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사장이 22년간 경영하고 있는 뷰티서플라이!

앨라배마 주 TT Fashions & Beauty Supply의 Tunesia 사장

 

뷰티션에서 지금은 두 개의 소매점 점주
그녀와 뷰티서플라이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뷰티션이었다는 투니샤. 살롱에서 필요한 제품을 사기 위해 도심에 있는 뷰티서플라이에 방문했는데 너무나도 불친절한 한국인 오너를 만나게 되었다. 가격, 제품보다 친절함이 우선이었던 그녀는 앨라배마에서 매주 한 시간을 더 운전해서 플로리다에 있는 뷰티서플라이에 가게 되었고 또 다른 한국인 오너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왜 여기까지 와야 했나?”라고 물었고 그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매주 방문하면서 그들은 점점 친해지게 되었고 살롱에서 손님들을 위한 헤어제품을 구비해 놓고자 하는 투니샤를 위해 그는 제품을 싼 가격으로 구매를 해주었다. 헤어에 대한 지식이 많다 보니 손님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주면 살롱에서 바로 제품구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을 알게 된 투니샤는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아닌 소매점을 운영하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1998년 1,200Sq.ft의 작은 가게로 그녀의 뷰티서플라이 비즈니스의 첫 번째 작은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현재는 첫 가게보다 여덟 배나 커진 1호점 TT Fashions와 2호점 KD’s Beauty를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편인 Kevin씨(좌)와 Tunesia(우)

 

가진 돈 모두 털어서 최소 주문량을 지켜냈던 지난 시간
흑인으로써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대충 알고는 있었다. 짐작은 했어도 정말로 그녀의 이야기는 기가 막힌 사연이 많다. 그녀가 뷰티서플라이를 시작한 20년 전은 도매상과 헤어회사는 한국인이 거의 독점하듯이 하고 있었고 세일즈맨들도 지금처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크레딧을 얻기 위해 부단히 부딪히고 노력했다. 회사마다 어카운트 오픈 시 최소 주문금액을 요구할 때 으레 짐작해서 ‘흑인주인은 돈을 못 낼 것이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지금이야 텀을 두고 주문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크레딧이 없던 탓에 그녀는 가진돈을 모두 털어서라도 꼬박꼬박 최소 주문을 지켜냈다. 그렇지만 특정 브랜드에 대해서는 여전히 플로리다 점주의 도움이 필요했다. 주변 가게보다 작고, 동네 경쟁이 있다 보니 주변 큰 가게에서 특정 브랜드는 자기에게만 달라고 하면, 도매상은 그녀에게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다. 플로리다 점주를 통해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를 가게에 진열해놓을 수는 있어도 초반에 남는 이익은 많이 없었다.

날 보고 도망간 세일즈맨
그렇게 가게를 성실히 운영하는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세일즈맨 사이에서도 “믿을만한 가게다.”라는 평판이 생기게 되었다. 요즘은 가게의 규모도 제법 크다 보니 세일즈맨들이 투니샤에게 직접 찾아오지만, 아직도 편견은 남아있다. “하루는 세일즈맨이 방문해서 ‘주인이 어디에 있나요?’라고 찾았고, ‘내가 주인이에요’라고 하자 인사도 없이 도망가듯 빠져나갔죠.”라며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반대로 뷰티업계에 오래 있었기 에 한국어를 할 줄 알 거라고 생각하는 세일즈맨들도 있어 가끔은 곤란하다고 한다. 물론 간단한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하는 그녀에게 한국인 특유의 악센트가 그대로 있어, 그녀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준비했던 가게가 불타버린 건 하나님의 뜻
처음 시작한 작은 가게를 몇 년간 운영하고 있다가 그녀는 다운타운에 지역에 가게를 사서 확장이전하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가게는 렌트로 운영하여 그녀의 집 주택담보대출(Mortgage) 보다도 비싼 돈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게를 운영하며 모은 돈을 투자하여 공들여서 가게를 준비해나갔다. 쇼케이스와 선반도 다 세팅한 뒤 제품만 넣으면 준비가 완료되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세 시경 소방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금이야 옥이야 준비했던 가게에 불이 났다는 전화였다. 불이 난 것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이 났던 당일 가게의 손해보험은 만료가 되어있었다. 12시 자정이 보험의 마지막 날이었다면 고작 3시간 차이인 새벽 세시에 불이 나서 보험회사에서 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게 타버리고 잿더미로 변한 가게의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4~5년간 갚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파산신청을 할 수도 있었지만 크레딧이 낮아지는 것보다 고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내린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비즈니스를 포기할까 망설였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었지만,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자리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도 그의 계획이죠.” 크리스천인 투니샤씨는 모든 일은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현재 축복받을 삶은 살게 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고 한다.

