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wn에서 시작해 Top으로 서기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 Top Beauty의 성장 비결

Town에서 시작해 Top으로 서기까지,

사우스캐롤라이나 Top Beauty의 성장 비결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북쪽의 소도시 스파턴버그(Spartanburg)에 자리한 Top Beauty는 한오동 대표(Justin Han)의 6번째 가게다. 15년 전 작은 가게Town Beauty를 연 지 2년 만에 매상 10배로 키우고 연속으로 소매점을 오픈해 Top Beauty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한 요인은 결코 입지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각각의 매장 특색과 사업 규모에 맞는 남다른 전략이 있었던 것. 애틀랜타 조지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한오동 대표는 한인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주저할 게 없다며 나름의 영업 비결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1. Top Beauty의 Top 영업 노하우

디스플레이: 공간 활용을 최적화하라
제품이 가게, 비법은 D.I.Y.

 

 

 

가게에 들어서고 첫인상은 ‘물건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13,500 sq ft 가게에 거의 3만 sq ft  가게만큼의 물건이 들어있다”는 것이 한오동 대표의 설명이다. 재고(Stock)만 해도 200만 불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는데, 그럼에도 모자랐는지 가게 한쪽에는 새로 온 제품들이 박스채로 진열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같이 새 물건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한 대표의 원칙은 분명했다. “Stock많아야 그만큼 비즈니스를 잘할 있죠!” 말 그대로 이 가게에서만 연 매출 250~300만 불을 찍는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제품을 어떻게 한정된 공간에 다 넣을 수 있을까. 비결은 진열대에 있었다. Top Beauty진열대는 다른 매장의 것보다 높고, 길다. “대형 매장들은 사람이 오가는 걸 보려고 진열대를 4ft 정도로 낮게 짜는데, 저희는 8ft로 높였어요. 그만큼 물건을 더 알차게 넣고 공간을 많이 활용할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장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길게 뻗은 진열대와 밝은 조명 덕분인데, 또한 대표의 작품이란다. “일반 진열대는 중간마다 지지대 용도로칸막이가 있는데, 저희는 그걸 안쪽에 넣어서 한 라인으로 쭉 이어지도록 만들었어요.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데 두 달이 걸렸죠. 그리고 가게가 환해서 손님들 눈에 물건이 많이 들어오게 하자는 생각으로 조명을 사서 직접 다 바꿨어요.”

어떻게 이 모든 작업이 ‘손수’ 가능할까. 그 속엔 한오동 대표의 고단한 미국 생활 이력이 담겨 있었다. “20대 나이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왔죠. 뉴욕에서 한 15년 살았는데 안 해본 게 없어요. 식당 웨이터부터 시작해서 공사장의 전기, 플러밍, 냉동, 카펜터, 페인트, 소독… 세탁소, 네일 가게, 그로서리까지 한국 사람이 할 만한 일은 거의 다 해봤다고 보면 돼요. 그 경험이 쌓여서 가게를 해도 뭐든 직접 다 할 수 있는 거죠.”

진열대 높이를 설명하는 한오동 대표. 일반 진열대는 헤어 제품 두세 개를 거는 반면 여기서는 서너 개 이상을 진열한다.

칸막이 없이 하나로 이어진 진열대


직접 구입하고 설치한 매장 조명

 

▶︎ 간단명료한 섹션 구획

두 번째 인상적인 것은 그 많은 물건이 꽉꽉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구분/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라인별로 섹션을 만들어 놓은 비법이다.

헤어의 경우 휴먼 헤어, 번들 헤어, 멀티 헤어, 포니테일, 어린이 헤어 라인 등으로 섹션이 세분화되어 있고, 요즘 인기인 브레이드는 2개 라인을 처음부터끝까지 양 옆으로 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수량이 많았다.

