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부터 아버지와 함께한 2세대 경영인 남매

창업부터 아버지와 함께한 2세대 경영인 남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성공스토리를 쓴다
캐나다 온타리오 Cloré Beauty Supply 김지나 부사장과 김영일 이사

일반적으로 2세대 경영인은 부모가 이미 일구어 놓은 회사에 입사해서 경험을 쌓고 경영자로 성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여기 예외가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뷰티서플라이 8개 매장과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클로레 뷰티서플라이(Cloré Beauty Supply)의 경영인 남매, 김지나 부사장(Clara Kim, 34세)과 김영일 이사(Clemens Kim, 32세)가 그들이다. 2012년 아버지가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각각 27세와 25세의 나이에 회사의 창업 공신으로 참여하여 지난 7년여 동안 아버지와 함께 성공적으로 지금의 클로레를 키워냈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뷰티인들이 작은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

지나: 저의 직책은 부사장이고 회사에서 HR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매장을 레이아웃하고 디자인해서 예쁘게 꾸미는 일은 제가 합니다. 또 직원을 채용하고 트레이닝 시켜서 각 매장 또는 디파트먼트에 배치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저희 회사 로고를 만들고 모든 매장의 디자인을 통일시키는 작업을 제가 했어요.

영일: 누나가 꾸며 놓은 그 매장을 오퍼레이션(운영)하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고 각 매장에 배포합니다. POS 시스템, 온라인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관리합니다. 또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과 배송도 제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IT, E-Commerce, Accounting, Purchasing을 담당하고 있고 Distribution Center도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전반적인 operation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거죠.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친밀해지고,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누나가 HR과 마케팅을 맡았고, 저는 좀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성격이라 거기에 맞은 일을 하게 된 거죠. 우리 남매는 파트너로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팀웍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Cloré, 회사이름이 특이하다. 무슨 뜻인가? 프랑스 말인가? 

지나: 프랑스 말이 아니고, 2012년 회사를 만들 때 영일이와 제가 생각해서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최초로 가발을 착용한 사람이 클레오파트라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녀의 이름을 활용해 회사이름을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의 Cleo와 헤어의 익스텐션(extension)을 결합했고요. 세련된 느낌으로 발음도 쉽고 기억하기 편하면서도, 여기 프랑스 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서 마지막에 프랑스어 엑센트를 넣어 Cloré가 탄생한 거예요. 영일이가 회사 이름은 생각해내고, 저는 디자인해서 회사 로고를 만들었어요. 영일이가 저보다 창의력이 더 좋아요.

영일: (웃음).

 

 

두사람은 어떤 계기로 아버지 회사에서 같이 일하게 되었나요?

지나: 저는 대학 때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창업을 하시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셔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토론토에서 아버지가 2000년부터 뷰티서플라이 4개 매장을 다른 분과 동업으로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근데 동업자분과 사업을 따로 하시기로 하시면서, 중심 매장 1개는 동업자분이 운영하시기로 하고, 아버지는 나머지 3개 매장을 맡기로 하시면서 따로 회사를 차리게 되신 거예요. 12살과 10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뷰티서플라이 가게에서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친숙하고 일하는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영일: 저는 2012년 당시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제안으로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어카운팅 전공을 해서 회사에서 제 역할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게 어떤가?

영일: 사장님은 대단히 열린 마음(open-minded)을 가지신 분이에요. 저희나 직원들이 맘껏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세요. 저나 누나가 제안을 하면 웬만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시며 적극적으로 밀어주십니다. 아버지께서 이민 오셔서 뷰티서플라이를 하시기 전에 식당과 컨비니언트 스토어를 운영하셨는데,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컨비니언트 스토어에서 아버지를 도와 일을 했던 경험이 많아서 아버지와 일하는 모든 면이 친숙했습니다. 

지나: 네 맞아요. 정말 저희가 하려고 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역할을 하신답니다. 회사에서는 가족관계를 배제하고 철두철미하게 공적인 관계로 대합니다.

 

그래도 앞선 세대인 사장님과 의견이 충돌되는 일이 없진 않았을 것 같은데…

지나: 의견 충돌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크게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회사 경영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결론이 잘 안 나는 애매한 부분은 대부분 사장님의 결정을 따릅니다. 근데 간혹 사장님의 생각이 틀린 경우도 있긴 있어요(웃음). 

 

사장님 의견이 틀리셨던 예를 들자면?

지나: 음.. 2012년 회사 만들 때, 제가 HR을 담당했었는데요. 당시까지 직원들 채용 때 계약서를 쓰지 않더라고요. 제가 ‘법적인 절차대로 채용 계약서를 써야 한다’라고 주장하니까, 사장님이 ‘그러면 직원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라고 반대하시더라고요. 그 채용 계약서를 도입하기까지 2~3년 걸렸어요.

영일: 물론 저희 생각이 잘못된 때도 있었지요. 사장님은 비(非) 한국인을 계산대에 세우는 것이 오히려 영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시는데 저희는 반대했었습니다. 아무래도 돈을 만지는 일은 신뢰가 가는 사람을 선별해서 투입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결국 아버지의 뜻대로 한인 외 타인종 직원을 레지스터에서 일하게 했는데 지금까지 별문제 없었습니다. 역시 사람을 믿고 맡기시는 아버지의 의견이 맞았던 거죠.

