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실패해본 것이 사업하면서 제일 잘한 일”

“많이 실패해본 것이 사업하면서 제일 잘한 일”

조지아의 ‘Model II 뷰티서플라이’ 손영표 사장

월마트, 레인보우, TJ MAX 등 큼직큼직한 대형매장이 있는 상권 좋은 쇼핑센터에 그가 운영하는 ‘모델II 뷰티서플라이’도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손님인 줄 알고 모든 직원들이 활짝 웃으며 환영해준다. 가게 첫인상이 밝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손영표 사장이 처음 뷰티서플라이에 발을 들인 건 2000년.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이다. 현재 조지아 애틀랜타 뷰티서플라이 협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카카오톡, 전화벨이 멈추지 않는다. 애틀랜타 뷰티협회 회원들에게 사업에 도움이 되는 최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협회차원의 공동구매사업 등을 진행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가게 일하느라 또 협회 일 신경 쓰느라 바쁜 그이지만, 소매점 점주들의 고민과 힘든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시간을 쪼개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에게서 성공적인 소매점 운영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1600sqft의 뷰티서플라이, 대형매장에 뒤질것없다”

뷰티서플라이 매장이 대형화가 되어가면서 작은 가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많은 소매점 점주들이 가게를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분위기에서도 그는 전통적인 뷰티서플라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작은 가게라 할지라도 분명히 돌파구가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뷰티 체인점인 ‘SALLY’를 자주 방문하고 조사하면서 가게 규모가 작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넓은 가게에 안 팔리는 물건을 잔뜩 쌓아놓는 것보다는, 작은 가게에 손님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 들여놓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가게는 브랜드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데 브랜드가 많아지면 공간이 부족하고 디스플레이가 망가져서 가게가 지저분해 보인다. 가게가 지저분하면 좀도둑도 들끓는다. 직원조차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작은 가게에서의 심플한 디스플레이를 강조한다. “작은 가게의 장점은 알기 쉽고, 찾기 쉽고, (도둑을) 잡기 쉽다”는 점이라고 단언한다. 

실패는 가능한 빨리 털어내고 Move on!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17살 때 한국을 떠나 친척 집에서 어렵게 미국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정부의 보조도 받지 못해 학교에서 모두 점심을 먹을 때 혼자 굶으며 지켜보던 일도 흔했다. 6.25 때 겪을 일을 미국에 이민 와서 겪는 것 같았다”라는 그는 “거의 안해 본 사업이 없었다”고 한다. 가스 스테이션, 식당, 뷰티서플라이 한국인 이민자들이 흔히 하는 웬만한 비즈니스는 다 해봤다고. 그동안 총 19번의 비즈니스를 했다니 그 말이 과장은 아니다. “인생에서 제일 잘한 것은 많은 실패를 경험한 일입니다.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가 낫고 계속해서 나아지죠”라는 손 사장은 긍정마인드의 소유자이다. 현재는 뷰티서플라이 두 개와 식당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왜 많은 비즈니스 중 뷰티서플라이를 선택했냐고 물었다. “뷰티서플라이는 노력하고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바로 반응이 오는 것이 재밌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실패에 오랜 시간 절망하고 고민하지 말고 빨리 털어내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는 손 사장.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사업을 시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긍정적인 성격과 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현재의 그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그리고 버릴 건 버리자! 

뷰티서플라이에서 가장 힘든 것이 “재고 처리와 긴 근무시간이다”. 그런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는 손 사장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안 팔리는 제품을 계속 쌓아놓는다고 매출이 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용만 늘어난다”라며 덧붙였다. 물론 그도 재고를 버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말이 쉽지 막상 돈 주고 주문한 제품을 버리기가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그러나 변화를 위해서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초창기부터 가게를 운영했던 소매점 점주들은 아직도 일주일에 6~7일을 쉴 새 없이 일합니다. 하지만 3~4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가 혹은 업계의 새로운 정보를 구하러 다니는 것을 권합니다.” 일주일 내내 가게에 갇혀 있으면 발 빠르게 변하는 업계에서 결국 뒤처지게 됩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당장은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지만 길게 봤을 때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라며 일과 휴식의 균형, 즉 흔히 말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를 강조한다. 

현재 음식점 하나 뷰티서플라이 두 개 총 세 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같은 쇼핑센터 안에 운영하는 음식점이 있어서 바쁜 점심시간에는 그쪽에서도 일을 돕는다. 손님들이 많아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 있다. 뷰티서플라이에서 얻은 노하우를 대입하니 다른 사업도 잘된다고 한다. 

