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헤어 시장 경쟁에서 새우로서 살아남는 법

거대한 헤어 시장 경쟁에서 새우로서 살아남는   

로컬을 기반으로 한 중소 헤어 업체의 사장과 임원, 세일즈맨. 다소 난감한 취중진담 조합이다. 오너· 관리자·직원 각자의 입장에서 어떤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과연 진담이 나오긴 할까? 가뜩이나 헤어 업계가 힘들다는 요즘, 인터뷰 분위기가 한없이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세일즈맨 출신이란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작은 도매 업체의 생존법에 대해서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리얼 취중진담을 여과없이 펼쳐놓았다.

 

각자 헤어 업계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사장: 20년이 넘었어요. 세일즈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헤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원: 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과장: 저는 이제 헤어 회사에서 일한 지 1년이 좀 지났습니다.

 

세일즈 담당 지역은 어디인가요?

과장: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아칸소 등을 담당합니다.

사장: 저희는 아주 강하게 키워요. 아마도 이 분이 미국 와서 10년 넘게 운전한 것보다 이번에 1년간 운전한 거리가 더 많을겁니다.

임원: 우리는 특전사를 기르지, 삐리삐리(!)한 사람은 안 길러요. 못 버텨.

 

신입 세일즈맨의 경우 1년이 고비라고 하던데…?

임원: 1년안에 관둔다면 세일즈가 안 맞는 거죠. 적어도 한 해는 돌아야 물건이 많이 나가고 덜 나갈 때, 손님이 뭘 원하는지이런 것들을 알 수가 있어요. 그때부터 3년 정도가 지나면 굉장히 많이 알고요. 식당 개 3년이면 라면 끓인단 얘기가 그 얘기예요~ 그 다음부터는 자기 노력이 따라야죠. 시장 돌아가는 전반적인 상황, 헤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다른 회사가 어떻게 영업하는지, 가격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등등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할 지 고민도 많이 하면서 배워야 돼요.

 

요즘같이 경기가 좋을 때는 세일즈 실적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봐주나요?

사장: 못하는 것 가지고 뭐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시장 상황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큰회사의 경우에는 실적으로 스트레스도 주지만 우리는 그런 식으로 안 해요.

임원: 목표는 정하되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걸로 하지, 그걸 가지고 왜 못했냐, 그러기 시작하면 어떤 경우든 사고가 생겨요.손님이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과다하게 보낸다든지… 그러면 손님은 손님 대로 그 물건에 체하고 세일즈맨은 신뢰 잃은 이류·삼류가 되고 마는데, 그걸 조정하는 게 회사에요. 그걸 아니까 우리는 절대 그렇게 안 해요. 경기가 안 좋은데 가서 밀어 넣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럴 때는 한 군데 갈 걸 두 군데 가고 더 많이 뛰는 방법밖에 없죠.

과장: 1년 딱 돌았으면 회사 분위기를 알잖아요. 현장에서 다른 세일즈맨을 많이 만나기도 하고요. 제 경우엔 한 번도 그런 압박감이 없었어요. 1년 넘게 있으면서 그런 점이 항상 고마웠어요. 안 그랬으면 그만둘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한다고 했는데, 지금 시장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런 식으로 반발심이 생길 수 있죠. 회사에서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제겐 가장 큰 장점이죠.

임원: 우리는 원팀이에요.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것, 그리고 그 열매를 같이 나누는 것, 우리가 목표하는 게 그거예요.

 

불경기, 다들 힘든 시기지만 로컬 중소 업체로서 힘든 점이 있을 같아요.

사장: 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바로, 큰 회사들이 세일을 엄청나게 해요. 중국 물류비나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는데 오히려 거꾸로 세일을 하니까 리테일에서는 헷갈릴 거예요. 똑같은 가발을 우리가 100불에 판다면 큰 회사에서 갑자기 70% 세일을 하거든요. 재고를 털어야 되니까. 그러면 손님들은 당연히 싸고 브랜드 네임 있는 걸 사죠. 그런 상황이 우리 입장에선 힘들어요.그걸 따라갈 수 없으니까. 큰 회사들은 브레이드나 가발 같은 걸 빅세일 해도 다른 데서 커버할 수 있지만, 저희는 어떻게 보면전체 아이템이 다 주력 업종이거든요.
타개책으로 저희도 다음달에 세일을 좀 하지만 결국 제 살 깎아먹기예요. 매출은 올라가도 마진이 자꾸 낮아지는 유통업의최고 딜레마죠. 빅 컴퍼니들이 서로 경쟁하니까 우리 새우들이 힘들어요, 고래 싸움에. 항상 텍스 시즌에는 큰 회사들이 먼저 치고 들어와요. 세일즈맨들의 경력이 짧을수록 대응하는 게 되게 힘들 거예요.

과장: 오늘 출장간 곳이 가장 큰 어카운트 중 하나인데, 경쟁업체에서 가격을 무지 내려서 거의 공장 원가 이하로 팔아요. 그럼저희 새우 입장에서는 절대 못 맞춰요. 그래서 거기 사장님께 말했죠.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는 이 가격에 절대 맞출 수가 없다,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 하는 걸 아시지 않냐고. 소매점에서도 그걸 잘 알고 있고, 저희 물건도 있어야 하니까.. 거기에 맞춰서영업을 하시겠죠.

 

분(오너)경우 오랜 세일즈 경험에서, 나름의 불황 타개책이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사장: 소매점 입장에서는 구매 버짓이 있어요. 한 달에 10만 불 오더해야 되는데 이쪽 회사에 벌써 이만큼 써 버렸으면 딴 회사는 못하는 거예요. 텀이 걸려 있거나 하면 또 안 되고. 그런 걸 세일즈 입장에서 잘 파악해야 돼요.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으라고, 줄 마음도 없는데 가서 계속 긁어봐야 성과는 없고 지치죠. 그리고 저쪽에서 싸게 했다면 우리도 다음 스텝을 생각해요.거기 비 한 차례 맞고 지나갔으면 우리는 한두 달 있다가 세일하는 거죠. 따라가는 것밖에 없어요.

