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서플라이 고객 대응 매뉴얼

뷰티서플라이 고객 대응 매뉴얼

이럴 때는 이렇게!

하루 평균 11~12시간. 뷰티서플라이 영업을 하다 보면 말그대로 별별 손님과 별별 경우들을 다 만나게 된다. 황당한 환불 요구, 가격 시비, 좀도둑, 제품 컴플레인 등 복잡다단한 경우에 한결같이 ‘손님은 왕이다’라는 자세로 대응할 순 없는 일. 그렇다고 강하게 제재했다가는 반발을 얻어 장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불만 고객들을 상대로적절하게 중도를 지키며 대처하는 방법으론 어떤 게 있을까. 스토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비자 불만 유형을 모아보고 그에 따른 각각의 대응법들을 알아 보았다.

일반 소매점보다 좀 더 복잡한 뷰티서플라이의 불만 고객 유형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소매업의 특성상 제품 품질이나 결제, 환불, 직원 서비스 등과 관련된 고객 불만 사항이 수시로 발생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같은 리테일이라도 뷰티서플라이는 일반 소매점과 구별되는 별난 케이스가 많다. 워낙수많은 제품들을 취급하고 고객층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가게 규모나 지역에 따른 편차도 커서 통일된 대응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어느 가게에서는 그리 까다로운 고객이 없다고 답한 반면, 어느 가게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속썩이는 고객들이 있다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가게마다 대응도 각자 달라서 동일한 케이스에 정 반대의 액션을 취하기도 한다.

BNB에서는 현장 방문/전화 취재를 통해 뷰티서플라이에서의 다양한 고객 불만 상황을 조사하고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알아보았다. 각 가게들의 다양한 케이스와 대처법을 참고 삼아 내 매장의 고객 대응 기준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

Case 1 가격으로 따지는 손님

제일 흔한 경우이다. 근처 가게 혹은 월마트 같은 대형 매장과 가격을 비교하기도 하고, 무리한 디스카운트를 요구하기도 한다. 구입량에 따라 당연한 권리처럼 할인이나 덤을 요구하기도 한다.

작년 한 해는 특히 헤어 관련 제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온라인 가격과 비교하는 일도 잦아졌다. 온라인 가격을 보여주며 프라이스 매치를 당당히 요구하는 손님도 있다.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 어느 가게나 가격이 똑같을 순 없다. 같은 음료수(콜라를 예로 들면 쉽다)라도 그로서리 스토어에 가면 싸고 주유소 편의점에 가면 비싼 것처럼, 지역마다 또 가게마다 제품을 받는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도 다를 수 있다는 걸 차분히 얘기한다.

– 프라이스 매치? No! 뷰티서플라이는 대형 체인이 아니고 대부분 소규모의 개인 가게들이기 때문에 가격을 통일할 수 없다.우리가 싼 게 있고, 더 비싼 게 있고, 어느 가게나 다 그렇다.

– 무조건 디스카운트를 외치는 손님에게는 아무 말 없이 가격표를 다 찍고 조용히 한 마디 한다. “Do you want it?” 그러면한숨 쉬며 결국 오케이. 할인해 달라는 건 습관 같은 거라 그러려니 해야지, 감정으로 대하면 안 된다.

– 200불 이상만 사면 바로 매니저를 불러서 “나 이렇게 많이 샀는데 주는 거 없냐”는 손님에게 ‘우리는 그런 거 없다’고 못박는다. 습관이자 당연한 권리가 되어버리니까. 반면, 말없이 많이 결제하는 손님에게는 오히려 더 챙겨주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 전반적인 가격대가 많이 올라간 경우에는 우리만 오르는 게 아니다, 현재 물류 상황 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최대한 친절하게설명한다.

– 온라인 유통 과정을 이해시키고 온라인 가격과는 맞출 수가 없다는 걸 분명히 얘기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같은 품질이나컬러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지적한다.