 

브레이드 섹션

휴먼 헤어 섹션

번들 헤어 섹션

 

헤어 외에도 케미컬, 주얼리, 코스메틱 등 라인대로 섹션을 구분하고 통로 번호를 붙여 둔 덕분에, 손님들은 직원 도움 없이도 능숙하게 찾는 제품을 골라와 계산대에 서는 모습이다. 크기가 작은 아이래쉬는 보통 계산대 근처나 엔드캡 등에 흩어져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아예 숍인숍처럼 ‘ㄷ’ 자 모양 섹션으로 모아 놓았다. 남성 전용, 전문 뷰티션 전용 섹션 또한 따로 갖춰져 있고, 심지어 상시 할인 섹션을 운영하는 점도 독특했다.

 

아이래쉬 섹션


주얼리/케미컬 섹션


남성 전용 섹션


전문 뷰티션 케미컬 섹션


상시 50% 할인 섹션

 

▶︎ 가발 매장은 따로! 전문 인력까지 배치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Top Beauty의 가장 큰 자랑은 매장 내에 따로 꾸며진 ‘가발 전문 매장’이다. 매장에 들어서서 아이래쉬 섹션을 지나면 ‘Top Wig’라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좁은 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마법처럼 넓은 ‘가발 왕국’이 펼쳐진다. 13,500 sq ft 가게의무려 3,500 sq ft가발 매장이다. 2명의 가발 전문 직원이 항시 배치되어 가발 선택과 착용, 손질까지 돕는다고 한다. 가발 판매 상황은 전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심지어 고객 코드를 넣으면 구매 히스토리까지 한눈에 알아볼 있다.

 

가발 전문 매장 입구


매장 중간에 자리한 가발 착용 공간


휴먼 헤어(왼)와 신테틱 헤어(오른쪽)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매장 안쪽, 수많은 제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가발 Stock 공간


가발 세일 섹션. 마네킹에 부착된 종이 색깔(노란색은 $10, 연두색은 $20, 분홍색은 $25 등)로 가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세일 가발만 해도 2주에 170여 개가 팔린다고 한다.

제품 전산 관리. 어느 회사의 어떤 가발이 언제 얼마에 들어오고, 연도별/월별로 몇 개가 팔렸고 몇 개가 보유되어 있는지 바로바로 업데이트된다.

 

 

 

고객 관리: “수입의 5%고객에게 돌려주라”

현재 Top Beauty 매장에 등록된 회원은 7천여 명. SNS를 통한 고객 관리에도 열심이어서 타 매장을 포함하면 인스타그램 4천 여 명, 페이스북은 거의 1만 명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오동 대표의 고객 응대 원칙은 ‘Give back to the customer’ 즉, 손님들 덕분에 돈을 벌었으니 매상의 5%는 고객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그 뜻이반영된 게 계산대 앞에 위치한 프리 기프트(free gift) 섹션’이다. 구입 금액에 따라 선물을 선택할 수 있는데, 소소하지만 다양한 아이템을 풍성하게 갖춰놓아 고객들에게 쇼핑 후에 고르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Top Beauty는 ‘항상 이벤트가 열리는 가게’로 소문나 있다. 손님들이 가장 “득템”하는 이벤트는 분기마다 열리는 경품 추첨(raffle) 행사인데 TV, 게임기, 마사지 체어 상품이 빵빵하다. 특히 인기인 마사지 체어는 한 해 사이 벌써 네 개가 증정됐단다. 이 밖에도 매주 희망 고객을 선정하여 머리를해주는 ‘프리 헤어스타일링 이벤트’,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브레이딩 행사와 지원금 전달 등 “고객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행사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프리 기프트 섹션

이벤트, 경품 추첨 당첨자들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Top Beauty에 대한 고객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몇 달 전 매장에서 일어난 절도 사건을 SNS에 올렸는데, 손님들은 한결같이 범인을 비난하며 코멘트를 남겼다. “왜 Top에서 물건을 훔치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게인데!”