임원: 같이 막 세일 치는 건 안돼요. 가발 세일한다고 우리도 똑같이 해드릴게요, 그건 벌써 늦은 거거든요. 다음을 생각해야죠. 그리고 또 중소 도매상에서 중요한 게 하나의 브랜드를 키우는 이에요. 나만의 브랜드. 그건 옆에서 아무리 두들겨 패도상관이 없어요. 조금 덜 나가기는 하지만 내 브랜드를 살리는 작업을 해야 돼요. 우리 회사도 동부 지역에서 많이 알려진 브랜드가 있고, 그걸 브랜드화시키는 데 노력을 많이 해요. 가성비 있는데 좋은 품질, ‘여기는 물건 싸고 좋게 잘 만들어’ 그런 이미지로 가는 거죠.

 

1년차 세일즈맨으로서 지금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과장 : 저는 지금이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라든가, 제 입장에선 1년 지난만큼조금 더 아니까 손님들한테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기고.
그리고 회사에서 자꾸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줘요.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가발이 안 나왔는데, 작년 말에 좋은 제품들이 나왔어요. 손님들이 가격, 디자인 다 마음에 들어 하시니까 제 입장에서 파는 게 어렵지 않죠. 올해도 힘든데, 이번에는 또 눈썹이 나왔어요. 스토어에서 눈썹만 오더하진 않거든요. 헤어 제품을 같이 오더하게 돼요. 이런 시기에 제품이 적절히 나와주니까 세일즈가 힘들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거죠. 지금 되게 상황은 안 좋은데, 그런 것들이 무기가 되죠.

 

자리를 빌어 소매점에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장: 결제 얘기인데… 텀을 쓰는 것까진 좋은데, 지키기로 했으면 꼭 지켜주셨으면 해요. 손님들이 늘 쉬핑이나 텀 얘기를 하시는데, 큰 회사들 돈은 잘 갚는단 말이에요. 그런데 작은 회사들은 리턴하거나 결제를 늦추거나 바운스 나거나 이런 걸 별로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저희 회사뿐만 아니고 아마 메이저급 7~8개 빼고는 다 해당되는 문제일 거예요. 그러니까 리테일에서 크래딧을 확실하게 해주시면 좋겠고…
또 하나가, 저희더러 여기저기 판다고 불평하시는데, 사실 저희도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옆집에 왜 주냐는 게 가장 흔한컴플레인인데, 그럼 그만큼 써주셔야 되는데 다리 조금 걸쳐놓고, 곶감 빼먹듯이 싼 거 좋은 거만 넣고 앞집 옆집에 못 주게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큰 회사 물건은 아무 말도 못해요. 저희가 항변을 하죠. 거기 물건은 다 들어갔지 않냐, 그러면 하시는 말씀이 “거기는 거기고”.

임원: 그런데 중소 도매상이 죽어 버리잖아요, 그럼 손해는 리테일이 안는 거예요. 가격을 올려도 대안이 없거든요. 메이크업할 중소 도매상이 없으니까. 시장은 절대로 그렇게 돌아가면 안 돼요. 서로 어느 정도 균형 있게 역할을 해줘야, 큰 도매상에서도 중소 도매상들 때문에 가격을 낮춰주죠. 우리는 큰 회사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훨씬 싸게 팔 수 밖에 없거든요.리테일이 길과 도매상이 길은 서로 달라요. 그렇지만 서로가 살기 위해서 가야 된다면 서로가 지킬 지켜줘야 되는거죠.

사장:  리테일 사장님들이 오해하시는 게, 도매상이 돈을 되게 많이 버는 줄 알아요. 저도 그런 줄 알고 시작했고요. 원래 꿈이리테일 하는 거였는데… (웃음) 실제로 옛날에는 도매상이 그렇게 마진이 좋았어요. 지금은 우리도 세일 따라가야 되고, 처음부터 단가를 싸게 팔아야 되고, 정말 평균만 남길 정도로 팔거든요. 그래도 리테일은 아직까지 텀 쓰고 정상 마진을 보고 있으니까… 중소 도매상을 도와 주셔야 돼요. 결제 빨리 해주고, 많이 사주고, 그러면 진짜 힘이 되죠. 적당하게 서로 상생해야 되니까 어느 정도 써주고 그걸 지켜주면 같이 발전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먹히나요, 저런 논리가?

과장: 안 먹히죠~ (웃음)

임원: 다 자기 입장이 있으니까. 근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없지는 않아요. 저희가 텀 2개월 드린다 해도 30일 안에 결제할게요, 하면서 다른 큰 회사들 것은 60일 써도 우리 걸 먼저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장: 2020년 3월에 팬데믹 터졌을 때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잖아요. 3월 15일부터 리턴이 끊임없이 들어오더라고요. 우리도 비즈니스 끝나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한 달 있다가 연락 온 손님이 계셨어요. 생각해 보니까 도매상 결제를 해줘야 할 것 같다, 나도 지금 장사를 안 하고 있지만 내 개인 돈으로 결제한다고… 그런 손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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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나온 얘기처럼, 소매상이 가는 길과 도매상이 가는 길은 다릅니다.
하지만 결국 두 길은 팽팽한 평행선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걷는 길이 아닐까요?
같이 잘 사는 것, ‘상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며-
힘들다는 올해, 새우들이 등 터지는(!) 일이 없길 바래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에 서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Real 취중진담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2년 4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