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작은 가게로 살아남는 비결

 

MIENNE Beauty Supply 흑인 여사장 Bella F.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와 메릴랜드, 버지니아를 이어주는 심장 부분인 버지니아의 타이슨스(Tysons)지역은 부촌으로 유명하다. 가게에서 5분 거리에 DMV(DC.MD.VA) 지역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타이슨스 코너 센터(Tysons Corner Center)도 있다. 땅값이 비싸고 흑인 인구도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로 뷰티서플라이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백인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뷰티 체인인 Sally Beauty는 몇 군데 있지만, 흑인을 위한 헤어 제품은 구하기 힘들어서 이 지역의 흑인 주민들은 매번 헤어 제품을 구입할 때 타지역을 큰맘 먹고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흑인 여사장인 벨라는 이러한 불편함을 스스로 느끼고 2019년 2월에 작지만 알찬 뷰티서플라이를 시작했다. 그녀와 같은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을 위한 틈새시장인 셈이다. 현재 단골손님들은 MIENNE Beauty Supply를 타이슨스 지역의 숨은 보석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족과 친구의 머리를 땋아주던 소녀, 뷰티서플라이 사장되다.

사장인 벨라는 어릴 적부터 머리를 땋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가족과 주변 지인의 머리를 해주다가 헤어 살롱에서 브레이더로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공부도 곧 잘하던 그녀는 간호대를 졸업하고 간호사로도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도 일하는 팔방미인이다. 여러 방면에 재능이 많지만, 마음 한쪽에는 항상 더 큰 목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것은 흑인 여성으로써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일궈내고 싶은 그녀의 소망이었고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뷰티가 만나 뷰티서플라이를 오픈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Sally Beauty에서 팔지 않는 제품을 취급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고, 현재 가게의 손님은 흑인은 물론 타인종과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도 가발을 사러 방문하고 있다.

MIENNE Beauty Supply 점주 Bella 씨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낸 가게

지인의 권유나 가족이 운영한 것을 물려받은 게 아닌 이상 흑인으로서 뷰티서플라이 업계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을 터. 동네에 없는 뷰티서플라이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와 헤어에 대한 열정 하나로 시작한 가게 인지라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일단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보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운영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지인도 없었다. 어떤 헤어 회사가 있는지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모른 상태로 어카운트를 열기 위해 회사 웹사이트를 뒤져 하나하나 이메일을 보냈다.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하지 않거나 무시해버리는 회사가 태반이었고 어카운트를 열지 못한 회사는 리테일 가격으로 구매하여 이윤을 남기지도 못한 채 팔아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초반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현재도 완전히 끝난 문제는 아니라는 것에 아쉬움을 전했다.

가게 내부 레지스터


브레이딩 제품 섹션

오픈한지 일 년 만에 닥친 코로나

맨땅에 헤딩하며 일궈낸 비즈니스지만 오픈 한지 약 1년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 자택 대기 명령으로 잠깐 가게를 닫는 동안 그녀는 파트타임으로 간호사를 하고 풀타임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밤낮없이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을 다시 가게를 살리기 위해 투입했다. 절망적이었지만, 그녀의 진심을 담은 고객서비스와 헤어에 대한 전문성 덕분에 재오픈과 동시에 손님들은 꾸준히 늘어갔다. 코로나 인해 제품개발이 이전처럼 빠르지 않고 선적이 느려서 백오더 되는 것들이 많아진 것을 제외하고 손님들이 찾는 제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마스크나 헤어 클리퍼 같은 제품은 코로나로 인해 인기가 많아진 제품이지만, 브레이딩, 가발, 내추럴 헤어 제품군 종류를 가리지 않고 트렌드를 바꿔가며 활발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전자제품 섹션에 놓여진 헤어 클리퍼와 헤어 툴


잡화 섹션


주얼리, 아이래쉬 섹션

 

디지털 마케팅과 프로모션은 비대면 시대의 필수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옐프(Yelp) 등의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흑인 커뮤니티의 입소문이 중요한 만큼 교회에서도 홍보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객 유입률이 높은 구글의 마이 비즈니스(Google Mybusiness)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영 시간, 위치, 사진, 리뷰 등 기본 정보만 이용하는 소매점 점주가 대부분이지만, 구글 마이 비즈니스 포스트 기능을 활용해서 처음 가게를 검색한 고객들에게도 세일, 이벤트, 제품 정보를 바로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시즌마다 세일 아이템에 변화를 주며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간대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가발은 10%~15%의 디스카운트를 제공하며, YELP를 보고 방문한 손님에게는 체크인 디스카운트를 제공한다.

