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 택스 리펀,
우리 고객들은 얼마를 받을까
불경기에 지친 소매점주들의 사기를 진작할 시기가 왔다. 뷰티서플라이의 대목이라 불리는 택스 리턴 시즌이다.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해도 뷰티 업계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나 연말보다 택스 리턴 시즌에 제품 출시와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소매점의 관심은 ‘우리 가게 손님들은 올해 얼마나 돌려받을까? 그럼 얼마를 뷰티서플라이에 더 쓸까’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올해의 택스 리펀 상황들을 미리 알아 두고 준비해서, 침체된 경기에 봄날을 가져다줄 전환점을 맞이해 보자.
2024년 택스 리펀, 무엇이 달라지나
IRS는 매년 과세 시즌이 끝날 때마다 신고 통계를 발표한다. 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과세 시즌(2022년 과세 연도)에는 세금 신고서의 약 64%가세금 환급(Tax Refund)*으로 이어졌다. IRS에서 발표한 5년간 평균 세금 환급액은 다음과 같다.
*납부한 세금에 대해서 비용 등의 증빙을 제출할 경우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택스 리펀(Tax Refund or Tax Rebate)’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택스 리펀이 맞으나 통상 ‘택스 리턴(Tax Return)’으로 많이 쓰이므로 여기서는 혼용하기로 한다.
2021년 과세연도 세금 환급액이 유독 높은 것은 팬데믹 구호 관련 세금 감면 때문이다. 어쨌든 IRS 공식 발표에 의하면 택스 리턴 시즌, 미국인들은 평균$2,700 이상의 추가 소득을 얻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납세자가 초과 납부한 소득세 금액을 돌려받는 -즉, 많이 냈으니까 돌려받는- 것이지만, 체감상 ‘13월의 보너스’로 여겨질 만하다.
물론 팬데믹 기간에 쏟아졌던 각종 경기부양 수표들과 세금 혜택이 없어지면서 그때에 비해 택스 리펀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24년 택스 리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변화들도 있다. IRS에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서 몇 가지 주요 세금 코드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연방 소득세 등급과 표준 공제 금액이 모두 인상된다. 예를 들어 2023년 $45,000를 벌었다면 해당 과세 연도에 22% 세금 등급에 속하지만, 2024년에는 같은 소득이라도 12% 범위로 떨어진다. 즉 똑같이 벌어도 세금을 덜 내고 급여에서 인출되는 금액도 적어질 것이다.
표준 공제 금액은 단독 신고자의 경우 전년도보다 $750 인상된 $14,600으로, 기혼 및 공동 신고자의 경우 $1,500 인상된 $29,200로 책정되었다.
이 밖에도 주요 공제 혜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근로 소득세 공제 : 특정 신고자가 2023년 세금 신고 연도에 $59,187 미만의 소득을 올린 경우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세금 공제
-저축 세액공제(Saver ‘s Credit) : 퇴직 계좌에 기여하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신고자를 위한 세금 공제
-자녀 및 부양가족 부양 세액 공제 : 13세 미만의 자녀 또는 스스로 돌볼 수 없는 부양가족(가족 이외의 사람 포함)을 부양하는 신고자를 위한 세금 공제. 적격 자녀가 3명 이상인 가족은 7,83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2023년 과세연도의 7,430달러보다 증가한 금액이다.
그런데 연초에 택스 시즌을 앞두고 뷰티서플라이 소매점들에 분위기를 물어봤을 때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곳은 “택스 시즌요? 우린 거의 이득 못 봐요.”, “택스 시즌 특수는 없어진 지 오래죠.”, “우리 손님들은 작년에 일을 거의 안 해서 콩고물(!) 떨어질 게 없어요.”라는 반응인 반면, 어느 지역에서는 “택스 시즌 매출이 제일 높으니까, 경기가 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올해 팬데믹 지원금 같은 건 없어도 작년에 일터 복귀를 많이 해서꽤 받지 않을까요?”, “그래도 택스 시즌이 뷰티서플라이 대목이죠!”라며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같은 업종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대답에서 나타나듯이 기본적으로 내 가게를 찾는 고객들의 근로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런데 지역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택스 리펀도 지역별로 다르다
주마다 택스 리펀이 달라진다. 각 주마다 고유한 세율이 있고, 이것이 납부해야 할 세금과 환급 금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율이 높은 주에서는 해당 연도에 초과 납부한 납세자에 대해 더 많은 환급액을 지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고객들은 대체로 얼마를 돌려받을지, 내가 속한 주의 평균 세금 환급액을 살펴보자. 온라인 대출 플랫폼 Lending Tree가 2020년 과세 연도의 평균 환급액을 기준으로 50개 주 전체와 컬럼비아 특별구의 순위를 매겼다.*
*2020년 과세 연도는 전체 데이터가 제공되는 가장 최근 연도이며, 아래 정보는 IRS의 SOI(Statistics of Income; 소득 통계)에서 보고한 개인 소득세 신고서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산출되었다.
