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사러 왔다가 열 개 사 가는 가게
없는 게 없는 ‘킴스 헤어 플러스 (Kim’s Hair Plus)’
테네시 내슈빌 다운타운 인근에는 30여 년 간 한자리를 지킨 오랜 가게가 있다. 작은 머리 고무줄에서부터 고급 헤어, 속옷부터 교회 의상까지 손님이 찾을만한 다양한 상품군을 내놓고 긴 시간 열려 있는 소매점, 바로 킴스 헤어 플러스 이야기다. 92년 오픈한 이후 취급하는 물건의 가짓수를 줄이기 보다 더 많은 제품을 갖추려 해온 노력 때문일까. 킴스 뷰티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고객들의 장바구니에는 계획했던 물건보다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는데, 이는 그만큼 손님들이 관심을 갖고, 구매할 만한 제품군에 대한 박현미 사장의 고심이 선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사장은 그간 킴스 헤어플러스를 3호점까지 확장했지만, 처음 문을 연 본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그를 만나 오랜 시간 소매점을 운영하면 느낀 소회와 경영철학에대해 들어봤다.
애정과 정성이 가득한 가게
얼굴은 삶의 이력서라는 말이 있다. 성격과 그간의 인생 경험이 사람의 인상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가게도 마찬가지다. 그 간의 흔적들은 소매점곳곳에 남는다. 주인의 애정과 정성이 없는 가게는 들어섰을 때 칙칙하고 어둡다. 킴스 헤어 플러스의 아기자기한 외관을 지나면 밝고 깨끗한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같은 가게지만 어느 물건이 하나 겹쳐 있거나 흐트러져 있지 않다. 각 섹션마다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 짓고 상품별로 교차해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포니테일, 가발, 휴먼 헤어, 크로쉐, 브레이드 헤어 등의 헤어도 다 같이 두는 대신 의류나 잡화와 번갈아 두어 보는 재미와동시에 모든 제품이 눈에 더 쉽게 들어온다.
우리 가게에만 있는 ‘Church Cloth(교회 의상)’
킴스 헤어 플러스에서 가발 매대만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모자와 교회 의상 섹션이다. 모자를 겹쳐서 진열하는 대신 하나하나 꺼내유리장에 보기 좋게 두었고, 이와 함께 입을 수 있는 의류를 같이 배치했다.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판매한 교회 의상은 어느새 킴스 헤어 플러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30년 전만 해도 효자상품이었던 교회 의상은 15년쯤 전부터 수요가 줄었다. 판매가 줄고 자리를 꽤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박사장은 이를 놓지 않았다. 오랜 고객들의 머릿속에 교회 의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가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인지 단골손님도많고 그의 입소문을 타고 켄터키 등 인근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도 많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나가진 않지만 꾸준히 팔리는 상품이다.
잡화의 종류는 더 다양하게
“예전에는 때마다 핫 한 아이템들이 있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잭팟이 터졌었는데 지금은 그런 아이템이 많지 않아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흐름은잡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에요”
박현미 사장에 따르면 여전히 뷰티서플라이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헤어이긴 하지만, 소매점에서 잡화가 차지하는 위치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은 “KISS나 NICKA K 등 한국 회사들이 만든 제품이 점점 더 고급화되고 있다”며 “손님들의 반응도 좋고 가게 매출도 올려준다”고 전했다. 요즘 회사들은 트렌드를 쫒아가는게 아니라 많은 연구와 시도로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오히려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고.
