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lay와 관리
Crème of Nature, ORS, Dark and Lovely, Bigen, H2 Pro 등 다들 잘 아는 헤어케어 제조사나 Professional Tools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직원을 일선의 각 매장에 보낸다. 직원들은 자사의 제품 위치를 확인하고, 넘어진 제품을 똑바로 세우고, 자사 제품이 눈에 잘 띄도록 진열대 선반에 자사제품 홍보용 스티커를 붙이고, End Cap을 설치하고 샘플도 제공하는 등 제품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남다른 노력을 한다. 이 방문은 통상적인 오더방문이 아니라 온전히 디스플레이 점검 및 정리, 신제품 소개, 매출상담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매장의 디스플레이 관리를 담당할 직원을 따로 고용해서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그렇게 하는 이유는, 지출되는 돈보다도 제품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고, 그렇게 직원을 보내서 관리했을 때 자사 제품의 매출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많은 제조업체에서 신상품을 개발하고,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는 것과 동시에, 생산과 패키징에 있어서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더 많이 사도록 마케팅 전략에 많은 투자를 한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시각적으로 바로 노출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매장 디스플레이 전략이다. 물건 디스플레이는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쇼핑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들을 매장에서 일정한 주제나 목적, 그리고 원칙에 따라 깔끔하게 진열하여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원초적인 마케팅 전략인 만큼 효과 또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디스플레이 정리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꼭 전문가들만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며, 깨끗하게 잘 정리정돈이 되어있고 손질이 잘 된 디스플레이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구매욕을 자극시켜 곧 판매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리가 안 되어 있고 엉망인 제품들, 진부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은 진열은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히게 된다. 이렇게 매장 디스플레이 전략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요한 마케팅 전략의 한 부분이다.
얼마전 메릴랜드 그린벨트 지역에 있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규모의 뷰티 서플라이 스토어를 방문해본 적이 있었다. 커다란 쇼핑센터 중간에 자리잡고 있어서 위치가 아주 좋고, 유동인구가 많아서 역동적이고 아주 활발해 보이는 장소였다. 아는 지인이 일하는 곳이라서 큰 부담없이 시원한 아이스 커피 몇 잔을 사 들고 방문했는데, 커피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업무 관계상 정말 많은 매장에 방문해 보았는데, 그 가게에 들어서면서 먼저 놀란 것이, 가게 내부가 흠잡을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헤어케어 제품이나 머리, 가발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헤어 타이즈, 헤어 액세서리나 헤어 비즈까지도 크기, 색깔, 종류별로 줄 맞춰 Blocking까지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정말 보기가 좋았다. 손님들도 이런 매장이라면 하나라도 더 사고 싶은 생각이 들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매장에서 일하는 매니저나 부 매니저의 성격이 정말 꼼꼼하고 깔끔해서,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뭔가 흐트러져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물건 하나하나 신경 써서 관리를 한다고 한다.
디스플레이는 잠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되는, 쉼 없이 계속 관리가 되어야 하는 일이다. 매장 디스플레이 관리에 있어서 Daily Routine처럼 꾸준히 지속성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우리가 큰 돈 안들이고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는데, 바로 “B.S.L.F” 이다. 즉 Blocking, Straight Up, Line Up, 그리고 Face Up 이다. 이 네 가지만 기억하고 매일 꾸준히 Follow up을 해준다면, 매장이 항상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손님에게 강하게 심어줄 수 있다.
B . S . L . F
<Blocking>
디스플레이의 기본이다. 정리가 잘 되어있는 매장에 가보면 진열대에 물건들이 올라가 있는데 맨 앞쪽은 빈 공간으로 남겨놓지 않고 뒤에서 앞으로 끌어 당겨서 앞줄은 꼭 가득 채워놔야 한다. 그래야 물건이 많아 보이고 깔끔해 보인다.
<Straight Up>
진열대 앞쪽은 제품 진열이 잘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안쪽에 있는 제품들이 넘어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님들이 제품을 만져보고 그냥 밀어 넣으면 뒤쪽에 있는 제품들이 쓰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앞에만 정리하지 말고 반드시 뒤쪽도 확인해서 넘어지거나 굴러다니는 제품들이 없도록 반드시 똑바로 세워놔야 한다.
<Line Up>
제품들이 종류별, 브랜드별로 선반에 올라가 있는데 제품마다 줄이 맞지 않고 비뚤어져 있으면 이것도 전문가다운 모습이 아니니, 넓은 훅 하나 들고 일일이 줄을 맞춰 주는 것도 중요하다.
<Face Up>
전후좌우 정리가 다 되었다면, 맨 앞줄에 있는 제품들은 상품 Label이 앞쪽으로 향하도록 통일해서 손님들이 굳이 손으로 들고 만져볼 필요 없이 눈으로만 제품의 설명을 볼 수 있도록 가지런히 통일해 놓는 것도 시각적으로 깔끔해 보이고 좋다.
미주지역 세 군데 지역에서 전국구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Ben’s Beauty에서 이전 C.E.O를 지내신 미주 뷰티업계 1세대의 백사장님이, 지금은 전문 경영인인 아들이 운영하는 도매점과 소매점을 가끔 방문하셔서 매장에 진열된 제품들을 정리하고 만지면서 하시는 말씀이 “물건을 손에서 놓으면 감이 떨어져서 지금도 항상 초심을 가지고 물건을 대한다” 라고 말하셨던 게 항상 기억에 남는다. 하물며 현직에 있는 매니저들이나 직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매장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제품들을 돌아 보았나? 아니면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돌아 보았나?
어떤 영업사원이 말하기를, 평소에 전혀 물건 정리를 안 하다가 꼭 오더하면서 물건 정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런 매니저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미리미리 디스플레이 정리를 해놓으면 좋은 일을, 꼭 그런 식으로 오더하면서 정리하면 한 시간 걸릴 오더가 네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서, 장사를 어떻게 하는지 ‘프로 불편러’로서 매니저 자질이 의심된다고 말한다. 결국 진열대 정리는 매일 정기적으로 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가장 좋다.
끝으로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유행을 앞서가는 디자인,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이미지, 경쟁업체에서 흉내낼 수 없는 신박한 아이템, 타사와의 제품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더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제품이 획기적이고 뛰어나다고 해도 End User 바로 앞 마지막 단계인 소매점에서의 제품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반대로, 아주 기본적이며 쉬운 방법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Business BY 류재형
BNB 매거진 2021년 10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