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토어, 뷰티서플라이의 맞수가 될 것인가

달러 스토어뷰티서플라이의 맞수가 될 것인가

지난달 기사에서 우리는 달러 스토어들의 무한 성장을 살펴보았다. 거침없이 세를 불려가고 있는 달러 스토어와 뷰티서플라이의 주 고객층은 겹친다. 각자의 영역이 뚜렷하다면 윈윈할 수도 있다. 달러 스토어에서 생필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옆에 자리한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을 들리는 이득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상대는, ‘잘 되는 품목은 뛰어들고 보는’ 유통가의 새로운 공룡들이다. 이미 달러 트리 매장에선 염색약과 헤어 제품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고, 달러 제너럴에서는 자체 브랜드 화장품까지 출시한 상황이다.
뷰티서플라이 점주들은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진 않는다고. 헤어, 뷰티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 스토어가 아닌 뷰티서플라이를 찾는다고. 아.직.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지피지기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달러 스토어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사업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 제너럴’을 중심으로 뷰티사업 진출 현황과 전략을 분석해본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 될 건 취하고 안 될 건 버린다

생필품들로 가득 찬 달러 제너럴의 진열대 사이에, 생뚱맞게도 스타벅스 냉장 박스가 서 있다. 인어 로고까지 선명한 냉장고 안에는 다양한 스타벅스 음료들이 채워져 있는데, 프라푸치노  하나에 $2.75 혹은 2개에 $5(물론 스타벅스 매장에서 비슷한 사이즈의 프라푸치노 가격은 $3.95이다), 아무래도 달러 스토어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품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예상외로, 잘 팔린다. 가까운 스타벅스 매장이 차로 30분 걸리는 시골 마을에서는 더 그렇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르(Kantar)에 따르면, 달러 제너럴 고객의 약 57%는 가계소득이 4만 9,900달러 미만, 30%는 2만 5,000달러 미만으로 비교적 저소득층이다(2019년 기준으로 미국 평균 가구 소득은 약 6만 1,000달러이다). 그러나 달러 스토어는 고객들의 상향 소비 욕구를 캐치해냈다. 달러 제너럴의 CEO 토드 바소스는 “돈이 많지 않다고, 좋은 것을 사고 싶은 맘이 없는 건 아니다”는 한 여성 고객의 말을 인용하면서, “달러 제너럴은 그녀에게 좋은 ‘가치’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사치’를 동시에 제공해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말처럼, 달러 스토어는 소비자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해서 많은 소매업체가 겪은 불황을 피해갔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의 흐름을 읽고, 사업성이 있으면 바로 뛰어든다. 최근에 주력하는 분야는 신선식품과 헬스케어 그리고 뷰티 사업이다.

 

신선식품에 이어 헬스케어의 허브를 노린다

2019년 1월, 달러 제너럴은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DG Fresh 이니셔티브’를 출시했다. 신선식품 사업은 다루기 어렵고 마진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달러 제너럴은 DG Fresh를 통해 식료품 옵션이 필요한 지역 사회로 더 진출할 수 있었고, 월마트나 홀푸드 같은 거대 강자와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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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식품 시장 규모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무려 1.27조 달러에 달한다(2018년 기준).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을 삼가고 ‘집밥’을 먹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신선식품 분야의 수요는 대폭 증가했다. 실제로 달러 제너럴의 경우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한 매장들의 매출이 10~15%가량 늘었고, 이에 따라 식품 매장을 현재 1,300곳에서 향후 몇 년간 최대 10,000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로 또 하나 주목받은 분야가 있다면, 바로 건강 관리일 것이다. 올해 7월, 달러 제너럴은 최고 의료 책임자를 고용했으며, ‘헬스케어 목적지(health-care destination)’가 되는 것을 목표로 건강에 초점을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BS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래서는 “헬스케어는 고령화 추이를 고려할 때 미국에서 요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달러 제너럴의 선택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달러 제너럴이 이미 미국 농촌 지역에서 높은 입지를 확보한 것을 감안할 때, 의료 관련 서비스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강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ollar General

이번엔 뷰티사업이다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의 힘을 믿는다(We believe in the power of beauty for all)”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이 2019년 3월에 출시한 자체 브랜드 ‘빌리브 뷰티(Believe Beauty)’의 모토이다.

달러 제너럴은 밀레니얼 세대 고객 유치를 위해 SNS 뷰티 블로거와 손잡고 말 그대로 ‘모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했다. 판매 제품은 립스틱, 아이섀도, 파운데이션 등의 색조 화장품부터 인조 속눈썹, 메이크업 브러시 등의 뷰티 툴까지 150여 종에 이르는데, 가격은 모두 5달러 이하이다. ’빌리브 뷰티’는 현재 1만 7천여 곳이 넘는 달러 제너럴 매장과 홈페이지를 통해 독점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Drug Store News에 따르면 달러 제너럴의 CEO 토드 바소스는 뷰티 산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구축하기로 결정했고, 출시 후 지금까지 더 나은 조명과 뷰티 섹션의 업그레이드된 제품 구색을 위해 꾸준히 투자해왔다. 달러 제너럴이 이렇게 화장품 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 왜 바겐세일 잡화점 체인에 뷰티 라인이 필요한 걸까? 그 답은 몇 년 새 급증한 뷰티 시장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유형별 뷰티 시장 규모

