

많은 뷰티서플라이 매장에서 사용하는 LED 조명은 시간이 지나면 밝기가 줄거나 색이 바래고, 깜빡임이 생길 수 있다. 조명 하나하나 상태를 점검하고, 조명 사각지대는 없는지 확인해보자. 조명은 매장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최근 뷰티 리테일 트렌드를 보면, 백색광보다 미세하게 따뜻한 톤(3000~4000K)의 조명을 사용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이는 피부 톤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고, 컬러 제품의 발색감을 실제보다 더 잘 보여준다.

-세포라(Sephora)는 이런 조명을 활용해 제품을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고, 테스트 존이나 거울 앞에는 별도로 연색성이 높은 스팟 조명을 배치했다.
-울타 뷰티(Ulta Beauty)는 진열대 상단에 간접조명을 설치해 제품에 집중이 잘 되도록 하면서도 매장 전체가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갖추도록 했다.

 

©upwardlighting.com

 

결제 시스템이나 보안 태그는 작지만 민감한 포인트다.

결제 시스템이나 보안 태그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매장의 신뢰도와 운영 효율에 직결되는 민감한 요소다. 간혹 카드 단말기 인식이 예전보다 느려졌거나, POS 화면에 표시되는 제품명이 실제 제품과 다르게 뜨는 경우가 있다. 결제 지연이나 오류는 고객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말기의 응답 속도나 네트워크 상태, P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여부 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명, 가격, 재고 정보가 실제와 일치하는지도 확인해보자. 보안 태그가 정상적으로 감지되지 않거나, 센서 게이트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테스트 제품을 활용해 리더기 감도와 위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센서에 먼지가 끼어 반응이 둔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청소와 재정렬도 함께 해두면 효과적이다.

 

간판과 외관은 방문 전 ‘매장 이미지’를 만드는 결정 포인트다.

간판은 ‘고정된 인상’을 주는 요소다. 조명이 나간 지 오래됐는데도 그대로 방치돼 있을 수 있으며, 지금은 해가 길어 간판 불빛이 약해도 눈에 안 뜨였을 수 있다.  조도나 타이머 설정, 조명 균형은 지금 점검해 두는 것이 좋다. 문 손잡이에 벗겨진 페인트나, 유리에 남은 테이프 자국, 문 아래 말려 있는 먼지나 낙엽 자국처럼, 실사용자에겐 너무 익숙해져 있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며, 매장 전체가 ‘과거에 멈춰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지난 시즌 행사 전단, 이미 끝난 이벤트 안내 같은 것들이 그대로 붙어 있지는 않는지 체크해보자. 새로운 내용을 붙이지 않더라도, 기존 부착물의 상태를 한 번 정리하고 간결하게 다듬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달라진다.

 

앤드캡 점검은 필수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앤드캡’부터 손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앤드캡은 진열대의 양 끝, 손님 눈에 가장 잘 띄는 위치에 있다. 매장 전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시즌 분위기나 새로운 테마를 전달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앤드캡을 점검할 때는 다음 네 가지를 기준 삼으면 좋다.

    • 최근 한 달 내 상품 구성이 바뀌었는가
    • 계절감이나 손님 니즈에 맞는 테마가 있는가
    • 가격표, 안내문, POP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는가
    • 진열 상태가 여유 있고 보기 좋게 유지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여름이라면 ‘쿨링 바디케어’, ‘방학 간식’, ‘모기 퇴치용품’ 같은 테마로 묶을 수 있다. 제품을 바꾸지 않더라도 안내 문구나 POP만 바꿔도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

 