–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의 가격은 누구도 못 이긴다. 그러나 뷰티서플라이에서와 같은 고객 관리는 받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

– 가격 부분에 대해서는 좀 도도해질 필요도 있다. 싸게 세일하는 이웃 가게 정책을 같이 좇아가면 안되고, 자기 가게만의 색깔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제품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없다면 대신 서비스로 승부하라. 가게 분위기가 밝고 깨끗하고, 직원들의정보력이 좋고 친절하다면 손님들은 비싼 걸 알면서도 찾는다. 손님들은 대우받고 싶어하니까.

 

Case 2 무리한 반품(Return)/환불(Refund) 요구

대부분의 손님들이 가발·브레이드는 반품/환불이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미용사가 ‘그 가발 별로’라는 한 마디에반품하려 한다거나, 시술하고 수량이 남은 브레이드를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최악의 케이스는 안 썼다는 가발에서 담배 냄새가 폴폴 나는 경우. 주말에 구입해서 월요일에 환불하러 온 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클럽에서 화려한 휴일을 보낸 후 쓰임을 다한 가발을 반품하러 온 것인데, 냄새를 지적하면 “I don’t know!!” 무조건 안 썼단다. 가게 정책을 얘기하면 다른 데선 다 리턴 해준다고 우긴다.

케미컬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기대했던 머리색이 아니라며 염색약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사간 지 한참 지난 제품을, 그것도 이미 한두 번 쓴 것을 가져와서 다른 걸로 교환해달라는 손님도 있다. 크레딧 카드로 결제했는데 취소해달라, 혹은돈으로 환불해 달라 요구하기도 한다.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 가발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속옷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강조한다. 브레이드나 크로셰는 손 안 댔으면 교환해주지만, 포니테일이나 휴먼 트랙 가발은 직접 닿는 거고 착용한 거라 다른 사람에게 못 판다는 걸 분명히 얘기한다. 대신 다음 번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준다.

– ‘교환/환불 불가’ 사인을 잘 보이게 붙여놓는 건 기본이다. 사인을 가리키며 “안 된다, 가게 정책이다” 하고 딱 자르고 여지를주면 안 된다. 작은 틈새로 거대한 댐이 무너지듯이, 하나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비슷한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는 난감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뷰티서플라이 스토어, 특히 가발 코너에 필수인 “Final Sale” 사인

– 오리지널 컨디션이면 교환은 해주나 환불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영 바꿀 게 없다고 할 경우 다음에 구매할 수 있도록 스토어크레딧을 준다.

– 염색은 본인의 머리색, 염색약을 섞는 분량, 시간 등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판매할 때 늘 강조한다. “컬러는복잡해서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확실하게 추천할 수 없다. 본인의 생각대로 선택해라.” 그렇게 하면그 책임이 우리가 아니라 자기 선에서 끝난다. 절대로 “나는 이걸 강력히 추천해.”라고 하지 말라. 나중에 고소당하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수많은 염색약을 다 파악할 수 있을리가…

– 단골손님이나 끝까지 우기는 손님의 경우(제품이 오리지널 컨디션이란 가정하에) 크레딧 차지 백을 해주되 2불 정도 수수료를 받는다. 크레딧 카드를 결제/취소할 때 가게에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니 당연한 것 아닌가.

– 내 경우는 휴먼 헤어/포니테일 외에는 웬만하면 리턴을 해준다. 우리 가게 물건이 아니라도 내가 팔 수 있는 물건이면 교환해준다. 리턴할 때 손님 기억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가 크게 손해보는 일이 아니니 최대한 손님 편에 서려고 한다.

– 가발이나 포니테일을 백에 담아와 환불을 요구하며 주섬주섬 꺼내려는 손님들이 있다. 안 보겠다, “파이널 세일이니까, 노리턴 노 체인지”라고 못 박는다. 일단 열게 하면 게임에서 지는 거다. 보여주면서 이건 어떻고 저건 저래서 맘에 안 든다, 나는이걸 원하지 않았는데 너희 직원이 권했다, 주절주절 꼬투리를 잡기 때문이다. 원천봉쇄하는 게 최선이다.