이렇게 비싼 걸 누가 사요? 

손 사장은 남들이 도전 안 하는 것을 시도해보는 걸 좋아한다. 인생에서 19번의 비즈니스 경험이라니. 보통 사람은 아닌 듯 싶다. 그 가게에서 요새 잘나가는 제품을 소개한다. 흔히 생각하는 가발이나 케미컬 제품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물건을 보여준다. 몸매교정용인 바디쉐이퍼(body shaper)다. 이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는 뷰티서플라이가 흔치 않은데, 그는 발품을 팔아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바디쉐이퍼를 구해와 팔고 있다. 참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손 사장이다. 손님의 눈에 잘 띄는 가게 전면에 바디쉐이퍼 광고사인을 놓았다. 그걸 본 손님들이 하나 둘 씩 와서 묻고, 사가기 시작했다. 온라인에 널린 바디쉐이퍼와는 품질이 다르기에 자신이 있었다. 뒷부분의 훅이 절대 뜯어지지 않고 한 번도 망가졌다고 가지고 돌아온 손님이 없었다. 고가격 고품질의 “바디쉐이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자랑한다. 손 회장은 협회 회원들에게 이런 좋은 제품이 있다고 소개했지만 “우리 손님들이 이렇게 비싼 걸 사겠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헤어제품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싼 제품만 놓는 것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직원 관리의 비결 

“일단은 첫째로 사장인 나부터 잘해야 한다. 직원들은 사장이 하는 그대로 닮는다. 사장이 하는 것을 매니저가 닮고 매니저가 하는 것을 직원이 따르기 때문이다. 손 사장의 가게는 흑인직원이 매니저를 맡고 있다. “흑인직원들에게 질문한 손님들은 의심 없이 빨리 사고 빨리 나간다. 손님은 가게에 없어 보여도 매출은 다르다. 아무리 한국인이 팔아보려 애를 써도 설명만 길어지고 매출은 늘지 않는다.” 

직원은 대부분 로컬에서 고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외국인은 가게에 오는 손님 중 신뢰가 많이 쌓인 사람에게 추천을 받거나 한국인 직원은 교회의 목사님이나 지인에게 믿을 만한 사람을 소개받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방법이다. “반드시 좋은 사람은 있습니다. “ 

 

가게 전면은 투명한 유리로

손영표 사장은 이전에 운영했던 가게의 매니저가 많은 매출을 빼돌렸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직원 관리 수업도 들으러 갔다. “일반 사람의 85%는 훔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면 유혹에 빠진다고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스템적으로 빈틈이 없도록 장치를 해 두어야 하죠. 이것은 한국인이나 외국인 직원이나 상관없이 적용됩니다”라며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했다. 그래서 그는 가게의 전면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서 밖에서 가게 안이 훤히 들여 보이게 만들었다. “남들에게 완전히 노출된 공간에서는 도둑질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가게도 이와 같은 인테리어를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5%의 충성도 높은 손님만 잡아도 된다 

가게 반대편에 근처 뷰티서플라이 소매점 점주가 오늘 아침에도 처음 오는 200명에게 봉지머리를 1+1, 모든 케미컬 제품을 기존가격의 30%로 할인하는 이벤트를 했다. 브레이딩 같은 경우 94센트 할인가로 파격적인 세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게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위협적인 건 사실이지만, 가격 경쟁을 안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한다. 충성도 있는 손님 5%를 만들면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5%의 손님을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직원들 같은 경우는 손님이 들어오면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인사를 합니다. 손님이든 아니든 무조건 인사를 하는 것이 철칙입니다.” 소매점 점주들이 커스터머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일이라는 손 사장.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 그의 비결이라고 한다. 그는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멈추지 않는다. 손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한다. 농담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이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어필한다. 제품의 가격이 비싸더라도 충성도 높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새로운 물건을 들여오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그의 비결이다. 

 

앞으로의 비전이나 목표

“저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할 때, 부드러운 인상 한 켠에 강단진 면도 살짝 엿보인다. “다른 많은 소매점 점주들과 서로 돕고 다 같이 잘 되고 싶다”라는 그. 애틀랜타 뷰티 협회 회장으로서 또 2개의 뷰티 소매점 점주로서 현재 맞닥뜨린 모든 도전과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그에게서 뷰티 업계의 새롭고 밝은 희망을 본다

소매점 탐방 BY KYOUNGHYUN HAN
BNB 매거진 2019년 12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