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면 팔지 않는다”
Rosée & Co 앤디 신(Andy Shin) 대표
컬러렌즈로 이름난 ‘로지 앤 코(Rosée & Co; 이하 로지)’에서 새롭게 립글로스를 론칭했다. 컬러렌즈와 립글로스는 거리가 먼 듯하나 뷰티의 방점을 찍는 아이템이란 점에서, 그리고 둘 다 로지의 엄격한 개발 과정을 거쳤다는 데서 일맥상통한다. 오랜 연구, 철저한 검증과 안전 장치, 제품에는 한없이 까다로운 앤디 신 대표의 독특한 제품・경영 철학을 만나본다.
로지 2호, 립글로스
시카고 벨우드에 자리한 로지. 1,3000sqft 창고의 반은 컬러렌즈가, 나머지 반은 립글로스가 채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한 립글로스는 중국 공장에 주문한 수량이 무려 100만 개. 이 무모한 도전을 어떻게 봐야 할까.
“뷰티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K사가 유일하게 이 정도 수량을 주문한대요.”
앤디 신 대표에게는 베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공장에서 나름 이유 있는 항변을 해요. 제가 모델로 삼은 제품이 명품 D사의 40불짜리 립글로스인데, 이 단가로 어떻게 그 품질을 만드냐는 거죠. 제가 고집했더니 그럼 ‘원 밀리언’ 피스를 시켜야 된대요. 그렇게 했죠.”
업체에서는 조금씩 만들어서 잘 되면 대량 주문하는 테스트 마켓을 좋아하지만, 공장은 이윤이 남지 않는다.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오더가 중단되기도 한다. 공장 측의 그런 우려를 알기에 신 대표는 착수 단계에서 한 번 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70% 계약금을 미리 보내 버렸어요. 그리고 못박았죠. 나는 내 몫을 다했으니 너희가 제대로 만들 차례야.”
그리고 립글로스를 완성하는 데 꼬박 14개월이 걸렸다. 신 대표가 제품 개발에 워낙 철저한 탓이다. 공장에서 샘플을 보내오면 일일이 다 발라보고 기능과 향을 조절했다. 150 차례 샘플이 오간 후에야 비로소 시장에 내놓게 됐단다.
“제품을 완성하고 공장 측에 인사를 했어요. 내가 많이 까다롭게 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개발해줘서 고맙다고. 그랬더니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난 네가 스티브 잡스 같아.’”
로지 1호, 컬러렌즈
로지 앤 코는 2020년 컬러렌즈 공급 업체로 출발했다. 그해 10월 FDA 승인을 받고 이듬해부터 ‘민트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한다.
“보통, 렌즈 색은 다양한데 패키지는 통일되어 있잖아요. 소매점에서 팔아보니까 단점이 보이더라고요. 직원들이 바쁘니까 손님에게 보여준 뒤에 아무 데나 꽂아 놓아요. 나중에 뒤섞여서 손님에게 엉뚱한 색을 주게 되니까, 리턴 요구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시리즈로 패키지를 구분한 거죠.”
현재 로지에서 출시하는 컬러렌즈 시리즈는 민트, 레드, 핑크 세 가지로 각각의 테마가 있다.(내년 여름 옐로 시리즈 출시 예정)
* 민트 시리즈: 클래식한 스타일 MINT Series for Classic Eyes
-2021년 2월 출시/ 총 29가지 컬러
-오랜 시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제너럴한 렌즈 시리즈로 트렌디함과 스타일리시함을 갖췄다.
*레드 시리즈: 코스프레 & 파티용 RED Series for Cosplay & Party
-2021년 8월 출시/ 총 29가지 컬러
-코스튬 플레이나 파티에서 착용하면 신비롭고 황홀한 매력(Magical & Enchanting)을 더해준다.
*핑크 시리즈: 아이돌 스타일 PINK Series for Idol Eyes
-2022년 2월 출시/ 총 28가지 컬러
-렌즈에 별/갤럭시 모양을 수작업으로 넣어 빛을 받으면 반짝반짝(Glittery & Sparkly) 빛난다.