 

Case 3 내 것인 양 스리슬쩍~ 좀도둑

NASP(National Association for Shoplifting Prevention)에서는 소매점 손님 11명 중 1명이 좀도둑이라 추정한다. 뷰티서플라이에서도 매출 대비 평균 도난 손실액이 3~5%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 만큼 수법도 다양하다. 넉넉한가방이나 후드 티 주머니에 훔친 물건을 넣는 일은 다반사이고, 한 단계 발전하면 센서가 울리지 않도록 가방 안에 은박지를두르거나 아예 보냉백을 가져오기도 한다. 강력 자석이나 센서텍 제거기를 구해서 오는 경우는 아예 도둑질이 목적인 경우이고, 실제로는 하나 사고 하나 슬쩍하는 손님들이 흔하다. 상자 그대로 안 쓴 제품을 가져와 환불을 해줬는데 CCTV를 돌려보니 선반에서 슬쩍해 미리 가져온 비닐 봉지에 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입구에서 센서가 울리는데도 기분 나쁘다며 소지품을 안 내놓고 버티는 경우에는 퍽 난감하다.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 계산이 완료된 제품에 접착력이 강한 스티커를 붙여준다. 그러면 구매한 제품과 아닌 제품의 구분이 확실해진다. 가격 태그에 가게 이름을 같이 표기해 두면 다른 소매점에서 갖고 온 물건의 교환 요구도 방지할 수 있다.

– 예방을 위해 상품 자체에 스티커 태그를 부착해 둔다. 계산대에서 태그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면 입구를 나갈 때 안테나 센서가 울리게 된다.

– 안테나 센서가 울릴 때는 최대한 정중하게 얘기한다. “가방 좀 확인해보자.”가 아니라 “우리 점원이 태그 처리를 잘못 했을수도 있다. 확인해도 될까?” 손님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실수가 아니었나’라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대부분의 손님은 순순히 내어준다. 마음먹고 훔친 경우라면? 아예 대응이 불가능하다. 경보가 울린 순간, 물건을 안고 도망쳤을 테니까.

– 작은 좀도둑 사건은 가게 차원에서 가볍게 처리한다. 몇 십 불 잃었다고 경찰 부르고 리포트 하고 코트에 가면 시간 낭비도낭비지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순 없지 않나.

– 그들의 마인드를 이해하면 풀어지기도 한다. ‘내가 여기서 쓴 돈이 얼만데, 이거 몇 불짜리 가지고 나한테 뭐라고 해?’ 라는게 그들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걸 예민하게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어느 소매점이나 좀도둑은 피할 수 없는 공공의 적이다. 그런데 뷰티서플라이 손님 중에선 걸려도 화끈하고 시원하게(?) 인정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 성격을 아니까 훔친 물건은 회수하되, 뒤끝이 남지 않도록 한다.

 


 

*소매점 에피소드

“Hi~!” 늘 반갑게 인사하는 단골이 있다. 동네 경찰이 자기 부인이라며 소개시켜준 손님이다. 매장에 자주 와서 살갑게 인사하고둘러보다 꼭 99센트짜리라도 사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손님 뒤에서 직원이 손짓 발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물건을 훔친다는 것이다. 그럴 리 없다고, 저 사람 경찰 부인이라고 했는데, 그 직원은 전부터 눈치채 왔는지 한사코 자기 말이 맞단다. 설마설마하면서도 손님한테 “주머니 한 번 보여주세요.” 했더니 당황해서 손을 떨며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내는데… 무려 40불어치가나왔다. “미안. 다시는 안 올게…” 그러고 떠난 손님. 얼마간 뜸하더니 요즘 다시 자주 온다. 설마 또 그러진 않겠지, 그저 믿는마음이다.

그 소매점 사장님은 말한다. “동네 도둑들은 오히려 장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에요. 가져가도 한두 개, 자기가 필요한 건 돈주고 사고 그 옆에 립글로스 같이 작은 뭐가 있으면 그냥 하나 집어가는 거예요. 그건 좀도둑이고 큰 문제가 안되는데, 타 주state 차 타고 아예 훔칠 마음을 먹고 오는 사람들이 문제죠. 가게 앞에 차를 거꾸로 대고 비싼 가발 같은 걸 훔쳐서 센서가 울려도 그냥 가요. 아예 추적을 못하게 유홀(U-Haul)차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데 비하면 좀도둑은 사소한 거죠.”


