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서플라이, 인력난 앞에 멈춰서다

요즘 미국은 일자리 문제로 뒤숭숭하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실업률은 고개를 들며 고용시장은 냉각기를 맞았다. 하지만 뷰티서플라이 고용 문제는 조금 다른 결의 시선이 필요하다. 매장에서 찾는 인력은 단순히 ‘사람’이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숙련된 매니저, 손발이 척척 맞는 경험자, 바쁜 시간대를 채워줄 아르바이트 등 세분화된 역할과 책임이 있다. 게다가 가게의 규모, 위치, 고객층에 따라 필요한 인력의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결국 일반적인 고용시장 통계로는 뷰티서플라이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기에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전국 곳곳의 뷰티서플라이 오너들이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 ‘사람’이다. 왜 이렇게 직원 구하기가 어려운지, 어떤 조건이 채용을 가로막고 있는지, 그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Part1.일할 사람이 없는 이유

1) 업무 강도와 근무 환경의 문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일이 힘들다는 점이다. 서서 일해야 하는 시간이 길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이 많다. 여기에 일부 고객의 무례한 언행까지 더해져 직원 입장에서는 쉽게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한다.  뷰티서플라이를 둘러싼 강력 범죄 노출도 큰 문제다. 매장을 대상으로 한 도난, 협박, 강도 등의 사건이 수십 년째 반복되면서, 이 업종 자체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2) 끊겨버린 내부 순환 구조, 사라진 인력의 흐름

한때 뷰티서플라이 업계에는 나름의 고용 순환 구조가 있었다. 도매업체(홀세일)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며 체류 신분을 정리한 뒤, 리테일 매장으로 옮겨 일하거나 소매점을 창업하는 경로가 흔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미국에 자리 잡고 안정된 커리어를 쌓는 방식 중 하나였고, 고용주 입장에서도 준비된 인력 확보의 중요한 채널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순환 구조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그 중심에는 H1 비자 발급 규모 축소와 비자 심사 강화가 있다. 과거보다 취업비자의 승인율이 낮아졌고, 서류 심사 과정도 훨씬 까다로워지면서 외국인이 안정적인 체류 신분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이민 단속 강화 역시 흐름을 끊는 중요한 요인이다. ICE(이민세관단속국)의 활동 확대, 그리고 지역 경찰과 연계되는 Secure Communities (SC)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되면서, ‘불확실한 신분’의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사업주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예전처럼 ‘도매에서 신분 확보 후 리테일 전환’이라는 구조가 더 이상 원활히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뷰티서플라이 업계 내부의 자생적 인력 공급 체계가 끊긴 것이다. 이로 인해 업계는 과거에 비해 더욱 제한된 풀 안에서 인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3) 한국 대기업의 등장, 달라진 한국계 이민자의 선택지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진출 확대 역시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인력 확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예로 최근 현대자동차는 조지아주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한국계 이민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OPT(유학생 졸업 후 취업 허가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인 임시직을 채용하는 대기업들이 늘면서, 과거 뷰티서플라이 매장에 관심을 가졌던 인재들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언어적, 문화적 친숙함에 더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 승진 가능성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구직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4) 구직자의 인식 변화

이제는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의 선호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반복적인 소매업보다 자율성과 자기 실현을 중시하는 직업을 선호한다. 유연한 근무 시간, 성장 가능성,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우선시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면 서비스를 꺼리는 경향까지 더해져, 고객 응대가 잦고 현장 중심의 업무 비중이 큰 뷰티서플라이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젊은 세대는 뷰티 산업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그 관심은 기획·마케팅·콘텐츠 제작 등 창의직군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현장에서 물건을 나르고, 고객을 응대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전통적인 리테일 업무는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5)  문화의 장벽

한국인이 운영하는 매장이 대부분인 뷰티서플라이 업계 특성상,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Reddit의 흑인 여성 커뮤니티 r/blackladies에서는 “한국인 운영 매장에서 일한 경험”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여러 사용자의 경험담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흑인 직원에게 금전 등록기를 맡기지 않거나, 행동을 과도하게 감시하는 등 신뢰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부 운영자들이 흑인 고객이나 직원에게 인종적으로 예민한 태도를 보인다는 사례가 다수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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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직원을 고용하는 이유가 단지 ‘비즈니스 전략’일 뿐, 존중이나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뷰티서플라이의 인력난은 단순한 노동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일의 강도, 위험성, 그리고 언어·문화의 벽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구인’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Part 2. 어떻게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바꿀 수 없는 것 vs. 바꿀 수 있는 것

흔히 고용난을 이야기할 때  “돈 많이 주면 사람 모인다”고 한다. 임금과 복지는 모든 노동의 기본적인 보상이며, 누구나 더 나은 조건을 원한다. 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선 현실의 벽이 높다. 인건비를 무작정 올리는 건 운영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특히 매출이 일정하지 않거나 시장이 어려운 시기엔 더 큰 압박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전략적 판단이다. 여유 자금이 부족하다면, 임금 외의 요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유연한 근무 시간, 따뜻한 분위기, 명확한 업무 분담, 성장 기회 같은 요소들이 의외로 직원의 근속에 큰 영향을 미친다. 쉽게 바꾸기 어려운 ‘재정’보다는, 지금 당장 손볼 수 있는 ‘문화’와 ‘구조’에 집중하는 것이 있는 사람을 지키고, 또 새로운 사람을 부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1. 비한국인 직원 채용

뷰티서플라이 업계에서는 아직도 한국인 매니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빠른 업무 처리나 책임감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한국인 매니저를 찾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례: C 사장은 한국인이 아닌 직원을 매니저로 채용했다. 임금은 경력 많은 한국인 매니저보다는 낮게, 일반 직원보다는 높게 책정하고, 제품 교육과 고객 응대법도 체계적으로 준비해 교육했다. 초기에는 문화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육 내용을 성실히 따랐고 다양한 고객층에 맞춘 응대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히려 강점으로 드러났다. 단, 고용계약서는 정확히 작성했다. 지각이나 무단 결근,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정확히 명시를 하고 시작했다.

