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에게 한복을 입힌 그래피티로 유명해진 심찬양-2부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을 그린 그래피티로 동서양 문화를 잇는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인 힙합 미술 아티스트가 있다. 우리처럼 흑인 뷰티로 먹고사는(?) 그래피티 작가 심찬양(31)이 그다. 홀연 단신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와서 그린 그의 흑인 모델 그래피티 작품에 극찬이 이어지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가 갑자기 그에게 쏟아졌다. 생계유지도 힘들었던 그가 지금은 밀려드는 작품의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BNB에서 어렵게 바쁜 그를 섭외해 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2월호에서 미처 못다한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3월호에서 후속편으로 정리했다.
미국 작품활동은 몇 편 정도?
글쎄….. 지금까지 큰 그림은 10번 정도 그린 것 같아요. 현재 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신시내티, 랜싱, 인디애나 등에 그림이 남아 있어요. 행사 등에 참여해 그리는 경우가 많아 여기저기 다양한 장소에 그림을 그립니다.
반/영구적으로 남아있는 그림도 있나?
행사 때 그린 그림은 아무래도 다음 행사 때는 다른 그림으로 덮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검은색 한복을 입은 소녀를 그린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품은 1년 반 전에 다른 그림으로 바뀌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는 무대이다 보니까요. 감사하게도 꽤 오랫동안 그 그림을 유지했더라고요. 아무래도 외벽에 그리는 그림이다 보니 비바람을 맞으면 보통 3~4년이면 색이 바래지는데 그래도 제 그림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겨주셨더라고요. 행사용이 아닌 개인이 의뢰한 그림은 소유주분들이 대게 영구적으로 보존하려고 하십니다.
흑인만이 가지는 어떤 특별한 미적인 아름다움이 있는가?
문라이트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달빛 아래에서 흑인을 보면 갖가지 색깔로 빛난다’라고 했는데요. 흑인 피부가 신기한 게 언뜻 보면 어두운 색깔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보면 보라색도 있고 초록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파란색도 있고, 다양한 색깔들이 조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요. 흑인 피부는 여러 색깔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색깔이에요. 그냥 까만색이 아니에요. 저도 흑인 얼굴을 그릴 때 여러가지 흑인 얼굴의 빛을 표현할 때는 보라색에 뿌려보고 파란색도 뿌려보고 노란색도 뿌려보고 다양한 색깔로 톤을 집어넣어요. 모든 색깔을 다 잘 받아줘요. 생동감도 더 살아나고요. 흑인들의 검은 피부는 모든 색깔을 다 품고 있는 거죠.
흑인과 한복이 잘 어울리다, 어떤 서로 어울리는 포인트가 있나?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보면 흑인 소녀의 머리 스타일 cornrow를 땋아서 뒤로 묶은 모습이 조선 시대 비녀를 꼽은 여인들의 머리스타일과 비슷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렇게 제가 의도적으로 비슷한 포인트를 잡아서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의도적인 표현이 많기는 하지만, 저는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장신구나 의상의 색상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색깔이 들어간 한복의 색상과 많이 닮았습니다. 서로 정말 잘 어울리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3개를 꼽으라면?
음…먼저 제가 한국 사람을 모델로 그린 그림이 있는데요. 모델이 당시 여자친구 지금의 제 아내입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끈이 된 것 같아 기억에 남고요. 두 번째는, LA에서 작업한 그림인데요…흑인 한국인 백인 세 명을 한폭에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 정말 자랑스러워하세요.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세 번째는, 청와대에 전시한 그림인데요. 위 LA 그림을 모티브로 작업했어요. 한국인과 흑인, 백인, 멕시칸 혼혈인 세 아이를 그렸어요. 모든 사람에게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똑같은 한국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녹아난 작품에 더 많은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 의뢰를 받아서 그림을 그리나?
그래피티 그림 사이즈가 커지면 허락 없이 그리는 건 불가능해지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허락 없이 그리고 도망치는 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진 작가가 된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죠.
지금은 한국에 사는 줄 알았는데 LA에 거주하더라?
미국에 1년에 3번 정도 방문을 하며 일했었습니다. 자주 다니다 보니 이곳에서 거주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티스트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비자가 나오고 결혼을 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신혼집 마련할 비용이면 아예 미국에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미국에서 일해야 하니 그게 낫겠다 싶었고요. 미국에서 정착해서 사는 것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비용도 많이 들고 적응도 해야 해서 훨씬 더 어렵지만,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도전을 해본다는 차원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8개월 되었고 아직도 적응단계에 있어요.
우리처럼 흑인 뷰티라는 동종 업계(?)에서 종사하고 계신데..
저나 흑인 뷰티서플라이에 종사하시는 분 모두 흑인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최근에는 뷰티서플라이 사장님들께서 흑인 커뮤니티에 만든 이익 일부를 환원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많은 한인 뷰티서플라이가 두 문화의 아름다움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작품 활동도 흑인분들에게 ‘화해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져서 두 문화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된다면 영광이겠습니다.
한인 뷰티업소에도 의뢰하면 그림을 그려줄 수 있나?
물론이죠. 외벽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능합니다. 다만 제가 실내 그림은 공간이 협소하고 스프레이 냄새 등 여러 제약이 많아 가능한 피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프리카에서 할 일이 있나 계속 찾아볼 예정이고요. 3개월 후에 아프리카를 방문합니다. 미국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랑 많이 일해서 더 많이 알려지고 싶어요. 미국 본고장에서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되어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팝가수 등과 콜라보레이션 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The Story 그래피티 화가 심찬양 인터뷰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 3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