산 넘어 산이었던 렌즈 사업 도전기
앤디 신 대표가 렌즈 사업을 계획한 건 2004년. 이유는 ’누구나 하는 사업은 싫어서’였다. 다른 아이템에 비해 렌즈는 메디컬 디바이스여서 아무나 손댈 수가 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을 실행에 옮기는 데는 십 년 이상이 걸렸다.
“인생이 뜻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한 번 파산하고, 지인한테 속아 가게를 잘못 사서 또 파산하고, 다시 다른 데 가게를 열었는데 건물주가 모기지를 안 내서 은행에 압류되고… 길바닥에 나앉았다가 현재의 소매점(Beauty Gallery)을 연 거죠. 돈이 빠듯하니 제가 직접 벽 치고 바닥 깔고, 고생을 꽤 했어요. 그래도 렌즈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어요. 내가 언젠가 기회 되면 저건 반드시 한다.”
뷰티서플라이를 운영하면서도 부단히 시장 상황을 살피고 정보를 수집하고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2017년 마침내 렌즈 개발에 착수했는데, 연구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전 세계 사람들 눈을 찾아 캡처를 해요. 수백 개 폴더로 분류하고 인종별로 눈을 확대해서 보면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헤이즐(Hazel) 컬러가 다 들어 있어요. 그걸 렌즈 베이스로 넣었죠. 찾아내는 데 3년 걸렸어요.”
그렇게 공들여 컬러 배합을 하고 제품 개발의 틀을 잡은 후에는 ‘FDA 승인’이란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일반 제조업은 미국 수출 시 제조사가 FDA허가를 받으면 되지만, 렌즈는 의료기기로 분류되므로 제조사와 유통업체 두 곳 다 라이센스를 갖고 있어야 한다. FDA 신청은 서류가 복잡할 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었다.
“뷰티서플라이 라이센스 리뉴얼 fee가 연 $125인데 FDA는 $12,000예요. 그러니까 불법이 성행하는 거죠. 저도 가게에서 시중의 렌즈를 판매해 봤거든요. 거래할 때 FDA인증서를 들고 오니까 믿었죠. 어느 날 손님 눈에 문제가 생겨서 렌즈 회사에 문의했는데, 이후로 전화를 안 받아요. 경찰이 와서 서류를 보여주니까 다 가짜더라고요. 사람들 눈에 쓰는 건데 그렇게 해선 큰일나요.”
2020년 ‘ROSEE & CO’ 이름으로 FDA 허가서를 손에 쥔 후에야 본격적으로 렌즈 제조공장 물색에 나섰는데, 뜻밖의 반응을 보이더란다. “한국 공장 4군데에 전화했는데 시큰둥하더라고요. 미국에서 요청은 많이 오는데 대부분 라이센스 없이 불법으로 해달라는 경우였던 거예요. 유통에 걸리면 공장 라이센스도 취소되거든요. 그러니 제게도 성의 없이 ‘FDA 서류 가져오세요’ 그랬는데 바로 보내줬더니 난리가 났죠.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수출을 하게 된 거래요.”
로지의 이유 있는 성장
숱한 고비 끝에 렌즈를 출시했지만, 판매는 또 다른 문제였다. 이미 소매점주들 사이에선 불법 렌즈로 인한 피해사례가 암암리에 퍼져 있던 상황이었다.
“일반 제품은 1년에 가게 100 군데를 간다면 60군데는 엽니다. 그런데 렌즈는 15군데를 가야 겨우 1개를 열어요. 그간의 불신이 쌓여서죠. 그래서 렌즈 어카운트 100개 여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데, 저희는 지금까지 1,300개를 열었습니다. 비결요?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다 갖고 다니며 설득한 거죠.”