2. 냉난방 설비, 지금 점검 할 때

매장이 덥거나 춥거나, 답답함이 느껴지면 상품을 보기도 전에 불쾌함이 먼저 다가온다. 고객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느냐,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느냐는 냉난방 설비에 달려 있다. theseverngroup.com에 따르면, 실내 온도는 숫자보다 ‘상대적인 체감’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겨울철에 외부가 매우 추울 경우 매장 안이 화씨 70도(약 섭씨 21도)로 유지돼도 고객은 ‘생각보다 춥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한여름에 화씨95도(약 섭씨 35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 매장에 들어왔을 때, 같은 70도는 너무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냉난방기 설정은 ‘계절과 외부 온도, 고객 복장 상태’를 함께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추천하는 적정 온도는 여름철 74-76°F(23.3-24.4°C), 겨울철에는 68-70°F(20-21.1°C)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여름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내가 지나치게 차가우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쇼핑보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겠다’는 본능적인 반응이 앞서게 된다. 이는 실제로 충동구매율을 낮추고 매장 체류 시간을 줄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냉난방기의 성능을 유지하려면 필터 청소가 기본이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냉방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꿉꿉한 냄새가 발생해 쾌적함을 해친다. 특히 성수기 전에는 한 차례 필터 청소나 교체를 반드시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매장 내 냉기를 고르게 순환시키기 위해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기기 소음이 고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작동음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3. 재고 정리는 차분하게 해야 실수도 줄어든다

 

비수기엔 매장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평소 미뤄뒀던 재고 정리에 집중하기에 좋은 시기다. 정리만 잘해도 가을 시즌 시작이 한결 가볍고, 실수도 줄어든다.꼭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체크해두면 좋은 기본적인 포인트만 잘 챙겨도 충분하다.

판매 흐름에서 멈춰 있는 재고 정리
유통기한이 가까운 제품, 계절이 지난 색상, 고객 반응이 뜸한 브랜드 제품은 정리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세일 코너를 작게 운영하거나 직원용 샘플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뷰티 제품의 대다수는 장기 보관을 위한 공간보다 지금 필요한 제품을 위한 공간 확보가 우선이다.

자주 나가는 품목, 빠르게 채워 두기
립글로스, 네일 팁, 가발 부자재처럼 낱개 판매 중심의 소모품은 재고 파악과 선 채움이 중요하다. 진열대가 비어 있으면 ‘관리가 안 되는 매장’처럼 보일 수 있다. 보기 좋게 채워진 선반은 고객에게 ‘잘 돌아가는 곳’이라는 신뢰감을 준다. 눈에 띄게 팔리는 제품은 미리 박스 단위로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창고와 매장 동선 다시 점검
재고를 정리할 때 창고 동선이나 진열 방식도 함께 점검해보자. 자주 찾는 물건이 너무 안쪽에 있거나,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보관 위치를 조정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물건이 잘 돌아가려면, 찾기도 쉬워야 한다.

 

4. 직원이 한 명이어도, ‘결’이 맞아야 매장이 프로페셔널 해진다

바쁠 땐 그냥 넘어가던 직원의 사소한 실수, 어색한 응대, 말 끝의 분위기를 지금 점검해야 한다. 매장에 직원 명수에 상관 없이 ‘직원과 운영자의 결을 맞추는 것’, 즉 매장만의 대응 톤과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직원
기본은 제대로
제품에 익숙하지 않다면 자신감도 없고, 고객 응대도 위축된다. 제품의 이름, 브랜드 특징, 위치, 가격대 등은 반복해서 익혀야 자연스러워진다.

기존 직원
실무 리마인드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상황별 질문을 나누며 답을 공유해보자. 직원이 다수인 매장이라면 짧은 내부 미팅도 효과적이다.

자주 나오는 질문이나 민감 이슈는 답변을 통일
최근 들어 자주 나오는 질문이나 민감한 이슈, 브랜드 재입고 상황 등을 사전에 공유하고 방향과 톤을 맞춘다. 직원 간 정보 공유는 실무 효율을 높이고 고객 신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비수기는 정비기다

매장은 매일같이 정신 없이 돌아간다. 손님 응대, 물건 정리, 발주, 재고 확인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기록 정리는 늘 뒷전으로 밀린다. 하지만 바쁜 시즌 전에 한 번이라도 정리를 해두면, 나중에 진짜 급할 때 훨씬 수월하다.

