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솔, 가향 담배의 판매금지, 흑인 사회를 금연으로 이끌 것인가

멘솔, 가향 담배의 판매금지,

흑인 사회를 금연으로 이끌 것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4월 28일(현지 시각) “중독성이 강한 멘솔 담배를 포함한 모든 가향(加香) 담배 판매를 중단하는 계획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FDA와 보건복지부 등은 단계적 판매 제한과 계도 기간 등을 거쳐 2024년 이후 가향 담배를 전면 판매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멘솔 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백인 흡연자의 30%, 흑인 흡연자의 85%로 멘솔 담배 규제가 인종 문제로도 인식돼 왔다. 폐암 발병률도 인종 중 흑인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멘솔 담배 퇴출 운동을 지지하는 흑인 단체들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흑인의 담배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종의 인종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흑인 사회 안에서도 분열이 일어나 이슈가 되고 있다.

멘솔, 가향 담배만 금지하는 이유

FDA가 멘솔 등 모든 가향 담배에 대한 판매 금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멘솔 담배가 민트 같은 맛과 향료 첨가제로 담배의 위해성을 가려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흡연 장벽을 낮추기 때문이다. 또한 멘솔의 향미와 상쾌한 느낌은 멘솔 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한청소년이 장기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며, 사람들에게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 멘솔 담배는 주로 10대 청소년과 흑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FD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2세 이상 1,850만명 이상이 멘솔 담배를 피웠는데, 이는 연 800억 달러(102조 원) 규모에 이르는 미국 전체 담배 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멘솔 담배 브랜드 Newport

멘솔 담배에 대한 선호도는 왜 흑인 커뮤니티에서 유독 높을까?

지금은 인종차별 문제로 안 쓰이지만 예전에는 “백인은 말보로(Marlboro), 흑인은 쿨(Kool)”이라는 속어가 있었다. 그 유래는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 연구팀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도시의 제조업 중심지로 이주하고 흑인 중심의 신문과 잡지가 출현하면서, 담배 회사들이 틈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1950년대 초 멘솔 담배인 Kool에 대한 흑인 선호도가 있음을 발견하고, 담배업계에서는 흑인들이 멘솔 담배를 사용하도록 광범위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흑인 거주 지역에 무료로 담배 샘플을 배포했으며, 1960년대에 Kool 제조사는 흑인 흡연자가 백인보다 텔레비전 광고에 더 끌린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TV 광고에 쏟아부었다. 흑인 운동선수, 배우, 뮤지션을 광고모델로 기용하여 파급력을 높였다. 그 결과 흑인 멘솔 흡연자는 1950년 10%에서 오늘날 85%로 증가했다.

FDA에서 제공한 멘솔 흡연자 사용자 통계


젊은 흑인 남성을 모델로 사용한 멘솔 담배 Kool의 과거 광고


Essence 매거진 2008년호. 담배 회사는 흑인 독자층을 겨냥한 신문과 잡지에 광고하고 민권 단체에 돈을 기부해왔다


미국 멘솔 흡연자의 60%가 피우는 담배인Newport의 과거 광고

흡연으로 인한 흑인 사망률이 타 인종보다 높다?

흑인 건강 및 평등 센터(Center for Black Health and Equity)에 따르면 중독성 높은 멘솔 담배로 인해 흑인 흡연자는 금연하기가 더 어렵고 암,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담배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고 한다. 타 인종과 비교하여 사망률 격차가 있는 이유는 선천적인 차이보다는 흑인들이 받는 의료의 질, 늦은 진단, 무관심한 의료 제공자, 의료 인종 차별을 비롯한 여러사회적 요인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담배 업계 반대 세력과 인종차별 논란

멘솔 담배 판매 금지는 20년 넘게 추진돼 왔다. 특히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가족 흡연 예방 및 담배 규제법’이 통과되면서 담배 산업 관련 조치 권한이 FDA에 부여됐지만 멘솔 담배 규제가 추진되지는 못했다. 담배 업계의 거센 반발과 로비 활동이 규제 추진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이후 2013년 FDA는 멘솔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이 높고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지만, 이 역시 규제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었던 2017년 FDA는 다시 멘솔 담배 금지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지지를 모색했으나 실질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하다가 조 바이든 정부에 들어 탄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연 옹호자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이러한 금지가 흑인 커뮤니티에 해롭다고 믿어 트위터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담배 업체인 알트리아와 레이놀즈는 멘솔 담배 금지 조치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멘솔 담배를 단속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담배를 피우는 흑인에게 접근하여 불법 체포나 폭력을 행사할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판매 금지를 반대하는 논리다. 이들 담배 업체는 유명 흑인 인권단체의 멘솔 담배 금지 반대 운동을 지원해왔다. 법안을 막기 위한 캠페인에 2천만 달러를 지출했고, 캘리포니아주에서 멘솔 담배 금지 법안(SB 793)에 대응하기 위해 시위대를 돈 주고 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멘솔 담배 금지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대 @LosAngelesTimes

멘솔 담배 금지를 향한 긴 여정

일부 비평가들은 이번 금지 법안으로 인해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 지역에서 담배에 대한 불법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연방정부는 금지 조치가 실행될 시 기존 담배 제품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과세를 고려하면 시행 첫해 정부는 66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최소 2곳의 담배 업체가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본격적인 멘솔 담배 금지 시행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길어진 공방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의 큰 변화를 앞두고는 반드시 갈등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FDA에서는 미국에서 연간 48만 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사망하고 있다고 밝히며 멘솔 담배 금지가 유색인종, 저소득층, 성 소수자 커뮤니티가 경험하는 건강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뉴스 BY Kyounghyun Han
BNB 매거진 2022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