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전쟁터, 손님들에게는 놀이터?! 제니 뷰티서플라이의 제니 서 사장

나에겐 전쟁터, 손님들에게는 놀이터?!

제니 뷰티서플라이의 제니 사장

9년 전 텍사스 댈러스 지역에 개점한 제니 뷰티서플라이 슈퍼 센터는 5만 5천 스퀘어 평방 피트 규모를 자랑한다. 슈퍼 센터를 비롯, 4개 분점을 더 확보한 제니 뷰티의 수장은 누구일까? 제니에는 여러 경영인이 참여해 사업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그 중심엔 가게의 상징이자 실질적 리더인 제니 서(Jenny Suh)씨가 자리하고 있다. 여성 경영인인 제니 사장은 5개의 제니 뷰티의 총괄 대표이다.

BNB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방문 인터뷰 대신, 화상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여 약 2시간에 걸쳐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흑인 직원 명과 오롯이 둘이서 일하며 배운 뷰티 업계

뷰티 업계로 그녀를 처음 인도한 사람은 그녀의 오빠 서윤교 씨였다. 지금은 달라스에서 CPA일을 하고 있는 서윤교씨는 1980년대 초반부터 BIG-T 바자라는 곳에서 뷰티서플라이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뷰티 서플라이가 달라스에 손에 꼽을 만큼 적을 시절에 이 업계로 뛰어든 것이다.

“오빠는 댈러스 지역 뷰티서플라이의 거의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이었어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유학 생활까지 거친 후에, 1989년도에 처음 미국에 왔었죠. 오빠 밑에서 뷰티서플라이 일을 배우기 시작했을 당시엔 뭐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녀는 오빠의 스파르타식 트레이닝 방식에 처음엔 당황했다.

“오빠가 무턱대고 가게 키 하나를 손에 쥐여주고 1시간 거리에 있는 가게로 혼자 출퇴근하도록 시켰어요. 가게는 흑인 직원 한 명과 나, 오롯이 둘이서만 운영해야만 했죠. 그 기간이 무려 6개월이나 됩니다. 처음 미국에 온 사람에게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악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웃음)”

그러나, 그녀는 이 6개월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어렸을 적 오빠에게 아주 못되게 굴어서, 그 6개월이 나를 괴롭히기 위한 벌이라고 처음엔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 가게를 운영했던 6개월간 영어 실력과 제품 지식이 빠르게 향상됐어요. 3개월 뒤 오빠가 내 영어를 듣고 놀랐을 정도였다니까요.”

 

친구네 놀러 가듯 방문하는 뷰티서플라이

작년 여름 제니 뷰티서플라이 취재 과정에서 BNB는 인상적인 대화를 엿들었다.

매장에 방문한 손님이 전화 통화를 할 때,

“너 어디 있어?”란 상대방의 질문에

“지금 제니에 있어”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짧은 대화였다. 

가게 상호를 하나의 통칭으로 쓸 만큼, 제니는 손님들에게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제니 서 씨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제니 사장은 사업장을 그야말로 전쟁터’라 생각한다. 사업장 하나하나를 성공시키는 과정이 치열하게 싸워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이기 때문이다.

“총알을 많이 갖고 나가야, 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지 않겠어요? 사업장은 전쟁터고 총알은 사업에 대한 지식이라 생각해요, 사업장 하나하나를 키워낼 때마다 제품과 소비층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죠.”

업계를 경험한 그녀는 제품과 소비자에 대한 파악에서 더 나아가, 흑인 커뮤니티란 바다에 아예 ‘다이빙’하기에 이르렀다. 직접 그들의 커뮤니티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에서 약 25년을 살고 미국에 처음 넘어온 그녀였기에, 여타 한국인들처럼 처음엔 두려웠지만,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매우 순탄했다. 그녀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심을 갖고 그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했고, 인종이나 문화 차이는 진심 앞에선 아주 작은 장애물이었다.

제니 사장은 “진심은 하늘에도 통하는데, 하물며 사람한테 안 통하겠나?”고 물으며 “한치의 속임도 없이 손님들을 진정한 친구로 대하니까 그들도 나를 진심으로 대하더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제니 사장

우선 그녀는 점포에 상주하며 손님들과 안면을 텄고, 제품을 고민하는 손님들에게 말을 걸며 전문적인 뷰티 제품 지식을 나눴다. 점차 단골이 되어가는 손님들은 그녀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친구가 된 손님들은 그녀를 커뮤니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초대해 새로운 인맥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각종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하는 제니 사장

 

“저는 사업 초창기에 거의 매주 주말에 흑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지난 30년 중 20년을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브라이덜 샤워부터 결혼식, 생일 파티 등에 늘 참석하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시간을 보내곤 했죠.”

이런 그녀의 노력으로 그녀에겐 전쟁터 같은 사업장이 손님들에게는 놀이터’가 됐다.