패밀리 비즈니스로 두 개의 스토어를 스마트하게 운영!
그녀와 함께 일하는 매니저급은 가족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가족이 아닌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의 비즈니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가지며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호점은 투니샤의 어머니와 22년 전인 처음부터 현재까지 함께 운영했고 그녀의 사촌이 21년간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2호점은 학교 선생님이었던 남편 케빈 씨가 그녀를 돕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2호점인 KD’s Beauty를 운영한다.
지금은 가게를 매니저에게 맡기고 주로 제품을 주문한다거나 가게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며 남은 시간은 그녀의 딸 아들과 보낸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비즈니스로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2호점의 로케이션을 결정할 때에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다고.
두 개의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좋은 점은 특정 회사는 지역 규정에 의해 2호점에 물건을 안주는 경우도 1호점에서 구매하여 2호점에 갖다 놓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케빈 씨가 운영하는 2호점 KD’s Beauty 앞에서 쌍둥이 자녀들과 함께

남편인 Kevin씨(좌)와 Tunesia(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총직원이 22명이고, 평균 5~10년 함께 일했다. 비결을 물으니 직원들과는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지 않으면서도 기념일이나 직원의 생일은 챙기며 그녀의 진심만은 전한다. 일을 할 때 적당한 거리감이 없으면 오너와 자신을 동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또한 그녀는 특정단체의 안티를 조장하거나 하는 등의 단체는 가입하지 않는다. 그녀의 소신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흑인 점주이니까 흑인들이 만든 제품을 사야 한다” 등의 주변의 입김에도 편을 나누지 않는다. 인터뷰를 통하여 한국인 소매점 점주들은 겪지 않는 흑인 커뮤니티 내부에서 겪는 그녀만의 고충도 알 수 있었다.

손님을 가족처럼
가게를 구경하는 도중에 손님들과 허그를 시작으로 안부부터 묻는 그녀에게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TT Fashions에 방문하는 손님의 대부분은 아주 오래된 단골이 많다. 지금 방문하는 손님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봐왔던 손님들이다. 그녀는 손님의 이름, 가족, 근황 등을 기억하고, 가족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중요한 그녀의 서비스 신념은 이렇다.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손님들에게 똑같이 하고, 내가 받기 싫었던 대접은 받아서 싫었던 대접은 손님에게도 하지 않는다.”이다.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좋은 대접을 해주는 회사에게는 타 회사보다 하나라도 더 주문하면서 신뢰관계를 쌓아간다.

주변 상권 공부로 경쟁력을 높이자
현재 가게의 위치는 어떻게 골랐을까? 원래 TT Fashions은 현재 가게의 옆 작은 공간에서 운영하다가 현재 자리로 이사했다. 굳이 지역을 옮기지 않은 이유는 비즈니스를 하기에 위치가 좋았기 때문이다. 옆 가게인 달러 스토어에서 손님 유입이 되기도 하고, 가게 가까이에 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달러 스토어로 손님이 유입되는 것은 좋은 점이지만, 그들이 파는 케미컬 가격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투니샤는 달러 스토어에 없는 브랜드를 골라서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항상 주변 가게를 공부해서 그들이 없는 점에서 경쟁력을 찾아낸다.

