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사장의 열정 가득 창업 and 영업 스토리

Must Have Beauty & More 허상회 사장

2003년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배우러 내슈빌을 찾은 음악도가, 19년이 지난 지금 그와는 거리가 한참 먼 뷰티서플라이 점주가되었다. “가발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는 이유로 뷰티서플라이에 입문, 좌충우돌 직원 생활과 한 번의 실패를 딛고 테네시 주 머프리스보로에 나만의 가게를 연 허상회 사장의 얘기다. 가게 디스플레이부터 홍보까지 발 벗고 뛰는 새내기 사장의 톡톡 튀는 창업/영업 스토리를 소개한다.

내슈빌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34마일 떨어진 머프리스보로는 테네시 주의 지리적 중심지이자 주에서 가장 큰 대학교인 미들 테네시 주립대(Middle Tennessee State University; MTS)의 본거지이다.

Must Have Beauty & More는 지난 7월 말 머프리스보로에 새롭게 문을 연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이란다. 독특한 이름을 되뇌며 찾아간 길, 아직 조성이 덜 된 상가 중간에 간판조차 제대로 달지 않은 가게가 보인다. 우려와 달리 2200sqft의 매장 안에는 밝은 조명 아래 각종 헤어 제품들이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허상회 사장이 환한미소로 맞아준다.

가게 퍼밋부터 공사까지 발로 뛰었다

허 사장에게는 사실 두 번째 도전이다. 첫 번째는 테네시 주의 스프링힐에 유일한 뷰티서플라이 스토어로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가 높은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6개월 만에 닫았다는 것. 의욕만 앞세워 뛰어든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리고 나름 고심해서 잡은 두 번째 장소가 머프리스보로였다. 그녀는 집인 앨라배마에서 매일 편도 2시간을 달려 가게 문을 연다고 한다.

보통 뷰티서플라이 스토어 오픈에는 퍼밋 받는 데 3개월, 공사에 5~6개월이 걸린다. 허 사장이 퍼밋 받고 오픈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주. 비결은 간단했다. “남 안 시키고 직접 뛰면 돼요!”

시청에 가서 비즈니스 어카운트를 연 것을 시작으로 전기, 소방 안전, 가스 담당 등 각 과를 뛰어다니며 직접 드로잉한 서류를 제출하고 매일같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사였다. 태권도 도장이 문을 닫은 후 10년을 비어있던 곳이라 손볼 게 넘쳐났다. 낡은 카펫부터 걷어내고, 드릴 갖고사다리에 올라가 무거운 선반을 벽에 직접 달았다. 그런데 허 사장의 말로는 이번은 약과란다. “이전 가게에선 톱으로 잘라서 일일이 매대를 만들었어요. 비어있던 곳이라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집에 드릴 갖고 가서 충전해서 다시 와서 박고.. 12월이라 추웠는데 히터도 안 들어오는 곳에서 그렇게 공사를 했었죠. 그래도 첫 가게니까.”

그렇게 공들인 가게를 닫아야 했으니 그 맘이 오죽했을까. 그래도 그 경험 덕에 이번 가게엔 그녀만의 요령이 보인다.

 

바퀴 달린 선반

뷰티서플라이에서 흔히 쓰는 곤돌라 디스플레이대의 경우 무거워서 설치도 어렵지만 한 번 세팅되면 바꾸기가 어렵다. 그러나바퀴 달린 선반의 경우는 바퀴의 락 장치만 풀면 얼마든지 위치 조정이 가능하다. 이걸 구한 데는 운이 따랐다고 한다. “페이스북을 보는데 이걸 팔려고 내놓으신 분이 있더라고요. 세트로 다 사버렸더니 배달까지 해주셨어요. 그때가 한창 Goody’s 백화점이폐점할 때였는데, 거기서 쓰던 것 같아요. 덕분에 선반 비용을 엄청 세이브했죠.”

 

핸드폰 액세서리 진열대의 변신

위빙, 익스텐션 제품들을 편리하게 걸어놓은 진열대도 핸드폰 가게에서 구한 것이다. 핸드폰 액세서리를 걸어 놓는 용도였는데인터넷 중고마켓에 저렴하게 나왔길래 바로 가져왔다고 한다. 그래서 허 사장은 가게를 새로 열거나 디스플레이를 바꿀 경우,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같은 곳의 활용을 적극 추천한다.

 

개성 만점 디스플레이

진열대를 갖췄으면 물건을 채워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작은 가게의 설움을 톡톡히 맛봤다는 허 사장. “메이저 회사의 경우엔 애플리케이션을 써도 답이 잘 안 와요. 작은 신생 가게라 지불 텀을 안주는 건 당연한 거고요. 물건을 준다 했다가 못준다고 번복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그럴 때 제일 속상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안 되면 로컬에서 직접 사오면 된다. 마음만 있으면 어디서든 물건은 나온다
그런 각오로 하나하나 가게를 채워나갔다. 누구보다 제품 욕심이 많은 그녀지만 제품을 택하고 디스플레이하는 데는 나름의 고집이 있는데, Must Have Beauty & More에선 그런 점들이 뚜렷이 나타난다.