 

Case 4 뷰티서플라이는 아이들의 놀이터

대가족이 많고, 여성 고객이 많은 특성상 많은 손님들이 아이들을 대동한다. 소위 ‘미운 4살, 미친(!) 7살’이라 부를 정도로 천방지축인 나이대 아이들은 뷰티서플라이 점주들에게 요주의 대상이다. 제품으로 빽빽한 아일 사이를 놀이터 마냥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여나 제품이 파손될까, 혹은 어디라도 다칠까, 무사히 쇼핑을 마치고 나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가게 안에 ‘Warning’ 사인을 붙여놓았다. “가게에서 뛰어놀고 맨발로 다니고 부주의한 행동으로 다친 경우에 우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루이지애나의 한 뷰티서플라이 가게에 붙여놓은 문구

– 아이들이 심하게 뛰어다닐 경우에는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이 사고 예방에 최선이다. 아이보다는 부모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직접 주의를 주면 부모의 기분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 가게에선 1주일에 5파운드씩 사탕을 구입해서 매장의 큰 사탕 바구니에 꽉꽉 채워 놓는다. 말썽 피우는 아이들에게 미리쥐어주는 당근인 셈이다. 간혹 꺼려하는 부모도 있으므로 ‘아이에게 사탕을 줘도 될까?’하고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십중팔구는 ‘Of course, thank you!’

 

Case 5 제품을 마음대로 만지는 손님

가발을 써 보진 못해도 만지는 것까지 금할 순 없다. 손님들은 머릿결이 어떤지 눈으로만 아니라 손으로 확인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과하게 만져서 가발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손가락으로 컬을 만지며 확인하는 경우이다.

케미컬 제품도 일일이 열어보는 손님들이 있다. 주로 이유는 세 가지다. 향이 궁금해서, 텍스처가 궁금해서, 혹은 자신처럼 누가먼저 열어서 찍어놓은 자국이 있는지 확인용으로.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 제품을 열지 못하게 미리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가격표나 스티커 태그를 뚜껑과 본체의 경계에 붙여두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그걸 떼고 열어보는 손님이 있더라. 그러면 옆에 가서 상냥하게 “구입할 거죠~?”라고 묻는다.

스티커 태그와 가격표를 붙인 제품들

– 내 경우는 케미컬을 만지작거리는 손님이 보이면 화끈하게(?) 먼저 열어서 보여준다. 향도 맡아보라고 하고, 질감을 궁금해하면 뚜껑에 묻은 걸 살짝 만져보라고도 한다. 그러면 다들 미안해서라도 사간다.

– 가발의 경우 컬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서 만지지 말라고 곳곳에 노티스를 붙여 둔다. 컬이 풀어지거나 헝클어지면 수습이 어렵다는 걸 고객이 이해하도록 설명한다.

*** 가발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대체로 3개 제한을 두고 시착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모든 가게에서 구매 전 착용/손질이 금지되어 있다. 이 정책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밝히는 점주나 직원도 꽤 있었다.

 

Case 6  서비스가 맘에 안 들어! 텃세 부리는 고객

특히 신입 직원이 왔을 경우 종종 일어난다. 제품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해서 얕잡아 보기도 하고 “주인이나 매니저는 해주는데너는 왜 안 해줘?”라는 말로 트집잡기도 한다.

괜히 내게만 불친절하다며 뒤에서 험담하거나 앞에서 당당하게 따지는 손님도 있다.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뷰티 마켓은 어느 업종보다 변화가 빠르므로 부단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손님보단 많이 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 더 신경 써서 잘해준다. 친근하게 인사하고 이름이나 제품 구입 경향 등을 외워서 챙겨주면 좋아한다. 그래도 안 먹힌다면? 가끔은 강하게 대처해야할 필요도 있다.