 

TT Fashions & Beauty Supply 만의 특별한 점 

1. 가게 안에 작은 헤어살롱을 입점시켰다.
가게 한편에 부스를 만들어 임대로 헤어살롱을 입점시켰다. 투니샤씨는 살롱에 오는 손님들과 상담도 하고 소통하며 본인의 헤어 지식과 커뮤니티 안에서의 장점을 한껏 살려 살아있는 비즈니스를 한다. 바버샵이 흑인 남성들에게 동네 소통의 장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살롱에 온 손님들이 헤어가 필요하면 바로 가게에서 구입하여 들어갈 수 있어서 편하다. 또한, 살롱 안에서는 치아에 끼는 주얼리인 그릴즈(Grillz)도 직접 몰딩을 하여 커스텀으로 제작해 주고 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홍보 또한 TT Fashions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노출하여 손님을 연결해 준다.

가게 안에 위치한 헤어살롱

가게 안 살롱 헤어스타일리스트의 홍보

주문제작형 그릴즈

뷰티서플라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그릴즈 사업 아이디어, 그릴즈 도매업체에서 미리 만든 그릴즈를 판매해도 좋지만, Custom Grillz를 가게 안에서 주문을 받는다면 뷰티서플라이 안에서 큰 공간 필요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디자인 형태와 재료에 따라 가격대는 달라지지만, 흑인 고객의 베이스를 가진 사업체에 유리하며, 충분히 수익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2. 미국인 직원들로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인터뷰를 마치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직원 중 한 명인 Yoli Taylor 씨는 잘 팔리는 제품을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술술 나온다. 제품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녀를 보고 “얼마나 일하셨나요?”라고 물어보니 4년을 일했다고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본인이 제품을 직접 사용하니 추천해주는 자신도 즐겁고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2호점인 KD’s Beauty와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TT Fashions의 직원들

 

3.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마케팅팀을 따로 고용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 소비자를 고려하여, 마케팅팀을 고용하였다. 신제품이나 프로모션은 반드시 손님이나 일반인을 고용하여 로고나 배너를 제작한다. 이유를 물으니 “사람들은 자기랑 비슷한 사람이 예뻐진 모습을 원하죠.”라고 말한다. 사진을 제공해준 손님에게는 작은 성의의 서비스를 항상 제공한다. TT Fashions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방문하면 한국인 소매점주들이 알기 힘든 흑인 커뮤니티의 이벤트, 신제품, 제품을 사용설명법 영상, 프로모션 아이디어등을 참고할 수 있다.

약 8천명의 팔로워를 가진 페이스북

개설한지 두 달만에 약 2천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4. 소득 수준을 고려한 저렴한 아이템으로 승부
앨라배마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7.25로 타주에 비하여 소득 수준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상품으로 승부한다. 특히 잘 팔리는 제품은 TT Fashions의 대박상품인 10달러 위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질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많지만 막상 물건을 보면 손님들이 품질에 놀란다. 10달러 위그는 제품이 한 개만 남았거나, 회사에서 특별히 프로모션을 받은 제품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잡화, 코스메틱, 주얼리는 1달러 프로모션도 하고 있다.

10달러 위그섹션

 

한국인들이 만들어준 터전 덕분에 여기까지!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준 한국인들과 든든히 옆에서 함께해 가게를 운영해준 가족 덕분이라는 그녀. 힘든 일도 많았지만 고마운 점도 많다. 지금도 헤어업계로 들어올 수 있게 도움을 줬던 플로리다 소매점에 종종 방문한다는 투니샤씨는 “지금은 아드님에게 가게를 물려주었지만 정말 고마운 사람이죠.”라며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헤어 업계가 타 인종에게 오픈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업계의 변화를 원하는 그녀의 소망을 내비쳤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편견에 맞서서 지금의 자리에 온 투니샤 가족에게 내딛는 발걸음마다 행복과 소망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소매점탐방 BY KYOUNGHYUN HAN
BNB 매거진 2020년 3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