 

눈썹이 많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아이래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작은 가게보다 눈썹이 많아요. 거의 1만sqft 규모의 가게들만큼 갖고 있어요.”
이유는 단순했다. “제가 눈썹을 좋아해요. 붙이기 시작하니까 안 하면 허전한 거예요, 손톱처럼. 그리고 이게 쓰고 없어지는 거라마음에 들면 계속 사러 오거든요. 작은 돈이지만, 계속 꾸준히 돌아가는 돈이기도 한 거죠.”

 

가발은 컬러풀하게!

크지 않은 가게니 잘 나가는 가발만 가져다 놓아도 되건만, 의외로 흔치 않은 색상이 많다. 검은색은 1개를 오더 해도, 컬러는5~6가지를 다 한다는 허 사장. “대부분 검정 계열을 선호한다지만 그 중에서도 다른 걸 원하는 사람들이 꼭 있거든요. 저처럼(웃음). 그래서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으려고 해요. 거기 가면 특이한 가발이 있어, 그 색깔 가발은 거기 가서 사면 돼, 그렇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일렬 횡대 디스플레이

진열대를 둘러보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여군 출신인가?’ 의심할 정도로, 모든 제품들이 각을 잡고 일렬로 배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마네킹조차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엔 나름의 재고 관리법이 숨어 있었다. “제품이 틀어져 있으면누가 만진 거거든요. 그러면 제가 다른 손님과 얘기하거나 계산대에 있었더라도, 이후에 보면 손님이 이 자리에서 이걸 봤구나,이게 빠졌구나, 어떤 데 관심이 있고 뭘 사갔구나 바로 파악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 손님이 올 때 이전과 똑같이 해놓고 다시 시작하죠.”

 

재고는 재창조하는 센스

진열대 곳곳에 앙증맞은 아이들용 머리 장식이 보이는데, 허 사장이 틈틈이 직접 만든 거란다. 크로쉐와  리본 핀을 연결한 형태인데, 아이의 머리를 묶은 후 핀을 끼우기만 하면 땋은 머리처럼 연출되는 것이다.  “거창하게 제품 개발이라기보단 안 팔리는 물건을 어떻게든 활용해서 파는 거예요.”

 

가발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

여기까지만 봐도 뷰티서플라이에 남다르다 못해 억척같은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대체 어떻게 단기에 노하우를 얻었을까궁금해진다. 여기엔 흔한 말로 ‘책 한 권 쓸 만한’ 인생 여정이 있었다.

작곡을 전공한 그녀가 미국에 발 딛은 건 2003년, 음악의 도시 내슈빌에서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온지 얼마 안 돼 바로 관뒀다고 한다. “컨트리 뮤직 세션을 갔는데 제가 컨트리 액센트를 잡아줘야 되더라고요. 외국 사람이 미국사람 사투리를 어떻게 잡아 주겠어요.”

그리고 시작한 공부가 밥 안 굶은 직종이라는 회계였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고, 결혼 후에도 공예품 가게, 세탁소, UPS언로더, 마트 회계사원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 그리고는 앨라배마의 자동차 회사에서 물류 담당으로 4년을 일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친구의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에서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놀러 오래서 갔는데, 이 가발들이 나를쳐다보는 게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신기하게도 머리들만 봐도 흥분이 됐어요. 그래서 주말마다 돈도 안 받고 신나서 일을 해주다가, 결국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친구 가게에서 점원 생활을 시작했죠.”

허상회 사장을 뷰티서플라이로 이끈 가발들

 

친구가게지만 그녀는 소위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12000sqft의 가게를 사장과 둘이 관리하고 오더는 혼자 맡아서 했다는 것이다. 초반의 시행착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들었으니 손님이 뭘 찾으면 눈 앞에 두고도 못 찾는 장님이었는데, 6개월을 일했더니 조금씩 보이더란다. “물건도 보이고 손님도 보이고, 손님이 저 머리를 언제 했었고… 그런 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어요. 1년 반을 넘기니까 물건 오더 할 때도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 뭘 사 갔으니까 앞으론 요런 게 팔리겠다…”

그때 점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자신이 오더를 했는데 안 나가면 혼나니까, 오더한 건 무조건 그날 안에 판다는것. 그렇게 전투(?) 정신으로 2019년부터 2년간 크리스마스 딱 하루 빼고 매일 12~15시간을 일했다. “남들 5년, 10년 걸릴 거2년 만에 빡빡하게 배우고 나왔죠. 그렇게 어렵게 익혔는데 나중으로 미루면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럼 지금해보자.”

그리고 열게 된 자신의 가게. 한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간의 경험들은 헛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개한다. 허상회 사장만의 특화된 영업 전략!

