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 이후, 소비 재편 속 뷰티 업계는 어떻게 준비하나?
올해 뷰티서플라이는 고율 관세 시행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바꿔 놓았고, 점주들은 운영 전략을 다시 짜야 했다. 중국 직구 플랫폼 테무·쉬인의 매출이 급감한 틈새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가격 경쟁력, 즉시 체험·교환·AS를 앞세워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는 옆 가게와 싸우지 않는다, 온라인을 기준으로 재설계한다.
“요즘은 정말 온라인 가격과 비슷한 제품만 살아남는 것 같아요. 예전처럼 ‘옆집보다 싸게’ 가 아니라, 이제는 온라인 가격과 비교해야 합니다.” 앨라배마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손님들이 결제 직전까지 폰으로 가격·배송비·관세를 확인한다며 “충동구매 대신 장바구니를 꼼꼼히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온라인 총지불액 대비 0~+5% 밴드로 가격을 맞추고, 매대에 온라인 가격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이중 가격표를 붙여두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중 가격표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 총지불액을 캡처해 출력해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몇 개 주요 상품만 온라인과 비교해 보여줘도, 손님 입장에서는 ‘여기서 사는 게 낫다’ 라는 확신을 얻는다. 중요한 건 화려한 장치가 아니라, 점주가 미리 비교해 주었다는 투명성이다.
- 저가중저가(가격 파이터): 재고에 여유 있는 제품은 온라인 최저가 매칭 또는 −$1로 트래픽을 끈다.
- 중가(바스켓 드라이버): 케어 키트는 상시 안정가와 1+1 번들로 객단가를 높인다.
- 프리미엄(밸류 프리미엄): 가발휴먼 번들은 0~+5% 밴드 안에서 운영하고, 즉시 착용·교환/AS로 경험 가치를 강조한다.
대혼란의 도매회사, 11월 또 한 번의 가격 충격 예상
지난 5월, 한 도매회사는 중국산 고율 관세를 피하려 생산지를 미얀마로 옮겼지만, 미얀마 역시 기본 40% 관세가 확정되자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문제는 중국도 현재 30% 관세 유예(11월 10일까지)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예가 끝나면 중국산에는 10% 상호 관세 + 추가 20%가 더해져 다시 30~40%대 관세가 붙을 수 있다. 업계는 “품목별 특별 관세·기본 관세가 뒤섞여 계산이 복잡하고, 11월 이후 어떤 세율이 최종 적용될지 불확실하다”라며 또 한 번의 대혼란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저가 직구 플랫폼 흔들림
- 오프라인에 열린 기회
“중국 온라인 직구 소액 면제가 폐지되면서 오프라인 매장도 어쩔 수 없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서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관세 인상과 광고비 축소로 테무·쉬인의 미국 내 매출과 사용자 수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특히 현지 물류센터를 통한 배송의 경우도, 오프라인 매장이나 아마존과의 가격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경쟁 우위도 약해졌다. 이러한 원인은 오프라인 매장의 즉시성·전문성·교환/AS와 맞물려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 직구 멈춘 살롱, 손님은 뷰티서플라이로 온다.
“관세로 헤어 가격이 40% 이상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비용 일부를 부담하려 했지만, 손님을 유지하려면 서비스 가격 인상 대신 ‘손님이 헤어를 구해오는 방식 BYO(Bring Your Own)’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맞춤 가발 제작 전문 휴스턴 스타일리스트
살롱과 스타일리스트 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DHL·FedEx로 가발과 휴먼헤어를 소량 직구해 시술 가격에 포함시켰지만, 관세 인상과 배송 지연으로 메리트가 사라졌다. “예전엔 바로 들여왔지만, 지금은 배송이 2~3주 늦고 관세까지 붙어 예약에 차질이 생긴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가격 급등에 일부 살롱은 고객에게 직접 머리카락을 가져오게 하거나 ‘헤어 미포함’ 시술을 도입했고, 소규모 업체는 인력 감축과 영업 축소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 공백은 오프라인 뷰티서플라이가 메울 수 있다. 즉시 픽업·교환·AS, 카드 결제, 번들 판매 같은 장점은 살롱이 직구로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대신 채워준다. 결국 살롱 직구 수요가 매장으로 옮겨오는 흐름은, 테무·쉬인에서 소비자가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는 구조와 닮아 있다.
