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유머가 넘치는 휴머니스트! 

열정과 유머가 넘치는 휴머니스트! 

헤어플러스 장기호 부장 인터뷰

한국에서 대기업 포토그래퍼로 일하던 사나이가 미국에 이민 와서 헤어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헤어플러스사에 평사원 세일즈맨으로 입사한 지 5년 반 만에 부장으로 ‘고속’ 승진하고 지금은 영업뿐만 아니라 후진 양성까지 책임지고 있다. 인터뷰 전 BNB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데, 사진의 노출, 감도, 셔터 스피드까지 꼼꼼히 챙긴다. “제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같아 죄송하다.”라면서도 여전히 “사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유머와 활기가 넘치는 헤어플러스사의 장기호 부장을 만나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71년생으로 마흔아홉 살이고 미국에 이민 온 지 11년 됐습니다. 대학은 사진학과를 다녔고요. 대학 졸업 후 98년부터 모 대기업 홍보실에서 포토그래퍼로 11년 정도 일했습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계약직의 불안한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에 이민 오게 됐습니다. 헤어 플러스에서는 2013년부터 약 7년 가까이 일하고 있습니다. 헤어플러스 사장님의 도움으로 입사 3년이 되던 해, 즉 이민 온 후 7년이 되던 해인 2016년에 영주권을 취득했습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사진 일을 했지만, 미국에 와서는 계속 세일즈맨으로 일했습니다.

미국 와서 10년 넘게 영업만 했다니, 영업이 본인에게 잘 맞나 보네요?
미국 와서 처음에 모자 도매상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뷰티서플라이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았어요. 미국에 오자마자 현지 사정도 잘 모르는데 ‘과연 영업을 잘할 수 있을까?’라며 회사도 그렇고 저도 의구심을 많이 가졌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저랑 잘 맞는 거예요. 미국  생활이 힘들고 외로웠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뷰티서플라이에서 만난 사장님이 형님도 되고 누님도 되고…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더라고요. 사실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도 된 적이 있었는데요, 취업비자를 가진 사람이 한 달 안에 직장을 못 구하면 바로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하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겠어요? 저 혼자면 그나마 괜찮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항상 가지고 있었거든요. 영업하며 형님, 누님 같은 분들 만나면서 고민도 털어놓고 위로도 많이 받았습니다.

헤어플러스는 어떤 계기로 입사했나?
모자 도매상에서 영업사원으로 잠깐 일하고, 다시 헤어 도매상에서 영업사원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이왕 헤어 세일즈를 하는 것 좀 더 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애틀랜타의 헤어플러스에 2013년 3월 평사원 신분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년 반 만에 부장으로 승진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평사원 입사했는데 5년 반 만에 부장이 됐으면 고속 승진하신 것 아닌가요?
네 고속승진 맞습니다(웃음). 헤어플러스는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제품군이 많고 브랜드도 훨씬 더 유명해서 일하기가 좀 더 수월했어요. 특히 2013년 무렵부터 신테틱 브레이드가 엄청나게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저희 모회사인 뷰티플러스와 우리 헤어플러스가 신테틱이 상대적으로 강한 회사였습니다. 한마디로 제게 운이 좀 따랐던 거죠.
또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헤어플러스에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저의 영주권 수속 비용을 지불해 주셨습니다. 다른 회사는 영주권 비용을 당사자가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이태무 사장님께서는 제가 입사하자마자 제 앞에서 변호사에게 비용을 물어보시고 통 크게 바로 그 자리에서 수속 비용을 지불해 주시더라고요. 너무너무 감사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적이 받쳐주게 되고 비교적 빨리 부장이라는 직위도 얻게 되었네요.

세일즈맨 일의 매력이 뭔가요?
한마디로 자기의 노력이 바로바로 실적에 반영된다는 거죠. 나만 잘하면 됩니다. 다른 조직의 일은 여럿이 같이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도 티가 안 날 수도 있지만, 영업은 그렇지 않아요.

헤어플러스 입사 후 처음 배정된 지역의 판매량이 늘어났나요?
그러진 않았어요. 처음 3~4개월은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어느 지역에 새로 세일즈맨이 바뀌면 대개 매출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럼 떨어진 매출을 어떻게 만회했나요?
아까 말했듯이 당시에 운 좋게 신테틱 헤어가 활황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석유파동으로 신테틱 헤어 물건을 제때 잘 댈 수가 없었는데, 우리 회사만 미리 준비한 인도네시아 공장을 통해서 물건을 공급할 수 있어서 장사가 잘됐어요. 신테틱 헤어를 납품하면서 가발, 휴먼 헤어도 같이 끼워 팔 수가 있었고요. 신규 거래처도 많이 뚫을 수 있었죠.

자신만의 영업철학이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일즈맨은 세 가지 요소, ‘3H’를 갖춰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3H란 “휴머니즘(Humanism), 헝그리 정신(Hungry Spirit), 그리고 유머(Humor)”입니다.