영업 Tip 1 “제가 직접 써봤습니다”

허 사장은 가발이든 눈썹이든 웬만한 제품들은 직접 써본다. 그래야 제품을 알 수 있으니까. 화장하고 가발 쓴 채로 손님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단다. “전에 있던 애 어디 갔어?”라고 묻는다든지, 심지어 같은 사람인지 모르고 흉보는 손님도 있다는 것이다. “저번에 왔는데 빨간 가발 썼던 애가 불친절했어, 그러면 저는 막 공감해주죠. 내가 뭐라고할게! 가끔은 농담으로, 걔 새로 온 앤데 그만뒀어, 불친절해서 내가 잘랐어(웃음).”

손님들이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한 일?!

영업 Tip 2 SNS로 여는 하루

허 사장이 한가한 오전을 틈타서 하는 주요업무는 깜짝 모델(?!)로 변신, 그 과정을 촬영·편집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다. 매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을 망라하는데, 영상을 보고 와서 제품을 찾는 고객도 종종 있단다. 영상이 궁금하다면, 아래 QR코드를 클릭!

Must Have Beauty & More 유튜브 영상

Tip 3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탈 어드바이스

“손님들이 가발을 쓰면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화장을 할까 고민을 하잖아요. 그럼 옆에서 눈썹은 어떤 거 붙이고, 섀도랑 립스틱은 어떤 컬러로 하고, 옷은 어떤 거 입으면 잘 어울릴 거야, 라고 얘길 해줘요. 그럼 손님이 ‘나 그런 옷 있어, 화장품 있어’공감하며 사간 후에 추천해준 게 너무 좋았다며 후기를 전해주죠. 저는 아무리 비싸도 손님한테 어울리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네가 좋으면 사되 나는 안 팔고 싶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요.”

영업 Tip 4 가장 큰 무기는 ‘소통’

허 사장이 제일 강조하는 건 고객과의 관계를 잘 쌓는 일이다. “친하게 되면 함부로 못하잖아요. 영어가 부족해도 친해지려 하다 보면 말도 들리게 되고, 하나하나 손님들을 알아 놓으면 그 가족, 친지, 이웃들과 다 연결이 돼요.”

젊은 고객 공략법 허 사장의 경우 이름을 알게 된 손님은 바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는다. 이전 가게의 경우에는 6개월 간 100여 명의 친구 목록을 보유했단다. 손님의 이름을 잊어버린 경우 재빨리 페이스북을 찾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비밀 팁.

나이든 고객 공략법 가족 관계를 많이 물어본다. 그러면 딸도 데리고 오고 손주도 데리고 온단다. 허 사장은 특히 노인분들에게 잘하는 편이다. 할머니 파워 덕분에 대대손손 손님이 이어지는 건 물론 철없는 십대들의 도둑질도 방지할 수 있다고.

음악 공감법 음악도의 길은 포기했지만 그녀의 일상엔 항상 음악이 있었다. 요즘은 가스펠이 좋아서 가게에서 틀어 놓는데, 손님들도 좋아한단다. “여기 와서 은총 받고 간다면서 같이 불러요. 그럼 저는 은총 받으러 또 와~ 그러죠.” 결국 음악도 고객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는 것이다.

 

영업 Tip 5 물건이 없으면 대체품을 제시하라

아무리 큰 매장이라도 모든 브랜드의 물건을 갖출 순 없다. 없는 브랜드의 제품을 찾는 손님들은 꼭 있다.

그럴 때는 적극적으로 대체품을 권한다. “그건 없는데 이게 괜찮아, 요게 새로 나왔어. 그럼 손님은 반응이 시큰둥해요. 그러면 25% 빼 줄게, 이런 식으로 유도를 해서 일단 판매를 하고, 이후엔 써보고 좋으니 그것만 찾는 거예요.”

 

‘Must Have Beauty & More’에 담긴 의미

끝으로 독특한 상호에 담긴 뜻을 물었더니 직접 디자인한 로고를 보여준다. Must Have를 둘러싼 모양이 아프로라는데, 굳이Beauty & More라는 말을 더 붙인 건 꼭 흑인들만 아니라 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와서 뷰티를 찾으라는 것, 더 나아가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찾으라는 큰 뜻이 담겼다고 한다.

“어떤 손님이, 머리가 다 빠져서 정수리가 흉해요. 그것 때문에 얼굴이 죽어 있었는데, 여기 와서 자기한테 맞는 가발을 찾으면표정이 바뀌어요. 그럼 마음의 치료도 되는 거거든요. 그런 게 너무 좋더라고요. 단순히 보면 뷰티 제품을 파는 일이지만, 안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과 자신감도 끌어내 있는 좋은 비즈니스인 것 같아서, 뷰티 앤 모어. 우리는 참 행복한 일을 하는거다, 그런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해요.”

 

소매점 탐방 BY Juyoung Sung
BNB 매거진 2022년 1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