- 위기 속 반전, 쉬인 팝업스토어의 열기
흥미로운 건, 쉬인이 단순히 온라인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3년 쉬인은 포에버 21과 파트너십을 맺고, 오프라인 매장 안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파산 위기에 몰렸던 포에버 21은 쉬인의 온라인 팬덤을, 쉬인은 포에버 21의 전국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로 부족한 퍼즐을 맞추었다.
쉬인은 관세 정책 이후에도 여러 주에서 팝업스토어와 캠퍼스 투어를 열며 긴 줄을 세웠다. 인기의 이유는 단순히 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매장 내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고 바로 쿠폰을 받거나, 즉시 체험과 보상 루프가 고객을 붙잡는 핵심이었다.
- ©Instagram @atl. Circle 애틀랜타 퍼리미터 몰에서 열린 쉬인 팝업스토어, 4일간 7천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 ©Instagram @ sheincampus 사진을 공유하고 상품을 받은 참가자
- ©Instagram @ sheincampus 쉬인 2025 캠퍼스 투어 현장
- 즉시 체험 + 즉시 보상
- 쉬인: 포토존 인증샷 → 즉시 $3–5 쿠폰 지급
- 우리 가게: 거울 앞을 포토존으로 꾸며 착용샷 해시태그 업로드 시 $3 쿠폰
- 짧은 기간 특가 & 한정 수량
- 쉬인: 48–72시간 미니 드롭 세일
- 우리 가게: 금토 ‘주말 특가 코너’ 운영
- 30분 미니 클래스(주말 운영)
- 쉬인: 뷰티바에서 메이크업 튜토리얼
- 우리 가게: 토요일 오후 30분 무료 클래스, 후기 업로드 시 쿠폰 제공
- 신뢰 + 확장성
- 쉬인: 라스트 카운트다운, 번들 판매, QR코드 주문
- 우리 가게: 라스트 5팩 표시, 스타일링 번들 비치, 고가 제품은 QR 주문으로 재고 부담 완화
관세 시행 뒤, 소비자는 어떻게 움직이나?
McKinsey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는 비필수 항목 구매를 줄였고, 48%는 제품 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Z세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한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현 상태 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 관세 영향으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
소비 패턴 변화 항목 (응답자 %/n =2,333) | |
비필수 항목 구매 줄이기 | 54% |
구매 제품 수 줄이기 | 48%
|
더 저렴한 브랜드로 전환 | 43% |
구매 미루기 | 40% |
중고 제품 구매 | 26% |
다른 매장/사이트에서 구매 | 26% |
제조국 고려 구매 | 21% |
최대한 미리 구매 | 20% |
McKinsey & Company, 2025
- 현장 목소리
“고가 인모 가발 판매는 다소 주춤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재고 상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반면, 저가 제품에는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 증가로 저가 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버지니아·메릴랜드 지역 점주
“손님들 지갑이 얇아져서인지 도난도 늘었어요.”
– 동부 지역 점주
매장은 ‘운영력’이 승부를 가른다
중국산 도매가가 일제히 20~50% 이상 인상되며 “누가 더 싸냐”의 게임은 끝났다. 이제는 누가 더 빨리 준비했고, 어떻게 매대를 설계했느냐가 매출을 가른다.
쉬인과 포에버 21의 제휴가 보여주듯, 온라인 강자와 오프라인 노후 브랜드가 서로의 부족한 무기를 보완하며 옴니채널 전략을 만들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판매가 아니라 체험·신뢰·운영력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결국 관세 시대에 살아남는 매장은, 제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고객과 관계를 쌓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