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션 온라인 플랫폼 쉬인(SHEIN) 성장 가도

중국 패션 온라인 플랫폼 쉬인(SHEIN) 성장 가도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장악미국 의류 업계 판도 바꿀까

몇 해 전부터 중국의 여러 온라인 플랫폼들은 무분별하게 낮은 퀄리티의 헤어를 미국에서 전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Indian hair, Bundle Hair, Raw hair 등이 미국에서 기존 판매되던 가격의 절반 정도에 팔려 나갔고 알리바바, 알리 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미국의 흑인들은 손쉽게 헤어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헤어에 관심이 있는 흑인들이라면 아마 한 번씩은 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패션 시장의 판도도 같은 흐름으로 가는 추세다. CNN은 “중국의 패션 앱인 쉬인의 규모가 아마존만큼이나 커지고 있다”평가했다. 쉬인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전, 흑인 여성 패션 온라인 시장을 리드했던 것은 패션 노바(Fashion Nova)였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만 연 매출 20억을 넘길 정도로 인기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팬데믹 동안 쉬인이 그동안의 컨슈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엄청난 성장세를 이뤄냈다. 쉬인은 의류를 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뷰티, 주얼리 등도 갖추고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장점도 갖고 있다.

쉬인 웹사이트 화면 캡처

 

쉬인이 공룡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최근 소비자들은 습관적으로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엄청난 규모로 온라인 광고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쉬인은 이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의류 분야만 본다면 쉬인의 인기는 이미 아마존을 능가했다. 미국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에서 8천100이상의 사용자가 앱을 핸드폰이나 태블릿에 설치했다. 5월 중순 조사 결과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쇼핑앱인 것으로 나타났다.

쉬인은 본래 웨딩드레스를 전문으로 파는 쉬인사이드(SheInside)로 시작됐다. 점차 사업 규모를 일반 여성복으로 확대했고220개 이상 국가에 배송 서비스를 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중국 제품’에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인식하고 중국 생산 규모도 줄여나가고 있다.

멋진 모델과 저렴한 패션 의류로 쉬인은 이미 미국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회사는 상품을 더 빠르게만들고 기술 적용 능력이 탁월해 이른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을 대표하는 ZARA, H&M과 같은 브랜드를 쉽게 제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할인권 발행, 포인트 지급 등 마케팅 전략도 눈에 띈다. 더 많은 구매를 하면 할인율이 높아지는 것도 고객들이 쉽게 지갑을 여는 이유 중 하나다. 쉬인의 할인권과 포인트는 라이브 스트림 신청 등 앱에서 지원하는 모든 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 쌓인 포인트를 현금처럼 활용하고 할인권을 적용하면 아주 싼 가격으로 원하는 제품을구매할 수 있다.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한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케이티 페리, 닉 조나스 등이 쉬인과 함께 했고 인기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도 여러 영상을 선보이며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Gen Z(미국에서 1996년에서 201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에게는 틱톡 마케팅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저들은 서로 상호 소통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브랜드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스타일링 리뷰 등을 할 수 있고 이렇게 프로모션에 일조한 유저들에게는 후한 보상이 지급되기도 한다.‘SHEIN haul’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착용샷을 공유하는 일종의 비디오 챌린지다.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관련 영상들이 공유되고 재생산되며 입소문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구글에서 ‘SHEIN haul’을 검색하면 수 많은 사진과 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쉬인은 user-experience를 넘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까지 함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다른 업체들과의 가장 큰 구별점은‘실시간 소매’ 개념에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쇼케이스를 볼 수 있고 이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옷을 실제로 입었을 때의 핏팅감도 인플루언서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어떤 아이템들이 많이 검색되는지 유행의 추세를 살피기 위해 알고리즘 파악에 가장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는 쉬인 디자인팀이 새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아주 중요한 정보다. 하루 최대 500건 이상이 매일업데이트된다. 이는 타 업체가 범접하지 못할 만큼 큰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 나우(Buy Now) 전략 통했다

ZARA와 H&M의 경우 시즌별이 아닌 주 단위로 디스플레이를 교체한다. 상품이 바뀌는 주기가 빠르고 같은 물건은 다시 입고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 퍼져있다. 이를 바이 나우 전략이라고 하는데 쉬인역시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 이를 접목했다. 디스카운트와 쿠폰 등을 증정하며 소비자들이 ‘지금이 아니면 놓칠 기회’라고 여기게 만든다. 또한 의류뿐 아니라 화장품, 잡화, 주얼리, 생활용품까지 판매하는 이 플랫폼을 찾은 고객들은 기존에 사려고 했던물건들 외에도 충동적으로 다른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를 통해 쉬인은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타깃으로 하는 밀레니얼 Z세대들은 완벽한 스타일링을 추구하고 개성을 담은 텀블러, 주얼리 등을 원하며 심지어 자신의 방까지도 특별하고 예쁘게 만들고 싶어하는 구매층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편견 깬 쉬인

팬데믹 전만 해도 온라인에선 중국 제품을 조롱하는 밈이 많았다. 사진에는 퀄리티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게시하고 막상주문을 하면 사이즈가 다르거나 전혀 다른 모습을 한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은 이 웃픈 상황을 공유하기 일쑤였다. 싼 가격에혹해서 구매했다가 받은 실망감은 고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알리 익스프레스나 아마존 등에서 중국 개인 셀러들이 한 번만 팔아도 된다는 인식으로 질 낮은 물건을 판매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국제적 싸구려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쉬인은 달랐다. 쉬인에서 구매를 사람들의 대부분은 재구매를 하며 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하지만 퀄리티를 높인 것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법이다.

오랫동안 한인들이 지켜온 미국의 뷰티서플라이 시장은 중국계가 여러 차례 진출하려 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공을 이뤄내진 못했다. 하지만 쉬인은 여성복과 잡화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고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온라인 플랫폼이 뷰티서플라이를 완벽히 대체할 순 없지만 앞으로 충분히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움직임이 크지 않지만 중국공룡 기업의 현지화는 언제든 현실이 있다. 우리도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필요가 있다.

 

Trend BY Bora Chung 

BNB 매거진 2022년 7월호 ©bnb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