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 고급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한다.
Model Beauty Supply, GA
최근 몇 년 새 한국계와 아랍계 뷰티서플라이가 공종하는 지역이 많아졌다. 그런 지역에서 1,600sf의 작은 업소지만 자신만의 고정 고객들을 확보하며, 생존경쟁에서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는 한인업소가 있다. 조지아 애틀랜타 뷰티서플라이 협회(GABSA) 회장을 맡고 있는 손영표 사장의 Model Beauty Supply가 그곳이다. 이번에 손사장은 그 지역에 세번째 뷰티서플라이를 오픈한다. 새 매장 공사 현장을 찾아, 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손사장만의 ‘정글의 법칙’을 들어 보았다.
애틀랜타에서 남쪽 플로리다로 향하는 75번 고속도로를 두어 시간 달리다 보면, 조지아주의 정중앙쯤에 도착한다. 바로 그곳에 ‘중앙에 있는 도시’라는 뜻인 센터빌(Centerville)이라는 도시가 있다. 인구는 7,700여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매우 번화하고 유동인구가 많다. 그 도시명에 걸맞게 근방의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교통 요충지이자 상업의 중심지다. 이곳에서도 최고 중심지에 손영표 사장의 세 번째 매장이 들어선다.
Model Beauty Supply, GA 손영표 사장
24번째 사업체…안 해본 장사가 없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온 손영표 사장은 27세에 장사를 시작한 이후 지난 30년 간 안 해본 장사가 없다. 뷰티서플라이, 그로서리, 식당, 주유소, 달러스토어, 전화기, 의류 등등 업종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이번에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 무려 그의 24번째 사업체다. 현재는 식당 1개와 뷰티서플라이 2개 등 총 3개 업체를 운영 중이다. 원래 그의 뷰티서플라이는 3곳인데, 최근에 그 중 한 곳을 조카에게 넘겼다.
“크게 대박 친 것은 없어요. 그래도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계산을 좀 더 잘했으면 더 크게 성공했을 텐데…” 그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은 “젊은 시절부터 겪은 실패와 역경”이다. 그는 “시골에서만 사업을 해왔다”면서, “대도시에서 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곳은 경쟁이 심해서…그래도 시골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서, 이만큼이라도 해온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농담도 한 마디 덧붙인다. “그런데 이런 말 BNB에 나가면, 이런 시골로 뷰티서플라이 하겠다고 다들 몰려 오는 것 아닌가요.. 하하?”
손사장은 지금도 “디저트샵(아이스크림, 버블티), 한국 비빔밥 식당, 뷰티서플라이 매장 앞 컵밥을 파는 푸드트럭, 티셔츠에 프린트해주는 가게(이미 기계를 구입)” 등 신사업 개척을 위한 구상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가게 밖에 나가야, 가게 안이 보인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새로운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는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장사를 성공하려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사업체의 성공을 위한 개선책을 찾거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위해서는 “가게 안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변 사장님들에게 “가게에서 절대로 주 5-6일은 근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게 밖에 나가야, 가게 안이 보여요!” 그는 “항상 3일 근무하고 4일 쉬는 패턴”으로 일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금요일에 가게 와서 하루 밤만 자고, 다시 애틀랜타 집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철저하게 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매니저 시스템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하면서 즐긴다”는 그의 말처럼, 어쩌면 손사장의 사람을 믿고 맡기며 낙천적으로 삶을 즐기는 태도야말로 신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원천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Model Beauty Supply 2호점
오픈을 앞두고 공사중인 3호점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이번에 새로 오픈하는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포함해서 손영표 사장의 세 개 매장은 모두 불과 반경 몇 마일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도 한국계와 아랍계 뷰티서플라이 간 경쟁이 뜨거운 곳이다. 이번 세 번째 매장은 약국이 있었던 건물이고 가장 트레픽 잼이 많은 사거리 교차로에 위치한다. 건물 가격도 높고 렌트비 부담도 꽤 큰 곳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강력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을까?
그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비결로 “상위 5% 손님을 타켓으로 장사하고, 저가제품을 찾는 손님은 포기한다”고 한다. 즉 고급화 전략으로 고가격 고품질 제품을 찾는 고정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손사장은 다른 업소와 구분되는 ‘고급화, 차별화 전략’에 대한 매우 강한 자신감이 있다. 어쩌면 그것이 주변의 경쟁 업소들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손사장은 고가전략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의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조그만 가게라 손님이 몇 명 안 들어 오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가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몇명의 손님이 하루 매상액을 올려주기도 해요.”
그는 매장을 고급스럽고 안전하게 보이기 위해 “밖에서 매장을 훤히 들여다 보이게 하고, 제품 모델 사진도 백인과 흑인을 섞어서 인테리어를 한다. 실제로 그의 매장 ‘머리’ 섹션은 백인용 고급 클립인의 제품이 주로 걸려있다.(참고로, 이 지역은 백인이 60%에 흑인 30%정도로 구성된 곳이다.)
헤어 섹션에 진열된 클립인 익스텐션(clip-in extension)
전면 유리는 투명하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백인 모델 사진을 내걸은 2호점 입구
매장을 찾고 계약할 때는 꼭 부동산 에이전트를 고용하라!
