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회가 어떤식으로든 열립니다
W1sh Beauty 라이언 김 대표
조지아주 둘루스에 자리한 W1sh Beauty 매장을 찾았다. 잘 정비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에 위치하고, 대형 유통업체인 Sam’s Club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곳에서 만난 라이언 김 대표는 소매점 운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온라인 B2B 쇼핑몰의 작업까지 직접 챙기며, 전체적인 주문을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헤어 케미컬 브랜드 Loc N과 PureO의 판매 및 유통까지 책임지며 뷰티 시장에서 폭넓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한 뷰티 시장에서 다양한 포지션으로 자리한 그는 어떻게 뷰티서플라이를 이끌어가고 있을까? 라이언 김 대표의 운영 철학과 전략을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선택한 뷰티의 길
김 대표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 글로벌 헤어·뷰티 브랜드 웰라(Wella)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아시안 마케팅을 담당했다. “일년에 두 번 한국을 갔어요. 가면 기술 공장 방문하고 한달 동안 기숙사에 있으면서 그 곳에 계신 분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했는데, 그때 진짜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익혔죠.” 사업적 감각이 남달랐던 그에게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없어지자 20대 중반부터는 관련 일들이 꾸준히 이어졌다. 네일 브랜드 OPI 등 해외 브랜드의 총판을 맡아 한국에 수출하고, 캐미컬 제품을 체인에 납품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네일숍 원장님이 네일 발 스파 기계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 개 팔면 3천 불, 그 중 천 불을 주겠다”는 제안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얼마 후 예상치 못한 화재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면서, 그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운영하셨다. 어린 시절 매장에서 일을 도왔지만, 당시 주 고객층이 히스패닉이었고,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매장을 모두 정리하셔서 흑인 뷰티 시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헤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03년경 Shake-N-Go에 입사해 2008년까지 동남부 지역을 담당하며 고객층을 넓혀갔다. “Shake-N-Go에서 즐겁게 일했어요. 성과도 좋아서 기획실까지 올라갔죠. 그때 만난 이모님들이 다 제 고객 분들이셨어요.” 그 “고객 이모님들”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 김 대표. 원래는 뉴욕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조지아에서 약대를 공부하던 아내의 학업을 고려해 조지아에 정착하게 되었다.
W1sh Beauty의 시작과 성장
W1sh Beauty 매장은 원래 김 대표의 장인어른이 운영하던 Young’s Trading 2호점 도매 매장으로 시작했다. 그의 장인어른은 1993년부터 조지아 뷰티 업계의 1세대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주요 고객층이 조지아 도라빌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둘루스에 새롭게 오픈한2호점은 예상보다 도매 고객이 적었고, 6개월 후 리테일 매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매장 운영을 맡았다. 김 대표는 “제가 가게에서 직접 일 한다고 해서 매출이 엄청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매장의 흐름을 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템화 된 전략이 필요했다.
W1sh Beauty의 운영 전략1: 팀 구성과 데이터 분석을 통한 효율적 운영
과거에는 세일즈맨이 추천하면 주문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재고가 쌓이는 일이 잦았다. 김 대표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구매팀과 매출팀을 분리했다. 매출 목표를 설정한 후, 3개월 단위로 구매 및 세일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매장의 흐름과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POS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고 관리와 판매 전략을 세운다. 김 대표는 실수를 줄이고,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W1sh Beauty의 운영 전략2: 시장 조사로 트렌드 선도
“도매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시장을 조사하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합니다.”
인기 제품이 등장하면 이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 제품이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뷰티서플라이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물건으로 교체한다. “그래서 뷰티서플라이 시장은 브랜드에 의리가 없다고 말해요(웃음).” 그러나 김 대표는 단순히 저가 제품만을 찾기보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구성하고, 시즌별로 빠르게 상품을 교체하여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장을 운영한다. 또한 대형 체인스토어처럼 시즌별로 제품을 변경해 매장의 생동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매장의 위치에 따라 고객층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그가 운영하는 다운타운 매장과 둘루스 매장은 고객 성향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각 매장에 적합한 제품 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소싱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제품을 배치하고, 요즘은 잡화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W1sh Beauty의 성공 전략3: 인재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김 대표는 직원 관리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운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인재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W1sh Beauty에서는 직원들이 한 가지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달 동안 캐셔로 일한 직원이 다음 달에는 매장 플로어에서 고객 응대를 맡기도 하고, 제품 진열을 담당했던 직원이 판매 전략을 고민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강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찾아주는 것이다. “맡은 일 외에는 안 하려고 하는 직원들도 있어요. 근데 막상 새로운 업무를 맡기면 생각보다 잘 해내는 경우가 많아요. 미리 단정 짓지 않고 기회를 줍니다.”
W1sh Beauty의 운영 방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직원들과의 소통 방식이다. 직원들이 가게 운영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네가 가게를 운영한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그는 직원들에게 이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주고, 매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 W1sh Beauty는 매주 직원 미팅을, 매달 매니저 미팅을 열어 매출 현황을 공유하고 목표를 한다. “함께 고민하고 개선 방향을 찾다 보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가게 운영을 내 일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런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매장의 분위기도 좋아지고요.” 또한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높인다. 직원들에게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직원 개개인의 필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이 대면 대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어, 문자 메시지 등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도입했다. “젊은 직원들은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문자나 메신저로도 소통하며 서로 불편함 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1세대와 2세대의 소통과 신뢰
미국으로 7세에 이민 온 김 대표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뷰티서플라이 사업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현재도 가족들과 함께 업계를 이끌고 있는 그는, 현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한국계 뷰티 업계가 직면한 세대 교체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2세대의 역할이 강조되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세대의 경험과 지혜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업을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키’를 넘겨받는 것이 아닙니다. 1세대가 쌓아온 기반 위에서 2세대가 새로운 방식을 접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성장도, 성공적인 전환도 어렵죠.” 그는 1세대가 완전히 손을 놓고 2세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가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업계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뷰티 업계는 관계와 신뢰가 중요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1세대와 2세대 간의 세대 격차를 줄이고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꼽았다.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회가 어떤식으로든 열립니다. 서로에게 등지는 경쟁보다는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 대표의 개인적 그리고 사업적 목표
김 대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그는 여행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연휴가 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곳을 보고 경험하는 게 큰 활력소가 돼요.”
그는 현재 사업적으로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말한다.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신중하게 고민 중입니다.” 그가 앞으로 뷰티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라이언 김 대표가 판매 유통하는 LocN 신제품 바디크림

라이언 김 대표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B2B 쇼핑몰 youngsGA.com은 도매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소매점주들이 자주 이용한다.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현재 매장의 한쪽 공간을 쇼핑몰 운영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