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파는 가게, 은퇴 후 다시 찾은 제2의 삶

Smile Beauty Supply의 황해숙 대표

이번 호 소매점 탐방은 신규 오픈한 작은 업소를 찾았다. 이 업소 사장님은 이미 은퇴한 60대 여성으로 평생 뷰티 업계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어떤 사연으로 인생 후반기에 생판 낯설고 물선 뷰티업에 뛰어들게 되었을까? 뷰티서플라이 생초보로 한 발 한 발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그녀의 사연을 들어보았다.

Smile Beauty Supply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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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소형 가게 인수 후 2,600 sf 확장 이전 개업
지난 10월 중순 BNB의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저희 가게가 이사했는데 새 주소로 BNB 매거진을 받아 보려고 전화했습니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힘이 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인데도 이전을 하셨네요?”
작년에 900 sf의 아주 작은 뷰티서플라이 가게를 인수했는데, 이번 10월에 바로 옆 자신 소유 건물에 2,600 sf 면적으로 확장 이전했다고 한다.
그동안 BNB의 소매점 탐방 기사는 주로 창업 후 오랜 시간 동안 큰 사업체를 일구어낸 소위 ‘성공 스토리’들을 발굴해 소개해왔다.
성공 스토리를 통해서 독자가 사업하는데 참고할 만한 롤모델를 제시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면의 이유는 최근에 신규 창업한 뷰티서플라이 업소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뷰티 업계의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대형화되는 추세에, 이미 들어갈 만한 지역에는 기존 업소들이 거의 모두 선점하고 있어서, 신규 창업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뷰티서플라이 신규 개업은 충분한 자본력이 있고 뷰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나 꿈꿀 수 있지, 무경험자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이분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저질렀어요.
“제가 은퇴하고 한 3년 쉬었거든요. 일을 안 하니까 오히려 몸이 아프더라고요.”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은퇴 후 무료한 삶을 살면서 흔히 겪는 소위 ‘은퇴 증후군’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사실 저는 평생 뷰티서플라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이것을 시작했어요. 장사하는데 BNB 매거진이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때다 싶었다는 듯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적극적인 성격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쉽지 않은 일에 뛰어 들다니, 그것도 은퇴까지 해서 나이가 제법 되었는 터인데. 사연이 궁금해졌다.
“저희 매거진랑 인터뷰 한 번 하시죠?”
“좋아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한 황해숙 사장님.

황해숙 사장과 남편 Shuji Amano

 

웃는 첫인상, Smile Beauty Supply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미전역에서 80,000을 찍던, 바이러스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는 10월 말, 몸과 마음을 중무장하고 플로리다 취재에 나섰다.
Smile Beauty Supply는 플로리다 서북부 멕시코만 연안에서 1시간가량 내륙에 있는 Crestview라는 인구 2만여 명의 조그만 소도시 다운타운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정면에서 바라본 가게 입구가 워낙 좁아 보여서 ‘정말 작은 뷰티서플라이겠구나’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안쪽으로 길게 시원하게 쭉 뻗은 가게가 제법 규모 있게 느껴진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수더분하고 인상 좋게 생긴 파란색 목 티셔츠 남자분이 선한 눈 웃음을 띄우며 반갑게 맞이한다. 처음에 한국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국말로 인사했는데, 한국말을 못 한다며 쑥스러워한다. 황 사장의 남편으로 일본 분이다.
안쪽에 있던 황 사장도 뛰쳐나와 환한 웃음과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약 30년 동안 부부가 일본과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했는데, 남편은 프랑스 요리사라고 한다. 모든 사업 경영은 황 사장이 해왔고, 남편은 요리를 맡아서 내조를 해왔다고 한다. 레스토랑 사업으로 나름 성공했고, 나이 60을 앞두고 레스토랑 사업에서 은퇴를 했다고 한다.