2021년 인구센서스 기준, 거주 지역으로 따지면 텍사스는 약 400만 명으로 흑인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다. 플로리다가 380만 명의 근소한 차이로 2위, 조지아가 360만 명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도시 지역 가운데서는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뉴욕 시 대도시 지역(흑인 거주자390만 명)에 흑인 주민이 가장 많고, 애틀랜타 대도시(220만 명)와 워싱턴 DC 대도시(180만 명)가 뒤를 잇는다. 언급된 지역들은 세금 환급액 순위에서대부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뷰티서플라이가 많이 자리한 지역의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꽤 많이” 돌려받는 셈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 개인의 환급액은 소득층과 가구 형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별로는 얼마를 돌려받나
고소득자는 일반적으로 1년 동안 소득에서 더 많은 금액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더 많은 환급을 받는다. 따라서 소득별 평균 세금 환급액을 살펴보면$200,000 이상 고소득 납세자의 총 환급액이 가장 많았다. 반면 저소득 납세자($10,000~$24,999 계층)는 소득 대비 백분율로는 가장 큰 환급을 받았다. $25,000~49,999 구간의 소득자가 타 구간에 비해 환급액이 큰 것은 평소 소득 대비 내는 세금이 많거나 공제받는 항목이 많아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2021년 기준 미국 흑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46,400이다. 즉, 소득별 평균 세금 환급액 자료에 따르면 흑인 가구의 절반이 평균 $2,572의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흑인 가구의 48%는 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데 10명 중 3명은 7만 5천 달러 이상, 그중 20%는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도 흑인 소득 분포에서 가장 높은 비율(29%)을 차지하는 것은 $25,000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이들도 일을 하고 세금 보고를 했다면, 택스 리턴 시즌에 평소 월 소득에 가까운 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따로 적용되는 환급성 세금 혜택도 있다.
EITC(The Earned Income Tax Credit; 근로소득세액공제)
EITC는 저소득층 및 중간 소득 근로자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연방 세액공제이다. EITC는 “환급 가능한” 세금 공제로, 신청 요건이 되는 사람의 세액 공제액이 납부해야 할 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게 된다. 금액은 소득, 결혼 여부, 자녀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2023 과세 연도(2024년세금 납세) EITC는 자녀가 없는 가구에는 최대 $600까지,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는 최대 $7,430까지 받을 수 있다.
IRS는 2024년 EITC 청구 기본 자격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근로를 했고, 근로 소득이 $63,398 미만이어야 한다.
- 2023년 과세 연도의 투자 소득이 $11,000 미만이어야 한다.
- 2023년 세금 신고 마감일까지(연장 포함) 유효한 사회보장번호가 있어야 한다.
- 한 해 내내 미국 시민 혹은 거주 외국인이어야 한다.
- 양식 2555, 외국 근로 소득은 제출하지 않는다.
- 배우자와 별거 중이고 공동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특정 규칙을 준수할 것.
연방/주 정부 예산 정책의 영향을 분석하는 CBPP(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에서는 2019년 보고서에서 인종별 EITC혜택을 받는 여성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라틴계나 흑인 여성의 경우 EITC를 받는 비율은 21%로, 백인 여성 비율(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 이유는주로 유색 인종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연중 내내 정규직이 아닌 시간제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할 가능성이 백인보다 높으며, 특정 직종 내에서 임금이더 낮기 때문이다.
EITC는 소득이 낮고 자녀가 많을수록 혜택이 크다. 올해 신고 기준으로 소득, 결혼 여부, 자녀 수에 따라 얼마를 받게 되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EITC 예상액은 taxoutreach.org 사이트에서 간단히 산정해 볼 수 있다.