‘3H’라…첫 번째 H인 휴머니즘은 무엇을 뜻하나요?
사실 헤어를 취급하는 수많은 회사가 있고 회사마다 다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잖아요. 비슷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이라면 누구에게 주문을 넣겠습니까? 평소에 얼마나 서로 인간적인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고, 얼마나 서로 정이 돈독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관계형성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배려’해주고 ‘기억’을 해주고 ‘칭찬’을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기억, 칭찬’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럼 실제로 본인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예를 들면 제가 초창기 영업사원일 때, 7080 노래를 CD에 담아 뷰티서플라이 사장님께 차에서 들으시라고 드리면 좋아하셨죠. 또 애틀랜타에서 가져온 한인신문도 읽어 보시라고 갖다 드리거나, 기독교 신앙을 가지신 분께는 교회 설교 말씀 CD를 전하며 “이거 한번 들어보세요. 좋은 말씀이 참 많습니다.”라며 관심을 보이고 작은 선물이라도 드립니다. 그러면, ‘아 뭔가 이 친구는 날 대하는 게 다르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거죠. 또 자녀가 명문대 합격을 했으면, 기억해 놨다가 다시 뵀을 때, “애는 이사 잘하고 학교 적응은 잘하나요?“ 라고 물어보면 좋아하세요. 덧붙여서 “참 대단하세요. 장사하며 자녀 교육이 쉽지 않은데, 장사도 잘하시고 자녀도 훌륭하게 키우신 걸 보면, 사장님 이민 오셔서 정말 성공하신 거예요!”라며 칭찬을 해드리면 서로 친밀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거죠.

두 번째 H, 헝그리 정신은 무엇을 뜻하나요?
한마디로 오더(order)에 배고파야 합니다. 목표가 조기 달성되면 거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물건을 더 넣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그럼 더 늦게까지 일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운 좋게 큰 노력 없이 오더가 들어왔을 때는 그냥 호텔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것이 아니라 신규 거래처를 찾거나, 다음 오더를 준비해야 합니다. 일이 일찍 끝났을 때, ‘혹시 호텔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다른 가게는 없을까?’를 궁리하는 거죠.

세 번째 H는 유머인데, 장 부장님은 유머를 잘하시나요?
제가 나름 성대모사를 잘합니다(웃음). 중고생 때는 담임선생님, 대학 때는 교수님, 군대에서는 중대장님, 회사에서는 팀장님, 사장님, 회장님, 그리고 세일즈 현장에서는 다른 가게 사장님이나 전임 세일즈맨 등의 목소리를 흉내 냅니다. 어느 사장님이 전임 세일즈맨 소식이 궁금해서, 저에게 “그 친구 요새 뭐해?”라며 물어보시면, 저는 “그 친구 잘 지내요.”라고 하면서, 목소리를 바꿔서 “어 기호야~~”라며 저를 부르는 전임 세일즈맨 목소리를 흉내 내면 너무 똑같다면서 정말 재미있어하시죠.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들 옛날이야기 많이 하시는데요. 영업사원은 맞장구를 잘 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능력이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만나는 분들의 정치색, 종교, 출신지역까지 다 감안해서 반응을 해야 합니다.

장 부장님 참 재미있으신 분인 것 같네요. 그래도 힘들었던 때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민 나올 때 연로하신 부모님을 뒤로하고 공항에서 언제 재회할 것이라는 기약도 없이 작별하던 순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아파 뒤도 못 돌아봤어요. 슬쩍 곁눈으로 보니 어머님이 울고 계시더라고요. 영주권 취득할 때까지 7년 동안 한국에 못 나갔어요. 만약 부모님이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장례는 누가 치르나…’ 꿈에서도 악몽을 꾸었어요. 영주권을 받고 7년 만에 한국 나가서 부모님 처음 뵀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헤어플러스 사장님께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 감사한 마음 때문에 영주권을 받은 뒤에도 다른 곳에서 스카우트 제안도 다 뿌리치고 여기서 계속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영주권 따는 것과 영업부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다 이루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더 많은 실적으로 회사에 공헌하고 히트상품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또 후진들 잘 키워서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제품 교육뿐만 아니라 휴머니즘, 헝그리 정신 등 영업적인 자질과 정신자세도 가르칠 생각입니다.

장기호 부장이 말하는 ‘장사가 잘되는 소매점’의 5가지 특징
1.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목이 좋아야 한다.
2. 그곳은 뭔가 항상 새롭다. 안 나가는 재고품은 과감하게 ‘땡처리’한다.
3. 이벤트를 잘한다. 상품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품질과 가격이 좋으면 과감하게 마진을 줄여서 판매해 본다. 매장 양쪽 코너에는 세일 코너를 마련한다.
4. 친절하다. 손님에게 농담하고 안아주고 관심을 가져준다. 영어도 잘한다. 어린이에게 주는 조그만 선물 같은 것을 아끼지 않는다.
5. 바닥이 깨끗하다. 테이블 위에 물건 널려 놓는 것도 지양한다.

요새 잘 나가는 헤어 제품은 무엇인가요?
한창 ‘패션 트위스트’ 제품이 인기 있었는데요. 어떤 제품이 인기 있다면 다른 회사에서 카피해서 여기저기 비슷하게 출시하기 때문에 요새는 새로 뜨는 트렌드는 이것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리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 헤어플러스 제품 중에서 꼽자면, FEMI(아프리카 말로 love me) HD 멜트다운 레이스 클로저가 인기입니다. 특히 613컬러 즉 브론즈 컬러에 클로져까지 같이 들어가 있는 원팩 솔루션이 잘 나갑니다. 길이는 10, 12, 14 인치가 대중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새 장사 힘들어하시는 뷰티서플라이 1세대 사장님들과 작은 소매점들도 다 잘 되는 시대가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The Story 세일즈맨의 비전 BY SAMUEL BEOM
BNB 매거진 2020년 3월호 ©bnbmag.com