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니 좋다, 내겐 천직” 공백 딛고 ‘뷰티 제국’으로 컴백!

“돌아오니 좋다, 내겐 천직”

공백 딛고 ‘뷰티 제국’으로 컴백!

By Jeehye Ra

업무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뷰티서플라이 업종의 특성상 종일 가게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가족들과의 여행, 여가 활동 등은 사치처럼 여겨진다. 뷰티 엠파이어의 영 박 사장도 다르지 않았다. 30여 년쯤 전, 처음 뷰티업계에 입문한 후 가게 일을 배우기 시작하고 ‘내 가게’를 열어 10년을 운영하도록 한국 한 번 나갈 여유가 나지 않았다.

이민 1세대들이 그랬듯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매일 가게를 지켰고,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문득 위기가 찾아왔다. 마음 기댈 곳이 없어 방황하다가 결국 잠시 쉬기로 결정하고 2년 동안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다 문득, 일터와 사람들이 그리워졌고 “아직은 좀 더” 라는 의지가 생겨났다. 영 박 사장은 다시 용기를 갖고 뷰티업계로 돌아가기로 했다. 공백을 딛고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민 생활의 시작이었던 뷰티업, 천직이라 생각

영 박 사장이 미국에 처음 온 것은 1992년이었다. 결혼 전 배를 타고 미국에 온 경험이 있던 남편은 늘 미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언젠가 미국에 다시 가보고 싶다”던 남편과 함께 이민을 결정했다.

이민자들 사이에서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공항에 누가 마중을 나오는지에 따라 이후 미국에서의 생업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영 박 사장도 조지아에서 뷰티업을 하고 있던 친척의 도움으로 처음 업계에 입문했다.

가게에서 매니저로 5년을 일하다가 스톤마운틴 지역에서 3천 스퀘어 피트 규모의 작은 가게를 인수해 5년간 ‘뷰티 타운’이라는 상호로 운영했다. 그러다 마리에타로 자리를 옮겨 뷰티 엠파이어를 차렸다. 가게 이름을 고민하던 중에 딸이 ‘제국’의 의미를 담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이를 따랐다. 그곳에서 10년간 자리를 천직이라 생각하고 지켰다.

 

휴식을 결정하기까지

영 박 사장은 초기 우먼스 클럽 멤버로, 한 가게의 운영자로 살았다. 늘 바쁘게 주문을 넣고 손님들을 응대하며 보내는 일상이었다. 그는 “그때는 정말 씻지도 못하고 나가는 날들이 많았어요. 한 달, 아니 일주일 만이라도 쉬고 싶다. 알람 걱정 없이, 직원 걱정 없이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가게의 흑인 직원과 한인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 밤마다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렸고 남편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해야할 일들은 늘어났다. 결국 잠시 손을 놓기로 결정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들과 다 같이 한국과 필리핀 여행을 떠났다.

너무 열심히 살아왔을까?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젊은데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며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목적이 있는 삶이 그리웠다. 뭘 할 수 있을까 찾기 시작했다. 베이커리를 해볼까,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한신포차의 2호점을 오픈해 볼까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의 종착지는 결국 뷰티업이었다. 함께 했던 직원들, 늘 살갑게 맞았던 세일즈맨들, 가게를 다녀가던 손님들이 떠올랐다. 다시 가게를 꾸리기로 결정하고 1년 반 전에 스넬빌에 7천 스퀘어피트의 소매점을 열었다.

 

공백을 잊게 해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단 2년이었지만 그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트렌드도 몰랐고, 오랜만의 가게 운영이 괜스레 겁도 났다. 그때 힘이 되어준 것은 우먼스클럽 멤버들과 세일즈맨들이었다. 우먼스 클럽 회원들은 다시 새 시작을 하는 영 박 사장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었고 이전 마리에타 가게에서 돈독한 정을 쌓았던 세일즈맨들은 좋은 제품들을 추천했다. “알찬 것만 좀 뽑아줘요”라는 박 사장의 말에 SNG, 우트레, 썬태양 등의 세일즈맨들은 알짜배기를 골라 가게를 채워줬다. 영 박 사장은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헛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고마운 인연들이죠. 어쩌면 이 사람들 때문에 제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는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가게를 찾아온 사람은 또 있었다. 어느 날 불쑥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다름 아닌 전 직원, 상호를 보고 영 박 사장의 가게라고 생각하고 찾아온 그 직원은 지금 단골손님이 되었다. 박 사장은 “마리에타에서 가게를 운영할 때 직원들을 데리고 한국 사우나도 가고, 식당도 가고 여러 추억을 쌓았어요. 그때 그 시간을 기억해 준다는 것이 감사했죠”라고 했다.

