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위그 로드 있다!

넓고 시원한 앨라배마 맘모스 뷰티서플라이 3호점

BNB취재팀은 얼마 전 3호점을 오픈한 앨라배마 몽고메리 지역의 맘모스 뷰티서플라이를 찾아갔다.
앨라배마 지역은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고, 경제가 성장하는 중이어서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기에 매력적인 지역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굵직한 뷰티 체인점들이 더러 있어 이 지역에 개점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꿋꿋이 살아남아 점포를 늘린 맘모스 뷰티 서플라이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에디 조 사장에게 그 비결과 속사정을 들어 보았다.

 

맘모스 이름에서 느껴지는 가게의 크기, 넓게 디자인된 아일

넓게 디자인된 맘모스 뷰티의 아일, 팬데믹 시기를 감안해 6피트 거리 두기를 지키라는 경고 문구가 있다.

맘모스 뷰티 서플라이를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이 느낀 점은 크고, 넓고, 시원시원하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천장이 매우 높고, 아일이 넓었다. 높은 천장은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느낌을 주고, 넓은 아일은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맘모스 뷰티의 실내 전경

“앨라배마 지역의 시장 조사를 할 때, 큰 사이즈의 가게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기존 체인점들이 숫자는 많은데, 크기는 작아서취급하는 물품들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 부분에서 차별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크기를 한참 찾다 여기를 발견해 냉큼 사인해 버렸죠. 사실, 처음엔 너무 섣불리 사인했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팬데믹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여러 가지가 호재로 작용해 한시름 덜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면적이 넓은 가게에 조 사장은 아일도 널찍 널찍하게 인테리어 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넓은 아일의 첫 번째 목적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배려였어요. 아직 이 지역에서 영업한 지는 오래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1호점2호점에는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손님들이 더러 계시거든요. 휠체어를 탄 손님도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아일을 디자인했어요. 두 번째 목적은 동선의 효율을 위한 것입니다. 직원들이 물품을 창고에서 가져다가 배치하는 것이 꽤 오래 걸리는 힘든 작업이거든요. 창고에 있어야 할 제품 박스를 아예 매장 안으로 들여와 효율을 높였습니다. 덕분에 직원들이 바로바로 떨어진 제품을 채워 넣을수도 있고, 손님들이 원하는 제품을 바로 가져갈 수도 있어요.”

 

길 하나를 위그로 꽉 채운 “위그 로드”를 만들다!

맘모스 뷰티의 위그로드


위그로드의 아랫 부분, 원하는 가발을 바로 밑에서 바로 꺼내 갈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쭉 들어가면 위그를 가득 채운 아일이 나온다. 맘모스 뷰티가 자랑하는 “위그 로드”이다. 아일의 양 벽면이 위그로꽉 채워져 있는데, 높은 천장까지 빼곡하다. 이 길을 걸어가면 저절로 위그에 손이 갈 것만 같다. 마네킹이 이층으로 진열되어 있고 그 밑에는 해당 제품이 색상별로 구비되어 있어,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다.
사실, 일반 소매점들은 대부분 위그를 뒤쪽에 배치해 둔다. 손님들이 위그를 써볼 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사장님들의 배려 때문이기도 하고, 위그를 보러 가는 손님의 동선을 최대한 길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맘모스는 그 반대이다.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직접 못써보는 가발들을 접근성이 좋은 앞쪽 아일 진열대에 그대로 배치해둔 것이다. 뒤쪽에는 요즘 대세인 브레이드가 진열되어 있다. 이 가게 구조 덕분에 가발 전문점이란 이미지를 가져감과 동시에 효율 높은 동선을모두 챙겼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여기엔 넓은 가게를 심플하게 디자인하자는 에디 조 사장의 독특한 감각이 작용됐다.
“제가 복잡하면 손님들도 복잡하잖아요? 제게 심플하면 손님들도 심플한 거고, 그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뷰티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매니저님과 긴 논의를 한 끝에 결정하게 됐어요. 이 가발 아일 덕분에 저희 매장만의 전문성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손님들로 하여금‘가발은 이 집이 최고야’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죠. 저희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쉽게 가발을 찾을 수 있고, 원하는 가발을 찾아서 스스로카트에 담을 수 있어요. 실제로 손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잡화 때문에 손님들이 저희 가게에 옵니다.”