 

Top Beauty페이스북에 올린 절도 사건 CCTV화면과 고객들의 답글

 

직원 관리 : “직원 개인별 장점을 활용하라”

소도시인만큼 직원 구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한오동 대표는 고민 없이 답했다. 저희 가게는 (직원들이) 들어오시면 나갑니다.” 옆에서 듣던 매니저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죠. 저도 꽤 됐지만 애슐리라는 직원은 1호점부터 같이했으니 한 16년 됐겠네요.”

 

Top Beauty의 베테랑 직원들(왼쪽에서 세 번째가 가장 장기 근무자인 애슐리)

 

한 대표의 직원 관리법은 간단명료했다.

  1. 직원이 잘하는 것을 찾아주자: “사람마다 장점이 있잖아요. 체력 좋은 직원은 스탁을 잘하고 활발한 직원은 고객 응대나 가발 판매 등에 소질이 있고, 일하다 보면 스스로 터득해요. 그럼 그 일을 맡겨서 더 잘하게끔 해주는 거죠.”
  2. 직원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도록! :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일이 편해도 스트레스 받으면 일이 싫어지거든요. 직원이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하게끔 해주고 절대 잔소리하지 않아요. 그래야 오래갈 수 있어요.”
  3. 동기 부여를 하라: “열심히 하는 만큼 베네핏을 줍니다. 관리자에게는 매상의 몇 퍼센트, 한 섹션의 전문 직원에게는 파는 만큼 이윤을 주고, 일반 직원들에게는 주급을 올려주고요. 하는 만큼 급여가 달라진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거죠.”

 

 

2. Town Beauty: 작은 가게가 대박 난 비결

 

2009년부터 운영한 한오동 대표의 1호 가게 ‘Town Beauty’

 

한오동 대표가 이 지역(스파턴버그와 그린빌)에서 운영하는 소매점은 Town Beauty와 Beauty & Beauty(두 곳), Beauty Town, Best Beauty, Top Beauty까지 총 여섯 곳. (가게 이름이 각각 다른 이유는 작은 지역에서 한 뷰티서플라이가 독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란다.) 10분 거리에 한 대표의 첫 가게가 영업 중이라고 해서 가보았다. 한눈에 봐도 좋은 입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작은 가게가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무일푼으로 내려왔던 한 대표에게는 유일한 선택지였고, 이후 뷰티 업계에서 자리잡게 한 귀한 토대가 되었다.

“2009년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의 뷰티서플라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팔려고 내놓은 가게가 있다고 해서 보러 왔죠. 외지고 험한 동네에 있어서 다들 거절한 곳이었어요. 저희 가족이 당시 가진 돈이 없다 보니까, 매달 갚아 나가는 오너 파이낸싱 조건으로 인수하게 됐어요.”

그러나 당장의 계약금조차 구할 길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고민하다 한국에 계신 누님께 부탁을 했는데, 그 누님이 본인의 집을 팔아서 5만 불을 보내왔다. (훗날 그 누님께는 원금의 세 배를 갚았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가게가 2년 만에 소위 대박이 났다. “매상이 2만 불이 안 되던 가게를 20만 불로올렸어요. 그게 스타트가 되어서 3년 째부터 매년 하나씩 다음 가게를 오픈했죠.”

 

비결 1. 자본과 물건이 부족하면 몸을 움직여라.

첫 번째 전략은 ‘Stock Change’ 즉, 제품의 위치를 계속해서 바꿔주는 방법이었다. 재고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니, 뒤에 있던 물건을 깨끗하게 손보고앞쪽에 진열해서 새로운 물건처럼 보이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두 번째는 재고가 부족하다고 비워 두지 않고 같은 제품이라도 피스 전체를 꺼내서 빈 공간 없이 진열해 놓는 방법을 썼다. 일종의 착시 현상으로, 빈 공간이 없으니 물건이 많아 보이고 제품을 계속해서 턴 오버 시켜주니 손님들은 늘 새로운 물건이 있는 가게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 작업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고 한다.

