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헤어 시장,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팬데믹 기간 유례없는 호황 뒤에 찾아온 침체기,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 날로 복잡하고 치열해지는 시장경쟁 구도 속에서‘헤어 산업 황금기는 지난 건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도 될까’ 의문을 갖는 이들도 많다. 뷰티서플라이 업계에도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언가가 절실한 시점. 다행히 여러 기관들에서 지난해까지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2022년, 예측 보고서들을 내놓고있다. 이를 참고하여 헤어 시장의 전망과 지향점을 알아본다.
*자료마다 분석 대상이 글로벌/미국 헤어 시장으로 나뉘고, 조사 기관별 금액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기 바란다.
1. 2022년 발표된 헤어 시장 관련 보고서들
미국 헤어 익스텐션 시장 분석 보고서 – Fortune Business Insights(2. 2022)
Fortune Business Insights에서는 2017-2021년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코비드19의 영향, 헤어 유형별/엔드 유저별 분석과더불어 2021~2028년까지 미국 헤어 익스텐션 시장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이는 흑인 중심이 아니라 미국 전 인종의 헤어 시장을 조사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헤어 익스텐션 시장 규모는 17억 2천만 달러로, 전해에 비해 4억 9천만 달러가 감소했다. 팬데믹의 충격으로 헤어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2021년에 시장 규모는 다시 19억 2천만 달러로 증가하며 회복세로 돌아섰고, 2021-2028년까지 CAGR(연평균 성장률) 8.71%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헤어 익스텐션 시장의 가치는 2020년 17억 2천만 달러에서 2028년 34억4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헤어 익스텐션 시장 규모, 2017-2028 (단위: 10억 달러)
시장 성장의 원동력으로는 첫째, 레미 헤어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들었다. 레미 모발은 논 레미 위브와 달리 큐티클이 손상되지 않아 시장에서 유통되는 인모 중 최고 품질로 간주되는데, 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함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레미 헤어의 주요 공급원으로는 인도가 꼽힌다.
둘째, 인구 고령화에 따른 모발 질환 증가로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2020년 발표된 미국 인구조사국 보고에 따르면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6년 15%였으나 40년 뒤에는 약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즉 2060년에는 미국 인구의 약 4분의 1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채워질 거란 얘기다. 급속한 인구 노령화는 모발의 유병률 증가를 가속화하여 앞으로 향후 몇 년 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인공 모발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엔드 유저별 분석
대부분의 미국 헤어 위브 브랜드는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2020년 조사 시기에도 남성에 비해 여성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고 그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헤어 케어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와 더불어 30세 이상 여성 소비자의 탈모 증가가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유형별 분석
헤어 시장은 신테틱과 인모로 나뉜다. 인모 헤어 부문은 2020년 가장 큰 시장 점유율(63.71%)을 차지했으며, 향후 몇 년간 강력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별 미국 헤어 익스텐션 시장 점유율(2020)
글로벌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 가치 2020-2026 –Statista(2. 2022)
위 통계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발 및 익스텐션의 예측 시장 가치를 보여준다.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은 2021-2026년 기간 동안 CAGR 13% 이상으로 성장하고, 2026년까지글로벌 시장 가치는 약 132억 8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용 또는 기능적 목적으로 헤어 익스텐션이나 가발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시장을 주도해왔다. 지금까지 가장 큰 소비자층인 흑인들에게 가발과 익스텐션 수요는 거의 비탄력적이다. 고품질 인모로 만든 가발과 익스텐션에 대한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신테틱 헤어의 비용 효율성도 시장 성장의 견인차가 된다. 이 밖에도 남성과 여성의 탈모율 증가, 패션 및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가발 사용 증가 등이 또 다른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단, 이 보고서는 확대되는 히스패닉이나 백인 시장의 수요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북미 시장의 연령별 점유율
2020년 북미는 40% 이상의 점유율로 전 세계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을 장악했다. 미국 시장은 연령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25세 미만 고객들은 주로 기능적인 목적으로 가발과 익스텐션을 사용하고 35세~44세 사이의 소비자가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런데 54세 이상의 연령대 고객이 두 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보이며 2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2020년 기준)하여 헤어 가발의 주요 타깃 세그먼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 분석 보고서 – Technavio(3. 2022)
글로벌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인 Technavio는 전 세계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이 2021년~2026년 사이에 미화 52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잠재적 성장을 이룰 것이며, CAGR은 Fortune Business Insights와 Statista의 중간 수준인 9.82%로 예측했다. 올해(2022)는 전년 동기 대비 9.1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
글로벌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2022-2026)
지역별 시장 분석
시장 성장의 43%는 APAC(아시아 태평양)에서 발생할 것이며 특히 그중에서도 일본, 중국, 한국이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의주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았다.
제품별 시장 분석
인모 가발 및 익스텐션 부문은 2021년에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인모 제품은 신테틱 헤어와 비교할 때 자연 모발과유사하고 제품 품질 및 수명이 우수하여 인기가 높으므로 계속해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다. 인모의 주요 원료 공급처는중국과 인도이다.
