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서플라이 업계를 위협하는 달러 스토어의 무한성장

뷰티 서플라이 업계를 위협하는 달러 스토어의 무한성장

 

팬데믹 시대,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아우토반을 달리듯 독보적으로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리테일 매장들이 있다.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달러 트리(Dollar Tree)’ , ‘패밀리 달러(Family Dollar)’로 대표되는 ‘달러 스토어’가 그것이다. 다양한 일용품을 1~5달러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파는 달러 스토어는, 단순히 보면 뷰티 서플라이 업체와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미국 전역에 33,0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끊임없이 그 수를 불려가고 있는 유통가의 ‘1달러 거인’들이 뷰티·헬스제품 판매처로 급부상한다면 어떨까. 먼 이야기가 아니다. 동네 상권을 장악한 거대 체인 달러 스토어는 이미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개발하고, 헬스케어 서비스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골리앗과의 싸움에 대비해야 할 때! BNB에서는 이달부터 2회에 걸쳐 달러 스토어의 성공 요인과 경쟁 방안에 대해 다뤄 보기로 한다.

 

거주지 반경 5마일 내에 ‘그들’이 있다

현재 미국의 달러 스토어 Top 3 기업은 ‘달러 제너럴’,  ‘달러 트리’, ‘패밀리 달러’이다. 실제로는 달러 트리가 2015년에 패밀리 달러를 인수합병하면서, 업계1위인 달러 제너럴과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매장 수로 볼 때 달러 제너럴이 미국 46개 주에 17,266개 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달러 트리가 미국 48개 주와 캐나다 5개 주에 15,686개 매장(패밀리 달러 7,880, 달러트리 7,806)으로 그 뒤를 잇는 상황이다. 두 업체의 매장 수를 합치면 월마트와 맥도날드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실제로 달러 스토어의 전략은 최대한 주민들이 사는 거주지 가까이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동네 할인점’으로서 아마존과 월마트가 닿지 않는, 유통 거인의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다. 월마트는 총 4,743개(2021년 1월 말 기준) 매장으로 미국 전역을 커버하고, 미국 인구의 90%가 10마일 이내에 살고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달러 제너럴은 5마일 이내 거리를 커버한다고 밝혔고, 달러 트리와 패밀리 달러도 그에 맞먹는 숫자이다. 즉 월마트를 가려면 서너 개의 달러 스토어를 지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팬데믹에도 쭉쭉 달러 스토어의 거침없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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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쇼핑 증가로 기존의 대형 매장들이 폐점하거나 신규 매장 오픈을 중단하는 상황에서도, 3개의 달러 스토어 체인은 오히려 많은 매장들을 신규 오픈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코어사이트 리서치의 최신 수치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대형 소매 체인이 지금까지 발표한 3,597개 매장 오픈 중 약 45%가 달러 제너럴, 달러 트리, 패밀리 달러이다.

 

특히 매장 수 기준 미국 최대 소매 체인점인 달러 제네럴은 소위 ‘아마존 시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어떤 소매업체도 달성하지 못한 ‘동일 매장 기준 29년 연속 매출 상승’이란 기록을 세웠고, 작년에만 337억 5천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고속 성장 중이다.

 

Net sales of Dollar General in the United States from 2007 to 2020 (in billion U.S. doll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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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대체 이 같은 달러 스토어의 거침없는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달러 스토어의 성공 요인

가성비 ‘갑’ 가격 경쟁력

달러 스토어들이 단기간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인의 소비 트랜드 중 하나인 가성비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달러 스토어의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은 일반 마트보다 20~40% 더 저렴한데, 여기에는 몇 가지 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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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스토어는 주로 지가와 임대료가 싼 자리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와 표준화된 디자인으로 매장을 오픈함으로써 가장 큰 고정 비용인 임대료를 낮춘다. (월마트 매장의 평균 크기가 105,000sq.ft인데 비해, 달러 제너럴은 7,400sq.ft이다.) 판매 품목을 11,000여 개 정도로 제한하여 이 상품 내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별도의 광고나 판촉에 비용을 들이지 않으며, 적극적인 PB상품을 개발, 활용하는 것도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방편이다.
요컨대 달러 스토어 가격 경쟁력의 비결은 꼭 필요한 서비스만 있는 소규모 매장을 열어, 적은 수의 제품들만 다루고, 직원 수는 줄이고, 최대한 낮은 가격을 더욱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빠르고 유연하게 틈새를 파고드는 시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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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달러 스토어는 대형 유통들과 타겟층이 다르다. 대형 마트가 없는 시골이나 교외 지역의 저소득층을 공략해서, 이들에 맞는 가격대 상품 제안과 이들이 받는 정부 보조금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다.
달러 스토어 주고객(달러 제너럴은 이들을 BFF, 즉 영원한 친구(Best Friends Forever)라 부른다)의 연간 가계 소득은 4만 달러 미만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매장을 내고 10달러 이하의 소량 다품종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그와 동시에, 매장이 위치한 동네의 소비자 경제 수준과 취향에 맞춰 매출 주력 품목과 진열을 유연하게 실행하는 전략 또한 사용하고 있다.