헤어 강세는 여전히 ‘브레이드’
팬데믹 이후 내추럴 헤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브레이딩은 여전히 핫한 추세다. 브레이딩 관련 제품들도 많이 늘어났다. 브레이드가 대세지만 킴스헤어 플러스에는 어느 손님 하나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다양한 헤어가 구비되어 있다. 시니어 가발 매대도 따로 구축했고 세일 가발 섹션을 만들었다. 박현미 사장은 “쇼핑을 할 때 저렴한 가격에 맘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보석 찾기에 성공한 기분이 들지 않느냐”며 “그런 기분을 손님들이 우리 매장에서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재 유행하는 제품이라도 도매상에서 저렴하게 나오는 가발이면 마진을 적게 해서 세일 섹션에 올린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SNS는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도구
킴스 헤어플러스는 웹사이트와 더불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도 고객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대신 손님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들의 사진과 설명을 자주 업데이트하고 매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킴스 헤어 플러스 웹사이트에는 “우리의 제품을(직접) 보려면 매장에 방문하세요(Visit Our Stores to See Our Selections)”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돼 오프라인 구매를유도하는 방법이다. 구글 리뷰도 꼼꼼하게 살핀다. 2주에 한 번 오는 구글 리뷰 리포트를 보고 손님이 지적한 문제에 대한 개선점을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편이다. 구글 리뷰 평점도 4점 이상으로 좋고, 최근의 리뷰에는 인디애나에서 가발을 사러 방문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멀리서 찾아온다는 박현미 사장의 말을 입증해 준다.
90년대 초 미국에 이민을 와서 시댁에 인사차 왔다가 맡게 된 뷰티서플라이, 그 한자리를 오랫동안 지켜낸 것은 박현미 사장의 부지런함과 꼼꼼한 경영철학 때문이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야기를 이어 소개한다.
20년 넘은 장기근속 근무자들은 킴스 헤어 플러스의 자랑
현재 운영 중인 3개의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25명 정도된다. 이중 30% 정도가 한국인이다. 박현미 사장은 “우리 가게에는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들이 많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현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10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게를 지켜 최근 ‘개근상’을 받기도 했다고. 박현미 사장은 직원들이 편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환경을 갖춰주고 단 한 가지, “손님들에게 무조건 친절할 것, 재방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달라”고당부하고 있다.
영원한 동반자 도매 업체에는 늘 ‘무한 감사’
박현미 사장은 “30년간 장사하면서 그간 뷰티업계의 수많은 변천사를 봐왔어요. 우리가 이렇게 장사할 수 있는 것은 헤어 도매업체에서 연구비를 많이 들여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기 때문이겠죠?”이라며 무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지금 불경기라 너무 힘들잖아요. 힘들 때는 리테일보다 홀세일이 훨씬 더 어렵죠. 우리는 규모가 작으니까 알아서 긴축정책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만 도매업체는 엄청난 타격이겠죠. 힘든 시기를 잘 이기시면 좋은 날 올 거니까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간 도매업체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다면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박현미 사장은 강조했다. 다만, 업체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소매하는 입장에서는 세일즈맨과 거래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성이 모자란 직원들이 와서 무리한 부탁을 할 때가 있으니 이 점을 꼭 잘 교육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랜 단골손님들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는 큰 ‘동력’
25여 년 여전쯤 가까운 곳에 흑인 소유 뷰티서플라이가 문을 열었다. 이들은 인력을 동원해 토요일마다 킴스 헤어 플러스 근처에서 가게로 들어가는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가게를 안내하며 “흑인 가게로 가달라”고 선동했다. 그때 가게를 지켜준 것은 헤어 플러스의 오랜 손님들이었다. 적극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의 가게를 꾸준히 찾았는데 그 동력이 없었다면 현재까지 운영을 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 그래서 박현미 사장은 손님들에게 변함없는 서비스와 친절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
박현미 사장은 뷰티업계의 전망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외국인들이 틈만 있으면 어디든 파고들 기세에요. 내슈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렇죠. 뷰티 업계가 밝지만은 않은데 또 많은 2세들이 사업에 많이 뛰어들지 않으니 대가 끊길까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자녀들이 의지만있다면 가게를 물려주고 계속해서 가업으로 이어 나가고 싶다고. 그래서 4호점 계획도 세우고 있다. 브레이드가 강세이다 보니 패키지가 계속해서 길고넓어지고 있어서 가게들이 너무 좁다는 느낌이 든다고. 그래서 현재 매장보다 크기가 좀 더 큰 1만 2000스퀘어 피트의 매장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