시장 성장 기여/저해 요인
보고서에서는 AI 기반 D2C(Direct-to-Consumer) 플랫폼을 확장한 인도의 신생 기업 Hair Originals의 사례를 예로 들며 시장 성장에 기여하는 주요 동력으로 신테틱 헤어 가발 생산 및 디자인의 기술 발전을 들었다. 또한 유명인 및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카일리 제너, 킴 카디시안, 아리아나 그란데와 같은 할리우드 및 소셜 미디어 셀러브리티의 가발 착용이 글로벌 헤어 시장 성장을 촉진한다고 보았다. 반면 수제 가발 생산에는 40-120시간이 소요되므로, 여기에 드는 높은 인건비가 시장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 2029년까지 산업 동향 및 예측 -Data Bridge(4. 2022)
Data Bridge의 마켓 리서치도 전 세계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시장은 2021년에 28억 달러로 평가되었는데, 2029년에는 37억 4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예측 기간 동안 CAGR 3.7%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인으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든다.
- 신테틱 제품의 생산/디자인 기술 발전
- 유명인 및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증가
- 모발 질환 발병률 증가
- 1인당 가처분 소득의 증가
반면 경쟁 심화와 제품의 강성(stiffness)은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의 성장 저해 요인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대유행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쳐 원자재, 유통 경로, 수출입이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원재료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발 및 익스텐션의 사용/관리가 증가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나리오에서는 헤어 가발 및 익스텐션 시장 성장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 2022 헤어 시장 보고서가 시사하는 점
– 위기를 기회로 바꾼 뷰티서플라이, 또 한 번의 반전을 꿈꾼다
팬데믹 첫해, 미국에서 락다운이 시행되고 기약도 없이 가게 문을 걸어 잠그면서 도소매점 할 것 없이 ‘이제 뷰티서플라이 사업은 끝났구나’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막한 암흑기는 길지 않았다. 고객들에게 헤어 제품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일상 필수품인 까닭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 형태로 바뀌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헤어 제품을 필요로 하고 이전보다 더 헤어 케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에 더해, 2020년 4월부터 3차례에 걸쳐 시행된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시장 회복에 큰 몫을 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실시한 경기 부양 지원금 사용 용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차 경기 부양 지원금의 경우 미국인의 73%가 주로 소비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인종 별로 지원금을 소비에 사용한 비율은 흑인, 히스패닉계가 백인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높았다.
뷰티서플라이 업계가 호황을 누린 때도 이 시기이다. 봉쇄가 시행된 코로나19 초기와 달리 정부 지원금이 지급된 2020년 중반부터 2년간 뷰티서플라이는 때아닌 황금기를 누렸다. 물류 대란에 이은 공급망 붕괴로 제품 수급에 난항을 겪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출은 수직 상승하여 많은 이들이 새롭게 가게를 내거나 가게 대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팬데믹 이전 상태를 서서히 회복해가고 있다.그러나 오히려 뷰티서플라이 업계는 올해 초부터 침체기를 걷고 있다. 각종 정부 지원책들이 끊기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었기때문이다. 지난해의 큰 호황에 대비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쟁 심화와 매출 감소로 인한 마이너스 체감률은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뷰티서플라이 업계가 다소 고전할 거라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뷰티서플라이의 핵심 축인 헤어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본 보고서들에서도 연평균 3~15%대로 헤어 시장의 플러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고, 실제로도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용적 측면에서 항상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고자 하는 젊은 층에게 가발과 헤어피스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 거라는 점, 이제 경제활동 재개로 사람들의 교류가 높아지는 만큼 미용에 관한 관심도 더 높아질 거라는 점 등 긍정적인 신호탄들은 많다. 미국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의료용 가발 수요도 높아질 것이며 질병이나 유전, 영구적인 탈모 등으로 인한 가발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우 가발을 구매할 수 있는 보험 상품도 출시되었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미국 시장만 아니라 글로벌 헤어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있다.
문제는 헤어 시장의 포션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전문적인 관리와 안목이 필요한 헤어는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섣불리 다루기 어려운 분야라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뷰티서플라이에서 특화 되어온 헤어 산업을 힘들어도 꿋꿋이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와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1. 인종 다양화에 대비하자
시장조사기관인 Claritas의 통계는 가까운 미래에 미국 시장 주요 소비자층의 모습이 변화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25년 미국의 Z세대 인구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구성이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 인구는 47.4%에 그치고, 소수민족 중에서 히스패닉이 27%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할 것이며 흑인 13.9%, 동양인 6.2%, 다인종 및 기타 5.5%의순이다. 인종 점유율, 고객층 다양화를 고려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히스패닉 소비자의 경우 미용, 패션에 특히 민감하고, 화사하고 강렬한 색상, 대담한 디자인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미국 전체 헤어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현재의 흑인 고객층 위주에서 벗어나 히스패닉과 백인 시장으로 타깃층을 다양하게 넓히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2. 규모/내실 다지기
뷰티서플라이 소매점의 경우 많은 이들이 ‘대형화만이 살 길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품목이 워낙 다양해지고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작은 가게로선 날로 치열해져가는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자기 가게만의 특기와 장점을 확실하게 키워야 한다.
3. 차세대를 키우자
헤어 산업을 비롯한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세대교체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뛰어든 2세대들도 많고 이미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차세대 리더들도 많다. 반면 ‘내가 평생 힘들게 해온 일을 2세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1세대들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비즈니스의 전망이 밝다면 기피할 이유가 있을까. 미용 산업은 ‘후퇴하지 않는’ 산업 중 하나라고 한다. 당장 코앞에 닥친 고비보다 한 걸음 멀리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