 

지나씨는 마케팅 담당인데, 대외적인 회사 이미지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지나: 저희 클로레 브랜드는 이 지역에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거죠. 이 정도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저희는 그동안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해왔습니다. 여러 로컬 행사 때마다 적극적으로 스폰서로서 참여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매년 8월에 있는 토론토 카니발 행사에 가방 4,000개를 협찬하기도 했습니다. 자선단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고 기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활발하게 이벤트 참여와 기부 등을 통해 저희 클로레를 확고하게 브랜드화 시키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회사를 이만큼 브랜드화 시킨 점에 대해 마케팅 담당으로서 참 보람을 느껴요. 

 

영일씨는 회사의 POS시스템,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관리 등을 책임지고 있는데..?

영일: 2012년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제 주도로 POS 시스템를 구축하고, 회사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온라인 쇼핑 시스템도 도입하였습니다. 회사가 크는 데 있어서 그런 뉴테크놀러지 도입이 기본이라고 생각한 거죠. 안 믿기시겠지만, 2012년까지 매장 4개를 운영하면서도 POS 시스템이 없이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관리했습니다. POS 시스템 도입이 회사 매장 숫자를 늘리고 규모를 키우는 데 있어서 크게 기여했습니다. POS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체계적으로 경영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즉,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영업전략, 상품전략,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가 저의 전공이기도 하고 그 역할을 나름 잘 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뿌듯함을 느낍니다. 또, 우리회사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웹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저희 웨어하우스에서 우편으로 배송을 해줍니다. 캐나다 전역으로 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캐나다는 미국과 다르게 흑인들이 한곳에 모여 살지는 않거든요. 넓은 나라에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어서 온라인 주문, 배송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캐나다는 미국과 뷰티 소매업 환경이 다르지 않나?

영일: 캐나다도 미국처럼 뷰티서플라이 업소 간 경쟁은 치열한 것 같습니다. 다만 울타뷰티, 월마트, 타겟 같은 헤어 케어 제품을 취급하는 대형 매장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입니다. 결국, 뷰티 업계의 경쟁이 미국보다는 조금 덜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의 차이점은 여기는 흑인분들이 한곳에 많이 모여 살지 않기 때문에 굳이 흑인 커뮤니티를 찾아서 매장을 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교통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입지를 선정합니다. 저희 매장은 주로 대형 몰이 있는 곳이나 공항 등 교통 좋은 곳에 있습니다. 미국은 매장이 대형화되는 추세라고 하던데, 여기서는 매장의 사이즈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 매장은 대부분 3,000~4,000 sf에 불과합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와 매장의 입지가 매장 크기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다른 젊은 2세대 경영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영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너 자신을 알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이 과연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과 부합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겉보기에 좋다고 무작정 일을 시작하면 안 됩니다. 자신과 맞는 일이라는 확신이 설 때, 성공할 수 있는 토대나 모티베이션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먼저 당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세요.

지나: 먼저 앞선 세대의 지혜를 배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합니다.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리고 직원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전 직원이 회사가 세운 하나의 목표에 한마음으로 commitment 할 수 있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앞선 세대로부터 배움을 강조했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아버지 사장님께 배운 점은 무엇인가?

지나: 사장님은 무엇보다도 직원의 행복을 강조하십니다. 직원들이 일과 라이프 간의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시죠. 매장 개장 시간 11시간 30분(9시 30am~9:00pm)이지만, 오전과 오후 시간을 적절히 나누어 장시간 근무를 피할 수 있게 합니다. 또 하나는 사장님은 일주일에 3~4일만 출근하실 정도로 아래 사람을 믿고 맡기시는 편이십니다. 아래에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는, 항상 직원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받기를 원하십니다. 어떤 아이디어라도 소중히 생각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아버지의 이런 면이 있기에 좋은 직원이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을 굉장히 중히 여기시는 것인데, 제가 회사 생활하며 그런 면을 많이 보고 배웁니다.

영일: 어렸을 때부터 일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며 자랐어요. 아버지는 새벽부터 밤늦게 까게 항상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정말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커왔기 때문에 저도 나태해지고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3일 동안 전체 매니저들과 합숙 워크샵을 했다던데?

지나: 최근 매니저 12명과 경영진이 3일간 MT를 갔었습니다. 사실 3일간이나 모든 매니저가 자리를 비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회사가 나아갈 방향성을 세우고 그것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3일간 매니저님들이 스스로 토론 끝에 회사의 방향성을 잡아서 제시해 주셨어요. ‘서로서로 배려하고 서포트해서 로얄 커뮤니티를 만들자’고 제시하셨답니다. 모두가 마음을 합쳐 가족 같은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때 정말 감동적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영일: 저는 작년에 공항 근처에 headquarter와 warehouse 겸 distribution center를 만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회사가 이만큼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전 매장을 매니저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지나: 회사가 성장하면 가족만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매니저님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기에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누가 사업의 성장을 원한다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믿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매니저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그에 대해 빠른 조처를 하는 것이 그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면을 통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나: 저희 로고 ‘Cloré Beauty Supply’ 밑에는 ‘inspiring beauty’라고 쓰여 있습니다. 저희가 고객의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적인 아름다움까지도 드높일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외적 아름다움을 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영감을 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일: 저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항상 연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습니다. 뷰티 산업의 장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에는 아직 미개척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캐나다는 넓습니다. 현재 우리 뷰티 매장이 온타리오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 캐나다 전역으로 개척해 나갈 생각입니다.

 

차세대에게 묻는다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1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