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내 수입 화장품 점유율에서 K-뷰티는 오랜 기간 정상을 지켜온 프랑스를 제치고 1위(17억1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최근까지 뷰티시장의 제조부터 유통, 온라인 커머스까지 장악했던 중국이 관세 갈등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미국시장에서의 K-뷰티는 더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품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됐고, SNS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 호감도도 높다. 관세 인상이 예고되어 있지만, 주요 경쟁국들 역시 비슷하거나 더 높은 부담을 안고 있어 상대적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때 가발이 대미 한국 수출의 시작이었다면, 이제 그 자리를 K-뷰티가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곳곳의 뷰티서플라이 매장은 K-뷰티가 오프라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접점이 될 수 있다. “K 뷰티는 온라인이 아니라 우리 동네 뷰티서플라이에서 산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기회다.
숫자로 보는 미국 시장내 K-뷰티
1.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 점유율 1위, 한국

©Bloomberg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시장에 수입된 한국 화장품 규모는 17억100만 달러(약 2조5천억 원)로, 주요 경쟁국들을 큰 격차로 앞지르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프랑스12억6,300만 달러(약 1조 8천억원), 3위는 캐나다 10억2,200만 달러(약 1조 5천억원)였으며, 이는 K-뷰티가 구조적 강자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2. 글로벌 수출 회복세, 팬데믹 이후 반등 성공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K-뷰티의 글로벌 수출 흐름은 다음과 같다.
- 2021년: 92억 달러 (대중국 수출액 최고점)
- 2022년: 80억 달러(전년 대비 -13.0% 감소)
- 2023년: 85억 달러(전년 대비 +6.3% 증가)
- 2024년(1~11월): 93억 달러(2021년 전체 수출액 돌파)
K뷰티 수출국 중 중국의 비중은 2021년 52.8%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과 글로벌경기 침체의 여파로 잠시 주춤했으나, 빠르게 회복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수출 구조가 마련되었음을 보여준다.
3.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압도적 성장
삼성증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미국 아마존에서 한국산 기초 화장품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급증했다.
- 같은 기간 아마존 전체 기초 화장품 시장 성장률은 29%
- K-뷰티는 전체보다4배 이상 빠른 성장
- 미국 e커머스 전반에서 한국산 화장품 판매 증가율: 79%
- 전체 평균 증가율: 14% (K-뷰티는 그보다 5배 이상 높음)
- 이러한 수치는 소비자 신뢰와 재구매를 기반으로 한 확장세를 의미한다.
4. 글로벌 M&A 시장에서도 ‘핫’한 존재
K-뷰티는 글로벌 뷰티 기업과 사모펀드들이 주목하는 유망 M&A 타깃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éal)이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지(Dr.G)’를 인수했다. MMP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사모펀드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미 수출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올해도 M&A 붐은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시장이 반한 K-뷰티의 3가지 경쟁력
가격, 기술, 그리고 디지털 감각까지… K-뷰티가 기준이 된 이유
1. 관세 인상 예정에도 여전한가격 경쟁력
K-뷰티의 평균 가격은 전통적인 프랑스·이탈리아산 화장품에 비해 합리적인 편이다. 물론 관세 인상은 불가피하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경쟁국인 프랑스·캐나다 등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 받고 있어,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다. 또한 K-뷰티 기업들은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유통망 구축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내 지속 가능한 입지를 다지는 방식이다.
2. 유연한 제작 인프라와 까다로운 소비자가 키워낸 세계적인 수준의 인디 브랜드
미국내 인기 있는 K뷰티 브랜드 중 다수는 대기업이 아닌 인디 브랜드*이다. 인디 브랜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데에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영향이 컸다.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장 전반의 품질 기준이 올라갔으며 자연스럽게 수많은 브랜드 중 다각도로 소비자를 만족시킨 제품으로 걸러졌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고도화된 제조 인프라를 가진 ODM*시스템이 있다. 소량 생산이 가능하며, 빠른 샘플링 및 피드백 루프를 갖추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 있다.
화장품 업계 최초의 ODM* 기업인 한국콜마의 고객사는 2022년 약 2,500곳에서 2024년에는 약 3,800곳으로 50% 이상 급증했다. 아마존에서 K-선크림 신드롬을 만든 조선미녀, 고기능성 기초로 인기를 얻은 달바 또한 한국콜마의 고객사이다.
*인디 브랜드(Indie Brand)는 “Independent Brand”의 줄임말로, 대기업이나 대형 유통망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ODM은 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제조자 개발 생산)의 약자로, 브랜드가 아닌 제조업체가 제품을 설계·개발·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3. 틱톡과 함께 날아오른디지털 마케팅 감각
K-뷰티는 ‘전달하는 능력’, 즉 콘텐츠와 마케팅 감각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틱톡(TikTok)은 K-뷰티의 폭발적인 확산 채널이다.
(출처: www.cosmeticsdesign.com)
낯설지 않게, 자연스럽게 — 현재 K-뷰티 존재감
K-뷰티가 아직 미국 전역에 완전히 뿌리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중소도시에서는 여전히 ‘한 번쯤 써보고 싶은’ 정도의 호기심 대상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호기심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에 지갑을 연다.
현재 미국 사회 전반에서 한국 문화는 음악, 드라마, 음식, 패션, 뷰티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K-컬처’라는 이름 아래, 한국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오히려 ‘써보고 싶은 브랜드’, ‘궁금한 문화’,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 지점이 K-뷰티에게 중요한 기회가 된다.
이 기회는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도 해당된다. 이미 갖춰진 유통망과 확보된 고객층 위에 ‘K-뷰티’라는 새로운 시선을 자연스럽게 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환이 아닌 확장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뷰티서플라이 = 한국인’이라는 인식은 오히려 강점이 된다. 이곳에 가면 한국 제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믿고 살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K-뷰티는 2010년대 전후로 몇 차례 미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유통 구조가 체계화 되지 않아 배송이 느렸고, 가격은 높았으며, 구매 자체가 번거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제품 접근성이 높아졌고, 성분은 순하면서도 효과는 확실하며, 가격 또한 경쟁력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선크림과 기초라인은 SNS와 입소문을 통해 확실한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선크림 없으면 여름 못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부 K-뷰티는 이미 일상적인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존재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