“손님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합니다.”
“무슨 배짱으로 전혀 경험이 없는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는 손님을 상대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요. 사람을 좋아하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무나 잘 사귀죠. 그래서 그런지 30년 동안 손님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을 해왔는데,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 일도 자신 있었어요. 저는 사람 상대하는데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아요.”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인다.
“저는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응대하지만, 결코 손님에게 끌려 다니지 않습니다. 손님이 잘못하면 주저 없이 야단도 쳐요.”
그러면서 최근 있었던 일화를 들려준다. 며칠 전에 황 사장이 계산대에서 체크아웃한 물건을 봉지에 담고 있었는데, 손님이 봉지 물건을 가리키며 다짜고짜 다 꺼내라고 소리를 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난 너를 존중하는데 넌 왜 나를 존중하지 않느냐? 내 가게에서 당장 나가라. 앞으로 내 가게 안 와도 된다. 너 같은 손님 필요 없다!”
손님에게 그렇게 단호하게 일갈하며 일장연설(?)로 훈계했더니 손님이 꺼낸 물건을 다시 봉지 담으라고 하며 사과하며 갔다고 한다.
“손님은 내가 들었다 놨다, 당겼다 밀었다 해야지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도 잘못했다면 단호하게 야단을 쳐야 합니다. 길게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나를 손님들이 결국 좋아하더라고요.”

머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른 법, 극복하기 힘든 것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케미컬, 잡화, 화장품 제품은 그럭저럭 다룰 만하던데, 머리 제품은 모르면 정말 팔기 힘들더라고요.”
“머리’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프시겠군요.”
썰렁한 아재 개그 말장난에도 크게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웃음)맞아요. 가끔 ‘그것도 모르냐’며 세일즈맨에게 무시도 당하고 핀잔도 들어요. 자존심도 좀 상했지요.”
그래서 어떻게 극복했는지, 아니 극복하고 있는지 물었다.
“우선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많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BNB 매거진에 나온 정보도 장사하는 데 필수적이에요. 왜 흑인 손님들은 머리 제품이 필요한지, 어떤 제품이 유행하는지, 제품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물론 저에게 가게를 넘긴 전 사장님의 도움도 있었고요.”

손님에게 위그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황사장

 

장사는 잘되나요?
“이전해서 새로 가게 문을 연지 지금 2주 정도 됐는데, 가발만 벌써 80개 팔았어요.”
작은 가게에서 2주 동안 가발을 80개나 팔았다니 놀랍고 대단하다.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모르겠어요. 인테리어 공사하느라 2개월 정도 가게 문을 못 열었는데, 그 기간에도 손님들이 계속 찾아와서 언제 다시 오픈하냐고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마침 젊은 여성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황 사장은 그 손님에게 가발을 권유하는데 밝고 또렷한 음성으로 제품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360도 레이스 가발 제품을 들고 이리저리 뒤 짚어 보여준다. 가발 구조와 기능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구입을 권유하는 황 사장.
“이 제품은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장점이 정말 많다. 우선 스타일링이 자유롭다. 이것 착용하면 당신도 유명인처럼 정말 예쁘게 보일 거다. 업두(up-do) 스타일로 만들어도 아주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당신의 미모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거다.”
황 사장의 10여분 간 설득 끝에 그 손님은 결국 가발을 부속품 포함 100불 이상 지불하고 들고 가게 문을 나간다.
그 손님의 등 뒤로 황 사장이 미소 띈 밝은 목소리로 소리친다.
“Say hello to your daughter~! No no no, your DAUGHTERS!”
손님도 뒤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며 웃으면서 말한다.
“OK I will say hello. Thank You!”
괜히 가게 이름이 ‘Smile’ Beauty Supply가 아니다. 여기는 ‘스마일’을 파는 곳이다. 물건만 담아가는 게 아니라, 행복도 마음 한가득 담아간다.

Smile Beauty Supply 계산대와 주얼리 섹션

 

새롭게 도전하려는 분들께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마지막으로 BNB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제가 나이 먹고 아무런 경험도 없는데도 도전하고 있잖아요. 제 이야기가 새롭게 도전을 꿈꾸는 분들께 작은 영감이라도 되면 좋겠어요.”
“애틀랜타 뷰티쇼에서 81세 드신 뷰티서플라이 사장님을 뵌 적이 있는데, 70세 정도밖에 안보일 정도로 정정하시더라고요. 그분을 보면서 영감과 용기를 얻었어요. 저도 그분처럼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소매점탐방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 1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