빠른 기동성 또한 강점이다. 달러 스토어는 시장 기회를 발견하면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달러 제너럴의 경우 매장 오픈에 8일 밖에 걸리지 않으며, 오픈 비용은 평균 25만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동이나 리모델링이 힘든 기타 유통 매장들에 비해, 달러 스토어는 운영 결과에 따라 매장 위치를 큰 부담없이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이미 지역사회에서는 달러 스토어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잡는다는 사례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 자체 브랜드까지 내놓았다

달러 스토어의 ‘프라이빗 라벨링(private labeing)’ 즉 자체 브랜드 판매 방식은, 생산업자로부터 직접 제품을 공급받아 중간유통 비용을 줄이고 저가에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박리다매의 효과를 거두는 전략이다. 뷰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달러 스토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화장품 시장개척은 물론이고, 자체 브랜드 개발에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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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달러 제너럴은 2019년, 소셜 미디어 뷰티 블로거와 협력해서 자체 화장품 브랜드 ‘빌리브 뷰티(Believe Beauty)’를 런칭했다. 판매 제품에는 립스틱, 아이섀도, 파운데이션, 네일 폴리쉬, 스킨케어 액세서리 등이 포함됐으며, 가격은 대부분 5달러 이하다.
달러 제너럴 측은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빌리브 뷰티’ 브랜드를 포함, 총 150여 개의 화장품 제품을 매장 내 가장 큰 판매대에 배치했다. 화장품 판매로 기존 고객 유지와 수익 증가를 도모하는 동시에, 소셜 미디어 뷰티 블로거 제품이라 밀레니얼 세대 고객 유치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917억 달러에 이르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달러 스토어의 전체 매출에서 뷰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안 되지만, 다른 80%의 제품보다 이윤 마진이 더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달러 스토어는 화장품 분야를 강화할 전망이다.
이로써 뷰티 서플라이 업계는 드럭 스토어에 이어 달러 스토어까지,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달러 스토어의 변신은 유죄

미국의 달러 스토어들은 6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부단히 ‘진화’해왔다. 냉동 피자와 감자칩 같이 유통기간이 길고 관리 비용은 낮은 품목들로 대형 체인을 건설한 달러 스토어들은 이제 신선식품, 화장품,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의 다각화와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골, 교외 중심을 벗어나 대도시와 서부 해안으로도 매장을 활발히 늘릴 예정이며, 앞으로 디지털까지 더해 온·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넓힐 계획이다.
달러 스토어의 변신은 무죄가 아니다. 지금껏 부단히 유통 거인의 틈새를 공략해온 그들이, 이제는 동네 상권은 물론 뷰티 서플라이 분야에까지 소매점들을 위협하는 또다른 유통 거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달러 스토어에 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1. 모든 제품 가격이 1 달러다
달러 스토어 업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달러 트리처럼 대부분의 상품을 1달러 미만에 판매하는 곳과 달러 제너럴, 패밀리 달러처럼 그 이상 가격의 제품을 많이 구비한 곳이다. 특히 달러 제너럴의 경우 1달러 이하 제품이 절반도 안 된다.

2. 유일한 고객층은 저소득층이다
달러 스토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의 대침체 시기에 중산층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2018년 인마르(Inmar)사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달러 스토어를 찾는 고객 중 21%는 연 가구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이었다.

3.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만 판매한다
실제로 냉동 피자와 간편식 등이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주요 체인에서 건강 식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일부 매장은 신선한 농산물도 팔고 있다.

4. 달러 스토어 제품들은 마감 세일 제품들이다
한 때는 마감 세일이나 재고 처리용 제품들을 판매했다. 그러나 현재는 영향력이 커져서 P&G나 코카콜라 같은 대형 소비재 기업들이 달러 스토어 전용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5. 매장이 모두 외진 곳에 있다
외곽 지역이나 작은 마을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달러 트리는 도시와 교외 지역에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고, 달러 제너럴도 도심 쪽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Business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1년 9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