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표요? 모든 사장님들이 ‘앤디에게 맡기면 걱정할 게 없다’고 말씀해주시는 겁니다.”
세일즈맨 앤디 김 차장
주얼리 회사 C&L의 조지아 담당 세일즈를 맡고 있는 앤디 김 차장을 만났다.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은 흔히 ‘영업’이라는 단어로 불리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일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 없이는 결코 지속될 수 없는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김 차장은 세일즈를 ‘꾸준함으로 신뢰를 쌓고, 거기에 자신만의 열정을 더해 그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지금 그가 세일즈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시간도 필요했고, 수많은 경험도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얻은 이해로 주어진 오늘 하루를 책임감 있게 채워가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앤디 김 차장의 세일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낯선 환경을 낯설지 않게 만드는 법
군 전역 후, 메릴랜드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떠난 여행이 그의 미국 정착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누나도 챙기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한국 대학을 자퇴하고 미국에서의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유학생 초반,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구한 저렴한 아파트는 흔히 말하는 ‘게토’ 지역에 있었다. 생경하고 어두운 분위기,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보이는 그런 동네였다. “무서웠어요. 아는 사람도 없었구요 그래서 흑인 룸메이트에게 네 친구들 다 불러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길로 주류점에서 각종 술을 사고 소주를 구매해 한국식 폭탄주를 만들어 일주일간 파티를 열었다. 그렇게 그는 어느새 ‘브라더’로 불리게 됐다. “그때 영어도 많이 늘고, 동네가 갑자기 편안 해졌어요.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으면 누군가 옆에서 ‘이 친구는 괜찮다’고 말해줄 정도로요.(웃음)” 문제를 피하기보다는, 스스로 상황을 바꾸며 해결해가는 방식은 학창시절부터 다져온 듯 하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는 학생회장을 맡아 문제를 직접 풀어가는 역할을 해왔다.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정리하고, 불량 청소년들을 설득해 변화시키기도 했다. 그 공로로 나라에서 수여하는 모범 청소년상을 받았다. 낯선 환경에서 먼저 다가가고, 낯선 분위기를 좁혀가는 그의 성향은 세일즈 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예전에 처음 간 가게에서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넸는데 그 사장님은 인사를 듣지 못한 듯, 계속 가게 일을 보고 있었다. 그는 그 상황에서 돌아서지 않았다. 매장 한쪽에서 묵묵히 30분 넘게 기다렸다. “’이 사장님이랑은 꼭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지금은 그 사장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진짜 못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덩치를 어떻게 못 보셨냐’고 농담했죠. 지금은 타주 쇼 행사 같은 데서 마주치면 제일 먼저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주얼리, ‘현혹의 아이템’ 그리고 세일즈의 묘미
김 차장의 전공 이력은 꽤 다채롭다. 한국에서는 전기과를 전공했고, 미국 학부에서는 경제, 석사에서는 회계를 공부했다. 회계사무소에서 인턴 생활도 했지만, 적성에 딱 맞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메릴랜드에 있는 한 홀세일 업체에서 세일즈 업무를 맡게 되었고, 그곳에서 5년간 현장을 누비며 진짜’일’을 배워갔다. 이후 가족의 사정으로 조지아로 이주하게 됐고, 우연한 인연을 통해 지금의 주얼리 회사 C&L에 합류했다. 주얼리 세일즈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주얼리는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소개하고, 어떻게 진열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확 달라진다며 주얼리 세일즈 묘미에 대해 설명했다. ‘현혹의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품목인 만큼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필요한 불빛, 위치, 구성 등을 제안하고 구성하는 것이 바로 주얼리 세일즈맨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또 하나의 재미로 ‘손님층의 차이’를 꼽는다. “예를 들어 거리 하나 사이를 두고 네 개 매장이 있다 해도, 똑같이 진열하면 안 돼요. 오는 손님들이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는 매장별로 완전히 다른 구성과 전략을 준비하고 제안한다. “거래처에 딱 갔는데 많이 팔렸다고 하시면, 정말 기분 좋아요. 그게 세일즈의 즐거움이에요.” 이런 시도는 그냥 넘기지 않는다. 그는 C&L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친한 동료와 끊임없이 시도와 결과를 공유한다. “사장님들 사업에서 계속 시도를 할 수는 없어요. 두세 번의 시도가 실패하면 실패에요. 그래서 저희끼리 서로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면서 리스크를 줄여가요.” 하지만 매번 풍성한 열매를 수확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성격이라고 하지만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어떤 이유로든 판매가 부진 할 때라고 말한다. “그럴 땐 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사장님들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으셔서 미니멈이라도 뽑고 가라고 하시는데, 그 시기엔 무리하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임하는 걸 아시기 때문에, 잘될 때 더 많이 해주시기도 하니까 결과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됩니다. 회사도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맡겨 주시는 분위기 이구요 .”