꾸준한 확장세에 이어 지난해(2020) 미국 뷰티 시장 규모는 91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시장 조사 업체인 P&S인텔리전스는 화장품과 퍼스널 케어 제품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1,287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스토어로선 승부를 걸어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이미 시장에는 수많은 고가의 뷰티 브랜드가 있고, 그중 다수는 유명인이 판매하는 제품이다. Kylie Cosmetics, Kim Kardashian의 KKW Beauty, Rihanna의 Fenty Beauty, Lady Gaga의 Haus Laboratories와 같은 브랜드들이다. 그 속에서 달러 제너럴이 저가 브랜드 ‘빌리브 뷰티’의 홍보를 위해 공략한 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SNS를 통한 ‘입소문’ 공략법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빌리브 뷰티’ 제품이 달러 제너럴의 진열대를 모두 채우기도 전에 이미 블로그에서 그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달러 제너럴이 유튜브 사용자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CNN은 Juicy Jas, Emily Noel 및 Kelly Strack과 같은 인기 있는 뷰티 블로거 덕분에 ‘빌리브 뷰티’가 유튜브에서 수십 개의 리뷰와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고,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believebeauty는 수천 개의 게시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달러 제너럴 방문객들이 화장품을 사러 매장을 찾지는 않는다. 잡화 체인에서 만든 저가 화장품이란 인식에서, 시도하기를 꺼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주 가는 매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낯선 브랜드가, 최고의 뷰티 인플루언서들에게서 자주 언급되고 홍보된다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얻을 수 있다면? 거기다 가볍게 한 번 시도해 보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라면? 달러 제너럴이 노린 건 바로 이것이었다.

유튜브를 장식한 <빌리브 뷰티> 화장품 리뷰들

 

소셜 미디어 덕분에 ‘빌리브 뷰티’ 컬렉션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고, 불과 몇 달 새 예상치 못한 모멘텀을 구축했다. 출시 2년이 지난 지금도 유튜브에는 조회수 수십만 건의 리뷰 영상들이 꾸준히 게시되고, 인스타그램 계정 또한 팔로워 붐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빌리브 뷰티’ 계정은 약 16,7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Dollar General 계정은 205,000명에 이른다.

<빌리브 뷰티> 인스타그램

달러 제너럴은 매장을 가장 자주 찾는 고객들과 연간 소득이 가장 낮은 고객층을 묶어 “영원한 절친(BFF; Best Friends Forever)”이라 부르고, 중산층 고객층을 “친구”라 일컫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덕분에 그들의 “절친”과 “친구”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덧붙이자면, 달러 트리의 경우에도 자체 브랜드는 제작하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대의 뷰티용품을 취급하고, 꾸준히 제품 종류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달러 제너럴과 마찬가지로, 달러 트리의 저렴한 뷰티 제품에 관해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리뷰를 올리는 이들도 많다. 물론 호평도 있는 반면 ‘싼 게 비지떡’이란 식의 가감 없는 비판도 있는데, 달러 스토어의 뷰티 제품에 관해서 결국 하나같이 동의하는 건 가격 경쟁력이다.

www.slashedbeauty.com

달러 스토어에 맞서는 슬기로운 방법

 

달러 스토어의 모든 제품이 더 저렴한 것은 아니다

‘$5이하’에 현혹되지 말자. 사실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다녀보면 같은 제품군에서 가격이 달러 스토어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아이템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달러 스토어=최저가 제품이란 인식이 박혀있을 뿐이다.  이 점을 고객들에게 주지시키고, 테스팅 기회도 적극적으로 주는 게 좋다.

www.believebeautycosmetics.com / 뷰티서플라이 스토어

빌리브 뷰티 브랜드의 리퀴드 립과 파운데이션이 $4~5인데 비해,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을 립 글로스는 $1.99, 파운데이션은 $2.99로 더 저렴하다(테스터까지 있다!)

 

그래도 저렴하다고? 용량이나 성분을 비교해보라

전체적인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 대량으로 싸게 들여오거나 PB상품 혹은 차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달러 스토어를 따라잡기란 어렵다. 그러나 달러 스토어의 상품 리뷰를 찾아보면 ‘사지 말아야 할 제품’으로 샴푸나 화장품 종류를 꼽기도 한다. 성분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거나, 가격은 싸지만 양이 일반 스토어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상품 판매 시 달러 스토어 상품에 비해 성분이나 용량 등의 장점을 부각하도록 하자.

 

진열은 잘 보이는 곳에!

대부분의 달러 스토어에서 뷰티 제품을 매장 내의 큰 판매대에 배치했다. 특히 달러 제너럴의 경우에는 ‘빌리브 뷰티’ 제품이 매장 통로의 엔드 캡에 위치하기 때문에, 쇼핑객이 매장 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뷰티서플라이 매장에서 화장품이나 메이크업 툴은 진열대 중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주력하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뷰티서플라이 매장에서 화장품 코너는 더욱더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달러 스토어의 진열대에는 머지않아 화장품만 아니라 각종 헤어 케미컬이 자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빌리브 뷰티’는 달러 제너럴과 Maesa가 공동개발했는데, Maesa는 타겟의 Kristin Ess 헤어 케어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뷰티 인플루언서? 우리가 전문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이 직접 나서서 이름난 뷰티 인플루언서들에게 매장 제품들을 홍보해 달라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산을 들여 프로모션을 할 수도 없거니와, 여러 제조사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제품 중 어느 특정한 것만 내밀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스스로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판매자가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단 매장 내의 판매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법과 성분, 특징 등을 세세히 조사하고 익히자. 직접 사용해보면 더 좋다. SNS에 능숙하다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포스팅하고, 그렇지 않다면 매장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상세한 소개나 사용 소감을 전해도 좋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뷰티서플라이 점주와 직원들 스스로가 최고의 전문가임을, 자신감을 갖고 고객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Business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1년 10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