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때의 초심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롱아일랜드 시대를 여는
뉴지구 김현준 대표 인터뷰
1978년 뉴지구의 전신인 할렘 125가 소매점에서 출발, 1983년에 ‘지구 트레이딩’을 열면서 가발 전문업체로 뉴욕에서 40년의 역사를 이어온 뉴지구(New Jigu Trading Corp.)가 올해부터 롱아일랜드로 터전을 옮겨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1대 홍종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한인 대표 가발 업체의 리더로 뛰고 있는 김현준 사장을 통해 뉴지구의 청사진을 만나보았다.
BY JUYOUNG SUNG
새해를 새 보금자리에서 맞이하셨겠네요. 뉴지구의 신사옥,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롱아일랜드의 포트 워싱턴에 사무실이 위치해 있고요. 시오셋(Syossot)에 있는 물류 창고는 6만 스퀘어피트의 단층 건물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전하면서 WMS(웨어하우스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도입해서 하드웨어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갖췄다는 데 의의가 있죠.
지난 우드사이드 사옥이 밀레니엄 시대를 열었던 곳이죠. 위치도 좋았는데, 이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뉴욕 우드사이드 사옥은 ‘뉴지구’의 시작이자 할렘125 브랜드의 탄생지로 저희에게도 의미가 있는데요. 오래전 설계해서 창고 물류, 오더 픽업, 로딩 등에 불편함이 있었어요. 좋은 차에 낡은 엔진을 단 격이랄까요, 위치는 좋았지만 물류 창고로는 적합하지 않았죠. 5만7천 스퀘어피트 3층 건물의 1, 2층을 물류창고로 썼는데 현대화에 맞지 않아 픽업, 셋업, 포장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인력 운용도 원활하지 않았어요. 고객분들에게도 주문에서 배송까지 딜레이가많아서 죄송했는데, 이전하면서 그런 점을 개선하게 됐습니다.
이전을 오래전부터 계획하셨던 거네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어요. 적합한 건물을 알아보던 중 코로나가 발생해서 보류했던 거고요. 이번에 옮기면서 적합한 시기인가 하는 질문은 스스로도 했었죠. 연말이라 이사도 힘들고,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부담감이 컸거든요. 건물 매입부터 이사비, 시스템 설립 등 모든 과정에 비용이많이 드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때 옮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수기에 환경을 정비하고,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 업그레이드한 시설들이 두 배의 효과를 내겠죠.
사업에서 안주는 곧 퇴보잖아요. 늘 도전적으로 앞서가면 전화위복이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으로 인한 변화나 특히 기대되는 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역시 고객 서비스 부분입니다. 전에는 주문에서 배송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렸어요. 창고 공간도 부족하고 열악한 편이었고요. 신사옥 설계는 빠른 서비스에 중점을 뒀습니다. 이전에는 손님이 아이템 10개를 주문하면 주문서를 확인해가며 일일이 다 손으로 포장하던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바코드 스캔으로 처리하고 WMS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오더 진행과 픽업, 패킹, 쉬핑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산화해서 오차도 줄이고 빨라졌어요.
더불어 직원들의 근무 환경도 나아졌죠. 예전에는 물건을 직접 옮겨야 했는데, 지금은 컨베이어벨트를 깔고 자동화해서 수고를 대폭 줄였어요.
도약할 준비를 갖춘 셈이네요. 뉴지구는 ‘히트상품 제조기’란 명성이 있을 만큼 제품 개발이 활발한 업체로 꼽혀왔는데, 한동안 다소 주춤했던 면이 있어요.
코로나 기간에 중국이나 인도네시아가 봉쇄되면서 애로사항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제가 1년에 보통 대여섯 번, 두 달 간격으로 출장을 다녔거든요. 저랑 직원들이 번갈아 나갔으니 거의 매달 나가는 셈이었죠. 그런데 공장 방문이 전혀 안되니까 제품 개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는 방역도 풀렸고 이전해서환경도 나아졌으니 다시 뛸 준비를 해야죠.
40년 역사의 새 출발이네요. 대표님이 뉴지구에 몸담으신 지도 꽤 되셨지요? 창업주인 홍종철 회장님에서 김현준 사장님으로, 빠른 승계가 화제가 되기도했었는데요.
1983년에 지구사가 설립되고 제가 93년에 입사를 했어요. 회장님께 인수인계를 겸한 실무를 배우고 2006년에 사장 취임을 했고요. 아마도 업계에서 1세대에서 2세대로 승계가 가장 빠른 회사였을 겁니다. 저도 뉴지구와 연을 맺은 지 올해로 30년, 경영인으로는 17년차가 됩니다.