열정을 더한 그만의 치트키
그가 말하는 세일즈의 본질은 결국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꾸준함’에서 만들어진다. “사장님들도 다 아세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꾸준히 찾아오면 그게 곧 신뢰죠. 근데 그걸 쌓기 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김 차장은 쌓인 신뢰에 그만의 열정으로 세일즈를 완성한다.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세일즈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신상품이 나오면 제가 먼저 껴보고 보여드려요. 주문하시기 전에 직접 보시라고요.” 여성용 제품이 많아 사이즈가 잘 맞지는 않지만, 반지를 여러 개 끼거나 팔찌를 주르륵 차고 들어가곤 한다. “사장님들이 처음엔 ‘뭐야?’ 하시다가 웃으세요. 무섭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웃음).” 가게 안에만 계신 사장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웃음을 드리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다양한 시도로 전해진다. “저는 가만히 갇혀 있는 걸 잘 못 참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늘 작게 라도 변화를 줘요. 어느 날은 가서 잠깐 동안 말을 안해보기도 하고, 터치하면서 말씀 드려 보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다 보면 뭘 좋아하시는지도 알게 돼요.”
물론 도로 위에서의 긴 여정은 늘 변수 투성이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이었어요. 일정이 예상보다 일찍 잘 끝나서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어요. 근데 앞에 가던 트럭에서 타이어가 튕겨 나오면서 앞차를 반파 시키고, 제 차 쪽으로도 날아드는거에요.” 다행히 큰 사고는 면했지만, 타이어가 날아오는 그 순간이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 같았다고 말한다. “그때 정말 제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속도를 조금만 더 냈다면, 아마 지금 이 인터뷰도 없었을 거예요. 그 이후로는 하루하루에 훨씬 더 감사하며 살아가게 됐습니다.”
주얼리는 유행을 입는다, 그리고 C&L은 늘 앞서간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C&L 자랑을 부탁했다. 김 차장은 주저 없이 말했다. “신제품이 정말 빨리 나와요. 주얼리는 유행을 많이 타는 아이템이잖아요. 그래서 오래된 제품을 교체하기도 좋고, 매장 분위기를 바꾸기에도 좋아요. 그리고 저희 회사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최근에는 “Yeppi”라는 코스메틱 제품라인도 출시됐습니다. 저희 같은 세일즈맨들에겐 이런 게 다 무기거든요. 무기가 많아지면, 더 든든하죠.”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광이었던 그는, 요즘 19개월 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일 외의 시간은 온전히 가족에게 집중하고 있다. “제 취미에 시간을 쓰면, 그만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자연스럽게 줄이게 되었는데요, 어릴 때 정말 많이 해봐서 그런지, 지금은 큰 아쉬움 없습니다(웃음).” 요즘은 거래처를 방문하면 꼭 아이 이야기부터 나온다. “거래처에 가면 아이 많이 컸냐고 먼저 물어 봐주세요. 원래 자랑은 돈내고 하는거잖아요. 아이 동영상과 사진을 보여드릴 때는 ‘서비스 하나 얹어드리면서’ 합니다.” 세일즈라는 단어 뒤에 사람 온기가 묻어난다. 화려한 주얼리 만큼이나 빛나는 그의 세일즈 여정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