 


*소매점 에피소드

작은 시골 동네라 무리 지어 교회를 같이 다니며 센 입김을 자랑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가게 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자기들끼리 영어로 흉을 보는 것이다. 먼저 온 다른 손님을 응대하고 있으면 “얘 봐, 다른 손님만 도와주고 우리는신경 안 써.”, “무시하는 거야, 뭐야?” 이런 식으로 ‘뒷담화’가 아닌 ‘앞담화’를 하고, 떼지어 무리한 할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장사 초반이라 단골도 확보해야 하니 성의껏 인사하고 더 가까워지려 노력했는데 전혀 먹히질 않았고 그러길 3년째, 크리스마스를앞두고 쌓인 울분이 터지고 말았다. 여전히 기분 나쁘게 구는 그들에게 “사람 앞에 세워두고 험담하지 마라. 더 이상 너희들과는딜링하지 않겠다. 내 가게에서 나가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나간 그들이, 결국 아쉬우니까 몇 달 만에찾아오고 이후론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3년을 왜 참았을까 싶다. 무조건 나이스한 게 답은 아니다. 때로는 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Case 7 안전사고: 매장에서 다쳤어

크든 작든 뷰티서플라이에는 가게 규모만큼 수많은 제품들이 가게를 꽉꽉 채우고 있고 그래서 사고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다. 쇼핑객들은 쌓인 물품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좁은 아일에 부딪히거나 긁히기도 한다. (실제로 어느 가게에선 손님이 아일에 긁혀 눈가가 찢어진 경우도 있었다) 바닥 청소를 하고 덜 말랐을 때 미끄러지는 사고도 꽤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바닥에 물이 있어서 넘어졌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손님이 있어서 가보니 실제로 바닥에 물이 흘러 있었다. 그런데 청소는 오전에 끝냈고, 물을 흘리거나 물병을 들고 다닌 직원도, 손님도 없다. 자작극이 의심되나 당장에 물증이 없다.

우린 이렇게 대응해요

–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물품을 치우고 통로가 어지럽히지 않도록 수시로 매장을 점검한다. 바닥 청소를 한 직후에는 바닥이젖었다는 표지판을 꼭 세워둔다.

– 매장에서 다쳤다는 손님이 있으면 경찰이 필요할 테니 부르겠다고 정중히 얘기한다. 경찰이 오면 CCTV 를 확인해서 책임 관계를 분명히 한다. 가게 측의 부주의로 다친 건지, 통화하며 딴 짓하다 다친 건지.

– 보상을 요구하는 손님에게 일단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 오라고 한다. 가게에서 피해 보상을 하는 게 아니라 병원 진단서를 토대로 보험회사에서 보상할 거라고 얘기한다. (다시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 출입 금지 사인까지 붙여 놓은 구석에 굳이 들어가서 넘어진 손님이 있었다. 괜찮다며 나가더니 이후 보험회사에서 몇 천불의 보험금을 받아갔다. 작은 사고라도 가게에서 분명히 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소매점 에피소드

예기치 않은 사고라도 평소에 손님과의 관계가 좋으면 순조롭게 해결되는 사태가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자주 소독을 했다는 동남부의 한 가게. 스프레이를 뿌려놓고 미처 닦기 전에 단골 손님이 지나가다가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지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 911을 불러서 병원에 동행하고 보험사 클레임을 준비하려는데 그 손님이 쿨하게 하는 말, “나 메디 케어야, 정부에서 돈 내줘. 신경 쓰지 말고 가~” 깁스 비만 해도 400불, 그 밖의 병원비가 얼마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알아서 해결했다는 손님. 가게 사장님은 고마운 마음에 그 분이 오실 때마다 한 달 간 고른 물건을 그냥 드리기로 했다는데, 가격을 딱 찍고 그냥 가져가시라고 얘기하면 손님이 하시는 말, “나 돈 낼 거야~” 고객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이런 쿨한 손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 고객을 상대하는 마음가짐

소매업의 기본 중 하나는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마음가짐이다. 고객이 곧 사업을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과의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대처를 통해 고객의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은 소매점주 본인에게 달려 있다.

