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서플라이에 ‘패션’을 입힌다! NOVA Brand Apparel 김응호 대표

뷰티서플라이에 ‘패션’을 입힌다!

NOVA Brand Apparel 김응호 대표

희망찬 새해를 출발할 시기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고물가 · 고금리 · 불경기 삼중고에 시달리는 탓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닫힌 지갑을 열게 할 구원투수 아이템이 없을까? 여기에 답해줄 사람이 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조지아에서 꾸준히 흑인 대상 패션업을 해왔다는 NOVA 김응호 대표. 불경기에도 ‘여전히 순항 중’이라는 가게를 찾아 뷰티서플라이 불황 타개책을 찾아보았다.

BY JUYOUNG SUNG

노바 브랜드 어패럴(이하 노바), 소개를 좀 해주세요.

흑인 여성복 전문 홀세일입니다. 1996년 애틀랜타에서 처음 비즈니스를 열었고요. 아이들 옷으로 시작해서 이후 남성복을 수입하다가 14년 전부터는 여성복으로 전환해서 쭉 해오고 있어요.

꽤 오래 하셨네요. 이 분야에선 꽤 알려지셨겠어요?

30년 가까이 해왔으니 어느 정도 단골 고객들이 확보돼 있어서 비즈니스 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노바에는 없는 옷 없이 다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많이 노력을 해왔거든요. 그리고 손님들한테는 무조건 친절하자는 것, 그 두 가지 모토를 지켜온 게 오랜 비즈니스의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손님들은 주로 어디서 많이 오시나요?

동남부 6개 주가 제일 많죠. 조지아, 앨라배마,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올랜도나 잭슨빌에서도 오고 미시시피나 버지니아, 켄터키, 루이지애나에서도 오시고요. 거의 99%가 흑인 손님들이에요. 흑인 여성복 전문이니까.


5,000 sqft 작은 매장 안을 꽉꽉 채운 여성복. 5분 거리에 7,500 sqft의 웨어 하우스도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 패션 산업을 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하고, 중간에 흑인 여성복 전문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전후로 한국 사람들이 조지아로 많이 왔어요. 저도 그때 왔는데, 당시 아래 동서가 흑인 남성복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럼 나는 애들 옷을 좀 해봐야겠다 생각을 했죠. 그게 시작이었고, 이후엔 남자 옷 수입을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디자이너도 따로 있어야 하고, 컨테이너 단위로 물건을 들여와야 되니까. 은행 돈을 빌려 쓸 때인데, 만드는 데 돈이 몇 십만 불 들고 배 타고 오는 데 또 몇 십만 불, 도착해서 보관하는 데 또 몇 십만 불, 물건 오더를 받아도 텀을 많이 쓰니까 돈 회수까지 거의 반 년이 걸리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해서는 답이 없겠다 고민하던 시기에 마침 딱 흑인 여성복 바람이 분 거예요. 그 시기를 잘 탄 거죠.

특별한 아이템이 있었나요?

13~14년 전인데 레깅스가 막 뜰 때였거든요. 남자 옷을 하면서 여자 옷을 조금씩 시도해 본 거였는데, 레깅스가 어마어마하게 나가는 거예요. 레깅스 한 가지로 렌트비가 다 나올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핫했거든요. 그래서 과감히 여자 옷으로 100% 다 바꿔버렸죠.

아이템 하나를 보고 사업 분야를 바꾸신 건가요?!

아내가 제 별명을 무대포라고 지었어요. 계획성 없이 무모하게 일 저지른다고. 그런데 사실 리스크가 없는 비즈니스는 없어요. 다 맞아서 잘 팔면 좋은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죠. 땅 짚고 헤엄치기가 어디 있겠어요. 다행히 저희가 여성복에 올인했을 때 그 유행이 오래가고 또 계속 발전했어요. 처음에는 심플하게 한두 가지 레깅스만 나오다가 프린트도 나오고 인조가죽 재질도 나오고, 게다가 신축성 좋은 심리스(Seamless) 형태가 나와서 같이 히트를 쳤어요. 신기한 게 그렇게 히트 치는 제품이 있으면 어떻게 알고 다 찾아오더라고요, 흑인 손님들이. 그때부터 비즈니스가 계속 성장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운도 굉장히 따랐죠.


신축성 좋은 원단으로 만드는 심리스 의류들

흑인 고객이 많다고 하셨는데, 대부분 옷 매장을 하는 분들인가요?