당시 뉴지구는 이민 1세대의 노련함과 1.5세대의 참신함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을 들었죠. 김현준 대표님은 40년 역사를 이어온 뉴지구의 장수요인이나 성장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희가 급성장한 회사는 아닙니다. 조금씩 꾸준히 성장해온 건, 무엇보다 고객과 직원들 덕분일 거고요. 비결이라면 특별한 건 없지만 ‘고객과의 신의’가 아닐까 합니다. 고객에게 약속한 건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거든요. 홍회장님때부터 이어온 철칙이에요.
그리고 회장님의 첫 가르침이 “장사는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봐야 되는 것이다. 항상 내가 손해보는 자세로 모두를 대하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이익을 보도록 하라”는 거였어요. 당장은 내게 손해인 것 같아도 그 마음이 결국에는 둘이 되어 돌아온다고 하셨죠.
입사하고 30년이 지났지만 그 말씀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래서 늘 겸손한 자세로 고객을 우선하고, 직원을 우선하고, 거래처를 우선하려고 애써왔고 앞으로도 지켜가려고 합니다.
또 다른 비결은 꾸준한 제품 개발이죠. 저희 대표 브랜드인 할렘 125에 항상 붙는 수식어가 있어요. “Where Style Begins…” 즉 유행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이죠. 그 말처럼, 업계 유행을 리드하는 업체가 되도록 계속해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 기획하고 있는 신제품이 있다면 살짝 공개해주십시오.
이전 기념으로 매달, 단계별로 신제품 출시 계획을 갖고 있어요.
첫 번째는 벌크 제품입니다. 몇 년간 브레이딩 헤어 유행이 지속되면서 벌크 시장은 줄어들었죠. 그런데 브레이딩을 쓰다 보면 신테틱이라 끝이 탱글이 돼요. 이럴 때 인모 벌크 제품을 이어서 땋으면 그걸 방지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최근 SNS에서도 벌크 제품을 찾는 움직임이 있는데 100% 인모는 단가가 비싸죠. 이럴 때 지구 상사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던 ‘키마 클래식’ 라인이 있어요. 인모와 인조모를 섞은 블랜드 헤어로 스트레이트, 야키, 웨이브 등 다양한 스타일의 벌크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둘째는 드로우 스트링인데요. 경기가 좋지 않으니 시장성을 생각해서 저가의 드로우 스트링을 개발하고 있어요. ‘GoGo 컬렉션’ 이라고 저희가 소매가 10불대 가발을 출시했다가 인기를 얻은 브랜드인데, 여기서 드로우 스트랑 라인을 출시해서 리테일에서 저가에 팔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산 공장과 오랫동안 논의해서, 마진은 덜 보더라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서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제품을 출시하려 애쓰고 있으니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소매점에 반가운 소식일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불경기로 힘들어 하시고 헤어 산업의 전망을 염려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헤어 산업의 전망은 절대 어둡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경기 침체나 온라인 시장 등으로 소매상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어 산업은 없어지지 않는 업종이에요. 이 시기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도로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지금 잘 준비해두면 좋은 시기가 분명히 올 테니까요.
뉴지구에서는 장기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일단은 더 나아진 환경에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공급하기는 게 목표예요. 과거에는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면, 현재는 온라인이 뛰어들면서 물류 경쟁이거든요. 여기서 빨리 자리잡고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죠. 그리고 업계가 워낙 빨리 돌아가니까 현대화, 시스템화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구인난이 심각한 만큼 직원들이 일하는 환경이나 베니핏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그리고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둘째 아들(김정현 대리)이 현재 R&D마케팅 부서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어찌 보면 3세대까지 준비하고 있는 셈이죠. 이 또한 업계에서는 아마도 제일 빠른 편일 겁니다.
끝으로, BNB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으신가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소매점과 협력업체에서 물건이 딜레이되어도 이해해주시고, 직원들은 오버타임 근무를 했고요. 모든 부분에서 많이 감사드리고요.
사무실도 창고도 다 새로운 환경인 만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처음 지구 상사에 들어왔던 20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꿈꾸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창사 40주년, 새롭게 롱아일랜드 시대를 열면서 고객 감사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으니 뉴지구 제2의 출발을 많이 기대하고 응원해 주십시오.
뉴지구 연혁
▶1978년 할렘125가에서 미용잡화 소매점으로 출발
▶1983년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지구 트레이딩’ 도매업체 설립
▶1999년 뉴욕 우드사이드로 본사 이전, ‘뉴지구 트레이딩’으로 이름 변경
▶2006년 1대 홍종철 회장에서 2대 김현준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
▶2023년 롱아일랜드로 본사 이전
신사옥 주소/연락처: 10 Harbor Park Dr, #101, Port Washington, NY 11050 / ☎516-277-2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