고객 서비스를 연구하는 유튜버 ‘박강사[All about Service]’는 불만 고객을 상대할 때 ‘진상, 악성’으로 바라보지 말고 보다 좋은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바라보라고 조언하며 ‘인.사.고.’ 응대법을 제시한다.

정하기 : 고객의 말에 무조건 찬성, 수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뜻이다. 인정하기 힘든 고객의 불만사항에 대해서도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라는 부정보다는 “아, 그렇게 느끼셨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처럼 고객의 상황이나 입장을 존중한다는 중립된 자세로 다가선다.

과하기 : 잘못된 상황 또는 응대에 관해 고객의 오해를 풀어주거나 사과해야 할 경우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후회로 남는다는 말과 함께 사과하는 것이 좋다. “꼼꼼히 체크했어야 하는데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기분 좋게 방문했는데 직원의 불찰로 마음을 상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마움 전달하기 : 모든 고객들이 불만을 느꼈다고 다 표출하지는 않는다. ‘다시 안 오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나가면 그만이니까. 따라서 잘못된 서비스에 대해 개선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함을 표현해야 한다. “저희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말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 안내 : 감사 표현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어떠한 해결 방안이나 대안이 있는지 도의적인 책임에 따른 약속을 하는 것이 좋다. 단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보상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어느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했느냐에 따라서 혜택이 바뀌거나 고객의 강성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대응은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

컴플레인 vs 클레임 불만 대응 기준 및 사례

 

뷰티서플라이 고수들의 조언

뷰티서플라이 업계에서는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가진 점주와 직원들이 있다. 이들이 내놓는 노련한고객 응대법과 철학들을 눈여겨보자.

– “손님과는 대치하지 말라” 는 게 우리 가게의 철칙이다. 싸우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손님에게는 목소리를 더 낮춰라. 그러면손님도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니 진정하게 된다. 절대 같이 언성을 높이지 말라.

– 몇 사람 컴플레인하는 건 개의치 않는다. 컴플레인은 장사하며 늘 있는 거니 그걸 좇아가면 죽도 밥도 안된다. 대신 그분들에겐 낮은 자세로 ‘한없이’ 잘해준다. 인사부터 철저히 하고 친절히 대하면 컴플레인 하려고 들어 왔다가도 안하고 오히려 손님이 가게에 잘 보이려고 애쓰더라.

– 손님과 손 닿는 자체를 꺼려하는 점주가 있다. 돈을 손에 건네 줘야 하는데 계산대 위에 던지듯 탁 올려놓는 경우. 손님들은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바로 느낀다.

– 흑인 고객들에게는 특히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2~300년 간 그들은 심한 차별의 장벽을 없애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고, 법을개정하고 인권을 회복했다. 거기에 우리는 해준 게 없어 빚졌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우리도 동등하게 누리고 사니까. 그들의역사를 이해하면 그들이 왜 작은 일에 차별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왜 가게에서만큼은 대우받고 싶어하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 소매점 사장은 특히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게 매니저에게로, 그럼 매니저는 직원에게로, 직원은 손님에게로 간다.

– 20년 된 매니저의 말: “뷰티서플라이는 거의가 동네 장사라, 싫어도 또 봐야 해요. 기분 나쁘다며 막 소리 지르고 간 손님들이 내일 또 오거든요. 그러니 내 기분이 상하더라도 일단 접어두고 차분히 대해야죠. 그리고 까칠하게 하는 손님들은 ‘자기를알아 달라’는 의도가 강해요. 까탈스런 사람들이 신경 써서 잘해주면 완전히 충성 고객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 20년 이상 된 사장님의 말 : “뷰티서플라이에서 10년~15년 이상 일한다면 도인이 되어야 해요. 아니면 마음의 병이 생기니까요.”

오늘도, 속으론 참을 인자를 새길지언정 밝은 미소로 고객을 맞이하는 모든 도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특집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2년 4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