맘모스 뷰티의 우측 섹션을 가발이 지키고 있다면, 좌측 섹션은 잡화가 지키고 있다. 조 사장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한쪽 벽면을 아예신발들로만 가득 채웠다. 신발 진열대 밑으로는 옷과 액세서리, 주얼리, 가방들이 진열되어 있다. 여기에는 에디 조 사장의 판매 전략이숨어있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신발 진열대


신발들과 같이 판매할 제품들을 같이 진열해 놓았다.


이번 여름 효자 상품이었던 다양한 스타일의 퍼 샌들

“제가 이번에 많이 느꼈는데, 잡화가 진짜 중요해요. 잡화 자체가 큰돈이 되지는 않지만, 잡화 때문에 손님들이 매장에 와요. 잡화를 사러온 손님들이 다른 물건을 또 사고 … 이것이 매출을 높여주는 하나의 요인입니다. 잡화 시장이 온라인에 많이 뺏겼다고들 하는데, 저는아닌 거 같아요. 현장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꽤 많이 존재합니다.”

맘모스 뷰티는 특히 신발 제품군이 다양하고 유니크하다. 웬만한 흑인 신발을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인들이 선호할 만한 색상과 사이즈의 신발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어, 신발 전문점이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 신발 지식이 남다른 조 사장의 강점이 작용했고, 직접 발품을 팔며 성실하게 물건을 확보하는 노력도 들어갔다.

“저는 다양하고 가성비 좋은 잡화를 확보하기 위해 거의 매주 시장에 나갑니다. 남들 한번 나갈 때 두 번 나가는 거죠. 그 덕분에 다른 가게에는 없고 비교적 저렴한 잡화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번 여름에 ‘퍼 샌들’이 인기였잖아요? 다양한 스타일의 ‘퍼 샌들’을 진열해 놓으니손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다른 것 사러 왔다가 그거에 반해서 다음에 또 오곤 하더라고요.”

주얼리 진열대

맘모스의 SNS 마케팅은 ‘페이스북 부스팅’

약 일 년 전에 1호점을 오픈한 맘모스 뷰티의 공식 페이스북 어카운트는 팔로워가 어느덧 1,000명이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이페이스북 계정은 현재 맘모스 마케팅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기도 하고 손님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 가게 운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맘모스 뷰티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MammothBeauty

“올해 페이스북 부스트로 재미 좀 봤어요. 일정한 돈을 주면 제가 원하는 사진을 근방 15마일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해주는 기능인데, 가게를 알리고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었어요. 전에 우연한 계기로 테스트 겸해서 페이스북 부스트에 가발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는데, 손님이 몰렸어요. 그때 홍보 효과에 좀 놀랐죠. 그 이후로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부스트 기능은 꽤 많은 소매점에서 활용하고 있는 광고 방법이다. 페이스북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기능을 신청하면 팔로워가 많이 없더라도 특정 범위의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사진을 노출시킬 수 있다.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에디 조 사장은 맘모스 계정으로 부스트할 때마다 약 $300 정도의 비용이 소모된다고 말했다. 가격에 따라 범위와 노출 수를 늘릴 수 있다.

 

경쟁 가게들을 아예 신경 쓰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신경 쓰는 것도 문제더라고요.”

앨라배마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 가게들의 견제가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실제로, 취재진은 맘모스 뷰티를 찾아가는 데에애를 먹었다. 경쟁 가게가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도착지가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

에디 조 사장에게 들어보니, 3호점 계약을 한 얼마 후 그 가게가 들어왔다고 한다. 에디 조 사장은 그들을 대하는 자세에서 ‘적당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이 아예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죠. 바로 옆에 있는데(웃음), 그래도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신경 쓰였는데, 너무 신경 안 쓰는 것이 좋겠다 싶더라구요. 저쪽을 너무 많이 신경 쓰면, 제가 그리는 그림대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 해져요. 저쪽이 잘하는 게 있고, 제가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에게 제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며 경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워요.”

에디 조 사장은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뭐 좋게 생각하면,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손님층 중에는 멀리서 주말에 한 번씩 올라오시는분들이 있거든요. 그들이 몽고메리에 오는 이유가 저희 매장 딸랑 하나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쪽에 있는 물건 때문에 왔다가 저희 매장에 들러 구매하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을 거예요.”

다 알만한 메이저 헤어 회사와 거래 어카운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애를 먹는 등, 조 사장만의 여러 우여곡절들을 들으며, BNB는 그가 참진취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가게를 운영하는 조 사장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매점탐방 BY INGYUN JEONG
BNB 매거진 2021년 1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