컬러렌즈 판매를 위해서는 FDA 승인, 보험, NCLE(National Contact Lens Examiners; 미국 콘택트렌즈 전문가 자격증)을 다 갖춰야 한다. 로지에서는 관련 서류들을 투명하게 오픈하고, 계약 시 가게 주인들이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자사의 보험 서류에 가게 상호를 추가해 줬다. “렌즈 관련 보험료를 매달 2천 불 이상 내요. 1년에 200명 내에서 우리 렌즈를 끼다 문제가 생기면 최대 200만 불까지 병원비를 지원해 주는 거예요. 책임지지 않을 거면 물건을 팔지 말아야죠.”
4년간 렌즈 판매를 해오면서 딱 두 번 클레임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체질적으로 안구가 건조해서 렌즈를 뺄 때 각막 상피가 떨어진 경우로 보험을 통해 치료받게 했고, 한 번은 보상금을 노린 상습범이었다. 불법 렌즈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는 걸 알고 가족이 작당해서 다니며 돈을 뜯어낸 경우였다. 로지에서 매달 높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해놓는 이유다.
거꾸로 가는 로지의 판매 정책
렌즈 사업이 안정권에 오르자 신 대표는 립글로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립글로스를 택한 데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이미 1300개 가게에 렌즈가 깔렸잖아요. 나머지 가게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립글로스로 가교를 만드는 거예요. 쉽게 사고 재고가 안 남는 아이템이니까요.”
시중에 흔한 아이템이라지만 0.5 fl.oz. 작은 튜브에 담긴 정성과 품질은 여느 명품에 뒤지지 않는다. 100% 식물성 천연 재료를 썼고, 저렴한 제품에 흔히 들어가는 발암성 물질 파라벤을 뺐다. MZ세대의 기호에 맞춰 디자인 패키지, 로고, 스티커 하나까지 신경 썼고 육각형으로 모양낸 마개는 특허를 냈다. 립글로스 또한 보험을 들었다. 안전한 재료지만 100만 명 중 한 명이라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만큼 돈은 많이 들었다. 주문 수량도 무려 100만 개. 그럼에도 신 대표는 성공할 거란 믿음이 있다. “그동안 로지 렌즈에 대한 신용이 쌓여서, 립글로스를 보여주면 거의 100% 오더로 이어지고 있어요.”
온라인과 판매 단가 차이가 있냐는 물음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뷰티서플라이에서는 2.49에 팔고, 아마존에서는 6.99에 팔 거예요.”
리테일보다 온라인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로지는 거꾸로 간다는 것이다. “제가 6.99에 팔면 아마존에선 성공할 수 없겠죠.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기본으로 하니까, 뷰티서플라이에서 훨씬 저렴하게 판다는 걸 알 거예요.”
앞으로 30년, 로지가 달려야 하는 이유
계획을 묻자 ‘끊임없이 제품을 내는 거’란 답이 돌아왔다. 렌즈에 이어 이제 막 립글로스를 출시했는데 차기작 연구가 마무리 단계란다. 신 대표가 이렇게 욕심내는 덴 이유가 있다. “제가 어쩌다 우리 딜러들을 만나고 친해져서 소통하다 보니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은 거예요. 저는 이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돼요, 30년 간.”
로지는 본사 직판이 아니라 딜러를 통해서만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그간 함께해온 딜러는 총 8명, 신 대표와는 가족 같은 연으로 맺어졌다. “소매점 하면서 세일즈맨들에게 ‘밥 잘 사주는 사장님’으로 통했어요. 종일 가게에 있으니까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그들에게서 들었죠. 모여서 바비큐도 먹고 밥도 먹고.. 지금 로지 직원들이 다 그렇게 엮인 사람들이에요.” 그들 중 하나라는 크리스틴 마케팅 팀장이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저희 대표님 꿈은요, 직원들 다 벤츠 타고 다니는 걸 보는 거예요.”
꽉 차게 달려온 5년, 그리고 앞으로 30년. 로지의 뚝심으로 빚어낼 수많은 제품들이 뷰티 시장을 섭렵할 날을 기대해 본다. 신 대표의 원대로 직원들이 모두 벤츠 타고 세일즈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