제니를 친구로 생각하게 된 흑인 손님들은 제니 뷰티를 친구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놀러 가도 되는 놀이터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제니 사장은 가게의 상징이 됐다. 5개의 분점을 찾는 수많은 손님 중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왼쪽부터) 제니 사장, 제니 홍보담당자 티나 말렛 (Tina Mallet), 제니의 친구 세일레 브라운 (Sheilahe Brown)

지금은 그녀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흑인 여성 티나 말렛(Tina Mallet)도 원래 그녀의 손님 중 한 명이었다.

티나는 제니 사장이 매우 특별한 존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게에 손님으로 방문하며 제니를 자주 만났고, 함께 많은 수다를 떤 후, 친구가 됐어요. 그리고 많은 커뮤니티 행사에 함께 다니며 제니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흑인 커뮤니티 문화를 잘 이해하고 우리를 위하는 뷰티서플라이 사장님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팬데믹만 아니면 우리 지역에 초대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제니는 손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능숙해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여기에 제니가 있고, 제니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거에요. 다른 이유가 없어요. 제니는 가게의 아이콘 입니다.”

어느새 제니 사장의 핸드폰에는 2,000명이 넘는 소중한 친구들의 연락처가 자리하게 됐다. 그중에는 흑인 커뮤니티의 리더로 성장한 친구들도 수두룩하다. 이렇듯 흑인 커뮤니티 안에서 쌓아 올린 소중한 인맥은 그녀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우먼이 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

(왼쪽부터) 제니 사장,  전 달라스 시장 마이크 롤링스 (Mike Rawlings), 달라스 시의원 투넬 아킨스 (Tunnelll Atkins) 이보크 교회의 목사 리키 러쉬 (Rickie Rush)와 제니 사장

“친구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좋은 가게 자리가 났다고 말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들은 로컬들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알려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줘요. 이런 것 하나 하나가 새로운 가게를 성공시킬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곤 합니다.”

 

미래 세대들에게 남겨주는 ‘실패’라는 유산

제니 뷰티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사업을 해왔지만, 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경영자들이 오픈마인드의 자세로 젊은 직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니 사장 (왼쪽에서 두번째)과 직원들

그녀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웬만하면 받아들이고 사업에 반영하려 한다. 젊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경험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여기서 30년 일했다고 하더라도,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그에 맞춰 몇 년 전부터 일부러 젊은 인력들을 많이 고용해 사업장에 투입하고 있죠. 일주일에 한 번 모든 매니저와 시간을 맞춰 미팅하는데, 저는 거기서 의견을 거의 내지 않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들으려고 노력해요.”

“아이디어 중 80~90%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들이지만, 저는 100% 다 시도해 보라고 기회를 줘요.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 역할 아니겠어요? 만약 실패하더라도 지금은 내가 커버해줄 수 있잖아요. 지금 아니면 그들이 언제 그런 시도를 해보겠어요? 이 귀중한 경험은 젊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해요.”

 

아직 끝나지 않은 그녀의 ‘무한도전’

“꿈이 있다는 건 좋은 것 아닌가요? 제가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열정은 누구보다 많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긴 인터뷰의 막바지 임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은 기색으로 아직 이루지 못한 그녀의 꿈들을 설명했다.

“제가 지금 꿈이 한 다섯 가지 있어요, (웃음) 너무 많죠. 지금 말하고 싶은 꿈은 정치인이 되는 거예요. 흑인들을 위한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녀가 정치를 꿈꾸게 된 이유는 기성 정치인들이 돌보지 못하고 있는 흑인 커뮤니티를 본인이 챙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30년 전에도 낙후된 흑인 거주 지역이 아직도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지역구 시의원이 되어서 모두 바꿔놓고 싶어요. 제가 힘이 큰 건 아니지만, 모두 힘을 합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이뤄낼 목표에요.”

그녀는 또 다른 꿈으로 요즘 연주하는 색소폰, 클로이(Chloe)에 관해 설명했다.

“색소폰은 취미를 넘어 요즘 내 라이프 그 자체에요. 얘 이름이 클로이 인데(화면에 사진을 갖다대며)얘 없이 앞으로 못살 것 같아요.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 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는 걸 목표로 잡고 있어요. 5년 이내에 이루어질 거로 생각해요. 시작한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다른 사람이 20년 한 만큼 많이 연습하기 때문이죠.”

음악과 함께하는 봉사와 기부는 그녀의 최종목표이다.

그녀는 “60세 넘어 색소폰을 들고 쉘터나 요양원에 정기적으로 공연하러 다니며 최대한 많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게 나의 마지막 꿈”이라고 소망을 밝혔다.

인터뷰 Vision of Female Leader BY Ingyun Jeong

BNB 매거진 2020년 10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