새로운 매장 오픈 준비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하자, 손영표 사장은 이번에는 부동산 에이전트를 고용해봤다는데 그 결과에 대만족한단다. “저도 지금껏 그래왔지만…가게를 오픈할 만한 빌딩을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고생하시는 사장님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요, 이번에 해보니 그 지역을 이미 훤히 꿰뚫고 있는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좋더라고요.”
계약 후에는 “빌딩주가 에이전트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도 들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부동산 에이전트를 꼭 고용하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는 “일이 빠르고 수월하고, 무엇보다 정확하다”고 덧붙인다. “다른 업체에서도 이 건물을 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트래픽이 가장 많은 최고 좋은 자리죠. 그 사람들도 ‘6개월을 노력했는데도 성사가 안됐는데, (손사장이 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2년을 노력했다’고 말했어요. 하하하!”
오픈 준비중인 3호점 내부 전경
가게 구글평점 4.7의 비결
손사장은 운영중인 가게의 인기 비결에 대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물건 리턴 손님에게는 특히 더 친절하게 대하고, 100% 리턴을 해주고 있어요. 우리가 판 물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팔 수 있는 물건이면 받아줍니다. 리턴 손님에게 불친절하면 순식간에 가게 평판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또 “손님이 들어오면 항상 모든 직원들이 일손을 멈추고 모두 밝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서비스 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작은 가게로서 취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백인 여성 매니저에게 매장 운영 전권을 맡겼다.
손사장은 일주일에 한 번 가게에 나온다. 철저한 매니저 경영 체제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매니저가 백인 여성이라는 점이다. 백인용 헤어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백인 매니저는 장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 매니저도 카톡을 쓰는데 손사장과 소통이 매우 잘된다.
손사장은 “직원이 사장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손님도 직원 눈치를 본다”면서, “직원을 믿고 맡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저 자신도 피곤하고, 직원도 금세 그걸 알아차리죠.” “수표도 여러 장 미리 사인해서 매니저에게 주고, 필요하면 알아서 쓰도록 합니다.” 매니저에게 그런 신뢰감을 주어서인지 마치 가족과도 같은 친밀감이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게 소통하고 있다.
카톡으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보내온 매니저(Alice, right)와 직원(Shymaya, left)
좋은 직원 구하는 법
손사장은 그 도시에 있는 학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도 7개 학교에 마스크를 기부하고, 장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똑똑하고 착합니다. 장학금 받은 학생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채용된 직원에게는 좋은 대우와 추후 매니저로 올라가는 비전을 제시한다고 한다. 또 직원이 고가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가가 높은 가발 등을 팔면, 일정 금액을 판매 보너스로 제공하고 있다.
가업으로 물려줄 수 있는 기본 조건: ‘안전함’
최근 많은 한인 뷰티서플라이 업주의 1세대가 서서히 무대 전면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에 다음 세대가 주인공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하지만 자녀 세대로의 세대교체가 쉽지만은 않다. 뷰티서플라이에서 젊음을 불사르고 고생하며 가정을 건사해왔지만, 자식은 더 좋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부모 마음도 있고, 자식도 위험한 지역에서 범죄 위험을 무릅쓰면서 고생했던 부모의 모습을 보아온 터라,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사장의 20대 아들 3명 모두 현재 손사장의 사업체에서 일을 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지역에서 상위계층 손님을 대상으로 일합니다. 직장 생활하며 받는 월급으로는 만져볼 수 없는 큰 돈의 흐름을 알고 아이들의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들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더라고요. 저도 아들들이 함께 파트너로 참여해 든든하고 안심이 됩니다” 손사장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계속 ‘안전한 지역’으로 가게 위치를 찾게 된다고 한다.
아들과 조카가 와서 매장 오픈 준비를 돕고 있다.
내 사전에 은퇴란 없다!
손사장은 “직원에게 좋은 대우와 보상을 해주면서 가게를 맡길 수 있다면, 나이 들어도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종업원 구하는 것을 걱정하며 장사해야 한다면 구멍가게로 머무르죠. 그러면 내가 직접 일해야 합니다. 그러다 대개 60-70대가 되면 가게를 정리하고 은퇴하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 일하지 않으면 몸과 정신이 망가져요.”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하기 위해서 손사장은 “사업 구상🡪 사업체 세팅🡪 매니저 경영🡪 사업 구상🡪 사업체 세팅….”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100세 노인이 가게에서 일하시는 것을 보고 멋져 보였어요. 저는 은퇴하지 않을 겁니다. 항상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할 겁니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들 겁니다. 가게가 안정되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 넘겨주는 역할을 할 거예요. 지금 제 아이들과 조카도 여기 와서 일하면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20-30대 젊은 세대가 와서 일하면 저는 여유가 생겨서 또다른 새로운 기회를 구상할 수 있는 거죠.”
“매장 크기에 연연하지 말고, 작지만 실속 있고 이익을 남기는 장사를 하라”
마지막으로 소자본으로 뷰티서플라이를 오픈하려는 사람들에게 손사장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매장 사이즈보다는 렌트비가 비싸더라도 좋은 지역에 들어가 아주 작은 가게라도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종업원 적게 쓰고 단가 높은 물건을 팔면, 생각보다 실속 있고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어요. 그리고 매장 안에 갇혀서 일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변화를 구상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노력하세요. 몸을 혹사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 내가 먼저 즐거워야 종업원도 즐겁고 찾아온 손님도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