 

구글 마이 비즈니스 기능 활용사례

 

1. 쿠폰과 신제품 정보

구글 마이 비즈니스의 포스팅 기능 중 하나로 처음 검색한 손님들도 쉽게 쿠폰을 사용할 수 있고, 지인에게 공유까지 가능하다.

 

2. 제품 정보

제품 중 재고가 있는지 자주 전화가 오는 제품이 있는가? 이런 제품들은 미리 제품(Products)소개란에 사진과 함께 설명을 적어놓으면 손님들이 전화하지 않아도 미리 어떤 제품을 취급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3. 영업시간 변경과 이벤트 공지

공휴일로 인한 영업시간 변경이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가게 문을 닫게 될 경우 손님이 가게에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공지를 한다.

 

지역 서비스인 옐프(YELP)를 통한 체크인 디스카운트

MIENNE Beauty Supply 옐프 페이지에서 디스카운트 오퍼를 클릭하고 휴대폰으로 받은 링크를 통하여 가게에서 체크인을 완료하면 60% 브레이딩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프로모션

 

매주 수요일에는 있는 WIG Wednesday


신제품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작은 가게로 살아남는 비결? 트렌드를 잡아 알찬 재고 유지

그녀의 가게는 우리에게 익숙한 뷰티서플라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가게에 들어가니 작지만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공간이 펼쳐진다. 가게의 공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객이 찾는 모든 제품을 취급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는 트렌드와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빨리 반영하려고 한다. 필수품은 항상 재고가 안 떨어지게 구비해놓고 유튜브, 뷰티 커뮤니티, 손님에게 듣는 이야기를 종합하여 트렌드를 타는 제품은 직접 골라서 취급한다. 요즘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하는 것이 고민이긴 하지만, 고객이 찾는 제품이 없을 경우 대체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제안하고 알려준다. 고객 만족은 그녀가 지키는 철칙이기 때문에 고객이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있는 제품은 기록해 두었다가 주문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님이 정말로 원하는 제품이 있고 만족만 한다면 제품의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MIENNE Beauty Supply 구글 리뷰는 만점에 가까운 4.9 별점을 받고 있다.

MIENNE Beauty Supply가게 전경


휴먼 헤어는 레지스터 안쪽에 가발은 가게 곳곳에 둘러서 진열해 두었다.

 

낮에는 풀타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후와 주말은 가게에 올인

섭외 차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타지역에서 미팅 중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뷰티서플라이 점주가 타지역에서 미팅을?”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알고 보니 그녀는 풀타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게에서 테크니컬한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여태까지 수리 기사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하니 다재다능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장도 잦지만, 실력 있고 성실한 점원들 덕분에 믿고 맡기며 가게를 운영한다. 가게가 작다 보니 직원 한 명으로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성실하고 믿을만한 직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일 년 정도 시간을 두고 맘에 드는 직원을 찾는 것에 노력했다. Sally Beauty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직원 Tia는 조금 더 흑인을 위한 제품을 다루는 가게에서 일하고 싶었고, 현재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직원 Tia씨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영감을 얻는 손님들

가게를 운영하며 손님 때문에 힘든 순간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것은 같은 인종인 흑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루는 10팩의 헤어를 구매한 손님이 다시 방문해서 3개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재고는 없는 상태였다. 손님은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고 결국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손님과 언쟁이 생겼을 때 그녀는 싸우지 않는 편을 택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무례한 손님도 있는 반면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게 하는 것도 손님이다. 가게에 처음 왔던 한 손님은 “이 동네에서 30년을 살았지만, 흑인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처음이다. 열어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전했다. 흑인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서 멀리서 방문하는 손님도 종종 있어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살롱이 있는 토탈 뷰티서플라이가 목표

흑인들은 비즈니스를 오픈할 때 타인종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는다. 원하는 큰 공간을 얻지 못했던 그녀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벨라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일주일 내내 풀가동하는 나에게 취미를 가질 시간도 사치”라며 웃었다. 그녀의 목표는 가게를 확장하여 살롱과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브레이더로 활동했던 경력을 살려서 살롱까지 함께 있는 뷰티서플라이를 만들 수 있다면 동네에 있는 손님들이 더욱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차별성이 있는 뷰티서플라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목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다. 더 많은 벤더가 흑인 소매점 점주에게도 열린 기회를 제공해 주어 뷰티업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소매점 탐방 BY Kyounghyun Han
BNB 매거진 2021년 5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