1. 기록 정리 – 밀리기 전에, 정리부터 해야 한다

직원 정보 업데이트는 기본
직원 한 명 한 명의 정보가 매장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소, 연락처, 비상연락처, 근무 가능 시간, I-9 같은 기본 서류가 빠져 있거나 오래된 경우가 의외로 많다. 허리케인이나 정전, 눈 폭풍 같은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비상연락망이 정확하지 않으면 직원 안전 확인도 어렵고, 누가 언제 출근 가능한지 판단하기도 힘들어진다. 한 매장은 폭설로 도로가 막혔는데 출근 가능한 직원 연락처를 제대로 파악 못 해서 반나절 넘게 문을 열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연도별 자료 정리는 찾기 쉽게 해 놔야 한다
매장에서 자주 쓰는 서류는 발주 기록, 인보이스, 세금 관련 서류, 카드회사 내역 등이다. 그런데 작년 것과 올해 것을 섞어두면 나중에 꼭 필요할 때 못 찾는다. 작년 자료는 ‘2024’ 폴더로 모아 두고, 올해 것은 새 폴더로 따로 정리해야 한다. ‘최종’, ‘진짜최종’, ‘확정’ 같은 이름은 나중엔 아무 의미가 없다. 분기별로 묶고 날짜별로 정리하는 게 보기 쉽고 찾기 빠르다.

미처리된 발주서 확인은 지금 해야 한다
주문해놓고 물건이 안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바빠서 그냥 넘어갈 때가 있다. 지금처럼 비교적 한가한 시기에 PO(발주서)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오래된 주문 중에 누락된 것, 아예 입고 안 된 것, 또는 주문했는데 필요 없어진 제품도 있을 수 있다. 도매상에 연락해서 상황을 확인하고, 취소나 조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Editor’s Tip!

Google Drive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 정리 시스템, 직원 정보 정리를 위한 무료 툴인 BambooHR Starter 버전도 활용해볼 만하다.

2. 이메일 정리 – 디지털 공간도 관리 대상이다

  • 읽지 않은 메일 중심으로 우선 정리
    중요 표시된 메일부터 정리하고, 스팸이나 홍보성 메일은 일괄 필터링한다.
    Outlook이나 Gmail에서는 ‘자동 분류 규칙’을 활용하면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다.
  • 반복 메일은 템플릿화
    납품 문의, 가격 안내, 교환 정책 등 자주 쓰는 회신은 템플릿으로 저장해두자.
    Gmail의 ‘템플릿’ 기능이나, Text Blaze 같은 툴을 쓰면 업무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3. 하반기 준비 – 성수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신학기, 환절기, 트렌드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가을, 겨울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시기는 지금이다.

  • 쿠폰·프로모션 구상
    늦여름 세일부터 가을 신제품 프로모션까지, 지금 아이디어를 정리해두면 대응이 훨씬 수월하다.
    단골 대상 할인, SNS 팔로워 전용 코드, 특정 브랜드 콜라보 기획전은 지금 기획서를 써두자.
Editor’s Tip!

무료 쿠폰 생성 툴인 Canva Coupon Maker, 소셜 미디어 예약 툴인 Buffer, Later 등을 활용하면 운영이 훨씬 간편하다.

  • SNS 콘텐츠를 위한 셋업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브랜드나 제품을 미리 체크해 입점을 검토하자. 요즘 핫 한 매장에는 다 있다는 포토존이 없다면 매장 한 켠에 작은 포토존을 만들기 좋은 시기다.
Editor’s Tip!

트렌드 브랜드 조사는 TikTok Shopping Trends, Google Trends, 그리고 Pinterest 같은 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매장 점검 체크리스트 (환경/설비/디스플레이)

COVER STORY By BNBMagazine
BNB 매거진 2025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