 

비결 2. 고객을 감동시켜라

 

한 대표가 우산을 든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대표가 뷰티서플라이를 하며 한결같이 지켜온 철학은 “손님은 가족”이라는 것이다. 이를 말로 앞세우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손님이 오면 허그hug를하며 반겼고, 아이를 데리고 오면 맘 편히 쇼핑할 수 있도록 캐셔 레지스터에서 아이를 봐줬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산대 근처에는 항상 롤리팝이 있다.

그리고 처음 가게를 열고 2년간, 오는 날이면 가게 앞에 나가서 우산을 들고 있었다.

“흑인들은 대부분 본인 머리가 아니니까 습기 차거나 비를 맞으면 곤란한 상황이 되죠.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우산 들고 가게 앞을 지키다가 손님이 오면차문 앞까지 가서, 저는 비를 맞아도 손님들은 비를 맞혔어요.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 덕분에 내가 산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식구처럼 대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딱 2년 했더니 저희 가게 오신 분들은 다른 데를 못 가요. 그분들에게 우리 가게는 그냥 ‘패밀리 가게’인 거예요.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3. 뷰티서플라이는 차세대에게 이어 줄 가장 큰 산업

뷰티서플라이의 전망에 관해 한오동 대표는 “가장 오래 살아남는 리테일 비즈니스 중 하나”일 거라 단언한다. “흑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제품들인 데다10만 가지 이상을 한꺼번에 취급하는데, 온라인 마켓에선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거든요. 단, 지금 시장을 다른 후발주자에게 빼앗기면 안 돼요. 그러면 미국에서 한인들이 자리 잡을 만한 비즈니스가 이제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한오동 대표가 늘 차세대를 살려라, 그것만이 길”이라 강조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2세들은 언어나 SNS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1세보다 경쟁력이있으니, 미래의 뷰티 산업은 2세들이 앞에서 끌고 1세들은 경험과 자본으로 밀어주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소매점들도 이미 대부분 차세대들이 운영하고 있다. Top Beauty 또한 한 대표의 조카인 필립 한(Phillip Han) 부사장이 4년 전부터 합류하여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데, 이민 2세대로 영어가 유창하고 SNS에도 능숙하다 보니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경영 방식도 진취적이다. 작년 연말 후발주자의 대형 뷰티서플라이가 근처에 오픈했을 때도 대응은 남달랐다. 당장에 매장 운영시간을 늘리고 소셜미디어 홍보를 강화했으며 상대 가게의 그랜드 오픈 세일에는 ‘$0.01 세일 행사’로 맞섰다. 대부분 대결보다는 방어, 안정적인 비즈니스 유지를 목표로 하는 1세대와 달리 젊은 패기로 포부도 크다. “Top Beauty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을 스카우팅 해서 늘려가는 게 목표입니다. 삼촌이 늘 강조하시는 ‘Give back to the customers’를 기억하며 비즈니스를하려고 합니다.”

 

Top Beauty의 필립 한 부사장(왼쪽)

 

 

한오동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뷰티 산업을 패션으로 확장하여 작년 하반기 조지아주 둘루스에 한국 아웃도어 브랜드 콜핑 & BTR 미주 총판 1호점을 론칭했고, 올해부터는 애틀랜타 조지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다. 내년 5월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글로벌 K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을 도모하고 애틀랜타를 더 성장시키는 게 다음의 목표란다.

소도시의 작은 뷰티서플라이 가게에서 마흔이 넘어서야 싹 틔우게 된 한오동 대표의 아메리칸 드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꿈은 이제 자신을 넘어 다음세대를 향하고 있다.

“10년 혹은 20년 후, 지금 제 주위에 있는 차세대들이 탄탄히 자리 잡은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 친구들이 제가 이룬 것의 10배로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는게 가장 큰 꿈입니다.”

 

PEOPLE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4년 5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