가게도 있지만 온라인으로 하는 흑인들이 더 많아요.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매장을 갖고 해야 된다는 사업 마인드가 강한데, 흑인들은 그보다는 SNS나 온라인 비즈니스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죠. 자기를 모델로 해서, 직접 옷을 입고 사진 찍고 온라인에 올려서 파는 거예요. 렌트비나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팬데믹 때는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흑인들도 많았어요. 못 보던 손님들이 겁 없이 물건을 많이 사가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보조금을 받아서 그걸로 개인 비즈니스를 열었더라고요. 가게에 4명 출입 제한을 뒀던 코로나 기간에는 아침부터 줄이 길게 선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어요. 지금도 바쁠 땐 매장과 웨어 하우스를 하루에 대여섯 번씩 오가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요.

요즘은 뷰티서플라이에서도 옷을 많이 넣는 추세던데요?

몇 년 전만 해도 뷰티서플라이 하는 분들이 옷을 많이 안 했어요. 헤어면 헤어, 케미컬이면 케미컬 그렇게 섹션을 딱 정해놓고 운영했었는데, 최근에는 옷을 갖추는 게 어떤 트렌드처럼 되긴 했어요. 고객들 입장에서 봐도 뷰티서플라이에 와서 원스톱 쇼핑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다른 데 손님을 안 뺏기기 위해서라도 옷을 구색으로 조금 갖춰놓고 하자는 방향으로 많이들 가고 있죠.

이 기사를 보고 ‘우리도 옷을 넣어볼까’ 하시는 소매점주분들을 위해서 조언을 주신다면요?

1) 작게 시작하라

옷을 넣고는 싶은데 ‘가게가 작아서’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작은 공간이어도 관리만 잘 하면 뷰티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재미가 있으면 점점 넓혀가면 되거든요. 처음부터 너무 크게 시작해서 실패하면 안 되니까, 소매점 사장님이나 저희나 서로 부담 없이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2) 제품은 원 사이즈로

뷰티서플라이에서는 원 사이즈로 시작들을 많이 해요. 보통 심리스라 부르는 옷들이 다 원 사이즈예요. 신축성 좋고 쭉쭉 늘어나는 재질로 만들어서 S부터XL까지 다 소화를 하죠. 그리고 흑인 중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안 늘어나는 천으로 아예 크게 만드는 원 사이즈 옷들도 있고요. 원 사이즈면 손님들도 더 요구하는 게 없고 따로 피팅 룸이 없어도 되니까,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셋업 하라고 권유를 하죠.

3) 마네킹은 필수! 디스플레이에 신경 쓰기

매장이 작거나 옷에 투자를 많이 안 하시려는 분들은 마네킹을 부담스러워해요. 그런데 마네킹이 있고 없고에 따라 판매가 굉장히 다르거든요. 눈에 잘 띄는 곳에 마네킹을 세워놓고 그때그때 옷을 바꿔주면 분위기도 달라지고 장사하기가 훨씬 낫죠. 실제로 그렇게 잘 관리하는 분들 중에서는 매주 천 불씩 물건을 해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 NOVA에서 추천하는 올해 유행 아이템 * 

1) 케이블 심리스 세트

니트는 아닌데 니트처럼 보이고 가격은 저렴한 심리스는 꾸준한 인기 제품. 특히 트위스트(케이블) 문양이 들어간 건 현재 인기 1순위.

2) 베이스볼 재킷

편안하고 활동적으로 보이는 베이스볼 재킷도 작년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딱 붙는 레깅스와 매치한다.

3) PU제품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진 PU(폴리우레탄) 원단은 가죽 질감이 있으면서 내구성이 뛰어나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오고 있다.

4) 아프리칸 스타일

독특하고 강렬한 아프리칸 문양을 넣은 넉넉한 원 사이즈 드레스는 흑인 중년 여성들이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


올해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저희 같은 경우는 지난 몇 년간, 코비드 기간에도 무난하게 잘 해왔거든요. 물건 바잉도 많이 하고 판매도 많이 하고. 올해는 아무래도 경기 면에서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이 들리니까 살짝 긴축 모드로 들어가야겠다 생각을 해요. 그래도 고정 고객층이 있고 흑인들의 온라인 비즈니스나 뷰티서플라이 수요도 늘어가는 추세니까, 길게 보면 전망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김응호 대표는 스스로 인복이 많은 편이라고 얘기한다
. 나란히 선 이는 스페니시 직원 Marvin. 22년간 같이 일해와서 한국말도 꽤 하고 손님들 신임도 두텁다고. 현재 NOVA에서는7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끝으로 새해를 맞아 BNB 독자분들, 특히 소매점주 분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요?

뷰티서플라이에 옷은 낯선 아이템일 수 있어요. 그런데 아예 시도조차 안 하면 옷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도 없잖아요. 시작하는 걸 너무 망설이다 보면 늦어요. 남들보다 좀 더 일찍, 부담 없이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또 하나는, 불경기라 해서 분위기가 전부 위축되어 있는데 그래도 새해잖아요. 비즈니스든 개인사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잘 풀리더라고요.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는 게 제 새해 덕담입니다.

 

 

COVER STORY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2년 1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