‘우리 가게 손님들은 저소득층이 많으니 다들 EITC를 두둑이 받겠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소득층임에도 EITC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거나 아주 소액만받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독신자와 자녀가 없는 기혼 부부의 경우 한 해 소득이 $17,400 이하여야 EITC 대상이 되고,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600에 불과하다. 게다가 나이도 25세 이상 65세 미만이어야 한다.
자녀 세금 공제(CTC; Child Tax Credit)
자녀 세금 공제는 17세 미만의 자녀가 있을 경우 자녀 당 최대 $2,000까지 커버되는 택스 크레딧이다. 올해부터 최대 연령이 16세에서 17세로 상향되었고, 자녀 세금 공제액도 6세 이상 자녀의 경우 $2,000에서 $3,000로, 6세 미만 자녀의 경우 $2,000에서 $3,600로 인상했다. 맞벌이 부모가 있는 가족의 소득이 $112,500이거나 부부의 소득이 $150,000인 경우, 이들 모두가 전액 공제를 받게 된다. CTC는 환급 불가능한(nonrefundable) 세금 공제이지만, 환급 가능한(refundable) 크레딧도 있다.
추가 자녀 세금 공제(ACTC; Additional Child Tax Credit)인데, CTC 자격이 있지만 납부해야 할 세금이 없거나 세액 공제 금액보다 적을 경우, ACTC를 신청하여 환급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과세 연도(2024년 세금 신고)의 경우, 수정된 조정 총소득이 $400,000 이하(부부 공동 신고) 또는 $200,000 이하(기타 모든 신고자)인 경우CTC는 적격 부양 자녀 당 $2,000이고 ACTC로 환급되는 금액은 최대 $1,600이다. 2024년 과세 연도(2025년 세금 신고)의 경우 ACTC는 $1,700로상향된다.
앞서 사례에서 든 Jada의 경우(세 자녀를 둔 기혼 여성/부부 합산 소득 $30,000), 자녀 셋이 모두 17세 미만이라는 가정 하에 그녀의 가족은 택스 리턴시즌에 EITC $7,028과 ACTC $1,600를 합쳐 총 $8,628을 환급 받을 수 있다. 다자녀 저소득층 가정이라면 택스 리턴 시즌에 한시적이나마 함박웃음을 지을 만하다.
택스 리펀, 어떻게 쓸까?
2023년, 금융 서비스 회사 Bankrate는 ‘연방 세금 환급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어떻게 쓸 계획인가?(What do you plan to do with all or most of your federal tax refund?)’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택스 리펀을 기대하는 미국인 1/3은 부채 상환에 사용할 거라 답했고 저축하겠다는 응답(26%)은 작년(32%)보다 감소해서 경기를 체감케 한다. 식료품, 주유비 등의 일상 비용으로 사용, 주거 개선, 휴가, 투자 등이 뒤를 이었고, 3%는 충동구매에 쓸 거라 답했다.
인종별 조사 자료는 없지만 미국 흑인들의 택스 리펀 사용처의 비율은 다를 것이다. 택스 리턴 시즌이면 전반적으로 뷰티서플라이 매출이 증가했음이 이러한 사실을 반영해 준다. ‘All Things Hair’의 설문 조사(2003)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21%는 월 예산의 25% 이상을 모발 관리에 지출한다고 한다.
택스 리턴 시즌, 예전과 같은 ‘특수’는 아니더라도 평소 대비 매출이 오른다는 점은 대부분의 소매점에서 동감할 것이다. 택스 리턴 쇼핑은 연초부터 시작해서 부활절까지 비교적 긴 시간 이어지므로, 잘 팔릴 제품은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이때만큼은 질 좋은 휴먼 헤어 제품의 오더를 늘리고 내추럴 오일이나 고가의 툴, 고급 케미컬 제품 등도 평소보다 넉넉히 확보해 두도록 하자.
주머니 사정만큼 마음도 여유로워진 손님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트렌드에는 민감하되 비용은 절약하길 원하는고객들을 위해 리워드 프로그램의 운영도 좋다.
13월의 보너스, 택스 리펀이 많은 이들에게 팍팍한 일상의 숨구멍이 되어주는 것처럼, 뷰티 업계에도 분위기를 쇄신시켜 줄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쨌거나뷰티서플라이에는 설날과 같은, 택스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