 

 

 

 

 

2. 공감대가 최고의 복지

코스트코는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좋은 복지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현장 직원들이 자주 언급하는 만족 포인트는 ‘사람 간의 유대감’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챙기는 분위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연결감이 결국 ‘좋은 일터’를 만든다. 작은 사업장도 다르지 않다. 쉬는 시간의 커피 한 잔, 생일에 건네는 작은 케이크, 함께 목표를 이야기하는 회의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공감대를 만들어내고, 이 공감대가 장기근속 으로 이어진다.

사례: 매니저 S는 가족의 긴급 상황으로 한국에 다녀와야 했다. 하필 매장이 가장 바쁜 시즌이라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사장님의 첫 반응은 “가게 인원은 어떻게 하지?”였다. 결론적으로 배려를 받긴 했지만, 진심 어린 걱정보다 운영 걱정이 먼저였다는 것에 서운함이 남았다. 평소 가게를 내 일처럼 해왔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사례: M사장은 헤어 회사에서 홍보 샘플을 주면 비싼 제품이라도 오래 근무한 직원한테 써 보라고 준다. 직원은 당연히 좋아할 뿐만 아니라, 직접 손님에게 보여주기도 해서 매출에 도움이 된다.

 

 

 

 

 

3. 일하면서, 생각하는 ‘미래’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일한다. 생계, 자기계발, 창업 준비 등 동기는 다양하다. 중요한 건 직원이 이 일을 자신의 미래와 연결된 일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하면서 나도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매출에 따라 마진을 나누는 방식, 원하는 시간대에 맞춘 스케줄 조정, 매니저 이후의 독립 운영에 대한 조언 등은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대화해주는 사장은 단순한 사장이 아닌 ‘멘토’로 기억된다.

사례: 헤어 살롱을 꿈꾸는 직원 K는 가발 섹션을 전담하며 일하고 있다. 사장님이 가발판매 마진을 나누는 제안을 했고, 고객응대 부터 재고 관리, 프로모션까지 책임지고 있다. 단순히 직원으로 근무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일한다.

 

 

 

 

4. 정확한 업무 분담과 권한 설정

오래 일한 직원이 퇴사하는 이유는 꼭 복지 부족이나 과중한 업무 때문만은 아니다. 불명확한 업무 분담과 권한 문제에서 오는 감정적 상처도 크다. 특히 매니저에게 책임을 줄 땐, 그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 어디까지가 매니저의 결정이고, 어디서부터 보고가 필요한지 경계가 분명해야 신뢰가 생긴다. 업무 경계가 명확하면 오해와 갈등이 줄어들고, 체계적인 구조는 직원의 스트레스도 낮춘다.

사례: 매니저 R은 사장님이 일주일에 한두 번만 나오는 가게에서 직원 트레이닝부터 매장 전반의 관리를 맡아왔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을 내부 회의 후 해고 했는데, 사장님이 별다른 상의 없이 그 직원을 다시 복귀시키는 일이 있었다. 자신의 결정이 존중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의 진짜 의미

많은 뷰티서플라이 사장님들이 “몸이 고된 건 견디는데, 사람이 힘들게 하면 사업 자체가 싫어 진다”고 말한다. 그만큼 사람 문제는 정서적 피로감을 준다. 한 번 실망하고 나면, 다시 사람에게 기대하기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고용할 땐 단기적 효율보다 장기적 관계를 보아야 하고, 그 관계를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보너스 한 번, 칭찬 한 마디, 애정 어린 관심이 조직 문화를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아들 고용해봤는데, 서로 상처만 남았어요.” 이 말은 단지 가족 간의 갈등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고용주와 직원 간에도, 입장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에게 상처로 남는다. 직원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사장은 책임감을 나눌 파트너를 원한다. 그 간극을 메우는 건 결국 ‘소통’과 ‘배려’다.

 

(참고) 직원 채용 전, 신원 조회 한 번쯤은 필요하다

A 사장님의 말이다.
“동네에서 장사한 지 10년쯤 되니까, 손님 얼굴도 익고, 누가 누군지도 알게 되요. 자주 오던 손님한테 ‘일해볼 생각 있냐’고 물어봤고, 괜찮을 것 같아서 채용했어요.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물건 훔치다 걸렸어요. 결국 내보냈죠. 그런데 그 사람이 며칠 뒤 다시 찾아와 ‘다시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럴 땐, 그냥 내가 혼자 하는 게 낫겠다 싶어요.”

장사 현장에는 상상 못 할 일이 생기곤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막상 함께 일해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믿고 맡겼는데 도둑질을 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로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기면 손해는 고스란히 점주의 몫이다. 채용이 곧 리스크가 된다.

그래서 요즘은 ‘신원 조회 서비스’를 미리 이용해보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Truthfinder, Instant Checkmate, Spokeo, US Search, PeopleFinders, GoodHire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있으며, 대부분 건당 또는 월 $20~30 선에서 이용 가능하다. 각 서비스가 제공하는 항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범죄 이력, 신용 상태, 과거 근무지 기록, 약물 검사 여부, SNS 활동 내역 등 폭넓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위험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방조치는 가능하다. 이런 도구들을 활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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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B 매거진 2025년 5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