고마운 사람은 또 있었다. 전 가게에서부터 현재까지도 함께 해주고 있는 조카다. 시원시원하면서 정많은 모습이 꼭 닮은 두 사람은 모녀 사이처럼 다정했다. 서로 무언가를 요청하지 않아도 눈짓 하나로도 필요한 것을 캐치하고, 업무 분담도 자연스러웠다. 영 박 사장은 “조카가 없었으면 여태까지 가게 운영 못했을 거예요. 제게 가장 고마운 존재입니다”라고 말한다.

 

새 가게를 소개합니다

새롭게 문을 연 뷰티 제국은 스넬빌 지역의 한 쇼핑센터에 위치해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핑크색의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대편에서 오는 손님들이 모르고 지나칠 것을 우려해 반대편에서 보이는 주차장에는 가게 상호를 붙인 차량을 세워뒀다.가게 입구는 누구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활짝 열어두었고 가게 앞에는 특별히 쇼윈도 부스를 차려 의류를 진열했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이 제일 중요

경영철학을 묻는 질문에, 영 박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매장을 깨끗하게 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 겠죠”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생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 손님들은 매장의 청결도에 이전보다 더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박 사장은 틈만 나면 진열대와 바닥 청소를 한다. 먼지 없는 가게, 깨끗한 소매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배치는 손님들의 동선을 따랐다. 염색약 인근에 함께 사용하기 좋은 케미컬 들을 놓는 방식이다. 케미컬 진열은 손님이 앞에 섰을 때 답답하지 않게 훤히 보일 수 있도록 크기가 작은 것과 큰 것을 교차해 두었다.

 

 

헤어 구성은 다양하게, 손님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헤어는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했다. 요즘 잘나가는 브레이딩, 크로쉐, 클립온 등을 비롯해 시니어를 위한 가발 등에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특별한 점은 상당수의 가발을 꺼내서 진열하고 손님들이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 영 박 사장은 “하나쯤은 버린다고 생각하고 꺼내놨어요. 제품 하나 아끼는 것보다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했다.

 

“조지아 손님들? 유행에 민감해요”

 

뷰티서플라이에서 잘나가는 물건들은 지역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영 박 사장의 말에 따르면 조지아 지역 손님들은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는 편이다. 필요한 물건의 사진을 들고 와서 같은 걸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럴 때면 조카가 나서 바로 검색을 해보고 가장 비슷한 물건을 찾아주기도 하고, 손님들이 많이 찾는 물건들이 있으면 메모했다가 바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 액세서리에서부터 의류 등 잡화도 다양하게 갖췄다. 때때로 달라지는 손님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도난 방지를 위한 조치

소매점에서 좀도둑은 피할 수 없는 상대다. 이를 줄이기 위해 영 박 사장은 매장 계산대를 넓게 꾸리고 가로로 배치해 가능한 많은 부분까지 직접 볼 수 있도록 했고 의심이 되는 손님이 있으면 CCTV 화면을 확대해 확인하고 있다. 영 박 사장은 “예전 가게에서 헤어존이 문 앞에 큰 시트지를 붙여준 적이 있어요. 그냥 단순한 스티커인 줄 알았는데 강도가 문을 부술려고 돌을 던졌을 때, 그게 방어 역할을 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라고 했다.

 

앞으로의 꿈

영 박 사장은 뷰티업계를 “한국 사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건재했으면 좋겠고 장사하는 소매업계는 어쩔 수 없더라도 도매업계만은 한인들이 계속해서 주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우먼스 클럽 새 회장이 된 영 박 사장은 이를 잘 꾸려가고 싶은 의지도 분명했다. 처음 우먼스클럽이 창립할 당시 작은 가게들이 모여 큰 가게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함께 보고자 공동구매를 많이 진행했던 만큼 새 회장으로서 앞으로 공동구매를 통해 회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많은 협회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처음의 창립 목적을 잊지 않고 소수가 원하더라도, 작은 물건이라도 나누고 함께하며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COVER STORY BY BNB Magazine
BNB 매거진 2023년 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